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레이반도종단여행

11. 콸라룸푸르   Kuala Lumpur

콸라룸푸르 가는 길

8시 버스는 8시 20분이나 되어 출발했다. 카메론 하이랜드의 농부 마을인 링글렛 마을을 지나는데 마을이 제법 안정되어 있는 분위기다. 관광객을 위한 시설은 거의 없는 것 같지만 타운 자체로는 가장 크고 시장도 활성화되어 있다. 콸라룸푸르 가는 버스가 이곳 링글렛에서도 섰다 가니 이곳 농부들의 모습을 보기위해서는 한 번 들러 봐도 좋을 만한 곳이다.

산을 내려가는 길은 거의 놀이동산(!)인데 VIP24인승 버스였지만 몸이 마구 휘둘러진다.

그리고 산을 벗어나니 점점 더워진다. 이제 슬슬 에어컨의 고마움을 느끼기 시작하는 나. 콸라룸푸르까지 가는 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쭉 뻗은 고속도로다. 길 가로는 오로지 야자수, 야자수 뿐. 단조로운 풍경에 이내 질려간다. 중간에 쉬는 곳은 한 번. 근사한 휴게소가 펼쳐지나 하고 기대도 해 봤지만 휴게소는 화장실만 갖추어진 조촐한 곳. 별 달리 쉬는 일 없이 화장실 간 사람만 돌아오니 갈 길을 간다.

콸라룸푸르의 인상

버스는 푸두라야 버스 터미널 옆 도로에 우릴 내려 줬다. 지도를 보며 부킷 빈탕 거리를 찾아가는데 길이 낯설지 않다. 비록 매연 만빵의 동남아 개발도상국 수도의 중심도로지만 태국과는 달리 약간 시원하기도 하고 조금은 더 상쾌한 분위기의 거리다.

부킷 빈탕 거리는 콸라룸푸르의 쇼핑 센터 밀집지로서 유명한데 그곳에서 마땅한 숙소를 찾을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고급, 중급 호텔들이 섞여 있다. 우리가 가진 정보에는 타운뷰 호텔이 적정 가격이라고 들어 일단 타운뷰 호텔부터 찾았다. 타운 뷰 호텔(85Rm)은 작고 아담하며 우리나라 장급 여관의 분위기다. 맞은 편의 임페리얼 호텔(108Rm)은 2005년 1월부터 한참 리노베이션 중이었지만 제법 근사한 호텔인데 정보에 따르면 뷔페 형식의 아침식사가 나온다고 했지만 식당은 공사중으로 식사 포함이 안된 금액이다. 우리가 묵은 방은 리노베이션이 끝난 방으로서 정말 깨끗하고 3-4성급 호텔의 방 수준이라서 조금 비싼 값이었지만 묵기로 했다. 우리가 언제 3만원이란 값으로 이런 호텔에 묵을 수 있겠냐고.

나중에 숙소로 찾아온 무진이는 이런 중심가에 있는 호텔을 그렇게 싼 값에 묵을 수 있었던 것에 신기해 하며 오히려 현지인보다 알뜰하게 챙길 건 다 챙긴다며 놀라워한다.

06.01.13.KL.Merdeka1.jpg 콸라룸푸르에서는 도시 곳곳에 전철과 모노레일이 연결되어 있고 시내 버스도 잘 준비되어 있어 다니기에 불편함은 없다. 다만 전철이 우리와는 달리 노선마다 회사가 달라 내렸다가 다시 표를 끊고 타야하는 불편은 있지만 이 정도가 어딘가. 도시를 다니기에는 우리나라처럼 편하다.
전철 노선은 MRT, LRT, 모노레일, 커뮤터로 대강 나뉘는데 커뮤터는 도심과 도시 외곽 지역을 연결하는 교외선이며 나머지 전철은 시내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커뮤터를 이용하면 그리 비싸지 않은 값에 서해안 끌랑 항구까지 갈 수 있고 이곳에서 게의 산지로 유명한 케탐섬으로 가는 고속정을 탈 수 있다.

부킷 빈탕에는 이세탄, Lot10, 빈탕 플라자 등 쇼핑할 만한 공간이 정말 많다. 거리의 분위기는 우리나라의 명동 분위기면서도 하루에 한 차례씩은 꾸준히 내리는 비 덕택에 오후가 되면 제법 시원하다.

