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세비야, 꼬르도바

포르투갈에서 다시 스페인으로

11시에 출발한 버스는 멋진 건축물들이 즐비한 오리엔테 역을 거쳐 바다를 가로지르는 대교를 건넌다. 이 다리가 아니었다면 아마 3-40km는 돌아가야 했을 것 같은데 다리는 바다를 건너는 것 답게 엄청나게 길다.

리스본에서부터 남부 해안도시 파로Faro까지 가는 길은 일사천리 고속도로다. 넓은 왕복 6차선 도로에 다니는 차는 거의 없다. 운전사 아저씨는 꽤 심심하셨을 듯 하다.

이상하다. 파로까지 가는 3시간 동안 변변한 도시 하나 보지 못했고 도로변에 공업과 관련한 어떤 것도 보지 못했다. 본 것이라면 목가적인 풍경의 흰벽을 예쁘게 나타내는 마을들 여럿과 풀을 뜯는 양들, 넓게 펼쳐진 초원 등등...이렇게도 도시나 개발의 흔적이 없다니 신기할 지경이다. 게다가 간간이 보이는 비닐 하우스는 나뭇가지를 프레임 삼아 얼기설기 엮은 원시적인 방법. 아프리카의 초원지대를 이동하고 있는 건지 착각이 들 만큼 엄청난 풍경이다. 자연이 잘 보존된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래서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가 운용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렇다고 농업국가답게 잘 보존된 자연을 이용하는 관광 마인드를 갖추고 있다면 모를까. 지금처럼 포르투갈 관광 하면 리스본과 포르투 만이 인식되는 상황에서는 다른 EU국가들에 비해 경제가 많이 뒤쳐질 수밖엔 없지 않을까 하고 느꼈다.

이런 풍경은 스페인 국경을 넘자마자 확 달라진다. 비닐하우스부터 제대로 된 프레임을 갖추고 있고 빈 땅마다 작물을 그득하니 심었다. 중장비를 이용해 개발하고 있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포르투갈의 너무나도 개발 안된 모습과 아무 의미도 없는 국경 하나 넘었을 뿐인데(검문소조차 없다) 이리도 달라지다니. 경아씨는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넘어 올 때 비슷한 풍경을 봤다고 했고, 난 캄보디아에서 베트남으로 넘어올 때의 풍경 변화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세비야에서 받은 도움

세빌리아의 이발사라는 오페라로 익히 알려진 세비야. 달랑 숙소가 있는 거리 이름만 적어 들고 버스터미널에 떡 내려 보니 난감하다. 국제선 버스가 도착하는 아르마스Armas 터미널의 인포에서는 여행정보 서비스를 안한다고 딱 써 놓았고 일단 방향감각부터 없는 상태다. 메모엔 Metro Plaza Nueva역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길에서 물어본 언니 말에 따르면 메트로는 없고 트램역이라고. 게다가 그 언니는 우리가 가려는 Plaza Nueva 가 멀지 않으며 관광안내소가 아직 일하고 있으니 찾아가 보라며 위치를 알려 주었다. 고마운 일이다.

관광 안내소에서 지도를 받아들고 일단 누에바 광장으로 찾아갔다. 하지만 우리 숙소인 오아시스 호스텔이 있다는 꼼빠니아 거리를 도통 찾을 수 없었다. 지도에서도 찾을 수 없고 누에바 광장 관광안내소에서도 그런 거리를 모른다고 한다. 마침 관광 안내소를 나오던 두 처녀가 우리가 버벅대고 있자 먼저 도와주려고 와서 지도를 몇번이나 훑어봐 주었지만 지슷한 이름의 광장 (꼼빠나)만 찾았을 뿐. 일단 그곳으로 가보라 해서 찾아가 봤지만 도통 꼼빠니아 거리는 알 수 없다. 아는 사람도 없다. 난감한 상황.

