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베리아-바이칼여행 - 8월6일(토)

10. 8월 6일 사라누르 호수와 칸호이 호수 1일 투어

아침 6시에 일어나 요가를 하다 뒷마당에서 운동을 했다. 아저씨가 싱싱한 생선을 한가득 사오시며 특유의 순박하고 인상 좋은 미소를 보이며 보여준다. 60cm가 넘어 보이는 큰 생선이 한 마리 있었는데 작은 딸 율리아가 파이용이란다. 책 읽다가 한숨 자고 일어나 10시에 아침을 먹었다. 뜰에서 산딸기 따먹다가 또 독풀에 쏘였다. 아줌마는 산딸기를 사다가 잼을 만드셨는데 푸짐하게 주는 잼과 넓은 팬 케잌?아침이다. 다 못 먹어서 점심으로 싸두었다. 우리 빵에도 남은 잼을 발라 둔다.

10시 45분에 출발하여 마을의 위쪽 길에 있는 집에서 뚱뚱한 두 자매를 태웠는데 이르쿠츠크에서 온 다띠아나 자매이다. 무척 명랑하고 활달한 성격들이다. 9명을 태운 차는 스텝 초원지대를 지나고 산을 하나 열심히 넘는다. 역시 가파른 길을 차가 오른다. 산 위에는 브리야트 족이 신성하게 여기는 장소가 있었다. 바위 세개 앞에 자작나무 세 그루가 자라고 있다. 샤먼이 기도하는 곳이다.


부랴트 성지의 자작나무 세 그루

내리막길을 지나 조금 가니 과연 숲 속의 누런 호수, '샤르누아'가 보인다. 며칠 전 해변에서 만났던 한국 사람들은 이 호수가 냄새도 나고 물 색깔이 더러워서 현지인들은 많이 들어가지만 자기들은 안 들어갔다고 했다. 과연 냄새도 나고 색깔도 짙은 갈색으로 희한하다. 그러나 피부과 의사인 리아나는 이 물이 황과 라돈이 섞인 무척 좋은 물이라고 한다. 냄새가 나는 이유는 황 때문이고 주변에는 오염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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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찌야나자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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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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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망한 상황
 

먼저 다띠아나 자매가 시범을 보인다. 수영복(뚱뚱해도 비키니 입으신다) 이외의 피부에 진흙을 떠서 열심히 바른다. 보고 있으려니 빨리 따라하라고 성화다. 해안이는 이미 씩씩한 아냐를 따라 들어가 놀고 있고 리아나는 관절염이 있는 어머니에게 가져다 드린다고 진흙을 퍼 담느라 바쁘다. 나중에 다띠아나 자매도 담는 걸 보면 분명 좋은 진흙이다. 그들을 따라 열심히 진흙을 바르고 얼굴에도 발랐다. 달걀 썩은 냄새도 나지만 고운 진흙 속에는 작은 새우들과 지렁이들이 많다. 바르다가 발견되면 떼어 내어 물에다 넣어준다. 너무 작아서 피부에서 고물거리는 느낌도 별로 없다. 10분 간 몸을 말린 후 물에 들어가 수영하면서 씻어내면 피부는 놀랄 만큼 부드럽고 매끈하다. 너무나 좋아서 나중에 또 오고 싶을 지경이다. 물도 따듯하고 얕아서 놀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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뻬치까에서 굽는 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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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누르호수에서 점심먹기

역시 램과 니꼴라이 아저씨가 오물을 구웠다. 오늘은 솔방울을 얹고 소금을 뿌린 후 오래 구워서 향이 강하고 맛이 더 좋다. 어제처럼 우리 식구가 4마리를 먹었지만 더 먹을 만하다. 특히 내장과 간이 맛있다. 리아나가 사온 치즈와 아침에 남겨 온 팬케잌?잘 먹었다. 물에 들어가 더 놀다가 나와서 옷 입고 출발하여 다시 산을 넘고 내려와 칸호이 호수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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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호이의양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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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호이에서수영하기- 렘과 아냐는 호수 중앙으로 간다

이곳은 석호로 바이칼과는 가느다란 모래 길로 나뉘어 있다. 캠핑하는 사람, 낚시하는 사람이 많다. 프랑스인이 옆에서 작은 물고기를 잡다가 말을 건다. 영어를 하는 사람을 만나니 반갑다. 혼자 여행을 하나 했더니 역시 러시아인의 친구와 함께 여행 온 사업가다. 호수는 꽤 크지만 수초와 녹조류가 많고 깨끗하지 않아 들어가기가 찜찜하다. 다띠아나 자매와 램, 리아나가 다 들어가니 우리도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바닥이 미끄러워 신을 신고 들어갔다. 싫어하던 남편도 결국 입수. 물은 차다. 다띠아나 자매는 샴푸칠과 목욕까지 한다. 그래도 바이칼에 비하면 아주 작은 호수인데 이 사람들은 개념이 없다. 물이 금방 깊어져서 주변에서만 놀고 있는데 램은 어느새 호수 중간까지 가서 특유의 포즈로 누운 채 둥둥 떠 있다. 이 아저씨는 몸이 어떤 구조인지 빠지지 않는 풍선처럼 물속에서 자유롭다. 신기하다. 호수 주변에는 노란색 개양귀비가 아름답게 피어있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지쳐서 피곤했다. 어제 먼지 쓴 옷까지 대량의 빨래를 대충해서 널고 잠을 잤다. 남편과 해안은 밖에서 공놀이도 하고 책도 읽고 램, 아냐와 축구도 했단다.

