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레이반도종단여행

4. 피피섬은 꿈동산!   PhiPhi, Dreamland

동네 한바퀴

아침에 동네 한바퀴를 돌았다. 섬 오른쪽으로 쭉 가면서 약간 불룩 솟아 있는 곳이 쯔나미 피신처라고 되어 있다. 동네 곳곳에 쯔나미 피해시 이동 경로를 나타내는 화살표식이 되어 있어 작년 쯔나미 피해의 흔적이 생생하게 보이는 듯 했다.

오른쪽 끝 히피 바에서 섬 안쪽으로 들어 가게 되어 있고 안쪽으로 들어서면 한가로운 산책길이 나온다. 평지의 건물들은 대부분 공사중이었는데 역시나 쯔나미 피해의 여파다.

시원한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이름모를 들꽃들, 히비스커스들이 아침이슬과 햇볕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지만 이런 땐 꼭 사진기가 수중에 없다.

내일 아침에 꼭 찍어야지 생각했었지만 실상 다음날은 아침부터 비.

책가방을 챙긴 어린이가 언니와 함께 등교준비를 한다. 이곳에 학교가 있었던가? 못 본 것 같은데 학교가 있긴 하나 보다.조금 더 걸어 언덕을 돌아드니 첫날 저녁에 갔던 로달람 해안 방향 시장 쪽으로 빠져 나오게 되어 있다. 한 바퀴 둘러싼 도로 안에 타운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이 뒷길은 길이 조금 질고 한적한 편이군.

피피섬의 게스트하우스

06.01.01.FronkGH.jpg 프롱크 게스트하우스 아줌마에게 가서 확인하니 방이 났댄다. 짐을 일단 갖다 놓으면 나중에 방으로 올려 주마 한다. 참 싹싹한 아줌마다. 나중에 숙소를 옮긴 뒤에도 우리와 만나면 살짝 무릎을 굽히면서 예쁘게 인사하시니 절로 웃음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프롱크 게스트하우스는 내장 가구가 예술적이고 아주 깔끔하게 꾸며 놓으셔서 인기 만점의 숙소다. 우리가 잡은 방도 하루 지나면 다시 다른 사람에게 예약되어 있어 우린 어쩔 수 없이 다음날은 찰리 비치 리조트(에어컨 넓은 방 1200밧)에 묵을 수 밖에 없었다.

찰리 리조트는 쯔나미로 피해를 입었던 숙소중의 하나다. 로 달람 해변을 마주보고 있어 숙소 창문에서 로 달람 해변 전체가 조망되는 가치있는 호텔이다.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바로 들어 와 호텔 바깥에 마련된 간이 수도꼭지에서 발을 씻고 방으로 들어올 수 있는, 기막힌 위치를 점하고 있는 숙소여서 1200밧이라는 값을 냈지만 전혀 비싸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날이 한참 더운 오후에는 이곳 숙소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해변을 감상하는 것도 아주 좋을 것 같다.

차오 코 피피 로지에서 받은 숙소의 아침 식권은 120밧 어치를 시켜먹을 수 있는 것이다. 아침에 호텔 왼쪽의 코 피피 레스토랑에서 아침을 먹을 수 있었지만, 막상 아침으로 준비되는 것은 토스트와 소시지, 오믈렛 정도. 이것을 어메리칸 브렉퍼스트라고 한다나. 서양인들의 아침 식사는 대략 두 가지 모습인데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는 오믈렛과 소시지, 토스트로 구성되고 컨티넨탈(대륙) 브렉퍼스트는 빵과 쥬스, 우유, 간단한 시리얼로 끝이다. 어메리칸은 대략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에 소시지나 빵이 더 많은 것 정도인 것 같다.  서양인들은 이런 것으로 아침을 대강 때우는데, 무수히 많은 해장국이나 감자탕 같은 일품 요리로 아침이 준비되는 우리나라는 얼마나 행복한가.

피피섬 주변 투어 안내

주변 섬 투어는 두 가지로 진행되었다. 하나는 8인승의 긴 꼬리배를 이용하는 것이고 하나는 20인 정도 정원의 모터보트를 타고 가는 것인데 투어의 값은 긴꼬리배가 450밧, 모터보트가 600밧으로 다르지만 투어의 내용은 같다.

