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피렌체의 명소를 둘러보다

피사의 사탑

피렌체에서 한시간반 걸리는 교외에 피사의 사탑으로 유명한 피사가 있다. 피사로 가는 기차는 완행열차로서 한시간에 두세대 정도로 흔하고 가격 역시 피사까지 5유로 정도밖에 하지 않는다. 물론 이 열차는 유레일패스를 이용해 무료로 탈 수 있는 열차다. 이 노선은 피렌체 교외선으로 마치 우리나라 수도권의 천안가는 전철을 연상케 하는데 다른 점이라면 열차 선로가 무척 부드럽고 열차 속도도 매우 빠르다는 것이다. 구간에 따라선 새마을호 정도 속도로 간다.

피사 역에 도착해서 받은 첫 인상은 한가로움 그 자체다. 휴일이라서 그런지 대부분의 가게는 문을 닫았고 길에는 관광객으로 보이는 이들만 다닐 뿐이다. 피사의 사탑 가는 길은 쉽게 알아챌 수 있었는데 관광객들이 지도를 들고 움직이는 경로를 따라가면 되는 거다. (피사 역을 뒤로 하고 곧바로 쭉 30분 정도 걷기만 하면 된다.)

탑은 거대한 성당과 함께 있는데 탑 주변에 다다르자 엄청난 수의 관광객들이 보인다. 아마 패키지 여행객들인 것 같은데 한가로운 피사에 이곳만 북적댄다. 그리고 과연 탑은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기울어 있다. 기울어서 유명해진 탑이라. 건축시부터 기울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오랜 시간동안을 버텨 나왔을까. 탑 아래쪽 부분을 보면 확연한데 한쪽은 땅에서 60cm정도 아래에 바탕이 형성되어 있는 반면, 다른쪽은 땅에서 1m 70cm정도 아래에 바탕을 이루고 있으니 심각한 수준인 거다. 그나마 더 기울어지지 않도록 빔을 설치하면서 30cm정도 끌어 올린 것이 그렇다니.... 참. 탑 꼭대기에서 전망을 즐기는 이들도 몇몇 보여서 이거, 올라가는 인원을 제한해야 하는 것 아니야? 라고 걱정스럽게 생각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티켓을 사서 올라가는 입구에는 관리인이 탑에 오르는 인원을 제한하고 있었다. 

신 기한 탑을 뒤로 하고 두오모에 들어갔다. 이곳은 이탈리아니까 로마카톨릭일 것인데 성당 내부 이곳저곳에 걸린 성인들의 그림은 흡사 동방정교(동로마 근본 기독교)의 이콘을 연상케 해서 독특한 느낌을 주었다. 특히 천정에 그려진 성화가 아름답다.

역으로 돌아오는 길엔 지는 해가 아름답게 깔려 다리에 아름다운 황금빛을 선사했다.

아카데미아 미술관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전시물은 다비드 상이다. 이탈리아 곳곳에 세워져 있는 것은 모작이고 이곳에 있는 것이 진품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한 상인데 실상 난 이 다비드 상이 성경의 다비드왕을 묘사한 것으로 알았다. 그래서 들었던 의문. 왜 나체일까? 이번 감상기회를 통해 의문은 풀렸다. 다윗은 다윗이되, 왕이 되기 전 어린 시절 골리앗을 상대하려고 하는 모습의 다윗인 것이다. 순수한 청년 다윗의 모습. 좀 창피한 일이지만 이 다비드상이 골리앗을 마주 대하는 다윗이 짱돌을 가죽끈에 묶어 오른손으로 그 짱돌을 쥐어잡고 골리앗이 나타날 곳을 응시하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란 걸 이번에서야 알았다.

이 다비드 상은 감상 위치에 따라 다윗의 인상이 변하는 것이 감상 포인트다. 다윗의 표정을 관찰하며서 한바퀴 돌면 알 수 있는데 정면과 왼쪽에서 보는 다윗은 약간은 호기심이 섞인, 자신감에 찬 모습이지만 오른쪽으로 돌아서면서 표정을 관찰해 보면 점차 약간씩 불안감이 스미는 얼굴을 볼 수 있다. 빛과 그림자와 시점 각도를 고려한 절묘한 조각품인 것이다.

그 외 이곳에서 인상깊었던 작품은 19세기 아카데미아 교수들의 작품이었다. 인간 본위 사상인 르네상스를 일으켰던 피렌체여서일까? 조각상의 자태는 인체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대부분 성적으로 관심을 끌 만한 자태이면서도 그 얼굴에 소소한 감정이 마치 인간을 보는 것 처럼 잘 드러나 있는 조각들이어서 이들을 찬찬이 관찰하다 보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자신이 만든 석상과 사랑에 빠졌다는 피그말리온이 새삼 이해될 정도로 아름답고 일견 관능적인 상들이다.

우피치 미술관

아카데미아에서도 잠깐 기다렸지만 이곳의 기다리는 줄은 상상 이상이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길이만 80여미터정도이니까. 이곳에서 1시50분부터 3시 20분까지 1시간 30분을 기다려 관람하게 되었다. 루브르, 바티칸과 더불어 유럽 3대 미술관이라 일컬어지는 곳 답다. 전시실은 총 43여칸으로 나눠져 있는데 시대별로 구분된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 화가별로 실을 구성했다. 이 시대의 그림을 사실주의 화풍이라 부르지만 실제 눈에 보이는 사실을 넘어서 작가가 의도했던, 작가가 보려고 하는 사실을 표현하기 때문에 색감이 짙고 피부표현이 매우 과장되어 있어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도자기인형들을 보는 듯 하다. 물론 기독교가 위세를 떨치는 시절이라서 많은 그림들이 예수와 성모를 다룬 성화이긴 했지만 이런 그림에서도 인체의 아름다움을 극대화 시키다 보니 성스러움 보다 관능적인 부분이 더 많이 드러나고 있었다. 특히 보티첼리에 이르러 절정을 보이는데 극사실적인 세밀함과 아름다운 피부터치등으로 인해 그림 속 인물들이 당장이라도 그림 밖으로 빠져나올 것 같았다.

