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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목~금) 바르샤바 2일 투어

2017.1.5(목) 모스크바 - 바르샤바

밤새 의자에서 불편하게 뒤척이면서 앉다가 자기를 반복한다. 방송도 참 많다. 남편은 거의 못 잤단다. 한적한 곳에 자리잡긴 했으나 현실은 꽤나 불편했다. 아침 5시에 과일과 빵 등 있는 것을 먹는다. 러시아에서 어포가 우리 입맛에 알맞게 만든 것도 신기하다. 심지어 이쑤시개가 오징어채에 들어 있어서 남편은 유심을 교환하는데 잘 사용했다고 한다. 이쑤시개라니.. 정확하게 필요하지.. 놀라운 발상이다.

커피 한잔한다. 세수하고 크림은 록시땅에 가서 발랐다. 남편 것도 손에 덜어서 가져 오고. 공항도 살 만하다. 충전하며 일기를 친다. 이제 사람이 많아졌다.

8시 55분 출발하여 바르샤바까지는  2시간 걸린다. 기내식은 딱딱한 식빵을 이용한 샌드위치. 먹을 만하다. 9시 20분에 도착해 밖으로 나와 돈을 약간 인출하고 짐 챙겨 나와 버스를 탄다. 날이 추워 모자를 꺼냈더니 짐이 많기도 하고 분주하다. 사람들 모습은 약간 학구파로 보인다. 대학생들 때문일까.

11시에 중앙역 노보텔에 와서 짐 맡기고 건너편 스핑크스 레스토랑에 간다. 생선가스와 돼지고기 스테이크를 주문한다. 고기들은 부드럽고 깔끔하다. 케밥같은 형태로 빵과 먹고 세 가지 코울슬로를 준다. 우리 김치 맛이다. 양이 많다. 창가에서 틈으로 바람이 들어와 점점 몸이 추워진다.

남편에게 폴란드하면 뭐가 떠오르냐고 묻는다. 나는 쇼팽이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퀴리이다. 남편은 바웬사 란다. 그래... 폴란드는 바웬사 였지... 소련으로 부터의 저항과 독립의 선봉이 자유 노조의 힘이었지... 결국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를 가져왔고.. 그 결과로 이렇게 러시아와 폴란드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왜 그걸 까마득히 잊었을까. 독일 옆에서 수모를 당한 역사도 우리와 너무 비슷하다. 2차 대전 때 억울하게 침공을 당하고 도시가 불탔던 과거.. 우리처럼 한이 많을 거다.

트램으로 유대 역사박물관에 간다. Centrum 사거리에 스탈린이 지어줬다는 문화과학궁전은 비현실적으로 안 어울리는 자태이다. 전체주의의 상징물 같은 느낌? 거대하고 생뚱맞아서 공상과학 영화의 장면을 오려붙이기 한 듯 보인다. 폴란드인들이 아주 보기 싫어한다는데도 놔두는 게 우리와 다른 점이겠지..

내려서 길을 걷는다. 영하 7도라지만 바람이 싸하다. 조금만 걸어도 느낌이 온다. 건물과 거리가 러시아 앙가라스크 같다. 사회주의 국가의 모습 그대로이다.

유대박물관 겉모습은 유리로 된 책자다. 찢어진 책장을 의미한단다. 1인 25인데 운 좋게도 목요일은 무료이다! 유대인들의 유럽 생활 천년을 차례대로 나타낸 곳이다.  이들의 생활공간이었던 유대인 정착지 게토 자리에 2013년 세워졌다. 처음 들어가 원시의 숲 형상을 지나면 중세관이다. 곳곳에 아이디어가 번쩍인다. 유럽에서 활동했던 유대인들의 복장, 생활, 장사하는 모습 등을 빔으로 쏘기도 하고 그림이 조금씩 움직인다. 꽤 생동감있다. 뭔가 만지고 잡아다니고 들여다 보는 형태의 최신 박물관이다. 하부르타 방식으로 종교 수업하며 공부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부족한 부분은 종교 선생님과 심층 대화를 나누는 듯. 학비는 유대인 공동체가 부담한다. 근현대 공간에는 거리를 재현하기도 하고 작은 방들에서 사진과 자료들로 설명한다. 많은 사람들이 오디오로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마지막에는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옛 전화를 통해 듣게 한다.  우리는 빠르게 돌고 커피 한잔. 휴식 공간도 아름답다. 유럽 커피는 패스트푸드점 조차 모두 훌륭한 맛이다. 잠을 못자서 남편이 아주 힘든 얼굴이다.

