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베리아-바이칼여행 - 알혼섬으로

7. 알혼섬으로

버스터미널에서



알혼섬으로 들어 가기 위해 차편을 알아 보니 예매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이야기한다. 지도를 보며 30여분을 걸어 버스터미널(압토바그잘)에 도착했지만 창구는 많은데 어느 창구가 알혼 가는 표를 파는지 알 수 없다. 터미널 안의 경비원에게도 떠듬떠듬 책을 보며 물어 보았지만 그냥 매표소만 가리킨다. 어쩔 수 없이 경아씨랑 나랑 다른 창구에 줄을 서서 있다가 내 차례가 오자 알혼, 바이칼 이라고 말하니까 뭐라뭐라하는데 내일 8시(자프뜨라, 보씸)이라고 하니 끄덕이며 컴퓨터를 친다. 듣기로는 8시10분과 10시 이렇게 하루 두 편의 버스가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은 더 많다. 여름이라 특별편이 많은 것. 나중에 알고 보니 매표소 중간에 후지르 -알혼섬의 중심마을- 라고 쓰여진 노란 표지판이 붙어 있었고 대략 5-6편의 버스가 있었다. 생각해 보니 매표원에게 알혼이 아니라 후지르라고 했어야 하는 것이다.) 조금 있다가 또 뭐라뭐라 묻는다. 아마도 몇장이냐고 뭍는 것 같아서 3(뜨리)! 했더니 선선히 끊어 준다. 성공!

사실 어려운 일은 아닌 거지만 러시아에서 자력으로 표를 처음 끊은 것이라 경아씨도 대단하다고 하고 나 역시 기분이 무척 좋았다. 나중 앙가르스크 갈 때는 더욱 쉽게 표를 끊을 수 있었으니 뭐든지 부딪쳐서 경험을 해 봐야 한다.

다음날 아침 터미널에 와서 플랫폼에서 표지판을 찾으니 후지르라고 써 있는 표지판이 있어 버스를 기다렸다. 이윽고 큰 45인승 버스가 오길래 표를 보여주고 올라타려 하니 버스기사가 이게 아니라고 한다. 시간도 대략 맞는데 왜 그럴까 하고 기다리니 버스가 떠나고 그 뒤로 24인승 정도의 작은 버스가 오는데 그게 맞단다. 어라? 이렇게 작은 버스로 가나? 완전 시골버스. 게다가 자리도 무척 비좁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우리 작은 버스는 20분전 출발했던 큰 버스를 따라잡았고, 알혼 가는 선착장에서는 긴 승용차의 줄을 무시하고 맨 앞으로 삐져 나가 첫 배를 탔으니, 아마도 이게 현지인들 버스인 듯 싶다. 게다가 배 크기가 작아서 비좁은 페리선에 오르기도 편했니 오히려 큰 차보다 이편이 좋았다.





알혼가는 길

알혼 까지는 거의 6시간이 걸렸다. 긴 시간 동안을 좁은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지만 2박3일 기차여행을 하고 난 뒤라 오히려 가깝게 느껴졌다. 간사한 이 인간은 한국에서는 4시간 30분 걸리는 부산행 새마을 열차도 지루해 하면서 더욱 비좁고 불편하고 오래 가는 이 버스는 괜찮다고 느끼니 사람이란 항상 조금 불편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여행의 최대 적인 지루함을 더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름이라 많은 사람들이 알혼섬으로 가는 듯 싸휴르따 선착장은 승용차와 버스의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배가 한 시간에 한 대 꼴이니 이 차들이 다 섬에 들어가려면 적어도 3-4시간은 걸리지 않을까 싶다. 마치 우리나라 남해의 보길도 들어가는 상태와 같은데 페리보트의 크기가 작아서 차를 많이 싣지 못해 운송이 원활하지 않았다



배를 기다리는 동안 바이칼의 경치를 감상하는데 모든 것이 다 거대하다고 느꼈다. 시야에 들어오는 스케일이 한국과 무척 다르다. 왼쪽으로는 제법 높은 바위, 오른쪽으로는 드넓은 스텝(온대초원)구릉지가 보이는데, 구릉지를 가로지르는 지프차 바퀴자국이 마치 길처럼 나 있다. 이곳은 다 이런 식이다. 키가 작은 온대초원인 스텝지역은 대부분 낮은 구릉으로 되어 있어 길이 따로 없다. 그냥 가면 길이 된다. 이렇게 몇 번 차가 다니면 다음부터는 그것이 길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가면, 그것이 곧 길이다 라는 말을 생각나게 한다.

차는 알혼섬에 도착하고도 한 시간 정도를 더 간다. 가는 도중 펼쳐지는 광활한 스텝 구릉지는 마치 윈도의 바탕화면 같다. 아마 윈도 바탕화면은 시베리아의 풍경을 찍은 것일 것이다. 길은 포장이 되어 있지 않았고 따가운 햇살이 사정없이 내리 쬔다. 하지만 시베리아의 여름은 햇볕만 피하면 바로 서늘해지는 특징이 있어 버스 안은 그리 덥지 않았다.

