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레이반도종단여행

7. 랑카위   Langkawi

말레이 최고의 휴양지라는 랑카위

06.01.05.PantaiCenang1.jpg 너무너무 뜨겁다. 한 낮 볕 아래에서는 말 그대로 지진다. 머리를 길게 기르고 있어 머리끈을 항상 동여 맸었는데, 이곳에서는 반대로 머리를 풀어야 했다. 머리라도 풀어서 목을 가려야 지독한 따끔함을 방지할 수 있다. 이게 진짜 열대의 더위구나 싶다.
시간이 남을 땐 해변이고 뭐고 방 안에서 에어컨 바람 맞으며 쉬어야 한다.

한낮의 판타이 세낭 비치는 야자수가 드리운 에메랄드 빛 바다가 아름다운 전형적인 남국의 해변 모습이지만! 실상을 알고 보면 좀 아니다. 이미 최고의 비치를 가진 피피섬에서 건너왔기 때문일까? 50cm앞도 분간이 안되는 탁한 바다 덕에 스노클은 엄두도 못내는 바다다.

사람이 많은 가까운 비치여서 그럴까 했지만 다음날 떠난 아일랜드 호핑 투어에서 보이는 물빛 역시 마찬가지. 사람들이 해수욕을 즐기러 많이 간다는 해변에 풀어 놓길래 좀 기대했더니 그곳 역시 탁한 물빛이다. 사진으로 해변을 찍으면 환상의 남국이지만 사진은 역시 현실을 일정 정도 미화시키는 것이란 점을 절감한다.

알고 보니 물이 탁한 것은 주변 바닥이 뻘로 되어 있는 까닭이다. 물의 탁한 정도는 역시 바닥이 뻐로 되어 있는 우리나라 서해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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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이 세낭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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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이 세낭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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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이 세낭 해변

투어에서 알게 된 말레이인 무진이도 이곳 랑카위, 판타이 세낭 비치가 최고의 해변이라고 하는데 말레이에는 해변이 이런 정도란 말인가.

랑카위에서 쇼핑한다면?

06.01.07.KwahTown1.jpg 랑카위는 섬 전체가 거대한 면세점 같다. 판타이 세낭 비치에는 ZON이라는 큰 면세점이 있는데 내가 먹을 위스키는 이곳에서 장만했다. 딱히 말레이 독자적인 위스키가 보이지 않아 면세점에서 외국산 보드카나 위스키를 사 먹는데 값은 공항 면세점보다 싼 수준이다. 담배 역시. 발렌타인 Finest 위스키가 700ml 한 병에 대략 50링깃. 조금 더 싼 위스키는 20-30링깃. 우리나라 할인점에 많이 있는 리큐르인 크렘 드 카카오는 35링깃 정도였다.

항구가 있는 콰 타운은 면세점 집합소 같은 느낌이다. 거리 전체가 곳곳에 Duty Free 라는 마크를 달고 있고 왼갖 물품들을 판다. 하지만 해외 여행을 조금 한 분들이 느끼듯이 명품을 선호하는 명품족이 아닌 경우 면세점에서조차 살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느꼈다. 전자제품은 이미 우리나라 인터넷 쇼핑몰보다 싼 곳이 없고, 식품 같은 것 역시 별 살 것이 없다. 그나마 세금이 많이 붙는 주류와 담배 정도를 살 수 있을 뿐인데 이것들을 바리바리 싸 들고 다녀서야 백패커 중에서도 라이트 패커를 추구하는 우리들의 목적에 전혀 맞지 않으니...

하지만 랑카위를 시작으로 말레이 여행을 시작하는 헤비 스모커라면 담배 정도는 여행 전체에 걸쳐 필 분량을 사두는 게 좋을 것 같다. 랑카위를 벗어난 지역에서는 갑자기 두배로 오르니까 말이다. 맥주의 경우는 더 심해서 4배 이상으로 비싸진다. 싱가폴은 극악. 싱가폴에서 담배는 한 갑에 10달러 (7000원 -_-;;; )

랑카위에서 맛본 말레이 음식의 첫 느낌.

여행지에서 주로 먹는 밀국수를 베트남에서는 미옌, 태국에서는 바미, 말레이에서는 미 라 하는데 말레이 것이 극악. 쫄깃함이 베트남 > 태국 > 말레이 것이며 말레이 미는 거의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다. 스프의 맛도 글쎄. 랑카위에서의 나와 미 수프의 잘못된 만남으로 인해 이후 말레이 여행 중 미 수프를 다시 찾지 않았다.

여행자들이나 현지인들이 자주 가는  BOB레스토랑은 AB모텔에서 거리를 따라 북쪽으로 100여m를 가면 길 왼쪽에 있다. 이곳은 뷔페식으로 먹고 싶은 반찬을 담아 나오면 값을 계산해 주는 식인데 싼 값(5-9링깃)에 한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렇게 입을 끄는 맛이 아니었다. 게다가 태국처럼 매운 소스를 내 주지 않으니 짜릿한 맛도 없다. 이곳에서 드디어 피시헤드 커리를 먹을 수 있었지만 한국의 생선 요리에 비해 큰 메리트는 없었다.

