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마드리드

마드리드 도착

처음 온 도시답지 않게 뭔가 마음이 느긋하다. 아마 도착부터 기차역 안의 구조나 사람들의 행동거지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가방을 들쳐매고 느긋하게 나와서 역에서 근무하시는 분께 인포메이션이 어딘지 물으니 나이드신 분인데도 아주 정중하게 말끝에 sir, 를 붙여가며 대답하신다. 와. 격식이 느껴지는 말투다. 나 역시 행동을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숙소를 찾아가는 길은 구글맵에서 본 것처럼 짧지는 않았다. 마드리드는 아무래도 에스파냐의 수도. 지도에 나온 거리가 실제 그리 녹록한 거리가 아니다. 게다가 점점 더 많이 쏟아지는 폭우. 방수처리가 된 내 파카도 점차 물솜이 되어가려는데 경아씨의 파카는 이미 졸락 젖었다. 몇 번이나 길을 물어가며 예약한 숙소에 도착하니 반갑게 맞는다. 이 숙소는 첫인상부터 시설이면 시설, 서비스면 서비스 모두 만족인 곳이다. 별 4개급정도 되는데 아파트호텔로는 열쇠 3개 급이라나?

마드리드의 인상

도착한 날이 금요일이라 프라도 미술관 무료입장시간에 맞추어 그곳에 다녀오는 것으로 하고 숙소를 나섰다. 전철의 첫인상은 바르셀로나와 많이 달랐는데 바로셀로나의 전철이 라인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면서 좌석 배치도 천차만별이었던 데 반해 이곳은 마치 우리나라 처럼 일괄적인 좌석배치다. 마드리드에서 탄 전철 모두가 일관된 좌석배치를 보였는데 이런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데도 프랑스와 이탈리아, 바르셀로나를 거쳐온 나로서는 이런 일관성이 오히려 생소했다. 지금까지 거쳐온 도시들의 전철과 버스들의 인테리어는 뭐 하나라도 일관적이면 큰일날 것처럼 각각 개성을 뽐내고 있었으니까. 바르셀로나에서 구엘공원엘 가려고 버스를 탔을 때 버스 안의 모든 좌석의 배치라든가 좌석의 모양이 뭐하나라도 조금씩 다 달랐던 게 참으로 유쾌한 디자인이구나 란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건물들의 모습 또한 전통적인 유럽이다. 화려한 맛은 있으되 유쾌함은 좀 모자란  건축 디자인. 건축물들이 저마다 개성을 뽐냈던 바르셀로나와 초현대적인 건축물들이 전통적인 건축물들과 조화를 이뤘던 빌바오와는 많이 달랐다. 이곳이 진짜 에스파냐의 모습일까? 바르셀로나는 까딸루냐 지방, 빌바오는 바스끄 지방, 이 두 지방 모두 스스로를가 에스파냐인이 아니라 독자적인 민족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하며 언어 역시 독자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니까. 말하자면 우린 에스파냐 안에서도 3개국을 다닌 게 된다.  또, 마드리드에 와서야 표지판이 단순해졌다. 바르셀로나는 까딸란어와 에스파냐어를 병기했고 빌바오는 바스끄어와 에스파냐어를 표지판에 병기했었기 때문이다. ㅤ마치 우리나라가 한글 아래 한자와 영어를 병기하듯.

프라도 미술관의 벨라스께스

프 라도 미술관은 110여개의 방에 빽빽이 미술품들을 전시해 놓았다. 0층(유럽의 층 개념은 1층을 0층이라 한다) 의 인포메이션에서 미술관 플랑(Plan=지도)을 받아 들었지만 방 배치가 너무나 예술(?) 적이라서 거의 미로다. 지도를 가지고 이리저리 돌려 가면서도 어디가 어딘지 몰라 헤매는 일이 잦았다. 또 1층의 루벤스를 시작으로 하나하나가 대작인 작품들인데도 워낙 작품이 많다 보니 한 방에 적게 잡아도 열개 정도의 작품들이 걸려 있어서 도저히 작품을 차분하게 감상할 수 없었다. 처음 들어간 전시실에서 조금 신경을 쓰면서 감상하다가 몇 개 방을 지나니 다 감상할 엄두가 나지 않는 거다.

