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베리아-바이칼여행 - 이르쿠츠크와 항일 무장투쟁

6. 이르쿠츠크와 항일 무장투쟁

이르쿠츠크와 항일 무장투쟁



복사할 곳을 찾아 헤매느라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시내 지도를 받아들고 시내를 걷는데 의외로 초미니 도시다. 시내 중심부는 모두 걸어갈 수 있는 거리며 지도상의 한 블럭이 기껏 해야 100여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시내는 고풍스러운 목조 건물이 즐비하고 석조 건물도 신축된 것이 별로 없다. 바로 70여년 전 이곳에 근거지를 두었던 무장 독립투사들이 다녔을 이 길을 그대로 내가 다니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떨렸다.

이르쿠츠크에는 이르쿠츠크파 고려 공산당의 당 대회가 열렸던 건물이 있다. 이르쿠츠크파 공산당은 이동휘와 김립이 주동적인 인물이었는데 나중에 소련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를 놓고 소련 혁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우리의 해방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쪽과 소련과의 관계는 협력관계 정도로 하고 우리의 자주성을 지키자는 주장이 갈라져 오히려 주동자였던 이동휘는 따로 상해파 고려공산당을 만들게 되었다. 이 일은 나중에 이런 대립의 와중에서 러시아 국경도시 스바보드니에 총 집결했던 3500여명 가량의 조선 독립군단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자유시 참변이 일어나게 되는 뼈아픈 역사적 사건과도 연결되어 있다.
이 자유시 참변으로 인해 우리의 독립군 역량이 많이 약화되며, 항일 무장투쟁의 거두 홍범도 장군은 동료들을 살리기 위해 결국 소련 쪽에 가담하게 되어 소련에서 예편한 뒤 쓸쓸하게 최후를 맞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는 학교의 역사 시간에 1930년 대 이후의 항일 무장 투쟁에 대해 하나도 배운 적이 없다. 심지어 1930년-1945년 간은 독립투쟁의 공백기였다는 말도 안되는 쪽으로 배웠는데 커가면서 알게 된 사실은 오히려 가장 항일 무장 투쟁이 활발했던 시기가 1930-1940년이며 이 무장 투쟁의 중심에 있었던 이동휘, 홍범도, 김일성, 최용건, 무정들의 장군이 소련이나 북한 쪽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우리 역사학계가 의도적으로 감추어 왔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꼈었다.

이번 여행 중에 가져온 책으로 인물로 보는 항일 무장투쟁사라는 논문서가 있는데 아주 쉽고도 자세하게 30년대 이후의 항일 무장투쟁의 진상을 나타낸 책으로서 논문의 발표자들이 친 북한 학자들이 아니라 남한의 국책연구소인 세종연구소나 일반적인 대학 교수들과 연구원들이 쓴 책이니 역사적 사실은 결국 감출 수 없는 것이란 사실을 새삼 느꼈다.

6.25전쟁으로 민족의 아픔을 가져왔던 김일성이 아무리 나쁘다고 하지만 그것 때문에 역사적으로 벌였던 독립운동 마저 없는 것처럼 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범죄 행위다. 김일성(동북 항일 연군) 뿐만 아니라 무장 투쟁의 중심에 섰었던 김원봉(의열단과 조선의용군) 양세봉(조선혁명군), 최용건(동북 항일연군)등과 같은 민족의 자주성을 지키고 일본 제국주의에 따끔한 맛을 보여 주었던 인물들을 의도적으로 역사에서 배제하여 마치 우리의 해방이 미국 등 연합국에 의해서만 이루어진 것처럼 가르쳐 우리 스스로 자존심 뭉개진 국민을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이르쿠츠크의 느낌

 

마치 유럽의 유서 깊은 도시에 온 느낌이다. 전차와 트롤리버스, 일반 버스, 노선 택시 등의 교통수단이 잘 연결되어 있으며 사람들도 불친절하지만은 않다. 아니, 유럽에서처럼 친절하다는 것이 맞다. 우리가 복사할 곳을 찾으러 들어간 인터넷 센터에서 복사가 되지 않자 그 안에 있던 다른 손님이 우리를 데리고 나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 가며 장소를 알려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우리가 전에 러시아 사람들에게 가지고 있었던 정은 많지만 무뚝뚝하다는 이미지를 확 바꾸어 놓았다.

슈퍼마켓도 많아서 물건을 사기에도 편리하며 중앙시장의 물가는 한국의 절반 정도라서 경아씨는 그의 표현에 따르면 "젖과 꿀이 흐르는" 자두를 30루블에 한아름 사다 들고서는 즐거워했었다. 대부분의 과일은 물론 중국에서 수입한 것이지만 맛은 좋고 값도 싸다.

특이한 점은 상점이나 각종 사무실의 출입문이 이중문이고 한국에서와 같은 쇼윈도가 거의 없기 때문에 러시아글을 모른다면 들어갈 엄두도 나지 않는다는 점과 모든 상점(마가진 МАГАЗИН 이라고 쓰여 있다) 에 문여는 시간과 닫는 시간이 명시되어 있어서 이용하기에 편리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전 러시아가 그렇다지만 길에는 예외없이 그 길의 이름이 적혀 있으며 교차되는 지점에도 꼭 길의 이름이 쓰여 있어 지도를 가지고 길찾기가 무척 쉽다는 점이 선진국스럽다. 물론 러시아어를 읽을 수는 있어야 할 것이지만 영어보다도 러시아어는 글자 그대로 읽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읽는 것을 배우는 것은 쉬운 편이니 그정도는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르쿠츠크를 관통하는 앙가라 강은 대도시를 흐르는 강 답지 않게 무척 깨끗하고 찼다. 거의 지리산 계곡물을 생각하면 될 것인데 참을성 없는 사람은 5분도 들어가 있기 힘들 정도니 대단하지 않은가. 우리가 간 때가 여름이라 따가운 햇볕을 맞으러 많은 시민들이 강변에 나와서 한가롭게 쉬고 있었고 몇몇은 팬티만 걸친 채로 물속에서 수영을 즐기기도 했다.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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