저녁도 역시 내장을 빼고 양파, 당근, 마늘, 생크림 등을 채워 오븐에서 구운 고급 오물요리가 나왔다. 기다리다가 빵을 먹어서 그 맛있는 요리를 한 마리밖에 못 먹었다. 맑은 스프와 말린 과일로 끓였다는 풀 쑨 듯한 붉은 쥬스가 맛있다. 램이 생선 간 통조림을 땄는데 고소하고 짭짤하여 빵에 발라 먹으면 괜찮다. 그리고 수박 한통을 선물이라며 사와서 썰었다. 색깔은 빨갛지 않지만 물이 많고 먹을 만하다.

식후에 안나 아줌마의 바냐에 갔다(1번 쓰는데 100R). 스폰지도 새로 내어 주신다. 아줌마 식구들이 묵는 별채로 들어가면 구석에 사우나 입구가 있다. 옷을 벗는 곳 한 쪽에 불 지피는 아궁이가 있고 들어서면 후끈한 사우나. 바냐에는 찬물동이와 화덕 옆에 끓이는 더운물, 누울 만큼 긴 2단 짜리 의자가 놓여있다. 바닥은 나무판이 깔려 있고 하수구 쪽 방향이 더 기울어져서 물이 잘 빠져나가게 한다. 사우나식 목욕탕이라 하면 되겠다. 오랜만에 꼼꼼히 잘 씻었지만 더워서 얼굴이 벌겋게 되고 힘이 빠져 30 분도 못 있고 다 나왔다. 오랜만에 제대로 씻어 기분도 좋고 손톱 밑이 깨끗해졌다. 가격도 싼데 귀한 물도 많이 주셔서(이곳은 물을 공급하는 물차가 돌아다닌다) 여러 가지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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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차. 집집마다 다니며 물을 공급한다

몸이 더워서 둘이 산책을 나갔다. 항구 가는 길의 '쁘리 보이'라는 상점 앞의 의자에서 요구르트와 맥주를 먹으며 노을을 바라보았다. 현지인들이 맥주 한잔하고 담소를 나누는 곳으로 요즘 음악을 틀어 놓았다. 말린 훈제 오물을 안주로 맛있게 뜯어 먹는 사람들도 보고, 신나는 음악에 맞추어 브리야트족 아저씨 한분과 러시아 아줌마 세 명이 일어나 춤추는 모습도 본다. 자연스럽게 음악 분위기에 따라 흐느적거리며 흔들기도 하고 경쾌하게 추다가 모두 어깨동무하며 돌기도 한다. 기분에 따라 남을 의식하지 않고 솔직하고 건전하게 노는 모습도 자연스럽고 보기 좋지만 동양인, 서양인이 모두 러시아인으로 별 의식 없이 어울린다는 것이 더 아름다웠다. 해는 저무는 데 걸어가던 소년도 그 모습을 웃으며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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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 주요리. 남은 것을 방에서 먹었다.

다시 걸어서 항구에 왔다. 오늘은 날이 부옇게 보여 해가 엷게 남아있는 호수는 모네의 그림 같다. 가게에  들렀다 집에 오니 11시 40분. 남편은 다시 출출해져서 많이 남긴 오물요리가 먹고 싶단다. 둘이 나가서 안나의 딸에게 부탁했더니 엄마를 부른다. 안나는 차가와도 되냐면서 인심 좋게도 큰 접시에 4마리나 준다. 그런데도 그 많은 양을 셋이 다 발라 먹었다. 차가와도 너무나 맛있는 최고급 요리이다. 많이 먹어 속이 더부룩했다. 안나도 자기의 요리를 인정해주니 기분이 좋았을 거다. 매일 다른 방법으로 오물요리를 해주는 안나의 정성에 감탄하고 있다. 두 딸과 니꼴라이 아저씨의 순박한 미소도 감탄할 만한 점이다. 인상들이 정말 좋다. 평화롭고 시골집에 머무는 듯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이곳에는 오물이 흔해서 오늘 아침에 고양이도 갓 사온 싱싱한 것 한 마리를 받았는데 오후에 보니 먹지도 않고 그 자리에 그냥 두었다. 맛있는 음식과 편안함 때문에 오래있어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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