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유럽/모로코여행

9. 남부 이탈리아(나폴리,쏘렌토,카프리)와 로마

2008.1.27(일) 베니스 - 나폴리

아 침 7시 반에 일어나 밥을 먹고 8시 10분에 나서서 배를 탔다. 역에는 파도바 가는 열차가 있어서 메스티레까지 한 정거장이라 탔더니만 얼른 출발을 하지 않아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9시 5분에 도착하여 바로 옆에 대기 중이던 우리 열차를 탔다. 일등석 컴파트먼트는 사람이 많지 않고 조용해서 편하다. 할일이 별로 없으니 나는 주로 잠을 자고 남편은 컴퓨터를 썼다. 열차는 상당히 빠르게 달리며 지역이 바뀔 때마다 3번이나 표검사를 한다. 어제 산 오렌지와 남은 음식인 빵과 치즈 등을 먹었다.

5 시 20분 쯤 나폴리에 내려 민박에 전화를 하니 아주머니가 나오셨다. 숙소에는 우리 밖에 없어 방을 같이 쓸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나폴리 바닷가에 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셔서 지도를 들고 숙소를 나섰다. 나폴리가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다며 버스에서 소매치기만 조심하라고 하셨다.

걸어서 가는 동안 도시가 몹시 지저분한 것이 놀랍다. 아프리카보다 더한 이곳이 정말 유럽일까 생각될 정도이다. 왜 이렇게 더럽게 사는지 이해가 안된다. 트램을 타고 산타루치아 항구를 지나 바닷가에 가니 밝게 하면 이미지가 좋을텐데도 상당히 어둡다. 별로 볼 것도 없고 파는 것도 없는 평범한 바다이다. 멀리 사람들이 사는 산 자락으로 불빛이 보이고 바다에는 배들도 거의 다니지 않는다. 도시의 광장은 상당히 넓고 멋졌으나 무슨 행사를 했는지 역시 캔이며 잡다한 종이 쓰레기로 넘쳐났다. 훌륭한 건물도 많고 바닷가 성채들, 궁과 함께 관광지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 그것을 깨끗하게 잘 유지하지 못하고 안 좋은 이미지로만 남아 았는 것이 안타깝다. 지금은 별로지만 3대 미항이라는 명성과 폼페이 유적지, 소렌토, 카프리를 끼고 참으로 좋은 관광의 조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막상 도시를 살펴 보니 아무 생각없이 사는 것 같다. 그러니 로마에서 이곳에서는 오지도 않고 세 도시를 낀 '나뽐소'나 아말피를 포함한 '나뽐소아'라는 새로운 관광 명칭이 생겼다. 찬찬히 둘러 보아도 괜찮을 도시처럼 보이는데도 더러워서 영 이미지는 안 좋다.

버 스로 숙소에 와서 삼겹살에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부페식으로 반찬을 덜어 먹는 방식이라 훨씬 편리하다. 과일도 한쪽에 먹도록 두신다. 소렌토에 호텔을 예약하고 짐은 중요한 것만 챙기고 숙소에 맡겨 보기로 한다. 로마행 열차는 시간이 다양해서 일단 표는 타기 전에 사기로 했다. 따듯한 물도 잘 나오고 샴푸와 수건도 있는데다가 침대에는 전기 담요가 아래 깔려있어 뜨끈하다. 난방도 잘 해 주시고 아주머니가 소렌토 주변의 관광지도 친절하게 소개해 주셔서 거의 가이드 급이시다. 여러 가지로 편한 숙소이다. 엄마와 해안, 아버지께 전화하고 감기 기운이 있어 잔다.
 

2008.1.28(월) 나폴리 - 폼페이 - 소렌토 - 포지타노 - 소렌토

따 듯한 전기 담요와 난방 덕분에 포근하게 잘 잤는데도 감기 상태는 안 좋다. 머리가 띵하고 식욕이 없다. 6시에 일어나 화장실도 가고 일기를 쓴 후 다시 잠을 잤다. 아주머니께서 늦잠을 주무시는 바람에 밥은 8시가 넘어서야 먹을 수 있었다. 다행히 우리 짐도 맡아 주신다 해서 홀가분하게 1박 2일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말씀하시기를 좋아하셔서 꼼꼼하게 갈 곳과 버스에서 앉을 방향까지 챙겨 주셔서 좋았다. 게다가 아침은 나물과 고기, 마파두부, 두부 넣은 김치국까지 다양해서 식욕이 없었는데도 맛있게 잘 먹었다. 분위기도 집과 같고 집에서 먹는 식사에 가까운 민박이었다. 아주머니는 하얼빈 분이신데 로마에 와서 고생한 이야기부터 지금의 민박집을 경영하게 될 때까지의 과정을 구성지게 잘 하신다.