그래서 일단 이곳에서는 벨라스께스와 고야의 작품을 관심있게 보기로 했는데 중세의 그림 작품들이 사람의 인상을 저마다 비슷비슷하게 아름답게만 표현하는 것과 달리 벨라스께스의 인물화는 모델들 각자의 개성이 명확하게 드러나 있어 감상하는 데 재미있다. 특히 필리페4세의 초상화는 주걱턱이었던 펠리페 4세의 특징이 너무나도 잘 나타나 있어서 나중에 거리에서 비슷한 사람만 봐도 벨라스께스의 필리페4세가 생각날 정도다. 궁정화가였던 벨라스께스는 왕족의 모습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궁정에서 일하던 시종들 광대들, 시녀들의 모습과 초상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당시의 화가로서는 상당히 민중적인 관점을 지니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 뒤를 이은 무리요Mulillo, 고야Goya도 역시나 궁정화가였음에도 민중들의 삶을 관심있게 그렸고 혁명적인 색채를 기반으로 하는 화풍을 개발했으니까. 프라도에서는 벨라스께스와 무리요, 고야의 그림을 자세히 감상한 것으로 만족했다.

소피아 미술관의 피카소

주 로 중세,근세시대 화가들이 주종인 프라도와 달리 소피아는 물론 중세의 화풍도 담고 있지만 미로Miro, 달리Dali, 고야Goya, 피카소Picasso 등 근현대 화가들의 회화와 조형작품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소피아 미술관은 4개 층으로 되어 있으며 0층에서 티켓을 발권하면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올라가서 감상하는 구조다. 이 미술관 최대의 작품은 단연 피카소의 게르니카다. 줄잡아 10여m의 폭에 그린 대작이다. 에스파냐의 독재자 프랑코는 자신에게 대항하던 바스끄지방의 게르니카에 나치의 힘을 빌어 대규모 폭격을 시도했는데 이는 민중을 향한 무차별 폭격의 효시라 한다. 이에 분개한 피카소는 이 일을 고발한 대작 게르니카를 그렸고 프랑코가 죽어 에스파냐가 민주화될 때 까지 이 작품을 미국에 보관했었다. 소피아 미술관에서는 이 게르니카를 처음 구상했던 과정부터 그리는 도중 수정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사진으로 남아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었다.

이 외에 다양한 피카소의 습작과 스케치등도 볼 수 있었는데 슥슥 그려낸 몇 안되는 선에서 느껴지는 인물들의 숨결이 마치 살아 있는 이를 보듯이 자연스러웠다. 우린 주로 피카소 장년기 이후의 입체파적인 작품들만 알고 있는데 이곳에 전시된 작품들을 보니 피카소의 화풍이 변해 가는 과정을 매우 상세하게 알 수 있었다.

이곳에서 바르셀로나의 후안 미로 미술관에서 느낀 점과 비슷한 점을 느꼈는데 거장은 시간이 지나가면서 스스로의 화풍을 단순화시킨다는 것이다. 미로의 말기 그림은 마치 불교의 선화를 연상시켰고 피카소 역시 말년으로 가면서 작품들의 선이 굵어지고 심하게 생략되는 것이 역시나 불교의 선화를 연상시킨다. 예술로 경지가 높아질만큼 높아지면 마치 깨달은 자(부처)와 같이 되는 거다.

뛰센-보르네밋사미술관

이 미술관은 재미있다. 그림이 대략 연대순으로 전시되어 있어서 서양화의 화풍이 어떻게 변하고 있나 하는 것을 체험학습 시켜주는 곳 같다. 우리가 교과서에서만 배웠던 중세화풍, 고전주의, 사실주의, 극사실주의, 낭만주의, 인상파, 입체파, 초현실주의 등 서양화풍의 변화를 샘플처럼 보여주는 작품들이 그득하다. 중세 성화의 화풍은 거룩한 인물은 무표정하게 그리고 전반적으로 인물을 조금 비현실적으로 그렸던 데 반해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똑 같은 주제의 성화라도 인물들이 좀 더 포동포동해지고 인간미가 생기게 되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르네상스 전성기에는 가장 거룩하게 여겼던 성모 마리아 마저도  마치 안아주고 싶을 정도의 아름다운 여인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이채롭다.

섬세한 화풍이 사실주의로 굳어지면서 마치 사진과 같은 밋밋하고 세밀한 그림들이 성행했던 때가 있었고, 그런 사실주의적인 세밀함만에 한계를 느낀 화가들이 자신의 그림에 빛을 첨가시켜 드라마틱하면서도 극사실적으로 표현했던 과정 역시 잘 드러나 있다. 한 번 빛을 고려하게 되니까 역시나 빛이 만드는 다채로운 자연의 색에 눈을 돌리게 되고 이들은 자연스럽게 낭만주의 인상파로 진화해 가는 것이다. 그 색을 표현하기 위한 기법들도 무척 다양해지는데 여기 보르네밋사 미술관에 걸려 있는 작품을 찬찬히 감상하다 보면 화가들이 시도했던 수많은 기법들이 마치 감상자에게 이건 어때? 하고 말을 거는 듯 느껴진다.

