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홈 :: 2017 폴란드,발트3국,핀란드북극권

1.18~19(수,목) 킬로파에서 노르딕 스키를

2017.1.18(수) 노르딕 스키 초보 강습

아침 8시 15분에 일어난다. 머리가 좀 띵하다. 어제 무리했나 싶다. 간밤 꿈에는 경나 40세 생일파티를 한다고 환갑처럼 친척들이 정장을 하고 집에 다 모였다. 예약한 식당에서 거하게 할 거다. 엄마가 경나만 챙겨줘 섭섭한 마음이 든다. 그런데 식당에 가려고 확인 전화를 거니 주인이 다른 돈벌 건수가 생겨서 손님을 안받겠다고 취소한다. 어느 식당으로 가야할지 고민하는 꿈이다.

식사하러 간다. 끓인 과일인 줄 알았던 것은 모두 얼린 것이었다. 복숭아 등도 얼린 걸 내놓는다. 그래서 단맛이 없었던 거다. 이 계절에 이곳 특산 과일을 먹게 해주니 고맙다. 과일을 중심으로 시리얼까지 잘 먹는다. 오늘은 날이 맑아서 하늘이 깨끗하다. 이 시간 특유의 푸른 빛이 돈다. 서쪽으로 반달이 있다. 달력 그림 같다.

숙소에서 10시 15분에 나와 렌탈샵에 간다. 벌써 네덜란드 남녀가 와 있다. 적당한 신발을 골라주어 신는다. 남편은 양 발의 사이즈가 달라 43, 44를 신는다. 1인 15씩이고 체크 아웃 때 지불한다. 일단 연습장으로 걸어간다. 신발코 앞에 걸쇠가 있어 걸고 잠그면 스키와 연결된다. 남편이 찾아봤는데 어제 밤 눈신 신고 걷기는 무료였단다. 그때 만난 씩씩한 헬레나 할머니가 선생님이시다.

연습장의 눈 위에 홈이 파여진 트레일에 들어간다. 기본 자세, 발에 집중하기, 무릎에 집중하기, 양 팔의 힘으로 가기, 넘어졌을 때 일어나는 법, 뒤로 돌기 등을 배운다. 낮은 언덕에서 내려오기 연습 후 높은 언덕에서 내려온다. 우리는 세번 계속 넘어진다. 겁이 나서 몸을 편다고 한다. 일정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1시간 반 연습 후 샘은 가시고 우리는 조금 더 언덕에서 연습한다. 1시에 숙소에 온다. 옷이 흠뻑 젖었다. 약간의 빵을 먹고 잔다. 2시 넘어 다시 나간다. 남편은 너무 재밌다고 한다. 칵슬라우타넨 가는 길로 트레일을 따라 간다. 숲은 고요하고 눈이 소복하다. 아름답다. 완만한 길을 가다 약간 고도가 생긴다. 내려올 때 가속이 붙어 정신없다. 그래도 잘 간다. 높은 언덕을 중간 정도 오른다. 반대로 되돌아 간다. 3시가 넘어 어두워졌지만 이 길은 불을 밝혀 놓았다. 남편은 쌩하고 내려가는데 나는 다 내려와서 넘어진다. 왼쪽 얼굴을 쳐박아서 얼얼하다. 몇번 넘어진 탓에 왼쪽 어깨도 뻐근하다.

숙소까지 오니 아주 어두워진다. 5시에 장비 반납하고 와서 샤워한다. 또 옷이 젖었다. 얼굴은 살짝 긁혔다. 라면 먹고 2시간 동안 잔다. 정신이.멍하다. 그 사이에 남편은 어렵게 연말정산 입력을 했다. (30분 이상 걸렸다.)내일 몸이 나아지면 스키로 칵슬라우타넨에 다녀 오려고 한다. 왕복 12km 이다. 오늘은 4km 정도 다녀왔다. 자야겠다.

스키 대여 30

2017.1.19(목) 킬로파 - 칵슬라우타넨 - 킬로파

어제 많이 잤다. 15시간은 잔 것 같다. 새벽에는 충분히 잤는지 자주 깬다. 간밤에는 학교에서 애들 데리고 1박 2일 수련회를 다녀온다. 그런데 교사들 끼리 학교에서 하루 더 자야 한단다. 좀 불만이다.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가 건너편 아파트 꼭대기 층의 젊은 여자가 베란다에 나와 매달려 소리를 지르며 뭐라고 말을 하더니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본다. 이상한 꿈이다.