덕분에 시간이 좀 더 늦어져서 짐을 맡기고 나와 9시 11분 사철을 타게 되었다. 조그만 전철은 밖이 그래피티로 떡칠이 되어 있어 정신이 없다. 게다가 역 주변도 지나치게 낙서가 되어있고 전철도 매우 빨라서 약간 어지러울 정도였다. 베수비오 화산은 나폴리에서도 보이지만 폼페이로 갈 수록 거대하게 다가온다. 윗 부분이 넓어서 많이 분출했던 흔적과 용암이 흘러 내렸던 길이 보인다. 용암은 좀 묽었던 듯 살짝 퍼진 채 솟았는데 길이 있어서 위로 올라갈 수도 있단다. 어찌보면 한라산과도 비슷하게 보인다.

080128_002.Pompei.Entrance080128_003.Pompei.5.Basilica
080128_005.Pompei.4.Apollo080128_006.Pompei.6.Forum080128_004.Pompei.4.ApolloTemple-1

폼 페이 빌라 데이 미스테리역에 내려 표를 끊고 설명 책자와 지도를 받은 후 일단 화장실에 들렀다. 남편은 지도로 길을 찾고 나는 책자에서 해당 번호의 장소를 설명해 주는 방법으로 돌았다. 폼페이 유적은 하나의 도시라서 상당히 넓다. 잿더미에 묻혀있다 발굴되어 비교적 보존 상태가 좋으며 지금도 발굴 중이다. 자연이 하나의 도시를 그대로 2천년 간 간직했다면 이것을 발굴한 인간의 의지도 대단해서 자연과 인간의 승리라고 부를 만한 곳이다. 우선 규모에 놀라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도시의 구석구석의 모습에 놀란다. 공회당, 모자이크와 프레스코 벽화로 호화롭게 장식되었던 집들, 가게, 평범한 집들, 신전들, 원형 또는 사각형의 다양한 극장들, 목욕탕, 많은 사람들이 먹었을 화덕이 남아있는 식당들, 포도원 등 한 도시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폼페이에 대한 자세한 앨범은 http://anakii.anakii.net/india.anakii.net/2008Europe/album/album14_Pompei.html 에 있습니다)

080128_018.Pompei.080128_024.Pompei.080128_031.Pompei.43.GreatTheatre-1
080128_039.Pompei.67.PublicSnackBar080128_038.Pompei.080128_042.Pompei.HorsePark

오 랜 동안 번성하여 쓰인 덕분에 심하게 닳아버린 계단이나 마차가 다녔던 깊은 바퀴자국들, 말을 매 두었던 돌 홈을 보면 당시 살았던 벅시글한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역시 약간은 미로와 같아 보고 싶었던 개조심 모자이크가 있는 시인의 집은 못 찾았다. 또 나중에 저녁 때 숙소에 와서 보니 바닷가가 보이는 쪽에 부유층의 빌라들이 있다는데 그 중에 역의 이름이 된 빌라 데이 미스테리가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보지 못해 안타까웠다. 하도 넓어서 책에 있는 것을 꼼꼼하게 다 살펴 볼 수 가 없었는데도 거의 4시간이 걸린다. 

080128_061.Pompei.13.ProduceMarket080128_062.Pompei.13.ProduceMarket080128_064.Pompei.13.ProduceMarket

무 엇보다 가스에 질식하고 재가 쌓여 그대로 굳어 보린 사람들의 모습이 애처로웠다. 특히 포도원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여자와 아기 등 여러 명의 시람들이 침대에 누워 있던 채로 굳어 여러 명이 한꺼번에 남았는데 대부분이 손을 얼굴 쪽으로 가리고 있었으나 상체를 반쯤 일으키려다 죽은 사람도 있다. 심지어는 얼굴이 일그러져서 그 당시의 고통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석고상도 있었다. 발굴하고 잘 보존된 최대의 유적이 아닐까 싶다. 자세히 본다면 꼬박 하루가 걸릴 듯한 거대한 박물관으로 제 값을 하고도 남을 만한 곳이었다. 오렌지 만 먹고 돌았는데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화장실이 없어 참으로 고생이었다. 밖으로 나와야 만 화장실이 있어서 이 때문에 더 오래 돌 수가 없었다. 물론 1일권이라서 나왔다 또 들어가도 상관은 없다.