인상파 그림들을 감상할 때는 너무 가까이 들여다 보면 안된다. 어차피 화가들은 순간에 포착되는 자연의 모습을 머리 속에 담아 나타낸 것이기 때문에 감상자 역시 흘러가듯이 조금 떨어져서 보는 게 작가의 의도를 잘 이해할 수 있는 법이다, 또한 인상파 그림들은 감상자의 머리속에서 색이 재구성되고  감상자가 가진 유사한 기억과 혼합되어 비로소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가까이서 보면 마구 뒤섞인 색 의 혼합으로밖엔 보이지 않게 되니 감상에 주의를 요한다.

이렇듯 화가의 마음을 읽어 가며 그림을 보다 보니 60여개의 전시관을 장장 3시간에 걸쳐 감상했는데도 다른 미술관에서 감상했을 때에 비해 힘들다는 느낌을 많이 받지 않았다. 프라도와 소피아 미술관을 연일 감상하면서 점점 힘들어져서 이 뛰센보르네밋사를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리스본으로 떠나는 날 구지 감상한 것이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다.

똘레도

마드리드에 수도를 정하기 전 수도였다길래 기대를 많이 하고 찾아갔는데 기대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치 민속촌처럼 중세시절의 건물과 도로를 그대로 보전한 건 예쁘긴 했지만 마드리드 이전의 수도라고 보기엔 많이 초라하다.

대신 이곳은 까스띠야 라만챠 주. 바로 돈키호테의 고장이라서 거리 곳곳에는 기사들에 대한 기념품들이 엄청난 수로 전시되어 있는 게 볼 만 하다. 또한 여러 종류의 칼은 똘레도 특산품인데 품질에 따라 매우 다양한 가격의 상품들을 볼 수 있었다. 기사들의 칼들도 구입할 수 있는데 만일 직접 사용(?)할 게 아니라면 35유로 정보의 사벨(삼총사에 나오는 그 칼)은 기념품으로도 손색이 없지 않겠나. 상점엔 마치 조선검처럼 보이는 칼도 있었는데, 아마도 일본도라고 생각하고 만들었겠지?

전반적으로 작고 아름다운 마을이어서 한나절 정도 놀이동산에 다녀오는 느낌으로 다녀오면 참 재미있을 만한 곳이다. (모르면 무식해진다고, 이건 상당히 주관적이면서 얕은 지식에 따른 평가라서 똘레도 사람들에게 좀 죄스럽긴 하다)

도난의 경험

배낭 여행 경력 8년만에 첫 도난이라니 팔자 늘어졌다고 생각이 들긴 한다. 남들이 아무리 소매치기 조심하라고 버스터미널이나 역 등지에서 가방 훔쳐가는 놈들 조심하라고 했어도 사람 사는 곳이야! 사람들을 너무 의심하면 안돼!하면서 큰 경계를 하지 않으면서 여행을 다니고 있었다. 이번에도 배낭 두개 보조 쌕 두개 해서 총 4개의 배낭이라서 아무래도 타겟이 되기 쉬운 모양새였는데 그날따라 먹자봉지까지 총 다섯개의 짐을 가지고 있었던 거다.

하필이면 우리가 리스본 가는 차의 플랫폼을 잘 못들었던 걸까. 생판 다른 플랫폼에 서서 차를 기다리니 차가 오나. 옆에 계신 분들께 물어보고 그분이 확인해도 전광판에 우리가 가는 차가 안보이는 거다. 출발 15분 전이라 조금씩 마음이 다급해 지는데 갑자가 경아씨가 소리지른다. 4개의 짐을 발 아래 놓고 내가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걸 보고 있었는데 어느새 가방 네 개 중 두개가 원래 있던 자리에서 비껴 있는 데다 두개는 아예 없어졌댄다. 경아씨가 당황해 하니까 옆에 있던 여성분이 도둑이 도망친 쪽을 가리키더라는데 이미 떠난 놈을 잡을 수 있나.

그놈은 대담하게도 발 밑에 있는 가방을 살살 잡아당기다가  네개 중 두개를 가져간 거다. 옆에 있던 사람 역시 뻔히 보고만 있다가 경아씨가 황급해 하니 그제서야 알려 준 거고.

