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레이반도종단여행

4. 드디어 피피섬 입장.   Entering PhiPhi Island

05.12.31.ToPhiPhi7.jpg 피피섬에 들어서는 순간 놀랐다.

푸켓 항의 경우에도 그랬지만 보통 항구라 하면 물이 조금 탁한 것이 정상인데 배가 피피섬의 똔사이 항에 들어서고 있는 동안 물을 보던 나는 마치 깨끗한 수족관에서 배가 지나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바닥이 훤히 비치는 옥색 물에 열대어들이 노니는 장면이, 과연 정기 연락선 보트위에서 관람할 수 있는 장면이던가...

내리자 마자 숙소 호객꾼을 따라 적당한 값이라고 생각되는 외진 해변에 있는 방갈로(Rest Resort)를 하루 1000밧에 예약했다. 이 방갈로는 외진 해변에 있기 때문에 중심 거리로 나오려면 1인당 100밧 하는 택시 보트를 타야 한다고 한다. 한 마디로 외딴 곳에 있는 오두막에 들어가는 거다.

거기에 들어갔다가 식사하러 나오기만 해도 왕복 400밧의 돈이 드니 일단 저녁꺼리를 준비하자 하고 중심 거리를 오가면서 저녁 식사 꺼리를 주섬주섬 사 들고 내일 하루 스노클링 투어를 예약하고 나서 시간 맞춰 보트를 타러 가니 사람들을 모아 해변 방갈로로 가려던 숙소 매니저가 내 음식봉지를 보더니 나에게 방 예약을 받은 사람에게 뭐라뭐라 한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말했다

"오늘 송년파티가 있는데 왜 이런 것을 사 오는가?"
"우린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었다. 그리고 파티가 열린다 해도 우린 참가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 송년 파티는 무조건 참가해야 하는 파티다. 그리고 참가비로 1인당 800밧을 내야 한다. 당신들이 예약할 때 이 돈을 내지 않았다면 지금 내라."

이게 뭔 말인가. 무조건 파티비용을 내라니. 아까 예약할 땐 듣지도 못했는데. 경아씨가 파티비를 빌미로 바가지를 씌우는 행동이라고 직감하고 강하게 항의했다

"뭔 파티냐? 우린 파티에 참여하지 않을 거고 돈도 내지 않겠다. 왜 우리가 이 파티에 꼭 참가해야 하나?"

그러자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이 말했다.
"아니다, 이 파티는 피피섬에 온 사람이라면 다 하는 파티다. 정 그렇다면 한 사람분인 800밧을 받고 참여시켜 주겠으니 그렇게 해라"

경아씨는 말도 안된다고 펄펄 뛰고 난 그사람과 다시 대화를 시도했다.
"우린 시끌벅적한 걸 좋아하지 않거니와 조용히 지내고 싶어서 가는 것이다. 파티를 꼭 해야 한다는 법이 어디 있는가?"
내 말을 듣던 매니저는 답답하다는 듯이 숙소를 예약 받은 사람에게 뭐라뭐라 하니 그 사람이 우리에게 와서 고압적으로 말했다.
"파티가 싫다면 피피에 머무를 수도 없다. 돈을 지금 도로 내 주겠으니 다시 푸켓으로 돌아가라!"

어이가 없었다. 제놈이 방갈로 예약받을 때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지금 우리에게 화를 낸단 말인가. 이런 적반하장이...

내가 지금 우리에게 화내지 마라고 단호하게 쏘아 붙이니 조금 누그러드는 모양새인데 이래저래 기분은 잡친 거다. 예약할 때 낸 돈을 도로 받아들고 빠이빠이 해 버렸다.
아무래도 그놈이 자신의 예약 건수 올리려고 우리에게 파티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었다가 숙소 매니저에게 들키고 나니 되려 우리에게 화를 내는 모양이다.

이래저래 방 예약이 없어지고 나니 숙소잡기가 큰일이다. 숙소 호객꾼이 한 명 보였지만 역시나 같은 방갈로의 호객꾼이었고 파티 비용이야기를 하니 그건 내야한단다.

05.12.31.Agent.jpg 우리가 투어를 예약했던 여행사인 SiamUK 에 가서 숙소를 구할 수 있냐 물으니 여기저기에 전화를 해 보고 나서는 이미 예약이 다 찼다고 한다. 상당히 여러곳에 물어 봐 주었지만 하나도 남는 숙소가 없다. 대신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싼 게스트하우스들이 있고 그곳엔 방이 있을 거라고 말해 주니 고마웠다.

무작정 피피섬 거리를 숙소를 찾는다. 대략 만만해 보이는 숙소들은 Full 을 걸어 놓았거나 역시 파티비용을 내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곳은 1인당 파티비용이 1500밧이나 되는 곳도 이다. 이곳은 12월 31일에는 올 곳이 못되는 곳이구나... 처음 피피섬 들어 올 때 좋은 기분은 이미 상당히 망친 상태였다.