1시 40분에 소렌토행 전철로 생 아그넬로 역에 내렸다. 걸어서 숙소를 찾으러 가는데 사람들이 사는 한적하고 깨끗한 마을의 모습이 마음에 든다.

마 미까밀라는 넓은 가정집을 호텔로 만들어 가족이 운영하는 곳으로 처음에는 요리를 가르치는 곳이었단다. 음식이 유명하고 맛이 있어 저녁 메뉴가 18씩인데 우리는 비싸서 신청하지 않기로 했다. 방은 아주 깨끗하고 침구가 좋으며 아늑하다. 난방도 잘 되고 창 밖으로 소렌토의 언덕이 보인다. 숙소에 짐을 두고 소렌토 시내까지 열심히 걸었다. 조용한 주택가의 길을 끼고 걷다보면 넓은 바다의 전망이 들어온다. 멀리 나폴리가 보이는 바다는 지중해 답게 맑고 푸르다. 여름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수퍼를 찾았으나 시에스타 중이고 4시에 다시 문을 연단다. 포지타노에 가는 시타버스 시간을 확인하고 난 후 토마토, 가지 피자 두개와 크로켓 두개를 샀다. 피자는 양은 많지만 짰고 특이하게도 기름진 크로켓은 마카로니 국수를 뭉쳐서 튀긴 것이어서 맛이 묘하다. 취사를 하지 않고 사 먹고 다녔다면 늘 이런 음식을 먹었을 터이니 참 답답할 노릇이다. 다음에는 꼭 맨 빵을 사기로 했다.

080128_075.ToPositano080128_078.Positano.080128_077.Positano.

버 스는 아주머니 말씀대로 바다 쪽을 향해 앉았다. 아름다운 절벽길을 따라 구불구불 올라가며 반도의 뒤편으로 간다. 역시 운전 솜씨가 훌륭하다. 바짝 벼랑에 붙어 버스가 갈 때도 있어 경치는 절경이다. 1시간을 달려 포시타노에 내렸다. 바다에서 고개를 획 쳐들어야 산 꼭대기가 보일만큼 가파른 곳이다. 그 벼랑에 집을 만들다니 정말 솜씨들이 대단하다. 거의 직진으로 해변을 향해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있었다. 집들은 작고 예쁘며 벼랑에 있으니 전망들이 모두 기가 막히게 좋다. 좁은 계단을 꼬불거리며 내려가면 짙은 회색 돌들이 부서져 거무스레하게 보이는 해변이 나타난다. 맑은 바다에 절경인 산과 집들, 해가 저무는 풍경이 모두 대단히 아름다웠다. 

080128_085.Positano.080128_087.Positano.080128_092.Positano.
080128_093.Positano.080128_105.Positano.
080128_103.Positano.080128_108.Positano.

나 폴리에 왔을 때는 이런 곳이 있으리라고 상상도 못했다. 소렌토도 그냥 평범한 바닷가일 것으로 상상했었다. 포시타노 같은 곳에 며칠 묵는다면 제대로 휴양하는 것이 될 거다. 마음에 드는 곳이다. 바닷가에 앉아 있다가 버스 시간에 맞춰 빠르게 계단을 올랐다. 20여 분 만에 700여개의 계단을 씩씩거리면서 올라왔다. 이 동네 사람들은 이 가파른 곳을 어찌 다닐까 싶다. 나중에 살펴보니 아래까지 내려가는 마을 버스도 있었다. 위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불이 켜지는 마을과 노을로 묽게 물드는 하늘과 산자락을 감상한다.

시간에 맞게 버스가 오기는 했는데 나폴리 행이다. 소렌토에 가냐고 하니까 타란다. 다른 곳은 쉬지도 않고 소렌토에 직행으로 25분 만에 오더니만 전철역 앞에서 내리라고 한다. 우리는 소렌토역 인줄 알았는데 지름길로 가로질러 넘어 와서 소렌토에서 세 정거장이나 더 와 버렸다. 다행히 우리 버스표가 전철도 찍혀서 소렌토역에 돌아왔다.