06.01.13.KL.SultanAbdulSamad1.jpg 도시 전체의 분위기는 유럽의 한 도시를 옮겨 놓은 것 같으면서도 이슬람 건축 양식의 거대 건축물들이 어우러지고 있으며 KL타워나 페트로나스 트윈타워와 같은 초 거대 초현대식 건물도 이런 풍광에 한 몫을 한다. 비록 이번엔 KL타워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다음 기회에 하늘에서 이 도시를 본다면 옛날과 초 현대, 유럽과 아랍이 섞여 있는 이 도시의 전체적인 인상이 독특할 것 같다. 아무래도 우리 여행 제 2의 베이스캠프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대강 설렁 설렁 보고 다녔다.

 

국립박물관 (입장료 2Rm)

사실상 건물로서는 KL 센트랄역과 붙어 있지만 길이 없으므로 걸어가기엔 무리다. 택시를 타도 일방통행 때문에 빙 둘러가게 되기 때문에 요금도 5링깃 정도 나온다. 어찌어찌해서 센트랄 역에서 걸어갈 수 있는 길이 있겠지만 초행 여행자로는 알 길이 없다. 사람들에게 물어 봐도 택시를 타란 말 뿐.

06.01.13.KL.Museum5.jpg
바바뇨나 문화 의상

06.01.13.KL.History.Museum.JAVA.jpg 자바 원인 해골 모형

06.01.13.KL.Museum7.jpg 말레이의 원주민들

 

이곳은 우리가 기대한 일반적인 국립박물관이 아니다. 말레이시아의 역사에 대해서는 거의 없고, 말레이시아의 여러 인종들, 원주민들의 문화, 말레이-중국계 혼합 문화인 바바뇨냐 문화에 대한 자료가 많았고 말레이시아의 자연과 동식물에 대한 자료가 있는 정도다.

뭐 이런 박물관이 있어? 혹시 뮤지엄이라는 영어속에 갤러리라는 뜻이 있는 것 아닌가? 하고 잠깐 혼동할 정도로 다른 나라의 국립 박물관과는 전시물이 다르다. 안내소에 물어 보니 역시 역사 박물관은 메르데카 광장 앞에 따로 있었던 것이다.

역사박물관 (입장료 무료!)

툴툴거리면서 택시를 타고 역사박물관으로 향했다. 먼 것 같았지만 거리는 얼마 안되었는데 주차장에 대기하던 기사는 10링깃을 부른다. 마침 주머니에 9링깃 밖에 없었는데 그것만 달라고 한다. 에라이, 기본 요금 거리구만 그걸 10링깃을 받으려고 해?

역사박물관 입장은 무료다. 방명록에 누구라고 글만 쓰면 되는데 지금까지의 짜증이 이 무료 박물관에 녹아내린다. (^^) 이곳은 시원했지만 워낙 역사랄 게 없어 그런지 유물 보다는 짧았던 말레카 왕국과 긴 식민역사에 대한 사진자료와 위인에 대한 자료가 많아 조금 읽기엔 힘들다. 정말로 말레이시아의 역사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만 관심을 가질 듯.

이슬람 예술관 (입장료 무료)

국립 박물관과 역사박물관 사이에 펼쳐진 거대한 녹지공원안에 위치한다. 이슬람 양식의 거대건물인 중앙 우체국을 지나 거대한 국립 모스크와 이슬람 문화 센터를 지나면 역시나 거대한 이슬람 예술관에 이른다.

06.01.13.IslamArtCenter.Masjid_Imam.Ispaxan.17C.jpg 17세기 이스파한 모스크

06.01.13.IslamArtCenter.Masjid_Dang.7C.jpg 7세기 당나라 모스크 모형

06.01.13.IslamArtCenter.Masjid_AlHarran.Saudi.7C.jpg 사우디 모스크 모형

 

거리엔 일체 잡상인이 없고, 가게도 없는 녹지대에 세워진 건물이라 깔끔하고 고즈넉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내부에는 쾌적한 실내에 이슬람 문화 전반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알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고 특히 아랍권 각 지역마다 세워진 모스크의 모형을 보며 지역마다 달리 세워진 건축양식을 비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당나라에 세워졌던 모스크. 이슬람 선원이지만 한국 절과 같이 단아하고 넓게 펼쳐진 기와집형태의 마스지드(이슬람 성원)는 이색적이었다. 전시물의 내용이 우수하고 쾌적해 휴식과 문화 체험을 겸한 곳으로 좋은 곳이다.