우린 당연히 더 스릴 있고 싼 긴꼬리배로 투어를 진행했지만 이 투어에서 주의해야 할 점 하나. 섬과 섬 사이를 이동할 때 긴꼬리배의 경우 심하게 흔들려 멀미를 잘 안하는 경아씨도 처음 1시간 정도는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는데, 조금 몸이 안 좋은 사람이나 멀미를 하는 사람은 절대 금해야 할 것 같다.

이들 투어의 내용은 피피 군도 곳곳의 아름다운 포인트에 내려 주거나 물 위에서 정박하고 잠시동안 쉬는 것이다. 각각의 포인트는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니 물이면 물, 풍경이면 풍경, 물 속 생물 관찰이면 관찰 등등 피피섬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쉬는 동안 사람들은 수영, 스노클링등을 자유롭게 하는데, 기본으로 스노클, 마스크, 오리발은 빌려 주니 스노클링을 하루 종내 하고 싶은 이에게는 꼭 추천하고 싶은 투어다.

06.01.01Around08.jpg  투어에 같이한 사람들

06.01.01.Bamboo.Is.Beach1.jpg 뱀부 아일랜드 (죽도?)

06.01.01.MonkeyBeach5.jpg 몽키 비치의 아름다운 물색깔

 

투어 중 포함되는 뱀부 아일랜드 비치와 멍키 비치, 마야 비치는 수영을 하기에 좋은 포인트이고 샤크포인트는 상어를 관찰하기에, 마야비치 맞은편 움푹 들어간 베이는 스노클링에 최적이다.

특히 Phi-Leh 베이는 얕은 물부터 심해에 이르는 깊이가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독특한 곳이었는데, 얕은 쪽에서는 스노클링 하면서 아름다운 산호의 흔들림을 감상하거나  물고기와 친구하며 돌아다닐 수 있었지만, 가파른 심해쪽으로 이동하면 시야가 깜깜해 지면서 심해에서부터 전해오는 두려움을 만끽(!)하게 된 독특한 경험을 했다. 더럭 겁이 난 나는 뒤로 돌아 얕은 쪽으로 갔는데 이런, 물 바닥이 아래에 펼쳐진 것이 아니라 내 눈 앞 정면으로 펼쳐지는 것이 아닌가! 착시일까?

06.01.01PhiphiLe.Maya2.jpg  투어에 같이한 독일인 맛츠

06.01.01.AoWangLong8.jpg Wang Long 만에서 물고기 밥주기

06.01.01PhiphiLe.MayaBeach.jpg 마야비치

 

나중에 경아씨가 말하길, 그 지점에서 자기는 옆으로 돌아봤댄다. 그랬더니 바닥의 경사가 거의 가파른 절벽이어서 덜컥 겁이 났었다고 한다. 아, 그래서 바닥이 벽으로 보인 것이로군. 절대 떨어질 리 없는 물속 절벽이지만 왠지 엄습해 오는 두려움. 담이 센 사람에겐 꼭 권하고 싶다.

카약킹 하기

남는 시간동안 우리가 주로 한 것이 카약을 빌려서 논 것이다. 첫날엔 200밧으로 한 시간을 놀았지만 그 다음날엔 세 시간에 350밧으로 합의를 보았고 게다가 짐이 물에 젖을까봐 커다란 검은 비닐 봉지도 빌려 주어 안전하게 쌕과 물품들을 3인승 카약에 싣고 노를 저어 나가 멍키비치에서 늘어졌다.

멍키 비치는 수영하기에도 좋았지만 눈부시게 하얀 산호가루로 된 백사장과 해변에서 몇 미터만 나가면 바로 아름다운 스노클링 포인트가 펼쳐지기 때문에 사흘 이상을 연달아 갔던 곳이다. 이 섬엔 야생 원숭이들이 해변으로 나와 관광객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기도 하는데,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콜라와 환타가 그들의 집중 공략 대상이다.

하지만 야생 원숭이가 콜라캔을 들고 콜라를 마시는 장면에선 앞으로 그녀석들의 이빨이 성할지 걱정이 된다. 원숭이가 이빨을 닦을 리가 없으니 말이다. 맥주캔의 경우 맛을 조금 보더니 맛이 없는지 그냥 버려두고 가는게 그나마 다행이다. 술에 취해 난동(?) 이라도 부리면 어쩐단 말인가. 앞으로 한 두 놈이 술을 먹는 경우도 생기게 되지 싶다.