80 분을 쓸 수 있는 표라 잽싸게 수퍼를 갔다. 소렌토 특산물인 레몬 제품들이 많은데 남편은 레몬크림 술과 오렌지술을 샀다. 이곳은 쵸콜렛을 비롯하여 다양한 특산물들을 팔고 있고 옷과 여러 제품들을 파는 반 백화점 식의 수퍼이다. 물건을 다 사고 전철을 탄 후 산 아그넬로역에 내려 숙소까지 걷는다. 

080128_109.WineSeller

주 택가로 접어드는데 건너편 가게에서 아저씨들이 줄을 서서 뭔가를 사고  있는데 안에 큰 스텐레스 통 같은 것들이 그득하고 꼭지가 달려있는 품이 포도주 파는 가게이다. 아저씨들은 집에서 큰 페트병을 들고 오셔서 술을 사간다. 1리터에 1.2부터 1.9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있었다. 우리는 통이 없어 아쉽지만 그냥 발길을 돌렸는데 가다가 생각해 보니 물병에 물이 약간 남아있는 것을 마시고 담으면 되는 거였다. 그 물통을 들고 다시 가서 줄을 섰다. 술 따르는 걸 사진 찍으니 좋아라 하신다. 바로 앞의 아저씨가 통을 가리키자 시음을 하게 비닐 컵에 따라 준다. 우리도 마셔 보고 뭐가 제일 좋은지 추천해 달라니까 지하실로 데리고 가신다. 혹시 비싼 걸 권할까 봐 긴장했는데 2.5유로가 약간 넘는 술로 15도 정도의 단맛이 나는 드라이 포도주였다. 남편이 마음에 들어해서 1.5리터 정도를 샀다. 이런 곳도 있다니 완전히 우리나라로 치면 동네 막걸리 가게인 셈이다. 저렴하고 맛있는 포도주를 사서 기분도 좋지만 남편은 소렌토의 이런 분위기가 아주 마음에 든다고 한다. 고즈넉한 동네에 의외로 재미있는 것들이 많아 소렌토에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숙소로 돌아와 히터를 켜니 방도 따듯하고 뜨거운 물이 펄펄 나와서 샤워도 했다. 사온 사과와 술을 먹다가 바깥의 베란다로 나가 보자며 갔더니만 너무 추워서 다시 들어왔다. 남편이 사온 레몬 크림술은 마치 빵의 크림 맛 같아서(마시는 크림?) 대단히 신기했다. 오렌지 술은 아버지 갖다 드리기로 하고 나는 포도주를 마셨다. 하루를 너무 열심히 돌아다녀서 피곤하다. 폼페이 사진을 정리해서 이름을 붙이고 잔다. 남편은 책도 보며 늦게까지 있었던 모양이다. 방도 따듯하지만 오리털 이불까지 있어서 감기 기운을 다 털어낼 것 같다. 방 안에는 나폴리, 포지타노, 산 아그넬로의 수채화 그림들도 있다. 가정집 같은 분위기의 정말 좋은 숙소이다.

 

2008.1.29(화) 소렌토 - 카프리 - 나폴리 - 로마

아 침에 일어나서 일기를 쓰고 7시에 남편을 깨워 숙소 아래의 해변 쪽으로 걸었다. 5분 거리인 것은 맞지만 절벽 위이고 아래로 내려가는 통로는 문이 잠겨 있었다. 내려가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상쾌하고 아름다운 풍경에 기분이 좋다. 멋진 절경도 절경이고 물이 아주 맑다. 건너편으로 베수비오 화산과 나폴리가 보인다. 시간이 나면 아침을 먹고 다시 나와서 밝을 때 사진을 찍기로 하고 숙소로 돌아와 7시 반에 아침을 먹으러 갔다.

