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마라케시

역에서 내리니 첫눈에 현대적인 도시의 모습이었다. 대단히 넓고 쭉 뻗은 길에 도로 위를 가로지르는 불빛장식들이 마치 이곳이 유럽의 어느 도시인 것 처럼 느끼게 했다. 마라케시 역은 페스에서처럼 새로이 현대적인 역으로 건축되고 있었는데 건축되고 있는 모습이 거대하다. 페스는 분위기가 다분히 아프리카 같다는 느낌이었지만 이곳 마라케시의 신시가는 길에 나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광장에서 보드를 타는 청년들의 모습, 특히 히잡을 쓰지 않고 다니는 처녀들도 많이 눈에 띄어 역시나 유럽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별 다른 교통 정보가 없었기에 상당히 오랜 시간 길을 걸어 구시가지로 향했다. 한 40여분 걸었나 보다. 시간이 10시가 다 되어 가는데 거리에는 사람들이 무척 많아서 밤 늦게 다니는 데 별 걱정이 없었다. 이곳에서 아프리카적인 모습을 하나 꼽으라면 길에 사람과 차가 뒤섞여서 지나는 곳이 많다는 것과 사람이 길 건너는데도 차가 안선다(^^)는 것이랄까?

구도시 중심인 Djemma el-fna 광장에 면한 Bab Agnaou 길은 마치 방콕의 카오산을 연상시키듯 호텔들이 밀집해 있는 여행자 거리다. 도시의 여타 거리에 비해 지나치게 번화한 모습에다 해적판 영화,CD, 각종 악세서리 판매상 등이 난립하고 서양식 샵들도 많아 거의 카오산의 예전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아직 관광객에 비해 호텔이 많은 듯 호객도 많다.

저녁마다 광장에선 멋진 일들이 줄을 잇는다. 광장의 절반 정도는 엄청난 수의 포장마차들이 거대한 먹거리 촌을 만들고 있고 광장의 가장자리엔 쥬스가게와 넛트가게가 즐비하다. 다른 절반에는 뱀묘기꾼, 차력사, 뮤지션, 광대, 이야기꾼 들이 사람들을 구름처럼 모아 놓고 판을 벌인다. 그런데 이야기꾼이라고? 맞다. 세상에나 이곳에는 아직도 이야기꾼이!! 물론 아랍어이기 때문에 우린 전혀 알아들을 순 없지만 이야기꾼이 불을 밝히고 마이크를 이용해 이야기를 진행하면 경청하다 웃다 하면서 이야기에 빠져드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말 이채롭다. 이런 특별한 이유로 2001년 유네스코는 이 광장을 'Masterpiece of the oral and intangible heritage of humanity"로 선정했다 한다.

이 광장에 차려진 먹거리들 가운데 가장 독특한 거라면 바로 양머리 통수육이다. 새끼 양의 머리를 잘라 털은 불에 그을린 뒤 머리를 통채로 물에 푹 삶아 야들야들하게 한 뒤에 주문을 받으면 머리통을 하나 꺼내서 눈알을 빼고 턱턱 썰어서 접시에 내 주는 거다. 메뉴상에서 Tete 는 한마리분, Demi는 머리반쪽을 나타내는데 Demi를 시키니 머리를 쑥 꺼내서 반으로 턱 자르고 살살 살을 발라 접시에 내 주었다. 실제로 머리 반쪽이지만 접시에 담긴 건 작은 접시 한 접시 분량 뿐. 소금을 찍어 먹으면 솔직히 말해 개고기 수육같은 진한 맛이 난다. 사실 정말 맛있다. 가격도 30dh 밖에 하지 않으니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보양식 아니겠나. 우린 이틀 저녁 모두 이 요리만 먹었다.

광장의 북쪽에는 페스에서와 같이 미로처럼 얽힌 상업지구가 있고 마라케시 박물관과 몇 개의 모스크가 있지만 하루 종일 뒤지고 다녀도 겨우 마라케시 박물관만 찾았을 뿐 길을 잃고 미로에서 헤매기만 했다. 박물관을 찾으러 한참 헤매다 고맙게도 경찰관을 만나 물어 보았는데 매냥 비슷한 곳에서 뱅뱅 돌고 있고, 또 한참을 헤매다 어리벙벙하게 서 있으니 어떤 청년이 길을 알려 주는데 이번에는 아예 박물관의 정 반대쪽, 그러니까 출발한 광장보다 더 남쪽으로 내려와서 헤매고 있다는 걸 알았다. 론리플래닛에 써있기를 모로코에서는 나침반이 필요하다 하던데 종내 미로를 헤매다 보니 그 말이 정말 와 닿는다. 펜에 달린 조그만 나침반이라도 있었으면.
하루를 온종일 헤매고 나니 겨우 광장 서쪽과 북쪽의 골목이 보이는 듯하다.

