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베리아-바이칼여행 - 사라누르 호수

11. 사라누르 호수

사라 누르 호수 (누런 호수)

알혼섬 남동쪽에는 온천이 하나 있다고 한다. 사라이스끼 해변에서 만난 한국인 선생님들은 현지인들이 말하는 그 온천이 매우 작고 지저분하니 들어가지 말라고 했던 곳이다. 하지만 리아나는 그 온천이 효험이 있으며 황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냄새가 날 뿐이며 깨끗하다고 한다. 리아나는 피부과 의사이기 때문에 현지인 의사 말을 믿지 못하면 어쩔 것이랴. 믿어 볼 일이다.

호수에 출발 하기 전 이르쿠츠크에서 왔다는 타치야나 자매도 같이 태우고 출발했다.

사라 누르 가는 길은 후지르 마을에서 남쪽으로 한참 큰길을 따라 가다가 왼쪽 산지로 접어든다. 역시나 오늘도 지프를 타고 등산인 건데 오늘의 경사로는 어제보다 더욱 높다. 지프로 등산이 되는구나. 거의 아슬아슬하게 올라가는데 역시나 니콜라이 아저씨는 베스트 드라이버다. 왠만한 운전수 같으면 뒤에 탄 우리들은 짐짝처럼 동댕이쳐질 텐데 그리 큰 흔들림 없이 타고 갈 수 있다는 데에 대해 니콜라이 아저씨의 기술에 찬사를 보냈다.

사라 누르호수 가는 길 중간에 부랴트인들의 성지가 있었다. 신령스런 바위 앞에 자작나무 세 그루가 우뚝 서 있는 곳은 약간 움푹 들어가 있어 포근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그런 곳에 앉아서 명상을 하면 훨씬 더 잘될 것 같다. 앞쪽에는 역시나 허수아비 같은 것에 갖가지 색의 천을 두르고 물론 돌탑도 옆에 쌓여 있다. 역시나 뿌리가 같은 몽골리안으로서의 유사성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사라 누르 호수는 거대한 바이칼을 계속 본 우리에게는 상당히 좁게 느껴진 호수였다. 호수에 도착하자마자 타치야나 자매는 옷을 훌훌 벗어버리고 호수에 들어 가서 진흙을 온 몸에 바른다. 렘도 진흙을 퍼다 몸에 바르는데 경아씨랑 나도 수영복 차림으로 들어가 몸을 적셨다. 물 색깔은 유황이 섞여서인지 누른 색이었지만 더럽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바닥은 부드러운 진흙으로 되어 있어 푹푹 빠졌고 물은 그다지 차지 않았다.  진흙을 바닥에서 퍼다가 몸에 바르는데 이건 아예 공업용 폐수냄새가 난다. 이 부근 어디에서도 공업 시설이 없기에 절대 폐수는 아닌 것인데 황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냄새가 나는 것이리라.






 

진흙을 덕지덕지 바르니 몸에 발려진 진흙안에서 실지렁이가 꼼지락거려서 떼어 내었다. 경아씨는 얼굴에도 온통 벌창을 했다. 먼저 진흙을 바르던 타치야나 아줌마가 그대로 햇볕에 말렸다가 씻어 내라고 손짓 한다. 조금 있다가 물에 들어가니 진흙이 깊숙이 침투했었던 듯 완전히 잘 씻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몸을 씻는 와중에 느낀 것은? 몸이 실크느낌처럼 부드러워졌다는 사실! 놀라운 즉각 효능의 진흙이다. 몸을 씻어내고 다시 한번 진흙을 바르려고 하니 타치야나 아줌마가 말린다. 의아해 하는 나에게 리아나가 이 물은 성분이 강하기 때문에 한번 이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멋모르고 다시할 뻔 했는데. 물은 미끄럽고 온도가 수영하기에 딱 좋은 정도다.





오늘은 장작을 구하는데 나도 거들었다. 호수 주변은 침엽수림인데 여기저기서 죽은 나무들이 많다. 죽어서 마른 나무 장작은 사방에 널려 있으니 그냥 주워 오면 된다. 우리 나라는 못하게 하는 것이 너무 많지만 아직 이곳은 자연 그대로의 생활 습관을 유지하고 있으니 마음이 편했다.

렘은 오물을 어제 조금 덜 구웠다고 생각했는지 오늘은 좀 더 세게 구워댄다. 뻬치카 안에 솔방울을 잔뜩 넣고 밖에서 불을 때니 솔 향기가 오물에 스며들어서 오늘 것은 어제 것보다 훨씬 맛있다. 진짜 훈제된 듯 쫄깃하기까지. 많이 먹으라고 오물을 10여마리나 가지고 왔지만 우리 셋은 네 마리를 먹고서는 손 들어 버렸다. 조금 날씬하긴 해도 길이가 25cm는 되는 월척이라 살이 많다. 리아나는 특히 오물을 좋아해서 두 마리를 해치운다. 모두가 배불리 먹었는데 한 마리가 남았다. 이 남은 녀석은 저녁에 안나 아줌마네 고양이에게 주었는데 이놈이 하도 싱싱한 놈을 많이 먹는지 한참 동안을 거들떠 보지도 앉았다. 배 째지는 고양이다.

사라 누르 호수에서 나온 우리는 다시 산을 넘어 서해안 가의 칸호이 호수에 들렀다. 이 호수는 바이칼과 좁은 백사장을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는, 말하자면 석호인데 한쪽이 바다가 아니니 석호라고 부르는 것이 맞을지? 역시나 물은 차지 않았고 타치야나 자매는 먼저 들어가서 물장난을 치고 논다. 나이가 들었지만 천진난만하고 러시아인 답지 않게 웃음이 많은 아주머니들이다.





렘은 수영실력이 뛰어난 데다가 배를 위로 놓고 드러누으면 그대로 물에 뜨는 신기한 체질이라 헤엄을 쳐서 호수 가운데까지 쭉 나간다. 부럽다... 아냐조차도 수영을 잘 해서 저 멀리 나가 있는데 수영을 잘 못하는 우리는 그냥 호수가에서 퐁당퐁당만 했다. 이 칸호이 호수 물은 사실 깨끗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사람들은 주저없이 들어간다. 렘도 이 호수를 보고 굿 이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여기 사람들에게 좋은 호수의 기준은 온도가 아닐까 싶다. 바이칼이 워낙 차니 수영하기 적절한 온도의 호수만 보면 들어가는 것 같다. 뭐, 더럽다고 해도 기껏해야 생활오수 밖엔 없을 것이니 바이칼의 수량에 비하면 충분히 자연 정화될 수 있는 수준일 것이니 이 사람들이 그냥 깨끗하다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사실에 더 가까우리라. 우리가 너무 깔끔을 떠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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