마마 까밀라의 아침은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놀라운 것이었다. 우선 직접 짠 오렌지 쥬스를 주시고 갓 구운 크루아쌍을 하나씩 주시는데 그렇게 맛있는 빵은 난생 처음 먹어본다. 남편도 감탄을 하며 먹는다. 이 아줌마는 아침에 따끈한 밥과 국을 끓여 손님을 먹이는 것으로 승부하는 우리나라 아줌마들의 기질과 비슷하다. 씨리얼도 바삭하니 맛있고 커피도 몇 가지 종류 중 고르게 하셔서 카푸치노를 시켰더니 큰 잔에 가득 주신다. 옆에는 키위, 각종 사과, 오렌지 등이 과일 바구니에 가득 담겨있다. 다시 갓 구운 딱딱하고 둥근 빵이 나오고 고급이어서 전혀 짜지 않은 햄과 치즈,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사이사이에 크림과 딸기가 왕창 든 기가 막힌 딸기크림 파이를 구워서 내오셨다. 모두 환상적인 맛이다. 어제 비싸서 먹지 못했던 아줌마의 근사한 저녁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가는 놀라운 아침 식사였다. 아마 고급 호텔에서도 이렇게 주지는 못할 것 같은 정성이 가득한 아침이었다. 이 숙소에 며칠 있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의 기막힌 식사였다.

080129_001.capri.080129_002.capri.080129_004.capri.
소렌토 항구 가는 길

요 구르트를 먹은 후 나머지 호텔비를 지불하고 사과도 두 개 들고 왔다. 숙소에서 빠르게 짐을 챙겨 나온 시간이 8시 15분이 넘었다. 9시 배 시간에 늦으면 안되니까 부리나케 빠른 걸음으로 걸어 소렌토 시내에 와서 항구로 내려가는 지름길을 여학생들에게 물어 가며 도착했다. 이미 8시 40분이었는데 표 파는 창구의 아저씨가 8시 35분 배가 곧 떠나니 뛰라고 한다(1인 13.5유로). 다음 배는 9시 40분 이란다. 숙소에서 알려 준 시간은 여름철의 배 시간이었던가 보다.

080129_006.capri.080129_010.capri.
080129_012.capri.080129_013.capri.

숨 이 차게 뛰어 배를 타고 나니 곧 출발을 한다. 배 갑판에 올라서 아름다운 경치도 보고 바람도 맞으며 카프리로 간다. 날씨가 좋아 모든 것이 상큼하고 쾌적하다. 멀리 보이는 카프리는 왼쪽의 비교적 낮은 절벽 벼랑과 오른 쪽의 더 높은 벼랑인 아나카프리로 구분된다. 보이는 경치가 모두 절경이다. 25분 걸려 카프리에 도착했는데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카프리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어서 무엇을 보셨느냐고 물으니 바다의 동굴은 겨울이라 폐쇄되었고 버스 타고 아나카프리를 가는 정도 밖에는 볼 것이 없다고 하신다. 

080129_016.capri.080129_017.capri.080129_019.capri.
080129_020.capri.080129_021.capri.

인 포에서 지도를 구하고 우리는 시간 여유도 있어서 한 번 걸어서 카프리 구경을 하기로 결정했다. 푸니쿨라와 리프트 카도 겨울은 쉰다고 한다. 우선 카프리 센터를 향해 좁은 골목길을 오른다. 굽이굽이 예쁜 집들과 골목 사이을 걷는 것도 시원하고 꽤 좋은 구경이다. 집집마다 색다른 타일 그림의 문패며 들여다 보이는 풍경들이 괜찮다. 카프리 센터는 전망이 좋아 주변에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080129_026.capri.080129_027.capri.
080129_035.capri.080129_036.capri.080129_042.capri.

다 시 걸어서 아나카프리 쪽으로 간다. 걷다가 화장실이 급해서 버스 정비하는 곳에서 부탁하니 3층까지 친절히 안내를 해 주셔서 참 고마웠다. 항구 쪽에서 처음에 쳐다 봤을 때 깎아지르는 높이의 절벽에 길이 나서 차가 다니는 모습을 보고 놀랐는데 바로 그곳에 도착했다. 옆에 작은 난간이 있는 이 길은 우리가 가본 곳 중 가장 놀랍고 오금이 저리는 곳이다. 작은 난간이 절벽 쪽으로 더 기울어져 있어 떨어진다면 바로 끝일 것이다. 이 곳에서는 사진을 찍는 것도 좀 무서웠다. 완전한 U자 형태의 도로에는 사람이 걸을 수 있도록 가로지르는 곳이 있어 두 번은 이 계단을 이용해 올랐다.