이래서 남유럽을 조심하라고 하나 보다. 가져갈려고 할 때 소리는 못지르더라도 살짝 주인 옆구리를 찔러 주기만 했어도 도난을 막을 텐데. 우리나라도 사람들이 그럴까? 나라의 위신을 많이 생각하는 우리네의 속성상 아마 안 그럴 거다. 다른 나라 여행자들에게 나라 망신 아닌가. 독일같은 나라의 시민의식과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에스파냐. 뭐, 나라보다 개인이 중요한 개인주의적인 생활관에서 비롯된 태도라면 태도랄테지만.

도둑님은 취사도구가 들어있는 내 배낭은 놓아두고 리복 상표가 확연한 집사람의 옷가방 그리고 뭔가 있을 것 같아 보이는 모나코 백을 슬쩍해 갔는데 이도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리복은 여벌의 옷가방이었고 뭔가 있을것처럼 보이던 모나코백엔 1유로짜리 포도주와 탄산수하고 우유남은 것 밖엔 없었으니까. 일단 여행에 중요한 건 모두 남아 있었는 데다 리스본 버스 출발시간이 코앞에 다달아서 경찰에 신고도 못했다.


마드리드 (스페인)

  1. 빌바오-마드리드 이동하기
    빌바오 abandon역에서 마드리드 가는 열차는 수도로 가는 것 답잖게 의외로 하루 두편이다. 역의 매표창구에서 물어보면 시간을 잘 가르쳐 주며 가격은 1등석 50유로, 2등석 38유로. 2등석도 아주 편안하고 좋다
  2. 도착후 숙소 정하기
    마드리드의 가장 번화가인 sol지역에 숙소들이 아주 많다지만 우린 ratestogo.com에서 tetuan역 앞 Mulillo거리에 있는 QUO APT Hotel을 60유로에 예약해서 이용했다. 마치 한국의 콘도미니엄처럼 호텔방과 주방이 분리되어 있고 전기조리기와 전자렌지등이 구비되어 있어 취사가 가능하긴 한데 조리용기(냄비 등)은 없었다.그리고 실제 sol지역엔 게스트하우스와 호스탈등이 많이 보인다.
  3. 마드리드 시내교통
    빌바오에서 오는 기차는 마드리드의 샤마르틴(Chamartin)역에 도착하는 데 역의 여행안내소에서 시내지도를 받아 메트로를 이용하면 거의 모든 관광지를 경유하므로 편리하다.(1회권 1유로, 여러명이 사가능한 10회권 7유로, 개인사용만 가능한 1일권 4유로. 티켓은 메트로와 버스 공용사용이다)
  4. 시외 버스이동
    1일권티켓 중 8유로짜리 T-Zone 티켓을 구입하면 마드리느 시내 메트로/버스 무제한 과 교외의 톨레도와 과달라하나로 가는 시외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시외버스는 전철 6호선의 Mandez Alvaro역에서 연결된 버스터미널에서 타며 톨레도나 과달라하나 가는 버스가 소속된 회사 창구에 가서 T-Zone 티켓을 보여주면 버스표로 교환해 준다.에스파냐 각지로 가는 버스와 국외로 연결되는 버스도 이곳에서 출발한다.
     
  5. 먹고 살기
    메뜨로 sol역 앞에 엘꼬르테스 잉글레즈 백화점이 있고 거기에 대형 슈퍼가 있다. 그 외 시내 곳곳에 크고 작은 슈퍼가 있는데 다들 아시아 음식은 거의 안 판다. 아시아 음식(라면 포함)을 사려면 벼룩시장이 열리는 광장(Plaza Cascorro)에서 플라싸 마요르로 올라오는 길에 형성된 작은 차이나타운에 있는 슈퍼에 가면 된다.
  6. 꼭 가볼만한
    프라도미술관(중세-근세정통회화 중심), 소피아 미술관(근세회화중심), 띠센보르네밋사 미술관(근세-인상파회화 중심)으로 분류되어 있어서 취향에 따라 가 보면 좋겠다. 프라도와 소피아 미술관은 다음과 같은 정책으로 무료관람을 시행하고 있으니 참조.
    프라도미술관 무료개관 : 월요 휴관일을 제외한 개관일에 18세미만은 무료 입장 / 화-토요일은 오후6시부터 오후8시까지 모두 무료. / 일요일은 오후5시부터 오후8시까지 모두무료.소피아미술관 무료개관 : 토요일 14:30분부터 19:00까지 / 일요일 10:00 부터 14:30까지 (전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