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베리아-바이칼여행 - 8월15일(월)

19. 8월 15일 이르쿠츠크 1일 여행

아침 10시 반까지 식사를 하고 나가서 64번 승합 택시로 레르몬토바 거리에 갔다. 어디까지 가는지 한번 타 본 것인데 우연히도 광물박물관이 있는 거리에 오게 되었다. 뒷편 전차길 변에 천주교 성당이 있었다. 0815.가톨릭성당.jpg이곳에서는 극히 소수라서 그런지 내, 외부가 더 조용하고 단아했다. 여기서는 성상을 보기가 어려운데 금빛 예수상과 마리아상, 많은 의자들이 우리 성당과 같다. 십자가의 길에서 예수수난의 해안이에게 과정을 설명해 주었다. 절처럼 고요한 곳이라 마음이 차분해진다. 자원봉사자인 듯한 사람이 종이를 나누어 주며 말을 시키길래 뭔가 했더니 오후 6시에 미사가 있으니 오라는  뜻이었다. 시간이 된다면 한번 오고 싶었는데 나중에 잊고 넘어갔다. 광물박물관 주소를 찾다가 그 위치에 박물관이 없어서 포기했다.

전차 종점에서 1번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간식을 먹으며 즈나멘스키 수녀원의 위치를 책에서 다시 확인하고 가는 차편을 알아 두었다. 다시 1번 전차를 타고 중앙시장에 가서 식료품 상가 시장구경을 하다가 일종의 러시아식 패스트 푸드점을 발견했다. 몽골에서도 몽골식의 음식을 패스트 푸드라고 비슷하게 만들어 파는 모습이 신기했는데 이곳도 비슷하다. 그래도 맛있는 러시아식 국(김치찌게 맛)과 무지하게 큰 햄버거(중간에 스테이크 같이 큰 햄버거 패티가 들어있음)를 잘 먹었다. 음식가게에서 순대가 곁들여진 밥이며 닭을 사서 바깥의 의자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희한하게도 이 순대는 닭 껍질로 만들었다. 무척 맛있어 보이는 자두(역시 젖과 꿀이 흐름)를 샀는데 1kg에 겨우 30R이다.

4번 버스를 타고 어제 그 성당이 있는 곳까지 갔다. 내려서 즈나멘스키 수녀원을 찾아 걷는데 어제 앙가라와는 달리 매연을 내뿜는 차 옆의 인도를 걷는 터라 가는 길은 별로였다. 그나마 딸과 자두를 먹으며 즐거워했다. 생각보다 많이 걷는다. 도착한 수녀원은 앙가라 강가에 있다. 볼콘스키 부인의 묘는 어느 것인지 알 수 없다. 성당 내부는 오래된 옛 모습을 잘 보존하여 작지만 멋있었다. 밖에는 알혼 섬의 신부님처럼 수염과 머리가 긴 검은 옷의 신부님들이 계셨다. 이곳의 화장실은 특이한데 벽도 없고 걸터앉는 틀도 없는 작은 사기 변기 두 개가 나란히 있다. 앉아 일을 보아야 하는데 옆 사람과 대화가 가능하다는 얘기이다. 냄새가 많이 나서 입으로 숨 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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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나멘스키수녀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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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나멘스키수녀원

수녀님들이 넓은 정원에 꽃들을 아름답게 심어 놓고 물을 잘 주어서 가꾸고 계셨다. 서양식 둥근 정자도 있고 작은 오솔길들이 나있다. 글라디올러스, 달리아 등 색색의 꽃이 피어있다.0815.즈나멘스키.양귀비.jpg양귀비도 보인다. 왜 아편의 원료를 요렇게 많이 심으셨을까. 열매가 많이 맺혀 있다. 사실 이렇게 예쁜 꽃을 아편 때문에 못 심게 하는 것은 부조리하다고 생각한다. 허용해주면 너도나도 심어 오순도순 아편하는 세상이 될까? 하늘거리는 꽃을 볼 때마다 참 예쁜데 못 심게 하는 것이 안타깝다. 꽃이 무슨 죄인가. 신기하게도 중국 백두산 밑 이도백하의 장백산 박물관 뜰에도 양귀비가 많았다. 그때도 보고 놀랐었다. 나는 양귀비, 개양귀비 꽃이 좋다. 그림에 나오는 것 같은 정원에 앉아서 쉬며 성당을 바라보니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특히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한 수도원과 정원은 유난히 사진이 잘 나왔다. 그곳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오는데 우리나라 사람들도 만났다.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은 우리가 러시아 말도 잘 못하면서 배낭여행을 하는 것이 신기하신가 보다.