아나카프리는 감돌아 뒷쪽에 있는 마을로 조용하고 고즈넉하다. 할아버지들에게 물어 꼭대기에 오르는 길을 알아 내어 열심히 오른다. 다행히도 해가 뒷쪽에 있어 시원하게 걸을 수 있었다. 걷기에 좋은 길이 이어져 있고 공기도 상쾌하며 아래로는 아름다운 마을과 바다가 펼쳐져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관광이 없다. 한참을 걸어 다녀도 등산과 마찬가지여서 피곤하지 않다. 마을 사람들 중에는 건강을 위해 산을 오르는 사람은 없어 보였고 다른 마을로 넘어 가기 위해 지나는 사람 만 약간 보인다. 길에는 크로커스 같은 아름다운 야생화가 많이 피어 우리나라와는 식물들이 다르다. 쉬어 가며 먹기도 하면서 산을 올라 상쾌했다. 먼저 리프트 카가 있는 봉우리에 올라갔다. 땅은 촉촉하고 크로커스도 많고 나무가 커서 그늘이 있어 시원하다. 정상 바로 밑에서 아나카프리와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내려오는데 이제 막 야생 수선화가 예쁘게 피기 시작하여 신기했다. 아무도 없는 산 자락에 무더기로 피어있는 수선화라니... 정말 아릅답다.

080129_048.capri.080129_049.capri.
080129_060.capri.080129_062.capri.080129_064.capri.
080129_066.capri.080129_068.capri.
아나카프리의 몬테솔라로 산 등산하기
080129_074.capri.080129_079.capri.080129_082.capri.
080129_087.capri.080129_089.capri.
몬테솔라로산 정상에서

다 시 왼쪽의 산에 오른다. 이곳은 초지여서 오르기 쉽고 보이는 전망도 다르며 꼭대기에 큰 십자가가 있었다. 카프리와 아나카프리가 다 보이는 가장 높은 봉우리이다. 섬 전체의 모습과 바다 건너 소렌토가 있는 반도까지 훤히 다 보인다. 500M가 넘는 곳에서 바다와 마을을 보니 아찔하고 기막히게 멋지다. 앉아서 얘기도 나누고 빵과 치즈, 포도주, 과일을 꺼내어 점심을 먹었다.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져서 등산을 하기에는 최적의 계절이 겨울인 듯하다. 쉬다가 1시 40분에 다시 내려 온다. 

080129_091.capri.080129_092.capri.080129_093.capri.080129_094.capri.
내려 오는 길

올 라올 때와는 속도가 달라 생각보다 빠르게 내려왔다. 휙 하니 마을로 내려오고 다시 씩씩하게 걸어서 무시무시한 절벽길에 왔다. 햇볕의 방향이 달라져서인지 한번 봐서인지 훨씬 덜 무섭다. 카프리 센터를 지나 골목길을 다시 내려 오니 역시 아침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 낯설게 보였다. 그다지 많이 힘들지 않게 왔다.

080129_097.capri.080129_098.capri.
멀리 보이는 베수비오 화산

항 구에 3시에 도착하여 20분 페리를 탔다. 50분 만에 나폴리의 산타루치아 항구에 내려 푸니쿨라를 한번 타 보자며 걸어가 탔는데 아쉽게도 지상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터널만 통과하여 꼭대기에 오른다. 세인트 엘모 성에라도 가 보려고 했지만 버스도 한대 놓치고 시간도 여유가 없어서 다른 라인의 푸니쿨라를 타고 내려와 국철을 타러 들어갔다. 그런데 열차가 지연된다는 방송이 나오고도 좀 기다리게 되어 늦을까봐 불안했다. 우리나라의 지하철과 비슷한 줄 알았더니 기차처럼 쓰이는 국철이다.

다 행히도 많이 늦지 않게 열차가 와서 탔다. 정류장의 간격이 넓은데 가리발디역에서 오니 사람들이 다 내려버렸다. 아줌마네 민박집에 가서 짐을 찾고 기차역으로 돌아와서 열차를 탔다. 예약없이 탈 수 있고 로마까지 10밖에 안하는 가장 싼 열차이지만 의외로 자리도 편하고 괜찮다. 도대체 비싼 열차와 싼 열차의 차이는 단지 시간의 차이 정도 뿐인지... 화장실도 쓸 만하고 휴지도 있다. 역시 싼 차여서 빈 자리가 거의 없이 사람들로 그득하다. 남편은 졸다가 일어났고 나는 기차에서 일기를 쓰고 있다. 벌써 여행의 일정이 거의 끝나간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시간이 금방 흘러 로마 테르미니에 도착했다. 결국 끝까지 표 검사는 하지 않는다. 남편이 확인한 대로 숙소를 찾아가다가 인도인 음식점에서 소시지와 시금치, 닭과 포테이토, 밥을 12유로에 샀다. 숙소는 시설이 좋고 TV와 냉장고도 있다. 음식을 먹고 내일 일정을 확인한 뒤 샤워하고 잔다.

