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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8/10 흡수골 투어 6일. 흡수굴에서 하루 종일 말타기  [Photo's Here]

 

밤에 비가 내려 천정에서 쏟아진 물이 있어 바닥도 새고 약간 젖었다. 이곳 여주인은 UB와 연계해서 돈을 좀 번 모양이다. 화장실에도 변기를 앉혀 이용하기 편하다. 아침에 라면 끓이고 귀한 대파를 넣었다. 밥을 해서 같이 말아 먹는다. 이미 배가 불러서 아침 식사로 나온 빵, 옥수수와 완두콩을 넣은 참치 스프레드는 간식으로 쌌다.

9시 50분에 말이 왔다. 여주인이 점심을 만들어 솥단지에 싸서 보따리를 만들고 빵 간식을 봉지에 담았다. 인솔하는 청년의 이름은 샤와. 신기하게 델 안쪽에 넣어 등 뒤로 모든 짐을 넣는다. 각자의 말을 배정 받아 타고 마을을 가로질러 언덕 밑의 산 사이로 간다. 강변을 끼고 가는 것이 아니라 빠른 길로 장하이에 간단다.

길은 퍼석하고 척박한데다가 그대로 해가 비쳐 덥다. 밤새 비가 왔다는데도 이렇게 덥다니... 물가로 가면 경치도 좋고 시원할 텐데 길이 좀 지루하다. 샤와는 가는 내내 핸드폰 질을 한다. 몽골도 달라졌다. 남편 말이 잘 안 따라올 때도 얘는 폰질을 하고 심샘이 가서 데려 왔다. 심샘은 거의 카우보이 같다. 누가 가이드인지... 성실했던 강바트르 아저씨 같은 분은 이제 없다. 다행히도 내 말은 빠르고 말을 잘 듣는 편이다. 남편의 것은 영 안 들어서 자꾸 늦게 온다.

쉬지 않고 척박한 길을 2시간, 산길을 1시간 넘어 총 3시간을 간다. 말은 날파리를 ㅤ쫓느라 자꾸 고개를 휘두르고 풀을 뜯으려고 갑자기 푹 숙여 버린다. 평지 길로 가야 하는데 가끔 혼자 산길로 가려고도 한다. 예전에 자기가 쉬었던 곳을 가려고 하는 거란다.

산을 하나 넘어 습지를 거쳐 물가에 이르렀다. 내가 전에 수영했던 바로 그곳 인 듯하다. 장하이는 가는 데만 6시간이 걸려서 여기서 쉬고 돌아갈 거라고 한다. 점심으로 싸 준 것을 옷 속의 등에서 꺼낸다. 역시 밥과 메밀 비슷한 이상한 내용물이 든 군만두, 빵과 스프레드를 좀 먹고 물가로 간다.

가장 간단한 기본 차림으로 남편과 나, 최샘이 물에 들어 간다. 심샘은 아무리 꼬셔도 차서 싫다고 안 들어온다. 나중에 머리만 적셨다. 발을 담글 때는 정말 차지만 들어가 앉아 있으면 점차 나아진다. 차강노르보다 물이 훨씬 차다. 돌이 미끄러워서 적당히 들어가 바닥에 앉는다. 일어서면 바람 때문에 몹시 추운데도 남편과 최샘은 들락날락 한다. 홍콩부부는 포기. 30분 정도 있었다. 예전보다 덜 찬 느낌이다. 날씨가 구름이 끼었다 맑았다 반복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전에는 나오는 즉시 피부가 트는 것처럼 하얗게 갈라졌다. 다행히 최샘이 사람들이 버리고 간 성냥곽을 발견해서 불을 피웠다. 안 보이는 곳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불을 쬐니까 살만하다. 아주 따듯하고 좋다. 남편과 심샘, 나도 불가에서 잠깐 졸았다. 잠시 후 가이드 샤와가 비구름이 온다며 가자고 한다.

3시 50분에 출발한다. 산지를 지나 물가로 가는 길을 택한다. 좁은 산길에서 말들을 조심스레 오른다. 마주 오는 말들을 피해 살짝 산지 쪽으로 피해서 돌아가기도 한다. 길이 아닌 곳에서는 말이 사람을 생각해주는 것이 아니라서 나뭇가지에 걸리지 않도록 머리를 조심해야 한다. 해가 길어 느긋하게 다닐 수 있다. 버섯이 축축한 땅에 지천으로 널려 있고 숲의 향기는 정말 좋았다. 예전에는 이런 버섯들을 넣은 칼국수를 먹을 수 있었는데... 말들이 잘 쉬었는지 느긋하게 가고 내 말이 뒤로 처졌다. 가파른 언덕을 내려갈 때는 타지 않고 끌고 간다.

