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유럽/모로코여행

4. 에스파냐 2부 (빌바오/마드리드)

2008.1.10(목) : 빌바오

물 이 없어서 무엇을 끓일 수가 없어 아침에는 남은 빵과 우유 등을 먹고 8시가 넘어 짐을 두고 나갔다. 강 건너 인포에 가니 문이 닫겨 있다. 그 부근의 별 하나짜리 호텔인 아리아가에 가 보았다. 54유로라 하는데 지금의 숙소보다 훨씬 아늑하고 깨끗하다. 사실 어제밤에 이불도 얇았고 난방이 잘 안되어 감기에 걸려 숙소가 비싸기만 하지 마음에 안들었다. 짐을 가지고 새로운 숙소로 다시 왔다. 돈을 지불하려니까 지방세가 붙어 58유로 정도가 되었으나 어쨌든 더 만족스러운 숙소이다.

밖 으로 나와 열심히 시내를 가로질러 구겐하임 미술관을 향해 걷는다. 도시가 프랑스나 피렌체 같은 느낌이 드는데 건물들도 예쁘고 이미지가 상당히 좋다. 오늘은 비가 온 다음인지 날씨도 좋아 기분이 더 상쾌하다. 남편이 지도를 잘못 보는 바람에 좀 멀리까지 걸어갔는데 그 덕분에 오히려 아름다운 도시의 공원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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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의 배치도 특이하고 북구의 여름 날씨 같은 쨍함이 근사해서 마치 러시아의 이르쿠츠크나 앙가르스크 같다. 예쁜 애벌레색 전철이 신기하게도 잔디 위로 달린다. 강가를 따라 걸으며 건물이나 도시를 보니 하나하나가 특이하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구겐하임미술관은 멀리서 보기에도 정말 근사하다. 바로 이것 때문에 우리가 빌바오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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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쪽으로 돌아가니 귀엽고 거대한 예쁜 꽃개가 우리를 반긴다. 10여 미터가 넘는 이 거대한 개는 벨기에 만화 '땡땡의 모험'에 나오는 녀석처럼 생겼는데 전체가 색색의 팬지로 얼룩 무늬처럼 심어져 있고 스프링쿨러로 안에서 저절로 물이 뿌려진다. 이 모습이 귀여워서 원래는 일시적인 전시물로 만든 것이었는데 사람들의 요청으로 영구 보존이 되었다고 한다. 정말 마음에 드는 예쁜 개다. 박물관은 타원형 모양이 다양하게 배치된 거대한 구조물로 마치 배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표면은 전체가 비싼 티타늄으로 만들어졌다. 은색이 미려하게 빛나 대단히 멋지다. 10이 넘는 입장료를 내는데 오디오 안내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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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안에서(사진찍을 수 없다길래 이런 사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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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층 부터 3층까지 현대미술품이 전시되어 있고 계속 전시물이 바뀐다. 1층에는 철판을 구부려 만든 거대한 소용돌이와 뱀모양, 기괴한 내용을 담은 비디오 작품, 그림과 같은 다양한 것들이 있다. 바닥에 사탕을 수북하게 쌓아 놓은 전시물도 있었는데 안내원이 와서 집어가도 된다고 해서 많이 집었다. 클로브향이 나는 검은색 사탕이다. 2층에서는 미국의 개척시대의 그림들과 유명한 앤디워홀의 작품 중 마릴린 먼로도 볼수 있었다. 3층은 사진전으로 바스크 지방의 투쟁사를 사진으로 담은 것이 특이했다. 태러와 부상으로 사람들이 죽어갔던 모습을 보며 이곳의 역사를 느낄 수 있었다. 박물관을 둘러보는 것도 시간이 많이 걸려 고되고 힘들다. 특히 현대미술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 더 어려웠다.