부근에서 버스정류장을 찾지 못해 거꾸로 걸어오다가 쓰레기차가 옆으로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다. 방금 사고가 났는지 사람들이 운전하던 아저씨를 막 꺼냈다. 머리에 피를 좀 흘리시는데 많이 다치지는 않았고 얼빠진 것처럼 보인다. 어떻게 사고가 났는지 한 대만 넘어져 있었다. 뒤쪽과 반대편 차선에 차가 많이 밀렸다. 매연을 많이 내뿜어서 걷기에는 피곤한 길이었다.

전차타고 중앙시장에 내려 옆에 있다는 벼룩시장에 갔는데 정말 볼 것 하나 없는 곳이다. 어쩌다 그 중국식당 앞에 또 와서 저녁 먹으러 들어갔다. 면과 탕수육 매운 국을 시켰다. 메뉴판에 없는 것을 시켰다고 바가지를 씌우는지 맛도 없는 평범한 국수를 100이나 받아서 좀 기분이 나빴다. 두 번이나 왔으면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거다. 조선식당이라는 말에 속아 처음에 왔었는데 어쨌든 이래저래 이 식당에서 돈을 좀 썼다. 시장에서 내일 열차타면서 필요한 먹거리를 샀다. 서비스 좋은 언니 집에서 햄도 사고 치즈, 과자 등을 샀다.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빵집에서는 흑빵을 한 덩이 샀다. 우리가 좋아하는 꿀 자두도 더 샀다. 사실 이제 라면과 빵에 질려가고 있어서 어떤 음식도 즐겁게 사 지지가 않았다. 남편은 터미널 옆 수퍼에 들렀다 오겠다고 해서 일단 헤어졌다.

해안이와 나 둘이서 1번 전차를 타고 돌아온다. 두 팀으로 나뉘는 것이 처음이어서 내리는 곳을 놓칠까봐 밖을 열심히 살폈다. 못 내리면 앙가라 강을 건너가므로 황당해 진다. 다행히 정류장에는 고르비, 옐친, 푸틴 대통령이 신문을 들여다보는 광고가 있기 때문에(신문을 보느라 이마 윗 부분만 보이는 광고인데 그들 특유의 모습, 예를 들어 고르비 이마의 지도 모양 점이라던가 옐친의 흰머리 등의 표시가 있어 금방 누구인지 알 수 있다) 광고판을 보고 얼른 내렸다. 워낙 전차가 느리므로 천천히 확인하다가 내리면 된다. 거리 이름을 외우면서 척척 찾아다니는 남편은 나중에 이 얘기를 듣고 좀 어이없어 한다. 안 그래도 못 내릴까봐 걱정스럽더란다. 아무래도 그림보고 내린다는 것은 사실 거의 유치원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그런 그림을 외웠다가 내릴 수 있다는 것이 훌륭하지 않은가(나 잘났다 정말)? 우리 는 둘이 노력하여 성공적으로 내린 것을 기뻐하며 씩씩하게 집으로 돌아와서 샤워와 빨래를 했다.

오늘도 숙소에는 사람이 무척 많다. 한국인들은 이른 아침 몽골로 떠났다. 내가 권한 대로 ?수굴 말 투어를 갈 것이다. 대신 또 다른 영국사람 두 명이 우리 방에 들어오게 되었다. 영국아저씨가 우리 방 창가에 또 간이침대를 폈다. 비싸도 정말 잘 나가는 집이다. 남편은 40분 후에 몇 가지 물건을 더 사서 도착했다. 리다에게 물어서 전화카드를 사러 앙가라 호텔 옆 수퍼에 갔다. 카드 자판기에는 여러 종류가 있어서 어떤 카드를 사야할지 알 수 없었다. 물어봐도 설명이 신통치 않다. 대충 읽어보고 남편이 직감적으로 이거다 싶은 것을 샀는데 다행히도 리다가 사오라는 인터넷 폰카드였다. 호스텔의 전화는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4,000원 정도의 이 전화카드는 4,5분 쓸 수 있을거라는 설명과 달리 꽤 오랜 시간 통화가 가능했다. 처음 전화한 아버지에게는 길게 하지 못했지만 엄마와 시누이에게도 하고도 남아 아예 엄마와 다시 통화하여 끊어질 때까지 한참 썼다. 내일은 7시에 나가야 한다. 이 도시에 적응하여 뿌듯하게도 버스와 전차를 마음대로 탈 수 있는 상태가 되었건만 떠나야 한다. 늘 적응이 될 만하면 떠나는 것이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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