잔디가 물속으로 푹푹 파져드는 호숫가에서 말들에게 물을 먹였다. 마시는 소리가 크다. 녀석들은 맛나게 마시고 오래 후루룩거린다. 이런 아름다운 곳에서 말들이 물을 먹을 수 있다면 얘들은 정말 행복한 놈들이다. 예전에 왔던 그곳을 천천히 다시 가는 마음이 흐뭇하다. 물빛도 여전히 아름답다. 남편의 말은 꽤가 많고 늙어서 말을 잘 안 듣고 제 멋대로 이다. 처음에 사람 눈치를 볼 때 풀을 뜯지 못하게 단호히 줄을 당겨야 한다. 마음이 약해서 허용하다보면 이것들이 사람을 우습게보고 말을 안 듣는다. 그러나 간을 볼 때 야박하게 대하기란 쉽지 않다. 갑자기 아래로 푹 숙여 버려 손을 안장의 철에 찧기도 한다.

남편 말이 잘 따라 오지 않아서 심샘과 최샘이 뒤에서 말끈으로 때리기도 하고 정 안 오면 가이드가 한번 출동한다. 때리면서 다시 몰고 온다. 이놈들은 눈치가 빨라 가이드가 되돌아오는 기미만 보이면 긴장하고 한쪽으로 피한다. 큰 언덕을 넘어 마지막 내리막길은 달려 준다. 집까지 내리 달려 내 말이 가장 먼저 도착했다. 말에서 내리니 무릎이 시큰거리고 바보처럼 걷게 된다.

슈퍼에서 보드카와 와인을 사고 잠시 물가에 가 보았다. 말똥들이 많아 지저분하다. 물 안에 풀이 어우러져 습지처럼 된 곳에는 작은 꽃들도 핀다. 돌아와서 숙소 마당에서 민들레가 좀 크게 자란 것들을 골라 캔다. 다듬어 데쳐 물에 담갔다가 고추장, 된장에 무쳤다.  

저녁은 감자, 고기 스프에 약간의 국수. 불을 피워 주어서 10시에 다시 술 파티. 날마다 술의 양이 늘어난다. 내일은 7시 30분 출발이다. 바타도 오고 오징어를 구웠다. 홍콩과 한국, 몽골의 학생들 이야기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홍콩의 무례한 애들 얘기는 참 기막히다. 보통 아이 하나에 부모가 늦게까지 일을 해서 저녁밥을 사 먹는단다. 서양 풍의 사고와 생활에 몹시 버릇없는 아이들이 많다고.

비비안은 말도 잘하고 똑 부러지는 태도가 정말 에블린과 흡사하다. 빈센트가 홍콩의 물가가 비싸고 자기 집이 작다는 얘기를 어찌나 웃기게 하는지 많이 웃었다. 바타에게는 몽골은 잘 사는 나라를 부러워하지 말라고 충고하지만 실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홍콩인이 '일하는 기계‘라면 한국 학생은 ’공부하는 기계‘라고 자평을 한다.

밤 11시가 넘어 바타에게 오물을 사먹고 싶다 했더니 여주인에게 물어 보았다. 전화로 파는 사람을 불렀다. 정말 6시에 갓 만든 싱싱한 훈제 오물이 꽤 크다. 1개에 2,500TG. 물이 뚝뚝 흐르는 맛있는 놈이다. 바이칼에서 먹던 것과 같다. 3개를 사고 바타가 한 마리 더 사줬다. 2개를 먹고 비비안이 뼈의 골수까지 먹었다. 현지의 오물 맛은 기가 막히게 훌륭했다. 무릉에서 산 것과 비교가 안 된다. 너무 고급스럽고 맛이 좋다. 자연 보호를 위해 일일이 손으로 잡는다고 한다. 그런 수제품이라면 아주 싼 가격이다. 바이칼의 많은 어선들이 이곳은 없다. 밤 1시 넘어서 일차 해산. 바타가 간 후에도 2시까지 얘기를 더 했다. 내년에 우리가 아이슬란드에 가는 것은 좀 망설여진다. 만약 지구의 상태가 안 좋아 백두산이라도 분출한다면 우리나라에 가만히 있는 게 좋겠다는 얘기도 했다. 오늘 산 과일와인이 좋아서 나중에 사갈까 싶다.

* 지출 : 55,000TG(오물, 술, 초콜릿 15,000, 말 1인 2만 총 4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