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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8/11 흡수골 투어 7일. 귀환 1일차 (불강까지)  [Photo's Here]

 

홍콩부부가 만들어 준 오믈렛과 라면을 먹고 8시 20분에 출발. 3시간 만에 무릉에 왔다. 돌아가는 길은 더 편하게 느껴진다. 무릉을 지나 부지런히 달린다. 무릉 들어 올 때는 몸도 아팠는데 이제 내려가는 길이어서 인지 낫다. 파란 하늘에 산과 동물의 모습, 벌판... 모두 바탕화면 같고 선선하다.

무릉을 한참 지나 멀리 호숫가에 허연 게 보인다. 눈이 살짝 내린 것처럼 보인다. 여름인데 눈 일리는 없고... 신기하게도 소금호수라고 한다. 한번 가보자고 했다. 물 가 까지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짐승의 똥이 사방에 널려 있다. 염분을 섭취하러 오는 모양이다. 한번 찍어 먹어 보려고 해도 더러워서 못하겠다. 주변에 자란 붉은 빛의 염초만 살짝 뜯어 씹어 보았다. 바닷가의 것처럼 짜다. 바타의 할머니는 큰 소금 호수의 물을 떠다 머리를 감으시는데 결이 아주 고와진다고 한다.

이곳을 떠나 한참 달려 작은 시골 마을에 도착했다. 인적이 거의 없는 곳이다. 식당에 붙어있는 가게에서 불가리아산 포트 와인을 샀다. 비위가 약한 심샘은 점심 대신 딸기 병조림을 골랐다. 우리가 딸기 먹는 천사라고 막 놀렸다. 식당 안에는 덩치 큰 아저씨와 얼굴 홀쭉한 아저씨가 이미 한잔을 해서 거나해진 상태였다. 한쪽에는 눈매가 날카로운 청년이 우리를 보고 있었다. 얼굴이 홀쭉한 분이 우리에게 선물이라며 보드카 한 병을 주신다. 제주도에서 선원생활을 4년이나 하셨단다. 한국이 그리우신 모양이다. 그나마 좋은 추억이 많았던 듯. 우리에게는 다행이다. 우리말도 몇 마디 하신다.

보드카를 한잔 씩 돌리시는데 조금 마시면 첨잔하여 더 붓는다. 모자 쓴 눈매 날카로운 청년까지 합세하여 술 파티가 벌어진다. 갑자기 이분들이 팔씨름을 하자고 한다. 최샘이 붙었는데 이 청년과 덩치 큰 아저씨의 팔뚝이 장난이 아니다. 너무나 굵고 손도 크다. 동물을 기르고 힘을 쓰면서 살아 온 결과이다. 볶음 면을 먹고 술을 선물로 받아 차에 오른다. 덩치 큰 아저씨는 3,000마리 이상의 동물을 기르신다는 이 지역의 유지. 우리와 헤어지기 아쉬우신 듯하다. 아마 배낭여행이었다면 단박에 아저씨를 따라가 말도 많이 타고 대접을 잘 받았을 터인데 아쉽다.

다시 길을 떠나 내쳐 달려서 볼강 아이막에 들어왔다. 이 아이막에서는 뭔가를 경작하는 듯 색이 다른 땅들이 보였다. 바타가 모두 밀이라고 한다. 사회주의 체제이므로 국가에서 토지를 빌려 경작을 한다. 광활한 들판을 휴경지와 경작지를 나누어 재배한다. 모두 농약을 치지 않는다고. 우리가 먹었던 모든 밀들은 몽골 것이었다. 유기농 우리밀을 먹고 있었던 셈이다. 이곳의 시커먼 느낌의 빵들이 다 그런 좋은 품질의 제품이라니. 러시아의 것처럼 유난히 딱딱하고 거칠다. 구수하기도 하고. 남은 빵들도 알뜰히 챙겨 먹었다. 수입하지 않고 자급하는 것이 신기했다. 약간의 곡물만 러시아에서 온다고 한다. 밀밭에 가서 사진도 찍고 꺾어 씹어 보았다.

작은 물이 굽이치며 예쁘게 흐르는 곳에 잠시 쉰다. 날도 청명하다. 예쁜 말들이 보여서 가까이 갔다. 여행 온 몽골 사람들이 주인에게 마유주를 얻어먹고 가라고 한다. 바타에게 물으니 팔지는 않아도 한잔 씩 줄 수 있을 거라고 한다. 최샘이 아이들 선물을 간단히 준비하고 말 주인의 게르에 갔다. 안에 작은 TV가 있는 소박한 게르이다. 순서대로 한잔씩 마유주를 받아 마셨는데 신선하고 맛이 좋다. 주인 가족과 같이 사진도 찍고 어린 망아지들과도 찍었다.

저녁 어두워진 후에 몽골 내륙에서 가장 크다는 볼강 가의 숙소에 들었다. 강물을 떠먹을 정도 깨끗하다고 바타가 말했지만 아침에 보니 도저히 먹을 수 없는 더러운 상태이다. 아마 홍수로 비가 많이 와서 상류로부터 뭔가가 자꾸 섞인 것 같다는데 가축의 분뇨 같은 것이 섞여 오염시킨 것처럼 보인다. 물 가장자리에 지저분한 거품이 끼었다. 우리나라에 비하면 강의 크기가 소박하다. 이곳은 전기가 없어 초를 켜고 생활을 한다. 식당에서도 촛불 아래서 마카로니를 먹었다. 나름의 운치가 있다. 밤에는 초 4개를 켜 놓고 인삼, 건강, 약, 한의원 등의 이야기를 한다. 홍콩부부는 둘 다 허리가 아프고 비비안은 밤에 자면서 호흡에도 문제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나중에 오면 한의원에 같이 가보자고 했다. 오늘은 아침부터 12시간을 달려서 숙소에 왔다. 내일은 7시에 떠난단다. 낼모레 기사님은 또 다른 투어를 가신다고. 내일 저녁은 바타와 함께 말고기를 먹기로 했다. 심샘은 힘겨워 하지만 양고기도 언제나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