06.01.05.PantaiCenang.Okidria.jpg저녁이면 항상 사람들로 붐비는 시푸드 레스토랑인 오키드리아에서는 바깥에 전시된 해물을 무게로 달아 조리를 해 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랍스터가 15링깃/100gm , 도미는 6링깃/100gm 이며 킹프라운(초대형 새우)은 역시 랍스터와 같이 15링깃/100gm 으로 크게 싼 편이 아니었다. 도미의 경우 방콕 카오산에서 100밧이면 한 마리를 구워주는데 무게로 따지면 이곳의 가격이 두 배 이상이다.

이래 저래 그다지 매력 없는 랑카위에서의 식사다.

 

랑카위 아일랜드 호핑 투어

랑카위는 10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이다. 이 중 호수로 유명한 다양 분팅 섬, 독수리들의 섬으로 알려진 싱하 베라스 섬, 해변이 아름다운 베라스 바사 섬을 보트로 이동하며 관광하는 대표적인 관광 코스가 아일랜드 호핑 투어다.

아침에 AB모텔 앞에서 우리를 픽업한 버스는 조금 가다 크루즈 선이 정박하는 지점으로 가서 투어를 시작했다. 첫 투어지인 다양분탕 섬으로 가는 내내 너무나 빠른 보트 속도에 물이 사방으로 튀어서 카메라를 비닐팩에 싸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 분탕 섬은 아이를 못 가지는 남녀가 이곳의 물로 인해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전설을 가진 다양 분탕 호수를 안은 섬이다. 바다 중간에 커다란 호수를 가진 섬이라.

잠깐 언덕을 넘어 호수로 들어갔다. 호수는 오리보트를 타던가 수영을 할 수 있도록 수영장 같은 시설이 마련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수영을 하며 한때를 즐기고 있었다. 물은 그다지 맑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물 속에서 수영을 하고 있었고 더욱이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인지 이슬람 복장을 걸친 아내를 물에 들어가 보라고 재촉하는 아저씨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나도 잠깐 스노클링 도구를 챙겨 들어가 보았지만 전방 시계 1미터도 안되는 상태라 단지 숨을 자유롭게 쉴 수 있다는 데서 만족해야 했다. (수영을 잘 못하기 땜시...)

특히 시설 한 켠에 있는 작은 연못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물에 발을 담그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담그고 있는 발 사이를 수많은 메기들이 돌아다니며 연신 입을 맞춰댄다. 나도 발을 넣어 보았는데 간질간질 하기도 하고 무엇인가 물어뜯는 것 같기도 해서, 터키에 있다는 피부병 고치는 물고기의 온천 생각이 났다. 다른 곳에서 흔히 할 수 없는 신기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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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 분탕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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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옆 메기가 있는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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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 베사르 해변

 

섬을 나와 이동해 가며 랑카위의 모습을 즐기는 투어. 우람하지 않으면서도 군데군데 섬들이 예쁘고 놓여 있는 모습을 보면서 랑카위가 안다만의 전설이 된 까닭을 조금은 이해했다. 아름다운 물빛이라든가 환상적인 비치라든가 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듯 고즈넉하면서도 신비한 느낌이 나는 물길이 무엇인가 전설을 생각하게 하지 않았을까.

두 번째는 독수리들의 섬인 싱하 베사르 섬. 야생동물 보호구역이라선지 섬에 입장은 하지 않고 섬 주변을 순항하는 여러 독수리들의 비행을 감상할 뿐이다.

세 번째는 많은 사람들이 비치를 즐기러 놀러 온다는 베라스 바사 해변.
이 해변에서는 혹시 크리스탈 같은 물빛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기대는 불발.

불같은 햇볕 아래서 바람도 많이 부는 데다가 겉으로 보는 물빛은 예뻤지만 막상 들어가 보니 바닥이 뻘이라 스킨 장비로선 시계 보장이 안된다. 물론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야 제대로 된 스노클링도 가능하겠지만 바람이 많이 부는 탓에 포기했다. 다른 많은 사람들도 그저 파도에 몸을 맡기면서 얕은 바다에 앉아 있다. 처음 배에서 내릴 때 왜 사람들이 저렇게 앉아 있지? 하고 의문이 났지만 역시 나도 그 사람들 입장이 되었다.

랑카위에서 만난 사람들

일일 투어에서 두 말레이 청년을 알게 되었다. 집은 콸라룸푸르지만 에어 아시아 프로모션 티켓을 구해서 거의 무료에 가깝게 랑카위 여행 중이라 한다. 이름은 모경요(毛敬耀, Moo Jin Yeau로 읽음)와 진국화(陳國華, Tan Kok Wah로 읽음). 특히 무진은 투어 하는 중 먼저 말을 걸어와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처음 보는 외국인인데도 워낙 살갑게 대해 주어 쉽게 친해 질 수 있었다. 투어 중엔 보트 기사님의 말을 통역도 해 주고 마치 여행 가이드처럼 세세하게 다른 사람들에게 일정을 알려 주는 모습이 정말 부침성이 좋은 청년이지 싶다.

