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기막힌 연결 (피피-끄라비-사툰-랑카위)
도중에 버스나 배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일텐데도 아무런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 우리에게 기막힌 연결이 오는 행운이 찾아온 것이다. 9시에 떠난다던 피피-크라비간의 고속정은 사람이 계속 타는 이유로 9시 30분에야 출발했다. 10시 50분 경에 크라비 항에 도착했다. 항구 매표소에서 지도로 대략 버스터미널의 위치를 확인하고 난 뒤 200밧 달라는 택시기사의 제의를 뿌리치고 밖으로 나오니 썽테우들이 기다리고 있다. 터미널까지 1인당 50밧에 가기로 하는데 별로 멀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터미널이 매우 멀다. 지나치는 크라비 시는 밋밋한 도시의 느낌.
앞으로 어디로 갈 거냐고 묻는 썽테우 기사에게 사툰이라고 행선지를 밝힌 것이 행운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마침 사툰가는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가 표 사는 곳을 잘 몰라 어리벙하자 썽테우 기사님이 우리를 보고 있다가 터미널 안으로 들어오셔서 매표소를 알려주시며 서둘러 사라고 하신다. 표를 황급히 사고 버스를 타니 11시 20분. 이 버스 역시 11시 출 버스인데 왠일인지 11시 30분에야 출발했다. (208밧/1인). 버스는 45인승이지만 화장실도 있고 제법 넓은 버스다. 버스가는 길은 평탄한 길. 태국의 도로사정이 매우 좋음을 느낀다. 핫야이를 거쳐 말레이로 들어가는 길은 고속도로이지만 사툰 가는 길은 고속도로가 아님에도 길이 무척 좋다. 대략 여행사 버스판매 게시판에서 재본 시간은 사툰까지가 6시간이 걸리는 것이었지만 웬걸, 4시간 10분이 걸렸다. 예상보다 훨씬 이른 도착에 정말 사툰인가 의아해 하는데 기사님이 맞다고 내리랜다. 시간은 3시 40분. 내리자 마자 오토바이 택시기사들이 물어본다. 그 중 랑카위? 라고 묻는 기사가 있길래 한 대씩 냉큼 올라탔는데 랑카위 가는 막배가 4시에 있다 한다. 20여분 남은 건데, 시간에 맞추시려 냅다 달린다. 거의 100km의 속도로 오토바이 뒤에 타고 있자니 정신이 없다. 그런 속도로도 10여분 정도를 달린다. 상당히 먼 거리인건데도 1인당 50밧으로 쌌다. 항구에 도착하여 매표소 앞에 내려 주었는데 냉큼 표를 사고 출국수속을 하니 배가 아직 안 가고 기다리고 있다. 분명히 시간표상으로는 4시 막배였는데 배에 타고도 조금 더 있다 4시 30분에 배가 랑카위로 출발했다. 아무래도 막배라서 조금 더 기다려 주는 것 같았다. (1인당 250밧) 배는 갑판이 없는 쾌속보트로서 랑카위까지의 바다가 워낙 잔잔해 쾌속으로 달리는데도 흔들림이 거의 없었다. 배는 1시간을 달려 랑카위 콰 제티에 도착. 처음 느끼는 말레이시아. 잘 정리된 모습이었고 이슬람 국가라 역시 입국 수속하는 데부터 머리에 스카프를 한 여성분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태국과는 달리 택시의 경우에도 그리 심한 호객을 하는 일 없이 그냥 의사를 물어보는 정도다. 역시 동남아의 부국이 맞는 가 보다. 콰 제티에서 밖으로 나오니 이미 환전소는 문을 닫은 상태. 택시기사 아저씨가 다가 오시길래 판타이 세낭의 AB모텔로 갈 것이라 말하니 20링깃을 달랜다. 바트로는 200바트인데 조금 비싸지 않나? 했지만 일단 하자는 대로 했다. 돈이 없어서 먼저 콰 타운의 환전소로 데려다 주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환전소의 환전율이 거의 말레이 최고 수준이란 사실을 알았다. 이곳에서는 1달러당 3.72 링깃을 주는데, 판타이 세낭 비치로 들어가니 1달러당 3.63링깃 밖엔 주지 않는다. 100달러 환전당 9링깃(약 2600원) 차이. 상당히 큰 차이인데, 택시 기사 아저씨가 그렇게 환전율 좋은 곳으로 처음 온 우리를 데려갔을 줄이야. 처음 하는 환전이라 50달러 밖에 환전하지 않은 우리는 아저씨를 믿지 못하고 조금밖에 환전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해야 했다. 판타이 세낭까지는 꽤 멀다. 이 역시 20링깃이라는 가격이 전혀 비싸지 않았다. 이후에도 말레이시아에서는 쇼핑할 때나 택시를 이용할 때 여행자 대상의 바가지를 씌우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으니 말레이시아는 비록 낯선 곳에서의 여행이지만 상당히 안전하다는 생각이다. 저녁에 거리를 잠깐 걸어 보니 이슬람 국가답게 독주를 파는 곳은 거의 없고 술은 주로 맥주다. 하지만 랑카위 지역 자체가 면세 지역이기 때문에 맥주값이 콜라값보다 싼 기현상이 있는 곳이다. 맥주는 싼 것은 캔당 1.2링깃, 우리나라에서 할인점에서 5-6000원을 주고 사야 하는 최고급 기네스 맥주가 큰 병 하나에 5.9 링깃(1800원). 담배 역시 인도네시아 산은 2링깃(500원), 외산 담배가 4-5링깃 정도의 값이다. 이런....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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