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레이반도종단여행

12. 케탐 섬 / 콸라룸푸르 시티 센터   Pulau Ketam & KLCC

케탐 섬 가기

아침에 숙소 앞 중국요리점에서 완탄미(만두국수)와 죽을 시켜 먹었다. 곤달걀과 어묵이 맛스럽게 섞인 죽은 양도 많았지만 곤달걀의 고소한 맛에 저절로 행복해졌다.

06.01.14.KL.LRT.jpg푸두라야 버스 터미널에서 멜라카 가는 차표를 예약하고 케탐섬으로 가기 위해 물어 물어 터미널 뒤에 있는 MRT를 탔다. 우린 이 MRT를 타고 가다가 LRT로 갈아 탄 뒤에 KL 센트랄역에서 커뮤터를 타고 케탐섬으로 출발하는 끌랑 항구까지 갈 요량이었다.

하지만 LRT와 환승하는 역에서 문제가 생겼다. 분명히 출구에 LRT타는 곳 이쪽! 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는데, 아무리 가도 역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물어 보아도 어떤 말로 해야 되는지 잘 알아 듣지 못한다. 06.01.14.KL.Medreka.jpgLRT라는 말이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뜨거운 볕이 쬐는 거리를 한 참 걸으면서 역을 찾았지만 기다리는 역은 나오지 않고 점점 지쳐 간다. 아니, 푸두라야 터미널에서 KL역까지 그리도 짧은 길을 이렇게 헤매어야 하다니. 이윽고 메르데카 광장까지 걸어 왔다. 경아씨가 자꾸 지쳐가길래 일단 택시를 타고 센트랄 역까지 도착했다. 경아씨는 푸켓에서 다친 발가락이 성하지 않은 듯 자꾸 절뚝거린다.

 

끌랑 항은 커뮤터의 종점이다. 콸라룸푸르에서 서해안까지는 좀 되는 거리인데 이런 곳까지 시내교통이 다니니 신기하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청량리에서 인천까지 가는 식인데 전철이 좁은 시내만 다니는 방콕에 비해 역시나 콸라룸푸르는 큰 도시구나 싶다. 가는 내내 시원한 실내에서 잠만 잤다. 종점에 도착하니 바로 항구가 있고 배가 출발 직전이다. 잘 맞아떨어지는 일정. 또다시 작열하는 햇살. 카메라가 적당한 노출을 좀체로 잘 잡지 못할 만큼 밝게 내리쬐는 열대의 태양.

06.01.14.KLToKetam1.jpg 고속보트 내는 마치 한국의 겨울처럼 시원하다. 마치 버스처럼 이용되는 고속 보트엔 사람들이 섬으로 부치는 각종 짐들이 많고 지역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듯 사람들고 꽉 찼다. 역시나 약 40여분간 달콤한 잠. 고속 보트지만 파도가 없는 바다여서 편안하게 흔들리며 잘 간다. 하지만 케탐섬에 내려 문을 열자 마자 엄청난 열기가 확 밀려온다.

냉탕 온탕을 왕복하는 것 같다.

06.01.14.Ketam3.jpg케탐섬은 매우 작은 섬이고 맹그로브 나무의 군락지인 습지 위에 나무로 기둥을 세워 타운을 만든 곳이다. 타운 전체가 1.5미터 높이의 나무기둥 위에 만들어진 목가적인 곳이라 하여 많은 기대를 했지만 사실과 기대는 다른 법.

음식점이 즐비한 시장을 지나 섬 내에 들어 서니 쓰레기통은 잘 보이지 않고 조금씩 보이는 바닥의 틈엔 여지없이 엄청난 쓰레기들로 가득 차 있다. 사람들은 집이나 거리는 잘 관리하지만 거기서 나온 쓰레기를 바닥 틈새를 통해 그냥 아래로 버린다. 마치 거대한 쓰레기통 위에 타운이 형성된 것인데 이곳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곳에서 잘 사나...

섬 주변 바다는 볼 것 없이 탁한 물이었는데 이 이상 섬 주변 바다가 잘 버텨나갈지 걱정이다. 섬이 그닥 볼 것도 없는 데다 목가적인 시골 분위기는 바닥아래 감춰진 쓰레기 때문에 그 풍경을 감상할 수 없게 만드는 바람에 식사나 하고 나가자는 생각으로 식당으로 향했다.

06.01.14.Ketam5.jpg 게가 유명해대서 먹은 칠리크랩. 그리도 유명한 이 요리는 값도 쌌다. 살아 있는 큼직한 게가 1kg 에 25링깃. 그렇지만 대부분의 게 요리가 그렇듯 분주하기는 엄청 분주하지만 먹잘 것이 없다. 맛이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잘 씹어 먹지 못하는 이빨인데다 이 게 껍질 두께가 장난이 아니어서(대략 1.5mm정도) 망치로 깰 정도라 먹기에 두렵다. 게 먹다가 입안이 찔린 적이 자주 있는 나로서는 다신 먹을 음식이 못되는구나.