경아씨가 호스텔 직원끼리는 혹시 알지 않겠냐고 눈에 띄는 호스텔 유니온 에 들어가 여쭈어 보니. 나이 지긋하신 쥔 양반이 두툼한 지도책을 뒤져 가며 위치를 알려 주셨다. 알고 보니 지도엔 나와 있었지만 그냥 좁은 골목길일 뿐인 거다. 주변에 사는 사람 아니면 도저히 알 수 없는 그런 위치에 있는 오아시스 호스텔. 아마 유니온 호스텔의 쥔 어른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우린 예약한 숙소를 못 찾고 그냥 빈 방이 있는 아무곳에서나 묵었을 거다.

세비야 대성당

이곳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콜럼부스의 관을 지고 있는 네 왕조의 왕들을 묘사한 상이다.  세상에 황제도 아닌 한  인간을 네 왕이 관을 들고 장사를 지내는 상이라니. 야심가이면서 신대륙 발견 뒤엔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요구해서 미움을 사고 쓸쓸히 죽었던 콜럼부스지만 그가 죽고 나니까 그가 한 일이 얼마나 엄청난 일이었는지 새삼 느낀 듯 하다. 에스파냐 입장으로는 제국주의 초기에 신대륙에서 착취한 재화를 바탕으로 식민 제국주의를 선도하는 세계최강국가가 된 경험이 있기 때문일까?

세비야의 멋진 에스파냐 광장

에스파냐 국내선 버스들이 출발/도착하는 산 세바스챤 터미널 옆에 에스파냐 광장이 있다. 지금까지 에스파냐의 도시들마다 광장이 있긴 했지만 현대적인 의미의 광장이거나 건물들로 둘러싸인 고풍스럽고 좁은 광장밖에 못봤는데 세비야의 에스파냐 광장은 한마디로 스케일 크고 위풍당당했다. 신대륙 수탈 시대, 신대륙에서 온 수많은재화들로 넘쳐나 부를 구가했던 곳 다운 웅장한 풍경의 광장이다.  

코르도바

뭔가 있어 보이는 이름. 코르도바. 하지만 가죽제품 브랜드인 코르도반에서 도시이름을 따왔다고 하는 데 정말일까? 고풍스러울 것 같은 도시이름이지만 막상 버스가 도시에 진입하자마자 꽉 막힌 교통체증이 우리를 반긴다. 시 외곽에서부터 이리도 막히다니. 버스는 광활한 벌판 신도시 지구에 위치한 터미널에 도착했다. 바로 옆엔 국철역이 제법 큰 규모로 자리하고 있다. 역사안에는 인포메이션이 있긴 한데 2시부터 4시까지는 점심시간. 겨울에는 시에스타 시간이 없다던데 이곳 남쪽지방은 잘 지키나 보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참한 처자에게 메스끼따를 물어 보니 3번 버스를 타라고 가르쳐 주고서는 걱정이 되었는지 버스에 탈때 기사분께 우리에 대해 단단히 당부해 둔다. 왜냐면 이 3번 버스가 일방통행길을 달리기 때문에 꼬르도바 시가지를 다 돌고 나서 종점으로 돌아오는 길에 메스끼따에 들르기 때문. 결과적으로 예정에 없던 도시관광 시간이 주어졌다.

신도시 지구를 벗어나자 갑자기 도로가 좁아진다. 버스는 대형인데 가는 길은 마을버스나 갈 만한 좁은 길이다. 이런 상태의 길이 꼬르도바 시가지 내내 이어진다. 게다가 양쪽에 주차한 차들로 마주오는 차와 도저히 교행할 수 없는 상태다. 이래서 도시길 거의 모든 곳이 일방통행인가 보다. 이리도 길이 좁고 건물도 옛날 식인데도 불평없이 사는 사람들이 대단하다. 주어진 여건에 지족하며 사는지들 원.
길이 조그만 막히면 불평하고 옛집을 허물고 길을 사방팔방으로 쫙쫙 내 놓아서 차를 쌩쌩 달리게 하고, 결국 위험하니까 큰 차만 고집하고, 그래서 뚫어놓았던 길이 다시 막히는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동방의 어떤 나라 사람들과 많이 비교되는 부분이다.