조금 가다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버스를 세웠다. 가진 짐의 크기로 보아 침낭과 텐트를 가지고 걸어서 알혼 섬 일주를 하는 모양인데 완전히 벌겋게 익어 다들 정신이 나가 보인다. 차를 탔으니 안도하여 조금 있다 보니 정신을 차린 듯 한데, 알혼섬이 비록 큰 섬은 아니지만 섬의 1/3을 차지하는 메마른 스텝 지역의 경우 아무런 그늘이 없기 때문에 걸어서 지나가기는 무리인 것이다.

후지르 마을에 도착하여 대로에서 외국인들이 내렸지만 우리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종점은 대로에서 약간 떨어진 곳인데, 러시아인들 밖에 안내리는 것 같다.

 

숙소 구하기

차에서 내리고 사람들이 각자의 숙소로 가는 데 한 아주머니가 손을 잡아 끈다. 자기네 집이 숙소를 운영하는 모양인데, 우리가 손네취나야와 니키타의 집 쪽으로 간다고 이야기하자 아주머니가 손을 이끌고 대로에서 가르쳐주는데, 경아씨 입은 옷의 무늬 색깔과 숙소의 지붕 색깔을 맞추어가며 손짓발짓으로 무척 열심히 가르쳐 주신다. 아주머니가 워낙 친절하고 극성이라 아줌마 집의 숙비를 물으니 잠자는 시늉하고 땅에 150 쓰시고 밥먹는 시늉하면서 땅에 350 쓰신다. 그리고 니키타와 손네취나야는 600-700 정도 할 것이라 하신다. 우리는 일단 여기저기 갔다가 아줌마집으로 가겠노라고 손짓으로 이야기하고 아줌마의 이름을 물어보니 안나라고 한다.

니키타에 가 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대고 한국인 단체객도 있었다. 그 중 한 분이 우리가 배낭객이라고 하자 걱정하시며 몇 군데를 알아보시는데 숙소가 꽉 차서 없다. 아저씨와 인사하고 손네취나야 쪽으로 가 보니 아름다운 통나무 캐빈 여러 채가 보인다. 하지만 사람이 다 차 있다. 조금 황망해지기 시작한 우리는 안나 아주머니 집으로 가기로 하고 안나 아주머니네로 다시 갔다.

아주머니는 방 셋짜리 본채를 여행숙소로 내 주고 별채에서 살고 계셨다. 우리가 묵은 방에 침대가 두 개밖에 없어 경아씨가 해안이는 먹는 것만 돈 받으라고 손짓으로 말하자 그러라고 한다. 결국 세명이서 하루에 900루블로 숙식을 해결하게 되었다.

며칠 알혼섬에 있다 보니 숙소가 잘 보인다. 대로인 바이칼스카야에도 방 있어요 라고 쓰인 집들이 많았고 약간 옆으로 비껴서 평행으로 있는 소나무길에도 그런 표시가 많았다. 아마 처음이라 당황하여 숙소를 찾지 못했었던 것 같다. 우리 안나 아줌마네 집은 GuestHouse 라고 종이에 써서 걸어 놓았던 것이 특이했는데 방이 꽉 차면 그 표지판을 내려서 마치 숙소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나중에 다른 한국인 분께도 알아 보니 가격은 모두 같은 것 같았다. 잠만 자면 1인당 150루블, 식사를 하면 1인당 350 루블인 것이다. 식사는 아침, 저녁 이렇게 두끼를 주었으며 아침은 비교적 간단하게 나오고 저녁은 바이칼 명물 물고기 오물을 이용한 다양한 성찬이 나왔다. 우리는 9일 동안을 묵었는데 재료는 오물과 감자, 곡류밖에 없고, 성냥으로 불을 켜는 오븐 가스레인지밖에 없는데 매번 다른 요리가 나와 저녁때가 될 때마다 어떤 요리가 나올까 기대를 하게 했다.

유명한 숙소인 손네취냐야와 니키타의 집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1일 관광을 조직하여 사람들을 모은다. 가격은 종류에 따라 1인당 200루블에서 400루블 정도까지인데 섬의 북쪽 하보이 곶까지 가는 코스와 알혼섬 남부의 사라누르 호수까지 가는 코스를 많이 이용하며 그 외에도 마운틴 바이크 렌트, 낚시 투어, 말 타기 투어 등을 주선하고 있었다.

우리는 마침 옆방에 묵은 가족이 안나 아주머니와 친분이 있는 러시아인들이어서 그 식구들과 함께 2일 정도의 엑스꾸르씨야를 주인아저씨네 50년된 지프로 다녀 왔다. 오래 되었지만 대단한 지프다. 같이 묵고 있는 러시아 가족은 아빠 렘과 엄마 리아나, 그리고 14살 난 딸 아냐까지 셋이다. 딸 아냐는 해안이와 잘 놀아 주다가 전기가 들어온 세 번째 날부터 티비만 붙잡고 있다. 아냐는 무척 뛰어난 만화가의 자질을 가지고 있지만 코카콜라와 티비를 엄청 좋아하는 어쩔 수 없는 신세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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