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베리아-바이칼여행 - 8월14일(일)

18. 8월 14일 아름다운 도시 앙가르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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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가르스크버스

8시에 일어나 혼자 빵을 약간 먹고 누워서 책을 읽다 보니 9시에 모두 일어난다. 같이 초코 크림과 차를 곁들인 아침을 먹었다. 오늘은 터미널 가는 버스 편을 물어 보았다. 10시에 나와 버스로 터미널에 왔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니 정말 편하다. 그런데 여태 무작스럽게 걷기만 한 것이다. 어제 무거운 짐을 가지고도 비를 맞고 걸었던 것이 좀 억울하다. 쉽게 표를 사고 앙가라스크 행 버스를 탔다. 평소 이 버스를 자주 보았던 터라 어려움이 없었다. 뒷좌석이 마주보게 되어있어 한가하게 노닥거리며 경치를 구경한다. 앙가라 강을 거슬러 오르다 강을 건너 위로 올라간다. 도시만 벗어나면 어디든 오지의 숲이 펼쳐지는 넓은 땅이 시베리아이다. 좋은 날씨이다. 소나무, 자작나무 숲을 구경하며 하늘의 구름을 본다. 걷고 싶은 숲이다. 모든 것이 느긋하고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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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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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전차

1시간 정도 가니 공업도시답게 거대한 정유공장이 보인다. 그러나 외곽에 이 공장이 있을 뿐 시내는 어느 곳보다도 한가하고 조용한 전원도시였다. 터미널은 중심지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있었다. 길들이 무척 넓어서 대로 중앙을 아예 공원처럼 만들어 나무를 심고 가운데 통로를 따라 걸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무엇보다 전차 전체를 하나하나 다양한 테마로 꾸며서 천체 모양, 바다 속 동물 모양, 또 사람의 머리가 보이는 창의 밑 몸통 부분을 만화로 앉아있는 여자와 남자의 몸을 그려서 그 모습을 보는 사람을 한번쯤 웃게 만들어 놓았다. 사람에 대한 배려와 유머가 돋보이는 도시다. 차들이 적고 매우 한가하다. 게다가 건물은 파스텔 톤으로 산뜻하고 예뻤다. 인상이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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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가르스크중앙로 칼라 마륵사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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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장 팬케익집

중심가인 레닌 거리를 따라 걷다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중앙시장을 발견했다. 오늘이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도시 사람들이 다 모여 있는 듯한 분위기이다. 팬케잌?뭔가를 넣어서 파는 가게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맛있는 가게라는 신호이다. 우리도 서서 적혀 있는 것 중 하나를 골랐는데 어쩌다 가장 이상한 것을 고른 거다. 호두에 각종 달콤한 잼이 범벅이다. 서로 한입 씩 억지로 다 먹었다. 사람들이 많이 먹는 샤실릭 집에서 푸짐한 양의 저렴하고 맛있는 샤실릭을 먹었다. 이곳 시장의 자두도 사먹었는데 너무 환상적인 맛이라 일명 '젖과 꿀이 흐르는 자두'라고 부르며 딸과 만족스럽게 먹었다. 상가 건물 입구에는 화장실이 있는데 1인당 2R 내고 들어가야 한다. 상가의 안은 매우 크며 잘 정리된 가게들이 있다. 현지인들 속에 섞여 평범한 도시에 있다 보니 우리도 러시아인이 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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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장 샤실릭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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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장

물건도 많고 다양하지만 물가도 상대적으로 무척 싸다. 그들의 삶을 느껴볼 수 있는 재미있는 구경거리들이 많다. 해안이는 장식이 많은 머리끈(15)을 남편은 멋진 통가죽 벨트(150)를 샀다. 옷은 별로 살 것이 없지만 질 좋은 모피 모자들은 정말 예쁘다. 물론 10만원 이상의 고가이다. 이 사람들에게는 비싼 물건이지만 겨울 필수품으로 한번 사면 거의 반평생 쓸 것이다. 식료품과 털실까지 자세히 다 구경하고 밖으로 나왔다. 야외에도 옷을 파는 시장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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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중간소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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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중간소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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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가라스크에서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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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도 야호

 