어 제와 오늘은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해서 오다가 보았던 오리엔탈 부페에 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일인당 10 정도의 돈으로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중국인이 경영하는데 볶음 국수와 중국식의 요리도 있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고르면 직접 고기와 해산물을 구워 주기도 한다. 천천히 후식과 과일까지 다양하게 먹었다. 나와서 '자라' 매장도 구경하고 잉글레 백화점에 들러 필요한 먹거리를 산 후 기차역에서 내일 갈 마드리드 표를 끊었다. 6시간이나 걸린단다. 숙소에 들러 잠시 필요한 정보를 구한 후 산을 오르는 푸니쿨라를 타러 나갔다. 강가를 따라 걸으니 도심을 걷는 것보다 덜 피곤하고 상쾌하다. 사람들이 조깅도 하고 산책하면고 쉬는 모습이 참 부럽다. 푸니쿨라는 말레이시아 페낭의 것보다 짧지만 윗쪽에 사는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것이라서 가격이 싸다. 위로 올라가 도시를 내려다 보니 하늘의 구름과 어우러져 참 아름답고 볼 만 했다. 주변을 거닐다가 같이 타고 온 어린이들이 축구하는 것도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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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려와서 수퍼에 들러 내일 필요한 물건을 사러 장을 보고 강가를 거닐며 구겐하임 박물관을 다시 찍으러 갔다. 밤의 모습은 낮과는 다른 면이 있어 색다르고 보기 좋았다. 밤의 꽃개도 다시 찍었는데 조명 때문에 멋있다. 주변의 다리와 돛 모양의 건물, 아래 쪽의 에일리언 같은 전시물이 어우러져 마치 다른 외계 행성이나 미래도시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이건물 때문에 주변에도 근사한 건물들이 지어지기 시작하고 도시가 변하고 있는데 덕분에 빌바오가 새로운 관광지가 되었다고 한다. 건물 하나가 도시를 바꾸어 가는 모델이 된 성공사례이다. 걸어서 강가를 따라 오다가 잉글레 백화점과 주변을 더 구경했다. 이 도시도 사람들로 북적이며 넘쳐나서 걷기가 쉽지 않을 정도였다. 아기를 유모차에 데리고 나온 부부들도 많다. 숙소에 와서 남편이 스파게티를 끓였는데 그럭저럭 맛이 괜찮다. 남편은 인터넷으로 다음 여행지의 정보를 얻는다고 한다. 또 내일이 해안이의 생일이어서 글을 하나 보내기로 했다.   


해안이에게

 우리 딸! 어찌 지내는지 정말 궁금하다. 행군하느라 발은 얼마나 아프며 힘들까... 날씨가 추워 고생은 하지 않는지... 그 러나 우리 딸이 워낙 씩씩하고 강하니 잘 하고 있을거라 믿는다. 힘내라! 사랑하는 예쁜 딸아!

  엄마와 아빠는 지금 스페인의 바스크 지방에 와 있단다. 왜, 스페인으로 부터 독립하려고 무장투쟁단체 ETA까지 만들었던 유명한 그곳이란다.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보면 납작한 빵떡 모자를 쓴 아저씨 모습을 하고 있던 그 사람들이지. 바스크 사람들은 이곳 스페인 사람들과는 뿌리가 전혀 다르다고 하는데 실제로 와 보니 프랑스 사람들과 비슷하구나. 도시도 무척 아름답지만 우리는 구겐하임 박물관을 보러 왔는데 이 멋진 건축물 앞에 10여 미터가 넘는 거대하고 귀여운 개가 앉아 있는 구조물이 있단다. 온 몸이 팬지꽃으로 덮여 있는데 스프링쿨러 시설이 되어 있어서 절로 물을 주어 꽃이 자라지. 우리는 이 개를 '꽃개'라고 불렀단다. 어찌나 모습이 깜찍하고 귀여운지 해안이가 보면 참 좋아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가급적이면 우리 딸이 엄마, 아빠와 여행에 함께 갔으면 하는데 말이다. 너의 생일이 다가오니 같이 있어주지도 못해서 더욱 생각이 많이 나는 구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제 정말 어린이에서 벗어나는 거잖아. 사랑하는 딸아! 어렵고 힘이 들어도 잘 이겨내고 우리 2월 달에 반갑게 만나자. 우리 딸! 화이팅! 해안이는 힘 내라 힘!!! 안녕! 건강 조심하고 잘 지내라. 나중에 엄마한테 얘기 많이 해줘!