걸어서 유대인 수용소가 있던 공간에 간다. (Pawiak) 가로수 위에 유난히 겨우살이들이 많다. 저렇게 흔하니 아스테릭스 만화에서도 만병통치약의 재료가 되었겠지. 수용소 터에도 박물관이 있으나 우린 통과. 더 이상은 무리다.

버스로 대로에 내려 센트럴 마켓에 간다. 당근쥬스 하나 사고 노보텔에 왔다. 샤워한 후 남편이 마트에 가자고 한다. 숙소 근처의 마트에 가자고 해서 왔더니만 아주 작은 마트여서 센트랄 역 앞 시티센터 수퍼로 갔다. 1일 버스권이니 다시 가도 상관은 없다. 햄, 맥주, 과일을 사고 온다. 사과가 큰 것 2개에 1.5이다. 싸다. 오후 5시다.

좀 먹고 일정을 더 안 만들고 일단 자기로 한다. 밤 12에 일어나 거리를 보니 아직 다니는 사람이 많다. 새벽 3시 반에 깨어 자료도 보고 일기를 친다. 햄은 먹어본 중 가장 맛있고 싸다. 고기 그대로인데 겨우 5이다. 러시아에서 산 치즈도 천원도  안되는 값에 맛이 최고였다. 모두 싸다. 숙소는 편안하고 좀 서늘하다. 물론 건조하기도 하다. 전망이 최고다. 7층에 완전 중심지인데다 대각선으로 문화과학 궁전이 보인다. 현재 영하 12도이다.

아나키의 덧글) 공항에서 일단 카드로 300즐로티 인출했더니 수수료가 무려 25다.  공항 출국장을 나와 출국장 건물 오른쪽 끝에 대로가 연결되고 버스정류장이 있어서 쉽게 버스 타고 시내로 들어 왔다.


325 인출(9만원 정도), 환전 434(100유로), 노보텔 1일 5만 5천원 / 교통카드 15*2 = 30, 박물관 커피 2잔 18, 스핑크스 점심 돼지고기 스테이크, 생성 가스, 맥주, 팁 93, 수퍼 49, 당근 쥬스 4, 박물관비 50 절약 * 총 194

2017.1.6(금) 바르샤바

새벽 3시반에서 7시까지 그냥 깨어 있었다. 남편이 새벽 5시 35분에 크라쿠프로 가는 열차를 예약하여 결재하려는데 마지막에 우리나라 인증 사이트로 넘어가서 결제가 안된다. 밖은 영하 13도. 체감은 더 하다. 타이즈에 내복을 입어 하의만 3겹, 상의는 순모 스웨터에 무거운 순모 목도리를 둘둘 감았다. 북구형 네팔모자도 쓴다. 파카모자까지 다 써야 다닐 만 하다.

버스로 중앙역. 다행히 7시에 문을 열어 금방 표를 산다. 1인 60이고 2시간 반 걸리는 이등칸이다. 오늘용 교통 일일권 2매도 산다. 대기 중인 첫 버스로 구시가지를 지나쳐 내린다. 겨우 한 정거장을 걸어 돌아오는 길이 정말 춥다. 차가 잘 안오려니 하며 걸었는데 2대나 지나갔다.

구시가지 근처 식당은 문을 안 열었다. 해가 환하게 뜨면서 예쁜 구름들이 붉은 빛을 내며 빠르게 지나간다. 중앙광장에는 역시 스케이트장이 있다. 광장은 예쁘지만 가게는 모두 열지 않았고 너무 춥다. 얼굴이 얼었다. 손이 얼어서 사진도 교대로 찍는다.