 

2008.1.30(수) 로마

아 침 8시가 다 되어 식당에 갔더니 온통 수퍼에서 파는 봉지 음식으로 채워진 아침 식사를 준다. 샤니빵에 해당되는 봉지 크루아쌍과 마른 식빵과자, 그나마 딱딱한 빵 한 덩어리에 커피, 요구르트가 전부이다. 마마까밀라의 식사와는 비교 체험 극과 극이라고 말할 만 하다. 이런 식사를 주면서 왜 몇시에 먹느냐고 확인까지 하는지 신기하다. 바르는 종류는 꿀 부터 버터, 누텔라, 쨈 두 종류 까지 정말 다양하다. 까밀라 아줌마가 아침을 잘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스타일이라면 이 주인은 아침을 커피 한잔으로 땜빵하는 사람인가 보다 생각했다. 좀 심한 아침 식사였다.

080130.02.Roma080130.03.Roma

프 론트에서 대형 수퍼의 위치를 물어두고 나가서 콜로세움 가는 길에 공원의 로마 유적지를 구경하다 사진을 찍으려는데 남편이 사진기 속의 카드가 없단다. 나는 공원에 앉아 기다리고 남편은 숙소에 카드를 가지러 갔다. 공원의 유적은 어떤 용도인지 모르겠으나 바닥이 섬세한 모자이크 타일이다. 그 규모를 보면 꽤 훌륭하고 중요했던 유적인 듯 싶다. 

080130.07.Roma080130.09.Roma
080130.11.Roma080130.12.Roma
콜로세오에서

남편이 돌아 오고 같이 콜로세움에 갔다. 예전에는 주변으로 차가 빙빙 돌았던 것 같은데 전보다 더 한적했다. 역시 규모는 어마어마하게 큰 대형 유적이다. 사진을 찍고 포로 로마노에 가려니까 입장료가 11씩이나 한다. 

080130.13.Roma080130.15.Roma

안 보고 걸어서 마차 경주장에 갔다. 12년 전에는 황토색 땅이었는데 지금은 풀이 자라나 초록 공간이 되었고 말 대신 사람들이 조깅을 하고 있다. 시민을 위한 넓은 공원이 된 셈이다. 

080130.16.Roma080130.17.Roma080130.25.Roma
080130.21.Roma080130.22.Roma080130.26.Roma

전 철을 타고 간 스페인 광장은 여전히 예쁜 난파선 모양의 귀여운 배 분수와 사람들이 많이 앉아 있는 스페인 계단이 그대로 이다. 위에 있는 삼위일체 성당은 장식도 소박한 작은 성당이었다. 베네통 매장에 가 보니 예전처럼 역시 가격이 별로 비싸지 않다. 단지 살 것이 없어서 구경 만하고 나왔다.

080130.29.Roma080130.30.Roma080130.31.Roma
080130.34.Roma080130.33.Roma
트레비 분수

75 분 간 유효한 표라서 전철을 타러 갔더니 전철은 한번만 탈 수 있고 버스는 여러번 타도 된다고 한다. 그냥 주변을 더 둘러 보기로 하고 나와서 트레비 분수로 갔다. 역시 아름답고 웅장한 분수이다. 사람들로 들끓고 사진찍고 동전 던지느라 바쁘다. 나도 동전을 던져서 다시 로마로 왔기 때문에 또 트레비 분수를 보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또 오기 싶은 생각은 없어서 동전은 던지지 않고 앉아서 빵과 치즈를 먹으며 아름다운 분수를 감상한다. 정말 크고도 웅장한 대단한 분수이다.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먹을까 했는데 남편이 이곳 부근은 비싸니까 다른 데서 먹자고 한다. 