코르도바에선 메스끼따 한 곳만 기행할 수 있었다. 메스끼따는 원래 있었던 건물을 코르도바의 이슬람 왕조가 상인으로부터 구입하여 모스크로 개조하였는데 기독교 세력이 이곳을 점령하면서 외부로 통하는 빛의 창문을 다 가리고 이슬람의 문양들을 지운 뒤에 교회로 다시 개조한 곳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메스끼따(모스크)란 말 보다 까떼드랄(성당)이라고 부른다.

유럽의 중세 성당들을 기행하다 보면 하나같이 내부를 어둡게 만드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 이곳도 일부러 모스크의 창문을 가려 빛을 차단했다고 하는데 왜였을까? 요즘은 가톨릭 성당이나, 그리스 정교 성당이나 모두 내부가 환한데 말이다. 중세의 기독교는 왜 그리 침침한가.

내부는 기둥이 촘촘히 박혀 있는 이슬람 모스크에서 많이 보는 전형적인 양식이다.  성당으로 개조했지만 천정이나 벽체의 화려한 이슬람의 조각문양들은 차마 파괴하지 못했는지 많은 부분 남아 있어서 퓨전의 느낌을 준다. 황금이나 성화, 조각들로 치장하는 기독교회와는 달리 이슬람 성당은 촘촘한 기하학적 문양을 벽체에 장식한다.

이슬람이나 기독교나 모세로부터 기인한 똑 같은 하느님을 섬기지만 성당의 짜임은 다른데 민중교화를 주목적으로 한 기독교가 예수상이나 성화 등 눈에 보이는 이미지를 이용해 하느님을 섬길 수 있게 만든 반면 이슬람의 경우 모세 십계의 계율을 철저하게 지킨 관계로 성당 안에 일체의 인격상은 없다. 대신 진리를 나타내는 기하학적 무늬(이게 뭘 뜻하는지는 참 어렵다)로 성당을 꾸미는 것이다.

내겐 이런 모습이 어렵지 않게 다가왔는데 이유인 즉슨, 내가 원불교인이었기 때문이다. 불교 역시 상을 세우고 섬기지 말라는 부처님의 당부말씀이 있었음에도 모든 절에서 불상을 세운다, 탑을 세운다 하며 인격신처럼 섬기지 않는가. 하지만 원불교는 부처의 원 뜻을 받들어 만물 진리의 상징인 원 하나만을 덩그렇게 불단위에 그려 놓고 있다. 이슬람의 복잡하고 기하학적인 무늬나 원불교의 동그라미 하나나 별 차이 있겠나.

이슬람은 진리를 쉽게 풀려 하다 보니 설명이 복잡해져서 그리도 무늬가 복잡한 거고, 원불교는 어차피 모든 것은 원으로 돌아가니 그것 하나만 덩그러니 놓은 거고. 다 똑 같다.


세비야,코르도바

  1. 시내로 진입하기
    세비야의 버스 정류장은 산 세바스챤(국내선), 아르마스(포르투갈 행)의 두곳이다. 산세바스챤은 구시가 북쪽에, 아르마스는 남쪽 강변에 있는데 두곳 다 구시가 중심지인 플라자 누에바(Plaza Nueva)까지는 도보로 20분 정도 걸린다. 버스나 트램도 있지만 멀지 않으니 걷는 게 좋을 듯.
    코르도바는 시의 약간 외곽에 터미널이 있으며 3번과 16번 버스를 타면 구시가의 중심인 메스끼따(아랍 모스크)에 도착할 수 있다.
    일방통행이 많기 때문에 버스들이 가고 오는 루트가 다르니 기사분께 어디 내린다고 말을 해 두면 좋다
  2. 시내교통
    관광지 대부분은 걸을 수 있다.
  3. 먹고 살기
    세비야는 구시가의 중심인 Plaza Nueva 근처 Plaza Compana 에 엘꼬르테스 잉글레즈 백화점이 있고 코르도바의 경우엔 중앙광장 (Plaza Tendillas)옆 샛길인 Malaga 에 Dia % 슈퍼마켓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