1. 안 서두르는게 좋은 거예요

늦어서 오히려 행운이...

경아씨가 학교에 근무하는 날이라서 내가 집정리를 해야 했다. 아직 유레일 타는 법도 정확하게 모르고 예약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 상태라서 바투 검색하고는 있는데 집도 정리해야 하고, 마음이 급해진다. 어쩌다 우리집 프린터도 잘 안되어 대강 찾고 적은 내용 프린트하러 학교에까지 다녀왔다. 이게 뭔 일인가. 비행기 출발 시간이 7시45분인데 3시까지 이리도 버벅대고 있으니.

남은 밥으로 볶음밥해서 김밥으로 말아놓으니 4시 20분이다. 4시 30분엔 나가야 하는데 경아씨마저 늦게 와서 막상 집을 나선 시간은 5시다. 평촌에서 공항리무진을 탄 시간이 5시30분이고 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6시10분. 많이 늦었단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캐세이 패시픽 부스엔 직원들 뿐 기다리는 승객이 아무도 없다. 이미 다 수속을 마치고 나간 것. 우리가 수속하려고 하니까 좌석이 없어서 스탠바이 중이며 잠깐 기다리라고 하는 것이 아마 오버부킹(넘치게 예약)해 놓은 듯 하다. 좀 기다리다 보니, 이코노미에 승객이 꽉 차서 인천-홍콩 구간만 비즈니스 석으로 바꿔준다 했다. 이런 행운이 있나.

서두르다 생긴 일

로마엔 조금 일찍 도착했다. 7시5분 도착이라 했는데 6시30분쯤 도착했다. 어쩌다 보니 입국수속도 제법 빨리하고 나오게 되었는데 테르미니로 출발하는 기차역도 물어서 표지판 따라 가장 먼저 도착했나 보다. 출발역엔 우리와 몇몇만 있을 뿐, 아직 표 파는 분도 나오지 않았다. 플랫폼 앞에 카드 자동발매기가 보이길래 잘난척하고 자동발매기에 카드를 넣은 게 실수. 하필이면 우리가 넣은 발매기만 고장이라서 카드만 쏙 먹고 내뱉질 않았다. 좀 있다 보니 역 안에 사람들도 들어오고 표 파는 사람도 나와서 표를 팔고, 더우기 우리 바로 옆의 발매기에서는 사람들이 표를 잘도 쏙쏙 뽑아 간다. 매표소에 가서 우리 카드를 먹어 버렸다고 하소연해 봤지만 인포메이션 직원이 출근할 때까지 기다리라고만 한다. 8시에 출근이라나... 한시간 반 정도 기다리면서 기차를 세 대 보내며 찬찬이 역을 둘러 보니, 처음엔 보이지 않던 버스표파는 부스도 보이고 다른 곳으로 가는 기차 노선도 보이고 마음도 여유로와진다.

어쩌겠나. 어쩔 수 없이 주어진 1시간 반의 여유를 즐기다 보니 처음 도착한 이 역이 친근해 보이기까지 한다.

8시5분쯤 직원이 나와 카드를 꺼내주었고 8시 36분 기차를 타고 9시 12분에 테르미니역에 도착했다. 테르미니역에는 피렌체 가는 완행열차가 17분에 떠난다 하는데, 우린 아직 유레일 개시 도장을 찍지 못한지라 포기했다. 완행열차는 예약료가 없어서 30유로 가량을 아낄 수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