보티첼리의 작품들은 책에서 보는 것과는 사뭇 다르게 매우 큰 그림이다. 사진으로만 볼 땐 몰랐지만 실제로 감상해 보니 잘 보이지 않는 음영지역에도 눈으로 자세히 봐야 알 것 정도의 터치가 가해져 있었는데 이런 점들이 보티첼리의 완벽주의적 성격을 보여주는 것 같다

보티첼리까지의 화가들의 화풍은 인체를 표현할 때 얼굴과 피부를 마치 3D캐릭터 같이 매끈하게 표현했지만 동시에 생동감은 부족해서 마치 인형들을 그린 것처럼 보였다. 이런 화풍은 미켈란젤로와 다빈치 세대에 와서 비로소 피부의 주름을 잘 표현하기도 하고 생동감있는 표정을 나타내는 쪽으로 점점 바뀌간다는 것을 느꼈다. 같은 사실주의 화풍이되 분명히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 이런 화풍의 변화를 살펴 보는 것도 참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윗층 전시실 감상을 마치고 아래층에 오니 살바토르, 미켈란젤로 메리지와 같은 새로운 화가들의 작품이 보이는데 어두운 톤에 기괴한 느낌이 나는 그림이었지만 점차 사실주의를 벗어나 작가의 주관이 개입되고 있는 듯한 모습을 감지할 수 있었고 그림에 어떤 메세지를 담고 있는 것 같은 그림들이었다. 인상주의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작품들이랄까.

미술관을 얼추 돌아보니 약 2시간이 걸렸다. 난 여행초반의 고질적인 피로감 때문에 몇 번이나 미술관 중간중간 벤치에 앉아 피로함을 호소했고 그때마다 경아씨는 이곳저곳 주물러주고 짐을 대신 들어 주면서 신경을 많이 써 주었다. 가장 친한 친구, 마누라가 최고다.


피렌체

  1. 시내교통
    피렌체 시내에 버스가 다니긴 하지만 중앙역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미술관,성당들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미켈란젤로 공원이 약간 먼데 중앙역에서 걸어서 25분 정도 걸린다.
  2. 로마-피렌체 이동
    유레일패스를 이용할 경우 로마-피렌체 구간은 ESI(유로스타이탈리아)가 다닌다. 초고속열차로서 1시간 30분 걸리고 실제1등석 가격은 50유로 정도인데 예약비가 15유로 정도로 높다. 만일 패스 없이 2등석을 탈 경우 36유로에 탈 수 있으니 기껏 돈 들여 산 유레일패스가 무색할 정도다.이 구간 가격이 가장 비싼 ESI 1등석 기준 50유로니까 다른 구간도 이에 기준하여 기차값을 생각하면 된다.
  3. 기차역에서 쉽게 기차비 알아보기 + 무인기계로 예약하기 (유레일 패스 없을 때)
    각 역마다 무인발매기가 있다. 출발역과 도착역, 날짜, 알아볼 시각등을 입력하면 정해진 열차가 죽 나온다. 열차를 클릭하고 좌석을 어떻게 할 건지 등등을 입력하면(좌석이 없는 경우 없다고 나오므로 좌석 예약이 된다면 그 기차에 좌석이 있는 거다) 운임을 알려주고 직접 결제할 수 있다. 표는 전철표 모양 쏙 나오고. (프랑스 마르세이유역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 기계가 있었는데 유레일 패스가 있는 사람에게도 목적지까지 어떤 열차들이 몇시에 있는지 알아보는데 유용하다)
  4. 피렌체-피사 이동
    피렌체중앙역에서 피사가는 교외선은 한시간에 한두대 정도로 잦으며 유레일패스가 있다면 시간정도만 확인하고 바로 열차를 타면 된다(좌석지정제가 아니며 1등석이래도 상당히 별로다. 2등석 요금은 5유로). 시간은 열차가 정차하는 역의 수에 따라 1시간에서 1시간 20분. 제법 먼 거린데도 빨리 가는 편.
  5. 숙박
    조선족이 경영하는 자매민박에서 묵었는데 1인 25유로이며 아침저녁식사가 무척 푸짐하게 나온다. 위치는 San Zanobi 거리 36번지이다. 중앙역에서 나와 맥도널드 옆길(Nationale길)로 쭉 가다가 Guelfa길에서 오른쪽으로 돌아서 첫번째 나오는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가면 그 길이 San Zanobi길이다. 역에서 5분 정도 걸린다.
  6. 먹고 살기
    먹고 사는 물가는 상당히 비싼 편으로서 물은 1.5L에 1유로정도, 맥주는 1.8-2.5유로, 콜라 작은병이 2.5유로, 빵집에서 왠만한 빵은 1.5-2.5유로였다. 무지하게 비싸서 길거리에서 뭘 사먹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골목골목마다 보이는 작은 슈퍼들에서는 조금 더 싸며 자매민박에서 가까운 Ginori길에는 제법 큰 수퍼마켓이 있다. 이 수퍼의 물가가 진정한 피렌체 서민물가다. 물은 0.3유로, 과자들은 0.8-1.5유로, 맥주 또한 0.5유로정도다.
  7. 꼭 가봐야 할 곳
    아카데미아 미술관, 우피치 미술관(유럽 3대 미술관 중 하나. 전날에 예약하고 예약비 3유로를 지불하면 당일 오랜 기다림을 덜 수 있다), 피사의 사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