2008.1.11(금) : 빌바오 - 마드리드

밤 새 바람이 심했는지 창틀에 나무 조각이 얹혀있다. 납작보리 시리얼로 거의 밥 비슷한 우유죽을 끓여 두었다. 오징어 젓과 같이 먹고 짐을 챙겨 기차타러 갔다. 날씨가 궂고 비가 내린다. 어제 TV에서 오늘은 전국적으로 비가 많이 내린다고 했는데 날씨가 이렇게 바뀌다니... 우리 기차는 2등칸이지만 하늘색의 의자와 커튼이 예쁘고 자리도 편해서 지금까지 탄 열차 중 가장 나은 것 같다. 게다가 우리 칸에 사람이 4명 밖에 없었는데 마드리드까지 거의 그대로 간다. 이래서 하루에 기차가 두편 밖에 없나보다.

밖 에는 내내 비가 많이 내려 멀리까지는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 넓게 펼쳐진 초원이며 산과 드문드문 나타나는 집들이 모두 비 때문에 우중충해 보이는 날이다. 싸온 크루아쌍과 치즈, 과일 등을 먹고 점심에는 보리죽과 소시지를 먹었다. 남편은 어제 검색하느라 시간을 많이 보내기도 했지만 '화려한 휴가'를 보다가 새벽녘에 잠을 잤다고 한다. 그래서 많이 피곤한지 잠을 잘 잔다.

기 차는 6시간 걸려 3시에 마드리드에 도착했으나 여전히 비가 많이 내린다. 인포에서 지도를 구하고 방향을 물어 남편이 예약한 숙소 쪽으로 걸어 나가는데 비 때문에 어찌 갈까 싶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우산이 있어 살펴 보니 완전히 망가졌다. 그냥 돌아서려는 찰라 어떤 남자가 막 우산을 버리고 있었다. 잽싸게 주워 보니 살이 휘었지만 펴서 쓸 만 하다. 이렇게 때맞춰 우산이 나타나다니 다 하늘이 우리를 도우시는 게다. 작은 우산을 겨우 머리만 가리게 둘이 쓰고 계속 방향을 물어 가며 50여분을 걷는데 추위에 퍼붓는 비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에상했던 것보다 상당히 걸었는데 온 몸이 다 젖고 꼴이 말이 아니다. 비바람에 우산이 제껴지기도 하는 데 많은 사람들이 우산을 주체를 못하고 망가져서 버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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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쨌든 열심히 걸어 겨우 숙소를 찾아 들어왔다. 신발 속 양말까지 젖었으나 숙소가 너무도 좋아 보여서 기분이 확 편다. 별4개 정도의 호텔인데 일종의 콘도로 이곳에서는 아파트라고 부른다. 120유로 짜리를 비수기라 60이라는 싼 가격에 들어올 수 있었으니 전적으로 어제 저녁에 활약한 남편의 검색 능력 덕분이다. 이 아파트는 20평이 넘는 규모로 호텔 딜럭스룸 같다. 주방과 거실에는 소파며 식탁 테이블까지 다 있고 옷장, 화장실, 더블베드 침실이 있다. 모든 시설이 대단히 좋고 주방에는 냉장고도 있다. 남은 밥을 북어국 끓여서 다 먹고 어제 남편이 알아본 대로 정말 프라도 미술관이 6시 부터 무료개관인지 확인해 보러 간다. 다시 젖은 옷을 다 껴입고 나가보니 다행히 비는 그쳐 있었다. 전철 10회권을 끊어 1호선 아토차 역에 갔다. 숙소에서 한번 만 타면 되니 약간 멀어도 편하다. 갈아 타면 많이 걸어서 힘들다. 아토차 역은 우리가 내린 북역 샤마르탱에 비해 대단히 크다. 걷는 대로도 상당히 넓고 뭔가 수도라는 느낌이 들었다. 바람이 불고 기온이 5도 밖에 안되어서 장갑을 끼고 모자를 써야 할 정도로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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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술관 입구에는 표를 사지 않고 기다리는 행렬이 긴 것이 조짐이 좋았다. 10분 기다려 6시가 되니 역시 공짜표를 나눠 준다. 고마운 마드리드! 나는 공짜가 참 좋다. 졸지에 둘 합쳐 12유로를 절약하게 되었는데 저녁이면 늘 이렇다고 하니까 시간이 남거나 추울 때 또 애용해야 겠다. 짐도 다 맡아 주어서 편하게 구경할 수 있다.