이 둘과 저녁에 술을 놓고 이야기판을 벌였다.

둘 다 중국계 말레이인이며 무진은 대학교 재학중이며 탄콕와는 지금 직장에 다닌다. 무진은 특히 한국에 관심이 많아 한국의 사정이라든가 유명한 한국 배우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고 콸라룸푸르의 한인들과도 잘 어울린다고 한다.

한국이름으로는 무진이라고 하며 특히 한국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는데 매일 6시가 되면 TV에서 한국드라마를 하는 시간이 된다고 알려 준다. 24세로 나이는 어리지만 세계 뉴스라든가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있어 나이보다 훨씬 성숙한 모습을 보였고, 중국계 이민자의 입장으로 본 말레이의 생활을 자세히 일러 주었다.

자신은 이민 1세가 아니고 말레이 국적의 말레이인이지만 여전히 외국인으로서의 차별은 존재하며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말레이인들이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 준다. 이것은 여행중에 만난 인도계 말레이인에게도 공통적으로 들은 이야긴데 그러면서도 자신들은 말레이에서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으니 행복한 편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이웃 싱가폴은 이미 영어를 모국어로 하고 있어서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무진은 현재 말레이시아 자동차회사인 프로톤사의 장학금으로 공부하고 있으며 졸업 후에는 의무적으로 프로톤사에 근무해야 한다고 하는데, 장차 프로톤 사를 나와 경력을 살려 다국적 기업인 도요타나 현대에 입사해서 세계 여러나라를 상대로 일을 해 보고 싶다나. 이래 저래 뜻이 큰 청년이다.
친구인 탄은 그다지 말이 없어 처음엔 영어를 잘 못하는가 하고 의아했지만 저녁에 한참 이야기가 돌 때는 이야기를 잘 했던 것으로 보아 아마도 처음 보는 사람에 대해 나처럼 낯 가림을 좀 하는 듯. 나도, 이런 성격 고쳐야 한다... 무진이 같은 성격이 부럽다.

투어 마치고 점심식사에 동석했던 독일 아주머니. 우리 나라의 분단 상황에 대해 관심이 많으며 북한의 핵 문제라든가 미국과의 문제 때문에 통일이 어렵지 않은가 걱정해 준다. 우린 우리대로 남북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으며 남한에서도 예전처럼 미국을 무조건 따르는 분위기가 아니라 남북 협력 쪽으로 나가고 있다는 말씀을 드렸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에 대해서는 이 아주머니도 흥분했는데, 미국의 그런 나쁜 행동에도 불구하고 요즘 즘 잘 나가는 독일의 여성 정치 지도자가 점점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면서 잘못된 일이라고 개탄한다. 우리에게도 이라크에 전투병을 파병한 데 대해 국내에서 데모가 없었나고 물어보는데, 수많은 데모가 있었고 거의 절반 정도의 국민들이 반대했지만 한국정부는 결국 미국 정부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어 조금 부끄러웠다.

외국 나가서 다른 외국인들과 이야기 해 보면 전체가 미국 정부의 부도덕성을 까발리는 분위기다. 같이 이야기를 나눴던 무진이 역시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것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한다.

페낭 가는 길

06.01.07.KwahToPinang.jpg 2시 30분에 페낭 가는 배가 있다고 들어서 시간에 맞게 제티(항구)에 도착했지만 이미 만석. 5시 30분배밖엔 없다. 콰 타운에서 하릴 없이 면세점 구경하다가 겨우 시간을 맞추어 페낭을 출발했다. 배는 2층 규모의 제법 큰 쾌속 보트인데 가는 내내 파도가 무섭게 치는 바람에 바닷바람을 맞으러 2층 꼭대기 갑판에 나온 사람들 모두 물에 빠진 생쥐꼴로 선실에 들어왔다. 2층 객실 유리창까지 파도가 심하게 튀는 정도인데다 역시나 배가 흔들림이 무척 심해서 멀미 있는 사람에게는 권할 길이 못된다. 차라리 랑카위에서 버스편을 알아 보는 것이 좋을 듯.

페낭 조지타운에는 어둑해져서야 도착했다. 정식의 큰 항구가 아닌 페낭-랑카위간 고속정 전용 부두라서 사람들 뒤만 쫓아서 항구를 나왔다.

내려서 본 페낭의 첫 모습, 생각보다 크다. 무진이는 조지타운이 매우 작은 타운이라 했고 지침서에도 작다고 했는데 그렇게 작지는 않다. 특히 열대지방의 뜨거운 햇살 아래서는 걷는다고 해도 20여분을 넘기기 힘드니 쭉 걷는 투어는 조금 힘들지 싶다.

지도를 보며 20여분 정도를 걸어 무진이가 알려준 대로 오리엔탈 호텔에 짐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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