다행히 딱 한집 케잌가게가 열렸다. 커피와 사과파이, 스니커즈라는 케잌을 시킨다. 모두 맛이 아주 훌륭했다. 모형 벽난로에서 열이 나오므로 그 앞자리에 앉았다. 메뉴판을 보니 8시에서 12시까지 하는 아침식당이다. 아침 메뉴 중 와플을 곁들인 폴란드식 아침이 있다. 8~9시에 이 메뉴를 주문하면 커피가 무료이다. 19이다. 공짜는 약간 싱거운 맛의 커피를 주지만 좋다. 코티지 치즈 2종, 새싹 야채와 향이 진한 야채, 하몽같은 햄, 말린 토마토 볶음과 곁들여 와플 2쪽이 나온다. 정말 고급스런 아침이다. 남편은 이탈리아 소렌토 마마 까밀라의 조식 이후 처음으로 감동적인 아침식사를 먹는다고 마음에 들어한다. 모든 재료의 질이 최고였다. 우리를 처음으로 손님들이 들어온다. 아아스크림까지 먹고 나온다. 'Cukiernia Camargo'라는 곳이다. 케잌은 10 미만, 수제 아이스크림이 3이다. 남편은 인터넷에 후기도 써주었다. 그런데 화장실이 없다!

나와서 구시가지 구경을 한다. 날이 맑다. 뭔가 행사 준비를 하고 있다. 강변과 성당 구경. 미사가 끝나기를 뒤에서 기다리다가 아가 예수의 탄생을 주제로 한 전시 공간을 보았다.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곳이다. 바비인형, 종이, 파스타, 펠트천, 각설탕, 솜 등 상상도 못한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여 예수 탄생 장면을 만들었다. 재밌다. 수업에 활용해도 좋겠다.

버스로 쇼팽박물관에 간다. 개장이 11시라서 10분 기다리며 기념품점 아래 화장실에 다녀왔다. 개장 첫 손님이 되었다. 쇼팽의 편지, 악보, 피아노 등이 전시되어 있다. 피아노 형상에 앉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코너가 인상적이다. 왈츠나 전주곡 등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귀가 호사다. 음악이 아름답고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났다. 음질도 최고다. 박물관에서 울어 보기는 처음이다. 참 감동적인 곳이다. 피아노를 연습해서 쉬운 쇼팽곡이라도 칠 수 있게 해야겠다. 피아노 소리가 어찌나 또랑또랑 한지...

버스로 숙소에 온다. 핸드폰이 추워서 다운됐다. 정보를 찾을 수 없다. 잠시 쉬고 식당 정보를 찾은 후 1시에 나온다. 밥 먹을 곳을 찾아 중앙 광장에 다시 간다. 맛있어 보이는 곳을 기웃거린다. '자피섹'이라는 전통음식점 족발이 맛있어 보인다. 작은데도 사람이 엄청나다. 아침 식당은 이 시간에도 하고 있다. 오늘 휴일이며 축제날인지 상점들은 다 문닫고 모두 길에서 돌아다닌다. 종이 왕관을 나눠준 것을 쓰고 다닌다. 중앙 광장을 지나 아침에 믄을 닫았던 식당도 만원이다. 입구의 자피섹도 줄 서고 기다린다. 그런데 그 입구에서 계시와도 같이 분점이 표시된 종이를 남편이 받았다. 우리가 갈 인민박물관 근처에도 있다. 버스타러 걷는데 춥다.

드디어 버스로 그 식당에 왔다. 그런데 들어가니 또 줄이다. 실내에서 기다리는 것이 다행이다. 2시에 와서 30분 기다리며 사람들이 뭘 먹는지 관찰한다. 만두를 많이 먹는다. 족발, 연어, 등갈비는 아쉽게도 없었다. 다 팔렸는지.. 닭간과 사과 졸인 것, 그레이비 소스를 선택한 피에로기 만두(야채, 고기), 국수가 든 스프, 나파리(오렌지, 라즈베리 쥬스, 생강, 큐민 넣은 따끈한 음료)와 보드카 한잔 곁들인 것을 시킨다. 많은 사람들이 식전에 나파리부터 마사고 있었다. 겨울 건강 음료이다. 음식은 토속적이고 맛있다. 만두, 도시락면 같은 스프, 닭간 튀겨 졸인 것 모두 우리나라 음식같다. 나파리가 특이했으나 꽤 먹을 만하고 60도 보드카를 섞어 마시면 더 달달하고 향긋해지면서 맛이 깊어진다.