우 리가 보고 싶던 그림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가장 아래층에는 부드러운 인상의 그림을 그리는 루벤스를 중심으로 여러 화가의 그림, 특히 성화가 많았고 그 윗층(1층)에는 벨라스케스와 고야, 무리요 등이 있다. 역시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앞에 사람이 가장 많아 스케치 하는 학생들도 볼 수 있었다. '시녀들' 그림은 왕 부처를 그리는 화가와 왕녀, 광대와 시종을 담았는데 화가가 우리를 바라 보고 있어서 졸지에 우리가 왕과 왕비가 되는 셈이다. 그림을 바라 보고 있는 자들이 마치 화가의 그림의 주인공 처럼 여겨지는 묘한 그림이다. 왕 부처는 작은 거울 속에 희미하게 그려져 있다. 피카소가 그린 '시녀들'도 있다.

벨 라스케스는 사람의 특징을 너무나 잘 잡아 그리기 때문에 남편은 인물의 얼굴 파악하기가 가장 쉬운 화가라고 한다. 특히 에스파냐 왕가 집안의 주걱턱은 볼 수록 재미있었다. 고야의 작품들은 참 다양했는데 젊어서는 평범하고 밝은 그림을 그리다가 궁정 화가로 활동하며 은근히 왕실을 조롱하는 그림도 그리던 때에서 마침내 노년기에 검고 암울해 보이는 그림까지 그의 그림의 경향과 흐름을 잘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1시간 반 이상을 보고 나니 남편은 참 힘들단다. 특히 고만고만한 종교화는 이제 보기가 싫다고 한다.

나와서 뿌에르따 델 솔 쪽 중심부를 향해 걸어 갔다. 사람들이 정말 많이 돌아 다닌다. 잉글레즈 백화점 지하에서 피자와 파스타 등의 장을 봤다. 전자레인지가 있어 피자도 먹을 수 있다. 우리 숙소인 테투안 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와서 내렸는데 방향을 잘못 잡아서 한참을 반대로 걸어 올라 갔다가 물어서 되돌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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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 소에서 피자를 데워 먹었는데 남편이 토마토 소스를 많이 얹어서 맛이 좋았다. 그리고 오랬동안 간직했던 하몽을 드디어 먹었다. 색깔이 생고기 색에다가 걸려있는 돼지 다리들의 냄새가 쿨쿨해서 영 먹기가 거시기 했던 물건이었다. 근데 먹어 보니 냄시도 하나도 없고 많이 짜지도 않은데다가 그 질감이 기가 막혀서 여태 안 먹었던 것을 심히 후회했다. 앞으로 하몽을 열심히 사 먹기로 했다. 나는 와인을 남편은 아니스와 함께 같이 먹었다. 조금 먹을 줄 알았는데 절반이나 먹었다. 남편이 자기도 일을 해야 한다고 재촉하니 이제 그만 쓰고 자야겠다. 내일은 톨레도에 갈 거다.   

 

2008.1.12(토) : 마드리드

오 늘은 날씨가 화창하게 개었다. 감기가 더 들어 목이 아프다. 아침에 남은 피자와 스파게티, 밥을 북어국과 같이 끓여 죽 처럼 먹고 고추장을 넣은 김밥과 찐 달걀을 쌌다. 9시 반에 나서서 1인당 8유로 짜리 T존 패스를 샀다. 마드리드 시내와 주 전체, 톨레도, 과달라하라 같은 라만차 주의 일부 지역을 무료로 갈 수 있는 1일권이다. 전철타고 가며 남편이 설명서를 읽어 보더니 국철 Renfe는 이용할 수 없는 표 같다고 한다. 아토차 역의 인포에서 물으니 이 표로는 남부터미널에 가서 버스를 탈 수 있단다. 다시 전철로 터미널에 가니 10시 반 차가 있는데 타려니까 창구에서 표를 얻어 와야 한단다. 잽싸게 표를 얻어 그 차를 탈 수 있었다. 광활하게 펼쳐진 동키호테의 고장 라만차 주... 날씨가 좋아 멀리까지 평원이 잘 보인다. 황량한 풍경 뿐인데 어찌 보면 아프리카 세렝게티 평원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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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분을 달리자 갑자기 언덕 위에 톨레도의 오래된 도시 풍경이 보인다. 마드리드 이전에 수도였던 곳이다. 내려서 위로 걸어 올라가 좁은 골목과 상점들을 구경하고 대성당에 가 보았다. 그런데 입장료를 7이나 내라고 하니 포기했다. 이미 바르셀로나의 멋진 성당을 보았기 때문에 엘 그레꼬의 그림은 안보기로 했다. 성당 앞에서 도시락을 먹고 주변을 돌아 보니 오밀조밀한 집들과 베란다가 진짜 스페인 마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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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돈키호테의 이미지를 많이 파는데 기사 모양의 인형이 많고 톨레도 특산품인 다양하고 예쁜 종류의 칼을 많이 판다. 기사들의 칼 부터 앙증맞은 손칼까지 정말 많은 칼들이 있다. 가격이 너무 싸서 남편이 좀 탐내기도 하더니만 우리 집에도 휴대용 칼이 많으므로 포기한다. 생각했던 것 보다 그리 볼 것이 많지 않아서 주변을 둘러 보다가 마드리드로 일찍 가기로 하고 걸어 내려와 버스를 탔다. 50분 결릴 줄 알았던 버스는 직행이 아니라 완행. 온갖 곳에 다 서고 1시간 반 만에 마드리드에 왔다. 우리는 버스 안에서 열심히 졸았다.