다시 레닌대로로 와서 길가의 크바스를 사먹었는데 가게제품보다 좀 밍밍하다. 이번에는 도로 중앙에 공원처럼 만들어 놓은 곳의 인도를 걷는다. 워낙 예뻐서 벤치에 앉아보지만 햇볕이 따가워 오래있기 힘들다. 푸른 하늘과 날씨, 공원의 꽃들, 자작나무와 구름, 시간이 고무줄처럼 늘어지는 곳이다. 한가하고 평화롭다. 미얀마에서처럼 만세 포즈로 딸과 둘이 앉아 찍으니 건너편 벤치의 중년 러시아부부가 똑같이 따라하며 자기들도 찍으란다. 인상이 좋은 아저씨는 카메라를 달라며 우리 가족을 찍어 주셨다. 두 분이 장을 보고 집에 돌아가는지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혼율이 높다는 러시아이지만 이 부부의 사이좋은 모습이나 버스에서 다정히 이야기 나누는 노부부를 보면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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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새단장중

인사하고 헤어진 후 걸어서 시내의 상점에 들어가 본다. 악기점의 물건들은 비싼 편이다. 햇살이 뜨거워 그늘에 있으면 다시 추워서 나와야하는 극대비의 날씨이다. 경기장 쪽으로 걸어 내려가다 보니 건물 도색 작업하는 광경이 보인다. 유난히 깨끗한 거리의 풍경은 계속되는 도색 때문이었다. 옛 건물은 무척 낡아 있는데 잘 관리하고 있다. 앙가라시가 다른 곳보다 돈이 좀 있는 모양이다. 모든 체계와 분위기가 딱 보면 잘 사는 북유럽에 온 느낌이다. 거리의 사람들도 관광객이 드문 곳이라 사진을 같이 찍자거나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다. 또한 주택가의 길들은 깊은 숲속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도시라는 실감이 안 난다. 어디에서나 자연 속에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람들이 쉬는 작은 공원에서는 총 쏘아 과녁 맞추는 곳이 있었다. 해안과 남편은 아주 잘 맞힌다. 총의 성능이 아주 좋단다. 작은 것에도 러시아 사람들의 철저함이 보인다. 그늘의 의자에 앉아 쉬려니까 자전거 타는 소년 둘이 다가와 뭔가 열심히 물어 보며 대화를 하고 싶어 하는데 우리의 이름과 국적 정도를 말하는 수준으로는 불가능이다. 한참 시도를 하다가 결국 인사를 하고 헤어지는 소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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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4.가로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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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을 향해 걷다가 수퍼에서 장도 보고(물가가 싸다) 주택가를 천천히 걷는다. 모든 것이 고요하다. 빨리 걷고 싶지가 않아서 천천히 움직인다. 우리도 이렇게 자작나무가 높이 자라 뻗어있는 도로를 가진다면... 차 들은 거의 다니지 않는다. 가끔 유모차를 끌고 주민이 지나간다. 아파트 위 베란다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내려다보시더니 뭐라고 웃으며 말씀하신다. 관광지도 아닌 이런 곳에서 배낭 여행자를 보니 신기해서 그러시나보다. 96년 영국에서 돌아오기 전날 기타를 사러 작은 마을에 찾아간 적이 있었다. 비슷한 주택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아기자기한 마을에서 내가 주민이 된 듯한 포근함과 여기에서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앙가라에서도 일상의 포근함과 고요함을 경험한다. 전과 똑같은 느낌이다. 무뚝뚝하다는 러시아인들에게서 우리나라 사람과 비슷한 느낌의 정을 느낀다. 남편은 이곳에서 한번 자보기도 하고 재미있는 전차를 다 찍어보고 싶단다. 거주지 등록이 있는 한 우리는 앙가라에서 잘 수 없다.

떠나기 싫지만 터미널에 와서 막 출발하려는 차를 탔다. 하루 종일 걸었으니 좀 지치지만 마음이 좋다. 졸다 보니 이르에 왔는데 버스가 숙소 근처에서 한번 서 준다. 해안이만 숙소로 먼저 가고 우리는 터미널까지 가서 예쁜 성당을 구경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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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정교성당

한참 걸어서 성당에 들어 가보니 공사 중이다. 겉모습만 완성한 상태이고 내부는 화려한 천장의 그림이며 장엄하게 장식중이다. 공사에 참여하는 청년이 초를 건네줘서 얼결에 불을 피웠다. 몇 년 후에 완성된단다. 기부금 만 내고 나왔다. 걸어서 터미널 옆 대형 수퍼에서 장을 보았다. 돌아오는 길에 어디서 봉고택시 64번을 타는지 몰라 대충 탔는데 반대편 종점에 가 버렸다. 종점에서 다시 타고 숙소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었다. 우리 방도 독일 청년이 새로 와서 보조침대까지 창가에 들어와 있다. 이 청년은 해안이와 거실에서 만화영화 같이 보는 짝이 되었다. 이르쿠츠크에 지금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느낌이다. 숙소도 밤늦게까지 이야기 소리로 조용할 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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