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베리아-바이칼여행 - 고마운귀인들, 알혼섬을 떠나며

13. 고마운 귀인들, 알혼섬을 떠나며

고마운 귀인들





























닷새째 같이 있던 Rem네 식구가 떠나고 우리만 남았다. 그들이 같이 있어서 참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으니 렘네 식구가 알혼섬에서 만난 귀인이라고 해야 될까. 렘의 아내 리아나는 영어가 유차하지 않음에도 우리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 주려고 노력했었고, 렘이 나에게 뭔가 할 말이 있을때마다 리아나! 하고 불러서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딸 아냐는 그림을 무척 잘 그려서 전기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해안이랑 그림을 그리고 놀며 재미있어 했고 해안이랑 둘 다 얼마 안되는 영어로 잘 놀아 주었는데.

렘네 가족이 아니면 우리는 손네취냐야라든가 니키타에서 주최하는 일일 관광에 따라갔을 것이고 외국인들과 한팀을 이루어서 다녔을 것인데,  좀 더 가족적이고 러시아 현지인스러운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준 렘네 가족이 정말 고맙다. 떠나기 전날에도 우리 가족을 데리고 하나라도 더 많이 보여주려고 숙소 뒤쪽의 산림원에 데려갔지만 휴일이라서 문을 열지 않아 아쉽게 돌아오기도 했었다. 아쉬운대로 바깥에 심어 놓은 나무들을 보았는데 소나무 둥치에 잣나무를 접붙여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렘 식구들이 떠나고 나니 조금 허전하다. 갑자기 할 일을 잃어버린 느낌. 이젠 우리끼리 일정을 잡고 움직여야 한다.

우리끼리 남은 후에 3일동안 한 일이라곤 늘어져 자기, 빨래하기, 후지르 박물관 갔다 오기, 해변에서 노닐기, 보트 한번 타기밖엔 없다. 한 마디로 오기 힘든 알혼에 왔으니 뽕을 뽑겠다는 생각인데 작은 마을에 9일을 눌러 있으니 모든 것이 다 익숙하다. 대로에서는 날마다 떠나는 사람, 새로 오는 사람들이 오가고 하라쇼에서는 연일 꿍짝꿍짝.

아침에 박물관에 들러 볼거라고 길을 나서서 마을을 산책하고 나서 초등학교로 들어서니 한 켠에 작은 건물이 보이고 뮤제이라고 써 있다. 저곳이 박물관이군. 입장료는 1인 30루블인데 안에는 알혼섬과 부리야트 민속과 관련된 많은 자료들이 알차게 준비되어 있었다. 작은 건물치고는 꽤 신경을 쓴 전시다. 박물관 기념품 코너에서는 바이칼에서 나온 돌들을 목걸이로 만들어 파는데 하나에 50루블씩이다. 나쁘지 않은 것 같아 하나 샀다.

알혼섬을 떠나며

아흐레동안 있던 알혼섬을 떠나려고 버스표를 예약했다. 예약사무소는 우리 숙소 바로 옆집인데 간판도 없고 도통 알 수가 없다. 그 옆 가스찌니쨔(숙소) 바이칼 앞에 앉아 있던 젊은 이가 서투르지만 친절하게 영어로 옆집이라고 말해 주는데 간판이 없으니 당최... 집 앞에 있는 사람에게 떠듬거리는 러시아어로 물었다.

"그제 압토부스 빌렛 까써?"

그 사람은 "빌렛?" 하더니 안으로 들어오랜다. 안으로 들어가니 그냥 가정집인데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제서야 책상이 보이고 표를 파는 곳인 것 같다. 매표하시는 아주머니에게 "이르쿠츠크, 자프뜨라(내일), 제빗(9시)" 이라고 떠듬떠듬 말하니 표를 끊어 준다. 표를 잘 보니 예매 수수료가 20루블이고 표 값은 308루블이다. 내일 차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예매는 필수다. 아니면 그냥 차를 잡아타도 되지만 지정자리가 없으니 어떻게 될 지를 모르지 않은가. 6시간이 넘는 거리인데.

다음날 우리가 떠나려 밖으로 나서니 안나 아줌마, 첫째딸 나디아, 둘째딸 율리아까지 나와서 환송해 준다. 한참을 있기도 있었다 싶다. 말도 안통하는 러시아 아줌마 집에 있었지만 워낙 아줌마가 살갑게 잘 해 주셔서 전혀 불편이 없고 만족한다. 게다가 나디아의 두 살짜리 아들 빠샤는 얼마나 귀여웠는지. 해안이는 시간만 나면 마당 그물망 속에서 놀고 있는 빠샤한테 가서 같이 놀아주었고 빠샤도 해안이랑 경아씨를 잘 따랐다. 어린 것이 낯가림도 안하고 안으면 머리를 기대고 폭 안기는 것이 정말 귀여웠다.

여기 안나 아주머니는 수학선생님 출신의 인텔리다. 식당 책장에도 수학관련 책과 여러 학술 문헌들이 많았다. 아주머니는 학구열도 대단하여 우리가 온 다음날, 지도를 펼쳐 들고 한국이 어디 있는지 찾아서 맞나고 보여 주기도 하고 뭐든지 열심히 알려고 하셨다.  

그런데 아기를 기르는 것은 본 받을 점이 있다. 손자인 뺘샤는 작은 그물망 놀이방에 들어가서 하루 종내 마당에서 놀고 있고 그 옆을 친척 할머니 발렌티나가 봐주는 정도인데,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맞고, 그물망도 낡고 꾀죄죄한데도 그냥 놓아 둔다. 한마디로 최소한의 안전만 보장하고 나머지는 알아서 하게 내버려두는 것. 너무나 아이들을 감싸면서 키우는 우리 부모들이 좀 본받아야 한다. 감싸면서 키우는 것이 안전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인간이란 스스로의 몸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행동은 취할 줄 알기 때문에 그런 본성 또한 키울 수 있게 놔 두는 것도 필요한 것이다. 이런 부분은 렘에게서도 보이는데 아냐가 비록 14살의 소녀이지만 몸을 사리지 않고 외국인과도 쉽게 친해지며 그렇게나 씩씩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조금은 그냥 놓아두는 교육방식에서 온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우리 역시 해안이를 그렇게 놓아 두면서 기르는 편이라 많은 공감이 가는 편인데, 해안이는 외국의 어디를 가든 언니나 동생, 어떤 경우는 아저씨까지도 쉽게 친해지고 몸을 사리지 않으니 그런 점은 우리 해안이가 자랑스럽다.

버스는 올 때와는 달리 45인승의 대형 버스다. 승차감은 좋았지만 불만이라면 너무 큰 차체 탓에 비포장 도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설설 기어 간다는 점. 항구에서는 워낙에 기다리는 차가 적어 첫 배로 건넜음에도 가는 길 내내 천천히 간다. 작고 허름한 버스로 알혼 올 때 6시간이 걸린 것에 비하면 갈 때는 무려 7시간 30분이 걸렸으니 알 만 하다.

알혼을 떠나는데도 아직 우리가 정말 바이칼의 알혼에 있었던 것인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집에 가서 여행기를 쓸 때 쯤이면 실감이 나려나 했지만, 여행기를 쓰는 지금도 내가 정말 바이칼에 갔다 온 것인지 실감이 안난다. 모든 것은 다 꿈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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