080130.38.Roma080130.39.Roma080130.40.Roma
판테온 앞의 분수
080130.42.Roma080130.45.Roma080130.44.Roma
판테온(만신전)

걸 어서 콜로니움 광장을 지나 판테온에 왔다. 우선 분수 앞의 계단에 앉아 밥과 닭고기, 감자를 먹고 가방을 비운 후 판테온에 갔다. 예전에는 여러 신들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성당으로 쓰고 있어 원형의 신전과는 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였다. 나보나 광장에 가니 예전에는 밤에 가 봐서 그랬는지 분위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좀 삭막하다. 거기에서 베니스 숙소에서 밤에 같이 술 마시고 애야기 나누던 아가씨를 만나서 반가웠다. 그날 만났던 패가 오늘은 거의 로마에 있었다.

080130.54.Roma080130.56.Roma080130.57.Roma
산 안젤로 성
080130.57.Roma080130.60.Roma080130.61.Roma
베드로 광장에서

테베레 강의 다리를 건너 산안젤로 성을 거쳐 베드로 광장에 갔다. 바티칸에는 전에도 가 보았고 들어갈 시간이 없어서 앞에서 사진만 찍었다. 역시 규모가 대단한 곳이다. 어제 많이 걸어다녀 다리가 뻐근하고 둘 다 지친다.

080130.69.Roma080130.68.Roma080130.71.Roma

버 스로 베네치아 광장에 갔다. '모든 길은 로마로' 라는 말이 나왔던 그 국도 1번지가 시작되는 곳이다. 웅장하고 높아서 위로 걸어 올라갔다. 주변을 구경하고 내려와 버스로 테르미니역에 내려 전철을 타고 '시네시타'역에 내렸다. 대형 쇼핑몰 '센트로 커머셜'이 있는 곳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포르투갈 리스본의 콜롬보에 훨씬 못 미치는 작은 규모와 부실한 가게들로 사실 별로 볼 것이 없는 곳이다. 로마의 수준이 이 정도인가 싶을 정도였다. 스페인은 가방이나 구두도 싸고 질이 좋은 것도 많았건만 로마는 정말 가격에 비해 물건도 그저 그렇고 살 것이 없다. 이탈리아가 잘 만드는 것은 아이스크림이다. 이걸 여기서도 사 먹었는데 베니스에서도 예술이었지만 정말 작품이라고 말할 정도로 맛이 좋다. 수퍼에도 생각보다 볼 것이 없어서 그저 치즈, 쵸콜렛, 우리가 마실 커피 정도였다.

나와서 전철로 숙소에 돌아와서 짐을 두고 다시 나갔다. 주변은 중국인들이 많이 살아서 그들의 가게도 구경했지만 그들의 물건은 우리나라에서도 더 싸게 구할 수 있으니 사지 않는다. 인도인 가게에서 십자수를 놓은 쿠션 두개에 10을 부른다. 내가 8에 안되냐고 하니까 'You happy, I happy!'라면서 흔쾌히 그러자고 한다. 기분도 좋고 인도가 생각난다. 주변의 수퍼에 가 보았으나 별로 살 것은 없고 쵸콜렛 가격은 약간  비쌌다. 요구르트 사고 나와서 중국인 레스토랑에 갔다. 볶음 면, 마파 두부, 소고기 볶음, 밥, 국물 면을 시켜 배가 부르게 먹었다. 한 개씩은 싸다고 느꼈는데 여러 가지를 시키니 값이 싸지는 않다. 나와서 나머지 잔돈을 쓰려고 수퍼에 가니 이미 문이 닫겨 있어 작은 가게에서 아이스크림 두개를 샀다. 딸기 레몬 샤벳과 부드럽고 고소한 맛의 아이스크림인데 파는 포장 제품도 그렇게 맛이 있을 수 있다니 놀라웠다. 잔돈을 쓰려다가 먹게 된 것이라 정말 우연이었다. 숙소에 와서 사진 정리도 하고 여행의 경비도 마무리해 본다. 우리가 32일 간 쓴 650만원 중 절반 이상인 350만원이 비행기(160만원)와 유레일(80만원)을 비롯한 교통비이고 숙박비는 190, 문화비는 30, 먹은 것은 겨우 70여 만원에 나머지 10여만원은 잡비(우리가 집에 가서 먹을 것들과 선물 비용)이다. 생각보다 많은 돈을 쓴 것은 아니다. 남편은 짐을 다 쌌고 나도 일기를 마쳤으니 이제 자야 할 시간이다. 여행이 다 끝났다니 그 일정을 어떻게 다 해냈는지 신기할 정도이다.                          

 

상위메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