내려서 일단 리스본 가는 9시 밤차를 끊었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지 않다. 우리는 1인당 89유로 인줄 알았는데 둘이 89유로가 나왔다. 몸은 힘들겠지만 숙비가 빠지는 밤차라 비용 면에서 짭짤한 이동이다. 아마 12시간 이상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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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미술관의 전경

3시 반 쯤 전철로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에 갔는데 남편이 설명을 읽어 보더니 오후 2시 반 부터 무료라고 한다. 내일 일요일은 2시 반까지이고 물론 무료다. 어제에 이어 일인당 6유로 씩을 또 아끼는 셈이다. 이곳은 미로, 피카소, 달리 등 유명한 화가의 그림이 참 많은데 이 화가들은 젊은 나이부터 범상치 않은 그림을 그려 과연 천재들은 정말 다르고 타고 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림은 물론 '게르니카'이다. 이것을 그리기 까지의 과정도 사진으로 나와 있는데 처음에는 죽어가는 남자의 손이 거의 중앙을 차지하면서 손에 꽃 같은 걸 들고 있었는데 나중에 말로 바뀌고 아래 쪽에 작고 희미하게 희망을 상징하는 꽃을 그려 넣었다. 색감이나 구도 등 모든 것이 대단히 훌륭해서 과연 게르니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 카소는 작은 스케치 하나에도 뛰어난 만화가 같은 터치로 사물을 잘 묘사해서 보기에 멋졌다. 남편이 좋아하는 달리도 다양한 그림들이 있었고 독특하면서도 훌륭했다. 3층은 플라멩고와 관련된 그림과 전시물들, 4층은 현대 미술 코너이다. 나와서 마요르 광장에 갔다. 예전에 마녀재판과 투우도 했었다는 광장이다. 다시 걸어서 궁전에 갔는데 문이 닫겨 있어 옆에 미사를 드리는 성당에 들어가 구경했다. 거리는 주말이라 사람들로 넘쳐나고 정말 복잡하다. 중심부는 걸어다니기 쉽지 않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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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뱀장어 샐러드 만들기

다시 전철로 와서 장을 보고 숙소에 왔다. 오늘은 스페인 사람들이 겨울이면 즐겨 먹는다는 작은 실뱀장어 요리에 도전했다. 이미 조리된 기름기가 많은 실뱀장어와 새우를 볶다가 달걀 2개를 풀고 휘저어서 양상치 위에 놓고 토마토 소스를 주변에 뿌려 같이 먹는다. 남편은 체질에 잘 맞는 요리라 그런지 아주 맛있다고 한다. 물론 맛있고 풍미가 좋지만 특유의 냄새가 약간 있고 고소해서 나는 조금 먹었다. 그러나 남편은 냄새도 안난다고 하고 좋았다고 하니 다음에 또 해주어야 겠다.

미 트볼 캔이 기름이 많고 이상해서 기름기 빼고 토마토 소스에 졸여 두었다. 밥 먹고 남은 표를 더 이용하려고 밖에 나가려 했었는데 그냥 포기하고 쉬기로 한다. 내일은 아침에 좀 늦게 나가서 짐은 이곳에 맡기고 궁전과 벼룩시장을 볼 것이다. 남편은 리스본 호텔을 검색해 예약해 두고 함께 아버지와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해안이는 국토순례를 잘 하고 있으며 건강하다고 한다.