8시 넘어 아침 먹으러 간다. 하늘이 맑다. 달이 좀 왼편의 다른 자리에서 넘어 간다. 하루 사이에 자리가 확 변한다. 어제 밤에는 오로라 지수가 4였다는데 날이 흐려서 소용이 없었다. 점점 아침 먹기가 힘들다. 햄, 치즈, 빵은 거의 안 먹힌다. 주로 과일 위주로 가져 오고 시리얼을 먹는다.

9시에 스키 장비를 이틀 동안 빌린다. 숙소에 와서 영상으로 크로스 컨트리 하는 것을 한번 보고 10시 반에 나간다. 오늘은 고맙게도 영하 4도다. 스키타기에 최적의 날. 어슴푸레 밝아졌는데도 날이 잔뜩 흐리다. 본관 앞부터 스키를 신고 내리막 길을 내려간다. 다리가 덜 풀려서 벌벌거린다. 오늘도 초급 교습 중인 헬레나 샘을 만나 인사한다. 어제 오후 이곳을 지날 때도 똑같이 오후 교습 중인 샘을 만나 인사했었다. 하늘이 어둡더니 눈발이 날린다. 점점 심해진다. 고민하다가 돌아가면 할 일도 없고 하니 그냥 가기로 한다. 우리가 언제 또 칵슬라우테넨에 가 보겠나.

어제 넘어졌던 언덕을 오른다. 힘들어서 스키를 벗고 걸어 올라간다. 그 다음에는 계속 완만한 경사지이다. 오르막 길이다. 한참 더 가서 크로스 로드에 왔다. 눈발이 심하지만 잠시 서서 차를 마신다. 꽤 숨이 차고 땀이 많이 난다. 오늘은 초코 우유 700m와 차 1리터를 만들어 왔다. 눈을 많이 맞아 모자 앞의 털이 다 젖는다. 벌써 속옷과 티셔츠가 젖어 칙칙하다. 파카 겨드랑이의 지퍼를 열 수 있어서 그나마 환기가 되고 훨씬 낫다. 앞 지퍼도 조금씩 열어 찬 기운을 넣고 간다.

길 양옆은 눈이 쌓인 벌판, 하얀 나무, 전깃줄 까지도 눈으로 둥글게 통통해져서 아름답다. 나무가 눈에 잔뜩 휘어 이상한 형상을 만들기도 한다. 아주 고요하다. 우리의 스키 소리 뿐이다. 어제 잘 자서 컨디션이 좋다. 점점 시간이 흐를 수록 날이 갠다. 다행이다. 남편은 앞서 가며 트레일 위에 쌓인 눈을 다져 주기도 하고 가운데로 혼자 맘대로 가기도 한다. 나는 트레일로 만 간다. 야트막한 내리막길은 이제 쉽게 간다. 재미있다. 눈이 쌓여 트레일이 매끄럽지 않다. 그립력이 생겨 버렸다. 많이 속도가 안 난다. 오르막길도 웬만하면 그냥 오를 수 있다. 폴대에 힘을 주고 가면 된다. 북극권에서 우리가 크로스 컨트리를 하며 고요한 숲을 가고 있다니 신기한 일이다.

드디어 12시 반에 칵슬라우타넨에 도착한다. 영광이다. 도착 기념 사진을 찍고 레스토랑에 간다. 다행히 커피는 싸다. 2.5 밖에 안한다. 구석 자리에 앉아 싸온 빵, 과일과 함께 먹는다. 쉬다가 화장실 다녀오고 유리 이글루를 보러 간다. 다시 눈보라가 좀 생긴다. 이글루는 푸른 유리로 되어 있고 침대 하나 들어 있다. 유리 이글루에 눈이 쌓이면 물론 치워주겠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인데 기대했던 것보다는 평범했다.