광장 동쪽은 출발하는 날 아침에 둘러봤다. 어제 하루 종일 헤멘 탓인지 어렵쟎게 길을 찾을 수 있었고 서쪽으로 이동하는 데도 별 무리가 없다. 미로같은 마라케시지만 하루만 지나면 대강 파악이 되는것 같은데. 어제는 도통 길을 잡지 못해 박물관 패키지 입장료를 선뜻 구입하지 못했었는데 오늘 같으면 그냥 찾아갈 것 같다. ^^

마라케시에서 미로를 헤매면서 가장 많이들은 말이 곤니찌와!다. 뭐 아시아인들로는 일본인들이 주로 왔기에 그렇게 하는 거겠지. 인사는 인사지만 단지 호객 행위에 불과하기에 반갑지 않은 데다 일본어 인사라니. 그런 것을 모른체 지나가기도 그렇고 일일이 응대하기도 힘든 일이다. 게다가 길을 찾으려고 약간이라도 두리번 거리면 길을 알려주겠다고 나서는데 그건 좋지만 뒤끝이 별로다. 꼭 돈을 요구하기 때문. 몇 걸음 안 가서도 길을 알려주고 나면 팁을 요구하는 모습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페스에서 길을 알려주고 팁을 요구하는 젊은 녀석에게 우리말로 타일러 보냈더니 저 멀리 가다가 돌을 주워 너댓개 우리에게 던지던 모습이 다시금 떠오른다. (이녀석, 길을 반대로 알려 줘서 덕분에 도시성곽 탐사를 찐하게 했었다.)

꼭 그런 치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우리가 박물관을 찾다 지쳐서 점심식사를 한 곳에서는 밥 먹고 나서 계산할 때 보니 빵 찍어 먹는 소스값에다가 본  요리도 제법 바가지를 씌웠길래 약간 항의하고 다시 흥정해서 깎아서 냈는데(먹고나서 흥정한 건 처음이다^^) 그 집에 론리플래닛을 두고 나온 거다. 모르고 있다가 숙소에서 낮잠자고 나오니 기억이 났다. 그집을 다시 찾으려고 미로탐사를 30여분 한 뒤에 가까스로 그 집을 찾은 시간이 식사하고 나온지 한 네시간이 흐른 뒤다. 나를 보더니 인사하면서 론리플래닛을 바로 건네준다. 우리가 그걸 놓고 갔다고 책을 잡아들고 가게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 음식값 바가지는 씌울 지언정 기본적인 도리는 확실히 지키는 거였다. 미지의 나라를 여행하는 이에게 론리플래닛은 마치 나침반과 같은 것이란 걸 그이도 알까?

출발하는 전날 밤엔 보름달이 떴다. '마라케시의 하늘에 뜬 보름달' 이라 하면 뭔가 서정적이고 폼 나는 것 같지만 실상은 여행자들과 현지인들로 무척 시끄러운 광장에 뜬 달일 뿐... 그래도 예쁘게 꾸며진 숙소의 옥상에서 보는 보름달은 참 예뻤다.


마라케시

  1. 시내 이동하기
    역에서 Ave.HassanII 길 - Ave Mohammed V 길로 접어들어 Cyber Parc 지나 계속 직진해 Koutobia 탑이 보이면 그곳부터 구시가. 밤에는 구시가 중심 Djemma el-fna 광장의 포장마차들 불빛이 밝아 쉽게 찾을 수 있다.(마치 오징어배 같다 ^^).
    버스로는 역 맞은 편에서 8번 버스를 타면 종점이 Djemma el-fna 광장이니 쉽게 올 수 있다. 이 버스는 버스터미널(Gare Routine Marakeshi)도 거쳐 가니까 유용하다.
  2. 도착 후 숙소 정하기
    일단 구시가 중심 광장 Djemma el-fna 광장에 도착하면 호텔들이 굉장히 많다. 론리에 소개된 ASIA호텔은 300dh에 아침 제공한다고 하나 꽉 차 있었고 역시나 론리에 게재된 Hotel Suria 도 이미 꽉 차 있었다. 다른 호텔은 처음에 부풀려 부르는 값에서 예산을 절반 정도 줄여서 말해 주면 알아서 제값을 부르는 분위기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ASIA호텔 바로 옆의 El Atlal 호텔(200dh)인데 현대적인 시설에 매우 깨끗하고 핫샤워도 가능했다. 
  3. 먹고 살기
    저녁에 열리는 먹거리 장터네서 각종 먹거리들을 맛볼 수 있다. 가격은 대부분 포장마차에 붙어 있는데 양고기 머리반쪽 수육(Demi:반쪽)이 30dh. 달팽이수프(10dh), 각종 케밥(30dh)정도에 먹을 수 있다.
    슈퍼마켓은 ACIMA Supermarket이 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큰 길가에 있고 사람들로 무척 붐비는 곳이니 역 앞에서 누구에게든지 물어 보면 알 듯. 그 외 Djemma el-fna 광장에서 12번 버스를 타면 대형 쇼핑몰 Marjane(마르죵이라고 읽음)으로 갈 수 있다 하나 가 보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