2006.1.13(일) 마드리드 - 리스본

남 편은 어제도 컴퓨터 검색에 늦게 잔다. 낮에 많이 돌아다녀야 하는데 매일 4시 경에 자니 걱정이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작은 크루아쌍에 햄과 치즈를 끼워 샌드위치를 만들고 마지막 씨리얼로 밥을 했다. 남편이 피곤해서 잘 못일어나므로 먼저 양상치 쌈에 밥을 먹고 8시 반에 남편을 깨워 곰국죽으로 아침을 준다. 이 씨리얼로는 죽 같은 밥 만 되는데 남편이 김밥을 싸 달라고 해서 나중에 좀 칙칙해지겠지만 참치와 미트볼을 넣어 쌌다. 어제 산 크림치즈 라쟈냐는 데워서 싸두었는데 위가 걸쭉한 상태라 흐를까봐 맨김으로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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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다 싼 후 프론트에 맡기고 나선 시간이 10시 반 정도이다. 날은 맑고 우리나라 만큼 쌀쌀하다. 전철로 왕궁에 갔는데 주변의 공원을 보니 살얼음이 얼고 화단에 서리가 내려 꽃이 죽어간다. 궁전은 8유로나 하지만 그 값을 할 만큼 아기자기하고 사치스러웠다. 물론 베르사이유궁전에 비할 것은 아니지만 스페인도 한때는 유럽 최고의 부자 나라였기 때문에 도자기를 이용한 호사스런 방이나 응접실, 왕의 접견실 등이 돈을 많이 들인 듯 매우 화려했다. 현재 국왕 가족은 교외에 나가서 살고 있으니 참 현명한 선택이다. 왜냐하면 나 같아도 이런 박물관 같은 곳에서는 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나와서 광장 앞에서 사진을 찍고 띠센 보르네밋사 미술관으로 향한다. 2시 반에 문을 닫을 지도 몰라 먼저 미술관으로 가야 하는데 남편이 나와의 이야기를 서로 잘못 이해를 해서 방향을 벼룩시장 쪽으로 잡아 그곳 입구에 이르렀다. 다시 방향을 잡아 박물관 쪽으로 열심히 걸었다.

미 술관은 일요일이지만 무료가 아니고 6유로의 돈을 내야했고 저녁 7시 까지 이다. 여태까지 마드리드에서 공짜로 박물관 구경을 했기 때문에 흔쾌히 내고 들어 간다. 우선 지하의 화장실에 들렀는데 그 앞의 커다란 홀에 의자며 현대미술화가 걸려있다. 쉬는 공간이라 그곳의 분위기가 편안하고 좋아서 샌드위치 간식과 우유를 꺼내 먹었다. 치즈와 햄을 좋은 것을 샀더니 맛이 괜찮다. 워낙 남편은 박물관에 오면 허리가 아프고 지친다는데 느적느적 걸으며 보는 것이 힘들다고 한다.

마음을 다잡고 3층 부터 올라가서 중세의 종교화 부터 시대 순으로 진열된 방들을 본다. 무엇보다 우리가 가장 좋아하고 볼 만했던 것은 다양한 인상파 화가의 그림들이었이다. 특히 피사로, 르누아르, 모네, 고갱, 약간의 고호 그림 등이 있었는데 인상파 화가의 그림은 어느 것이나 멋졌다. 가까이 보면 툭툭 그은 거친 그림처럼 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사진처럼 빛의 대비나 표현이 멋진 그림들이었다. 만족할 만큼 좋은 박물관이다. 나와서 다시 지하의 화장실 앞 공간에서 눅눅해져서 다 터져가는 김밥을 먹고 일기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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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 발하여 벼룩시장으로 열심히 걸어왔으나 벌써 파장이라 다 걷고 있다. 미술관이 그렇게 늦게까지 여는 줄 알았더라면 아까 왔을 때 보고 갈걸 그랬다. 마요르 광장의 인포가 무선 인터넷이 되서 해안이에게 편지를 쓰고 앉아서 쉰다. 둘이 나뉘어서 나는 잉글레즈 백화점을 구경하고 지하에서 물건을 사고 남편은 앞 쪽의 전자상가를 둘러보고 왔다. 컴퓨터 관련 제품은 우리나라 보다 한참 수준이 뒤져 있고 물건 값도 비싸다고 한다. 숙소 부근에서 소스를 하나 더 사고 짐을 찾아 터미널에 도착해서 라자냐를 저녁으로 먹었다.

