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베리아-바이칼여행 - 8월20일(토)

24. 8월 20일 시내교통 이용하기

여행지의 마지막 날인 셈이다. 어떻게 그 긴 시간이 다 갔는지 모르겠다. 나는 배탈이 나서 아무 것도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우선 숙소 앞 서점에서 하바지도를 샀다. 어디를 가볼까 하다가 결국 김정일이 태어났다는 곳 '뱟스코예'에 가기로 했다. 아무르 강변의 시골이다. 버스로 터미널에 갔다. 낡았으나 우리나라처럼 규모가 크다. 우리가 가려는 곳은 이른 새벽에 두 번, 늦은 오후에 두 번, 총 네 번 밖에 차가 없어서 포기했다. 버스들은 가까운 곳 만 가는 것이 아니라 위쪽의 먼 곳까지 다 다닌다.

남편의 발이 많이 아파져서 약국에 들러 밴드와 손, 발에 바르는 크림을 샀다. 잠깐 걸어가기도 뜨거운 햇살이다. 정류장에서 47번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얍삽하지만 전봇대 그림자에 나란히 서 있었다. 작은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보면 좀 한적한 곳이 나올까 싶어서 탔다. 관광객이 갈 곳은 아니라서 사람들은 모두 우리를 쳐다본다. 버스에 붙어있던 '39 마가진'을 보고 39쇼핑을 연상하면서 큰 마트를 상상했으나 시골의 가게 같은 분위기였다. 돌아다닐 곳도 마땅치 않아 다시 버스로 숙소에 왔고 남편은 김밥과 김치를 사러 중앙시장에 갔다. 하루 종일 먹지 못하니 힘이 없어 주로 나는 잠을 자고 두 사람은 점심을 먹은 후 초콜릿 같은 종류들을 쇼핑하러 나갔다. 치즈를 좋아해서 사갈 마음이 있었지만 아프고 나니 만사가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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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강변에서

쉬다가 오후에 아무르 강가에 갔다. 제대로 강을 보기는 처음이다. 햇살이 따가워서 오래있기 힘들 정도이다. 강에는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교통수단인 배들이 많다.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돌아오는 배가 없을까봐 걱정이 되어 못 탄다. 아무르 강에 들어가 수영을 하거나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도 좀 있다. 모래사장에는 작은 맥주병 깨진 조각들이 많이 널려있다. 거기에서 어린이들도 놀고 하는 것이 좀 불안한데도 이들은 개의치 않고 모두 평화롭게 시간을 잘 보내고 있다.

0820.아무르스키동상에서.jpg따가운 햇볕을 맞으면서 강변을 걸어서 전망대에 올랐다. 강변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꼭 북한사람들처럼 보인다. 힘든 일을 우리 동포가 하고 있는 것이라면 우리의 처지와 비교할 때 가슴이 찡한 일이다. 그들에게 우리가 일자리를 많이 제공하는 날이 빨리 와야 서로 도움이 될 텐데 말이나. 중국이나 러시아를 여행하면서 분단의 이익을 주변국이 가져간다는 것을 느낄 때 가장 안타깝다. 전망대 위에는 하바를 점령한 '무라비오프 아무르스키' 동상이 거만하게 강을 내려다보고 있다. 탐험대장이라는 사람들, 위험한 사람들이다. 탐험인지 정복인지 침략인지 정확한 표현을 써야 하는데 말이다. 어쨌든 나도 마음에 안 드는 그 거만한 포즈를 따라하며 한때는 우리 땅이었던 곳, 독립 운동가들이 활동했던 이곳에서 사진 한 장 찍어 봤다.

공원에 앉아 쉬다가 시내의 백화점에 들어가 보았는데 비싸고 볼게 없었다. 숙소에 돌아오며 마지막으로 필요한 물건들을 샀다. 하루 종일 거의 먹은 것이 없어서 돌아다니기가 쉽지 않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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