식사 후 바로 선착장으로 나오니 운수좋게도 배가 기다리고 있다가 우리를 태우고 바로 떠난다. 돌아오는 커뮤터 열차 안에서 차창 밖을 보니 내가 외국에서 기차여행을 하고 있구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화창한 날씨에 야자수, 한적한 시골 풍경.

풍경 좀 보다가 잠이 들었다. (오늘은 줄창 잠만 잔다)

06.01.14.KLCentral.jpg센트랄 역에 도착하니 비가 왔었나 보다. 알고 보니 콸라룸푸르는 우기/건기 구분 없이 거의 매일 비가 내리는 열대기후 지역이었다. 센트랄 역에 있는 과일 가게에는 각국에서 온 여러 가지 과일들이 싼 값에 유혹하길래 경아씨가 좋아라 하며 과일을 만빵 샀다.

모노레일을 타고 가다가 환승하여 KLCC에서 내렸는데, 생각해 보니 센트랄 역에서 바로 KLCC로 가면 되는데, 우린 바보다. KLCC역 지하 상가에서 엄청나게 고소한 냄새에 끌려 쫓아가 보니 빵집이다. 무척 인기있는 빵집인 듯 사람들이 줄 서서 빵을 산다. 이런 곳에서 안살 수가 없는 우리는 빵을 사들고 트윈타워로 향했다.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나스의 본사 건물인 이곳은 한국의 삼성건설과 일본의 건설 회사가 세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다. 콜라룸푸르의 랜드마크로 통하는데 막상 가까이서 보니 그 웅장함에 입이 딱 벌어졌다. 멀리서 햇빛에 빛나길래 스텐 껍질 아니야? 했었는데, 가까이 가 보니 역시나 건물 외벽이 합금으로 되어 있다. 그것도 그냥 매끈 한 것이 아니라 돌기가 나 있는 고급스러운 표면 처리. 인간이 만든 거대건축물에서 이런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니.

06.01.14.KL.TwinTower.jpg 06.01.14.KL.TwinTower7.jpg

아래에서 사진을 찍었지만 이 건물의 전체를 찍을 수는 없었다. 광각렌즈가 없는 똑딱이 콘탁스의 한계려니. 우연히 잡은 표면에 비친 풍경이 아름답다.

조금 있다 보니 스콜이 내린다. 사람들이 분주하게 이리저리 뛰고 건물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비가 그치길 기다린다. 건물 앞에서 비를 피하며 앉아서 풍경을 보자니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열대의 스콜과 그리도 잘 어울리는 거대건축물이라니. 일하는 사람들 마음도 우리와 같은지 오순도순 앉아서 비를 구경하고 있다. 앉아서 비를 감상하며 오렌지를 까먹고 있자니 조금 떨어진 곳에서 경찰 아저씨들이 우리를 구경하며 웃는다.

역시나 여전히 운행중인 공짜 버스 108번을 타고 부킷 빈탕 거리로 왔다.

저녁엔 이곳에 살고 있는 무진이를 불렀다. 기왕 한번 신세져 보면서 친구 삼아야겠다 하고 전화를 했는데 무진이는 우리가 전화를 안할 줄 알고 내심 기대를 안했다가 전화를 하니 무척 기뻤다고 한다. 뭐, 여행 중에 연락하자 하다가 안하는 일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무진이는 차를 가지고 와서 콸라룸푸르의 구석구석을 보여 준다. 한국인 사는 곳에도 들러 보았는데 역시나 한국인들은 어디에서 살아도 폼나게 산다. 중국인이나 인도인들은 스스로의 문화를 지키면서도 완전히 말레이에 동화되어 있는 삶을 살지만 아무래도 한국인들은 어느 정도 수준이 있어야 살 곳을 찾는 가 보다.  
다민족 사회인 말레이시아에서조차 흔히 길거리 인도음식, 중국음식은 있지만 길거리 한국음식이란본 적이 없으니. 한국식당은 어디서나 항상 일정 수준 이상의 비싼 값이다.

06.01.14.KL.With.Mujin1.jpg 하지만 의외로 무진이는 그리 비싸지 않다고 말하는데 불고기가 30링깃(8500원) 정도지만 같이 나오는 반찬이 푸짐해서 좋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다. 미얀마를 제외하고는 기본 반찬이 나오는 곳이란 없었으니. 우리 입장에서는 기본이라고 여겨지는 김치, 깍두기, 묵무침, 각종 나물들도 외국사람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요리가 아닐까. 물도 기본적으로 무료인데다 반찬은 계속 리필도 되니 외국인의 눈으로는 신기한 음식점이 되겠구나 생각했다.

무진이는 꽤 신경을 쓰며 우리를 이곳저곳으로 데리고 다니다가 외곽 주거지역에 있는 홍콩 레스토랑으로 데리고 간다. 일종의 패밀리 레스토랑인데 값도 싸고 깔끔한 실내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 곳이다. 여행자 입장으로는 이런 지역의 이런 레스토랑에 오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어서 재미있는 경험이기도 했다.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시계를 보니 11시 30분. 무진이가 다시 차로 우리를 숙소까지 데려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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