남편이 가서 타는 곳을 물어보고 오더니 14번 플랫폼 이란다. 그곳에 가서 차를 기다리는데 차가 영 오지를 않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옆의 스페인 아저씨와 아줌마께 물었는데  화면에 플랫폼 번호가 안 뜨니 지연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을 해주셨다. 8시 50분이 되었는데도 차가 안 온다. 아무래도 다른 곳인 것 같다.

마드리드 버스터미널에서 도난사건

차 가 떠나는 플랫폼은 어두운 편이었다. 나는 앉을 곳이 없어 짐을 자판기 옆에 세워 두고 그 옆에 서 있었다. 아저씨와 이야기 나누고 있는 남편을 잠시 쳐다 보고 아래를 내려다 보니 배낭이 두개가 없다! 처음에는 도둑 맞았다는 생각을 못하고 남편이 혹시 가져 갔나 하여 쳐다 보니 남편은 작은 배낭 하나 메고 있을 뿐이다.

남은 배낭 하나와 먹거리 봉지를 들고 주변을 헤메는데 어떤 여자가 저쪽으로 가더라고 손가락질을 한다. 그리로 뛰어가 봤자 살펴도 우리 가방을 든 사람은 없었다. 훔쳐간 자의 얼굴도 못보고 멀거니 가방 옆에 서서 당한 것이다. 황급히 남편을 불러 혹시 별 것이 없으니 가방을 버렸는지 주변과 화장실을 뒤져 보았지만 없다. 아저씨가 걱정하시며 빨리 경찰에게 가서 신고를 하란다. 그러나 그러다가는 버스까지 놓칠 판이다.

그래도 남편이 잠시 다녀 오겠다 하고 올라가더니 9시 5분 전 쯤에 왔다. 경찰에 알릴 시간은 없었고 플랫 폼을 다시 물으니 기다리던 곳이 아니란다. 14번이 아니라 1번 부터 4번사이에 도착한다는 얘기였는데 남편이 이해를 잘 못했던 것이다. 더 지체하다가는 버스까지 놓치기 때문에 그냥 탔다. 정신이 멍하고 이런 모든 것이 이해가 안되는 상황이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남편이 컴퓨터 가방을 메고 있었고 그나마 중요한 도구가 든 남편의 배낭이 아닌 나머지를 가지고 가서 단지 우리 둘의 옷짐을 잃어 버린 것일 뿐이다.

물론 학교에서 빌려 온 책은 다시 사야 하고 온갖 로션, 화장품, 옷, 속옷 등을 죄다 잃었지만 말이다. 남편의 배낭에는 중요한 취사도구며 돈이 되는 것들이 더 많다. 그래도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달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배낭 여행자에게는 정말 없어서는 안될 배낭을 훔치는 이런 행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싶다. 가난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이해하고 싶으나 마음은 영 싱숭생숭이다.

많 은 여행 중에 이런 일은 처음이고 벌써 돈도 한번 흘려서 잃어 버렸는데 이제는 짐까지 내가 잃어 버렸으니 아무리 운명이라 해도 남편을 보기가 민망했다. 아마도 우리가 밤에 타 지역으로 떠나는 여행자이고 차가 안와서 약간 정신이 산만하고 불안한 상황을 잘 파악한 자의 소행으로 우리를 쭉 관찰하고 있었던 듯하다. 동물의 왕국이라고 친다면 먹이감을 가장 잘 포착한 것이다. 책에서나 읽었던 일을 어이없게 당하고 나니 느낌이 확 오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가 다치거나 정말 중요한 배낭을 잃지 않은 것을 감사히 여겨야 할 판이다. 먹을 것을 대충 먹고 뒷자리를 차지해서 서로 엇갈리며 누워 가서 그나마 좀 편하게 쉴 수 있었다. 가죽 소파 형태로 4인 좌석인데 사람들이 많지 않아 그 자리를 먼저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런 일을 당한 와중에도 피곤하니 나는 잘잔 편인데 남편은 선잠을 잤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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