05.12.31.ChaoKoPhiPhi.jpg거리를 거의 끝까지 갔다가 돌아나오면서 제법 괜찮은 숙소(Chao Koh PhiPhi Lodge)가 보이길래 물어 보니 2200밧이랜다. 체크인 데스크에서는 파티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다. 오히려 무슨 말인지 의아해 하는 눈치다. 일단 하루를 예약했다. 아침 포함 2200밧. 여행중 가장 많은 돈을 1박 숙소에 지불하는 기록이다. 이곳은 방갈로 형태에 에어컨, TV, 냉장고가 완비되어 있으며 개인 세이프티 박스까지 있는 가장 번듯한 숙소다.

우리가 언제 이런 곳에 묵어 보겠는가. 그래도 비용은 우리 돈으로 6만원 정도니 이정도의 사치는 용서받을 수 있다고 서로서로 위안한다.

숙소에 짐 풀고 항구 맞은 편 로 달람 해변에 나가니 햇볕이 좋은 날이다. 게다가 환상적인 남국의 바다 풍경! 흔히 말하는 에메랄드 빛 바다가 이런 것일 거다. 너무 아름다운 풍경에 연방 카메라 셔터만 누른다.

  05.12.31.LoDalam2.jpg 05.12.31.LoDalam4.jpg 05.12.31.LoDalam.Kayak.jpg

옆에 카약빌리는 곳이 있길래 물어보니 처음 한 시간에 200밧이며 두시간째 부터는 100밧이랜다. 우리 짐을 맡아 줄 수 있냐니까 흔쾌히 허락하면서 잘 봐 주겠다고 한다.

처음엔 카약으로 근처만 도는 줄 알았는데 아저씨가 바다 저 멀리 보이는 지점지점을 알려 주며 가 보라 해서 앗싸! 했다. 이미 바다 곳곳에는 카약킹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카약을 타고 바다로 저어나가니 물빛이 환상이다. 조금 깊은 곳이라도 아래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데 바이칼 호수 수질을 연상케 한다.

20여분을 저어서 곶을 돌아드니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해변이 있다. 이곳은 몽키 비치라고 하는 곳인데 아까 투어 예약할 때 들어본 곳이다. 해변으로 가까이 가니 말로만 듣던 하얀 산호가루가 만든 백사장! 이런 곳이 있나 싶다. 한마디로 환상적!

카약을 백사장에 올려 놓고 한 숨 돌리니.... 이제야 제대로 휴가를 온 것이로구나.

여기저기 산호가 밀려와 있고 에메랄드 빛 바다에 마치 거대한 수영장에 온 듯 맑은 물. 스노클링장비와 카메라를 짐 안에 놓고 온 것이 후회막급이군.

잠깐 쉬다가 시간을 보니 카약을 돌려주는 시간까지 15분 쯤 남았다. 어차피 내일 또 올 것이기에 열심히 열심히 노를 저어 카약을 반납하니 이번엔 겨우 8분 걸린 셈. 해변엔 물이 자꾸 빠지고 있었다. 스노클링 장비를 꺼내어 스노클링 한번 해 볼려고 나가는데 어라? 100여 미터를 나가도 물이 허리에 차지 않는다. 이렇게 얕은 해변이었던가. 그래도 얕지만 바위 사이로 노니는 물고기는 넉넉하게 보인다. 예쁜 것들. 사람이 가도 도망치지 않고 같이 놀자는 분위기다.

05.12.31.LoDalam5.jpg 경아씨에게 스노클 포인트 알려 주고 쉬고 있자니 한번 들어간 경아씨는 나올 줄 모른다. 그렇게 좋은지 원.

적당한 시간에 숙소에 와서 샤워를 하는데 물이 짐짐하다. 이거 바닷물 섞은 건가? 머리를 감아도 머리가 심하게 떡지고 만다. 이 숙소에 이런 결함이 있을 줄이야. 그래도 구석구석 씻고 나니 개운하긴 하다.

저녁 나절 똔사이 항구에 나가 보니 물이 많이 빠져서 거의 갯벌이다. 200여 미터를 나가도 물이 발목에 차는데 조개라든가 게들이 많고 큼직한 보라 성게가 많지만 아무도 잡지 않는다. 나 역시 큼직한 키조개를 잡았지만 놓아 주었다. 이곳의 아름다운 자연에 피해를 주고 싶진 않았다.
타운 곳곳을 둘러 보니 시장도 보이고 게스트하우스들이 다양하다. 그 중 깔끔해 보이는 프롱크 게스트하우스에 물어 보니 친절한 아주머니가 내일 아침쯤엔 방이 날 것 같다 한다. (조금작지만 예쁜 에어컨방 1200밧) 내일 아침 8시에 오겠노라고 말씀드렸다.

밤엔 밤새 파티를 하느라 난리 법석이었다. 난 곯아 떨어져 잤지만 경아씨는 잠깐 나가 보았다 하는데 곳곳의 카페에서 폭죽 터트리고 술먹고 노래하고 난리 법석을 떨더란다.

외국 여행자들이 모이는 곳은 방콕 카오산이나 이곳이나 밤새 시끄럽게 노는 문화에 젖는다. 도통 조용한 걸 싫어하는 족속들인데 별로 맘에 들지 않는 행동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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