1시 50분에 스키신고 출발한다. 바람을 등지고 가니 편하다. 날이 개어 해가 지는 모습이 아름답다. 하늘이 붉게 물든다. 쉴 때마다 차나 초코우유를 마신다. 마시면 정신이 확 든다. 돌아오는 길은 마음도 가볍고 요령이 생겨서 더 편하다. 적당한 내리막도 잘 내려온다. 꾸준히 약간씩 오르는 길을 한참 간다. 드디어 어제 넘어졌던 그 긴 언덕에 도착한다. 어제는 대단한 언덕으로 보였는데 오늘 보니 내려갈 만 하다. 남편이 먼저 쭉 내려간다. 내가 내려가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주기로 한다. 어렵지 않게 멋지게 내려온다. 속도가 별로 빠르지 않았다. 내리막길이 상쾌했다. 남편은 이제 힘들다고 한다. 나는 어제 많이 자서 아직 5킬로는 더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꾸준히 길을 간다.

3시에 가로등이 켜진다. 오늘은 많이 어두워지기 전에 들어온다. 호텔이 보이는 지점에 이르자 비로소 힘이 든다. 더 이상은 못 탈 것 같다. 숙소 앞까지 스키를 타고 매끄럽게 도착한다. 스키를 벗어서 밖에 잘 걸어둔다. 3시 50분이다. 오며 가며 각각 2시간 씩 걸렸다. 총 12km를 갔다. 이제야 다리가 아프다.

입구에 앉아 쉬며 오늘의 대장정을 축하한다. 힘이 다 빠진다. 숙소에 와서 파카를 벗는다. 오늘도 옷이 다 젖었다. 물에 담근 옷 같다. 샤워하며 다 빨아서 수건에 밟아 넌다. 남편이 까르보나라를 만들었다. 맛이 고소한 수제비같다. 오늘 저녁은 전기 사우나를 하러 가려고 했는데 힘도 빠지고 귀찮아 포기한다. 과일도 먹고 오늘 사진보며 쉰다. 남편이 나가서 우유를 사온다. 내일 오후 5km 스키도 신청했다. 온몸이 다 뻐근하고 팔과 다리가 얻어 맞은 것 같다. 오로라를 보러 왔는데 썰매도 신나게 타고 크로스 컨트리를 3일 이나 하다니 신기하다. 썰매도 더 타러 가고 싶지만 스키 때문에 갈 시간이 없다. 헬싱키에서 아파트먼트를 2일 예약했다. 사토 호텔 홈이다. 역에서 걸어서 1km이다. 2일 교통권을 끊어서 다닐거다. 8시 반에 라면을 두개 끓여 먹는다.

한숨 자다가 남편이 오로라가 왔다고 확인하러 나간단다. 뭔가 보이면 부르라고 했다. 문 밖에서 외국인과 오로라 어쩌구 대화가 오고 가는 걸 듣고 나도 빛의 속도로 옷 입고 나간다. 밖은 별 것 없다. 늘 가던 개활지 쪽으로 가자 남편이 가고 있다. 올라 가다 보니 희미하게 뭔가가 생기는 듯하다. 오로라가 생기기 시작한다. 엻게 옆으로 퍼진다. 그런데 꽤 약하다. 계속 기다린다. 지속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꽤나 강렬하게 피어오르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금방 흩어진다. 오늘은 찍어보니 붉고 파랗고 초록색이 든 오로라다. 그리고 북두칠성 밑에서 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북쪽 하는 어디에서건 지점 지점에서 피어 오르듯 만들어졌다가 흩어진다. 잘 보기 위해 개활지 위의 언덕으로 계속 올라간다. 그러면 나무에 가리는 것 없이 더 잘 보인다. 오래 있어서 춥다. 그런데도 오로라는 마약 같아서 떠날 수가 없다. 추우니 쪼그리고 앉아도 보고 서서 보기도 한다. 다양한 모양으로 피어오른다. 직선의 커튼같은 형태, 타원형의 형상도 보인다. 전체적으로 퍼지기도 한다. 잦아들어 희미해지자 몸이 얼어서 들어와야 했다. 12시 15분이다. 녹이고 다시 나가고 싶지만 자야겠다. 남편이 오로라 보는 것을 너무나 좋아한다. 벌써 두번째다. 날이 맑아도 보이지 않을 때가 있는데 우리는 운이 참 좋다. 그저께는 지수가 높아도 별들만 초롱했다. 어제는 눈이 왔다. 오늘은 별과 오로라가 함께였다. 달이 떠야 하는데 시간이 달라진 건지 신기하게도 보이지 않았다.

스키 대여 2일 60(2인), 커피 5, 우유 2  * 총 67.


여행 홈 :: 2017 폴란드,발트3국,핀란드북극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