신기한 무료 버스의 체험

06.01.13.RapidKL.Free.jpg KL 센트랄역에서 숙소인 부킷 빈탕으로 가는 다른 방법이 없나 하여 버스정류장에 와 서 부킷 빈탕 가는 버스를 물으니 110번 타고 가다 113번으로 갈아타라 한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고 버스들도 모두 최신식이어서 뭔가 했더니 RapidKL사에서 새로운 버스 시스템을 시작했다며 3일간 무료라 한다. 이런 기회가...

일단 110번 버스를 타고 가는데, 내부가 무척 예쁘다. 마치 유럽의 예쁜 미니도시를 운행하는 버스같이 파란색과 노란색이 어울린 버스. 시원한 에어컨을 맞으며 대형 창문으로 시내를 조망할 수 있게 되어 있으니 가히 관광용 버스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06.01.13.KL.CentralMarket.jpg 시범 운행이 끝나면 하루에 2링깃으로 15개 노선의 버스를 무료로 하루동안 환승 가능하다고 하니 꼭 알아두어야 하는 교통 수단이 아니겠나. (하지만! 있던 기간 중에 겪었던 콸라룸푸르의 지독한 교통체증은 이런 기대를 사그라지게 하는데, 출퇴근 시간만 아니라면 타 볼만한 교통 수단이지 싶다)

이 노선의 대부분의 버스는 중앙시장(영어로 Central Market, 말레이어로 Medan Pasar)를 경유하는데 버스 정류장이 협소하여 수많은 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게 되는 중앙시장 정류장에서 내가 갈아탈 버스를 기다리는 것은 매캐한 매연 때문에 두통을 유발한다.

또 신기한 무료 뷔페

113번은 부킷 빈탕 거리 앞의 숙소에 가까운 Lot10 백화점 앞에 섰다. 숙소로 돌아 오니 로비가 시끄럽다. 사람들이 로비 아무데서나 서거나 앉아서 음식을 먹기에 바쁘다. 무슨 파티를 하는 듯 한데, 주춤거리며 있다 보니 호텔 매니저가 먹어 보라 한다.

이게 저녁 식사인가? 뭔가 께림직하지만 차려진 음식들이 너무 맛있어 자꾸자꾸 먹었다. 경아씨는 양고기 맛이 일품이라 하는데, 카메론 하이랜드에서나 이곳에서나 양고기를 다루는 기술이 뛰어난 가 보다. 한 켠에서는 어떤 분이 음식을 싸가고 계셨는데 한 참 먹다가 영 께름직하여 무슨 일 있느냐고 물으니까 사람들이 웃으면서 신년 축하 파티랜다.

참, 중국인 최대 명절인 춘제(음력 설)이 다가오는 구나. 정말 신년축하인지, 아니면 돌잔치 같은 데 신년 축하를 겸해서 하는진 자세히 몰라도 먹긴 푸지게 잘 먹었다.

조금 있다 보니 누군가 작고 붉은 엽서 같은 것을 주는데 뒷면에 보니 Public Union Bank 라고 씌여 있다. 거리에서 자주 보았던 대중연합은행! 음행에서 신년 축하 엽서를 돌리나 했더니 방에 돌아와 펴 보니 빳빳한 1링깃 지폐가 두장 씩 들어 있다. 벙찌는 우리.
이것은 중국인들이 미혼남녀나 어린이에게 행복을 빌어 주면서 작은 돈을 돌리는 풍습에서 비롯된 것인데 우리는 외국인이라서 축하하는 뜻으로 돌렸나 보다. 엉겁결에 우리도 춘제 파티에 껴 버린 거다. 그래도 기분은 좋은데? 이런 일을 여행 중에 겪어 본 것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무료 버스에 무료 뷔페에 돈까지 받다니. 이래저래 잘 풀리는 여행이다. 무진이는 이곳에서 자기가 지금까지 살았어도 무료 버스 운행은 처음이라며 역시나 우리가 재수 좋다고 부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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