4시 반에 나왔다. 입구에는 아직도 줄이 있다. 빠르게 국랍박물관에 간다. 6시까지라 열심히 봐야 한다. 목요일은 9시까지다. 입장료는 15. 옷과 짐을 맡기고 돈다. 많은 작품들 속에 무심히 놓인 보티첼리의 그림, 생각했던 것보다 아주 작은  로뎅의 키스, 폴 시냑의 점묘화, 작은 르누아르 그림 등이 있다. 루벤스는 어디에 있다는 것인지... 중세 말 부터 현재까지의 그림들이 잘 배치되어 있다. 후레시를 쓰지 않으면 사진도 찍게 해준다. 눈이 호사인 곳이었다.

나와서 까르푸가 있다는 곳에 가려고 버스를 기다린다. 체감온도는 영하 22도 쯤이다. 모스크바는 영하 27도 란다. 얼굴을 감싸면 견딜 만하다. 사람도 적고 겨울 여행이 정신은 빤찌하고 의외로 쾌적하다. 딱 우리 스타일이다. 지도에 있다는 곳에 까르푸가 없다. 센트럴 마켓도 문 닫았다. 결국 숙소 근처의 까르푸 익스프레스에서 과일, 맥주, 햄 등을 산다. 7시에 숙소에 와서 나는 먼저 자다가 11시에 일어나 일기를 쓴다. 남편은 이제야 잔다. 내일 새벽 기차를 탄다. 결국 쇼팽 심장이 묻힌 교회에 못 갔다. 39세에 파리에서 죽어서 페르 라셰즈에 묻히고 심장만 여기에 왔다. 천재는 목숨이 짧다. 피아노 배운지 6년 만에 스승이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고 했단다. 박물관의 데드 마스크와 가느다란 머리카락이 인상적이었다.

아나키의 덧글) 어제, 폴란드로 들어서며 온도를 확인하니 -7도다. 지난 밤 모스크바가 -11도였으니 별 것 아니겠구나 생각했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길을 나섰다. 어젯밤과 같은 차림으로 움직였다. 아래에 기모바지와 윗도리는 면티에 얇은 거위털점퍼로.

트램을 탈 땐 조금 더웠지만 정류장에 내려 목적지까지 가는 10몇분 동안 추위가 엄습한다. 게다가 장갑 낀 손이 점점 곱아오기까지. 유대인 역사 박물관 내부에서 다닐 땐 사실 좀 더웠다. 하지만 박물관을 나와 파비악까지 가는 주변 길을 찾는 동안 손이 점점 곱고 얼굴이 매섭게 쓰리다. 어서 따뜻한 트램에 들어 갈 생각 뿐이다.

오늘은  -13도. 호텔에서부터 타이즈입고 기모바지 껴 입고, 면티에 모직티셔츠 덧대어 입고 헤비다운 겉옷을 챙겼다. 장갑은 메카니컬웨어의 전문 방한 장갑. 

7시에 크라쿠프 가는 기차표 싼 것 예매하고 올드시티 가는 버스를 탔다. 어스름하게 사방이 밝아온다. 목적지인 도시 성벽을 조금 지나쳤기에 한 정거장을 거슬러오는데, 아랫도리가 엄청 서늘한 데다 얼굴,특히 코가 얼얼하고 손이 아려온다. 시린 손은 장갑 문제라기보다는 혈액순환 문제인것 같다. 올드시티를 돌아다니는 동안 점점 손이 아파와 마침 문을 연 아침식당에서 한참을 녹였다.

일단 숙소로 돌아와 목도리용으로 칸투칸 방한 마스크(강도용?)을 썼다. 귀와 코만 가려도 훨씬 살 것 같다.

올드시티를 다니는 동안 크게 춥지 않았는데 30여분 쯤 다니다 그늘로 들어가니 또 손이 아린다. 체온을 유지할 때는 괜찮다가 어느 정도 밑으로 떨어지게 되면 급격하게 아린가 보다. 손을 비벼도 해결이 잘 안된다.


크라쿠프 기차표 60*2 = 120, 1일권 2매 30, 쇼팽박물관 22*2 = 44, 아침 52, 자피섹 80, 국립박물관 15*2 = 30, 수퍼 29 * 총 385 /노보텔 55,000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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