06.01.02.AoNui14.jpg  Ao Nui 비치에서

06.01.03.Monkeybeach3.jpg 몽키비치의 원숭이 녀석

06.01.03.Monkeybeach2.jpg 몽키비치

멍키비치에서는 원숭이들의 약탈을 주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때 누가 잠시 두고 간 1.5리터 콜라페트를 냉큼 가지고 가길래 내가 잠깐 제지하려 했더니 내게 이빨을 들이대며 으르렁대는 품이 영락없이 인도에서 보았던 재수없는 원숭이 모습이다.

돌아오는 전날에는 네 시간을 빌리니 알아서 450밧으로 깎아 준다. 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기도 준비하고 저 멀리 보이는 빵 모양의 섬주변으로 나갔다. 해안가에서는 제법 잘 나가던 카약이 먼 바다로 나오자 물결 때문에 잘 나가지 못한다. 발밑엔 시퍼런 물이 넘실거리고 간간이 지나가는 모터보트의 물결에 파도넘기도 여러번 한다. 사실 그다지 멀리 보이지 않았던  빵 섬까지는 40여분을 저어가야 했는데 지도상에서 확인해 보니 제법 먼 거리다. 날카롭게 깎여진 절벽의 절경도 바라보고 작은 해안 동굴을 가까이 보기도 하며 어디든 가고 싶은 대로 가고 있으니 마치 다시금 신혼여행을 온 듯 했다.

06.01.02.AoNui02.jpg
Ao Nui 비치 옆 바위

06.01.02.AoNui04.jpg 한참 카약킹 중

06.01.02.AoNui12.jpg Ao Nui 비치

 

1월 3일 부터는 거의 하루에 한번씩은 오후에 비가 왔었는데 카약을 타고 나간 바다에서 열대성 스콜을 맞으며 노를 젖는 기분을 맛보게 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했다. 노를 젓는 바닷물은 마치 온천물처럼 따뜻했고 퍼붓는 비 역시 가슴 탁 트이는 기분과 속 시원하게 기분 좋은 감촉을 선사했으니.

피피섬에서의 식사

항구 방향은 주로 외국인들이 식사하는 레스토랑이 많고 시장 쪽은 현지인들이 자주 오는 식당이 여럿 있다.

시장안에 있는 중국계 아주머니인 듯 보이는 분이 하시는 식당은 음식을 싸가려는 태국인들이 항시 장사진을 치면서 성황을 이루었는데 그곳에서 주문한 똠얌꿍 한 그릇(80밧)은 마치 우리나라의 김치찌개처럼 땀과 피로에 지친 몸을 달래주는 데 제격이다.

똠얌꿍은 역시나 태국의 대표적인 음식답게 가게마다 맛이 달랐는데 원래의 태국 식의 똠얌꿍이 코코넛 밀크를 듬뿍 넣어 고소하면서도 새콤하고 매운 맛을 내는 데 비해 이집의 것은 맵고 새콤한 맛이 더 강하고 코코넛 밀크의 약간 느끼한 맛은 잘 내지 않으니 오히려 여기 똠양꿈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더 맞겠구나 생각했다.

06.01.03.Restaurant.jpg 간단한 식사로서 괜찮은 것이 팬케익과 닭튀김이다. 팬케익의 원조는 인도의 로띠인데 얇게 편 반죽을 밑판으로 하여 마가린을 이용해 굽고 안에 다양한 과일을 선택하여 썰어 넣은 뒤 마지막을 연유로 마감해 주는데 달콤하기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20밧)

닭튀김은 우리나라의 닭과 달리 토종닭으로 한다. 닭을 어떤 소스에 재우는지는 몰라도 가슴살 부분도 팍팍하지 않고 기름지며 특히 튀김옷의 맛이 매우 훌륭했다. 크기에 따라 한 조각에 10밧에서 20밧. 20밧 짜리 두개 먹으면 배부르다. 닭껍질도 따로 튀겨서 파는데 역시나 고소한 맛이 맥주안주로 제격이다. 이것들은 싸다가 해변에서 수영하고 난 뒤 시원한 맥주와 곁들여 먹었는데 한낮의 간식으로는 최고.

피피섬은 말 그대로 남국의 환상적인 파라다이스다. 하루 투어를 우리와 같이 한 독일인 맛츠를 우연히 거리에서 마주쳤는데 자기는 세일즈맨이라 고국에 돌아가면 지겨운 복사기나 팔아야 하는데 내일이면 파라다이스에서 나와 현실로 돌아간다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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