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유럽/모로코여행

5. 리스본 (포르투갈)

2006.1.14(월) 리스본

자 다 깨다 하면서 보니 몇 곳에 멈춘다. 아침 4시반, 이곳 시간으로 3시 반인데 벌써 리스본이라고 내려 주는 거다. 현대적이고 멋진 구조물 앞에 내렸는데 이곳이 새로운 버스 터미널인 거다. 주변도 온통 현대적인 건물들이다. 리스본에 대한 정보가 없어 이곳의 위치도 잘 모르는데 이 시간에 내려 주니 황당하다. 우리는 훨씬 더 많이 걸리리라 생각해서 숙소도 12시 쯤 도착한다고 예약했었다.

새벽인데다가 정신도 멍한 상태에데 어디선가 기다려야 하는데 모든 곳이 트인 공간이고 실내 공간이 없다. 결국 ATM 기계가 있는 곳에 들어가 앉아 있다가 남은 샌드위치와 달걀을 먹었다. 밖을 잠시 돌아다니다 추우면 다시 들어 오고 거의 노숙자 모드가 되었다... 이곳 날씨는 11도 정도이지만 밤에는 역시 서늘하다.

남 편은 이곳의 위치와 정보를 얻으러 돌아 다녔다. 6시가 좀 안되어 휴게실이 열려 들어가 앉아서 졸았다. 도착한지 3시간이나 지나서 드디어 6시 반에 전철이 운행되기 시작한다. 이곳은 10회권이 개인당 사는 거라고 해서 일회권을 끊었다. 전철 노선은 이름도 예쁜 것이 갈매기선, 나침반선, 해바라기선 돛단배선 4개 뿐이다. 이렇게 앙증맞은 이름을 붙이다니 얼마나 순수한 사람들인가. 신항로 개척와 관련된 이름이다. 새로 만들어져 모든 것이 크고 널찍하며 스페인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숙 소 부근 역에 내려 남편이 주변 주소를 살펴보고 방향을 잡아 위쪽으로 걸었다. 다행히 숙소 불이 켜져 있고 일찍 갔는데도 방이 있었다. 오래된 건물이나 깨끗하고 평이 좋은 곳으로 중심가에 위치하고 있어 좋다. 몸이 노곤하고 추운데 있어서 감기도 더 들어서 둘이 1시간 이상을 잤다. 씻고 싶어도 바를 로션 하나 없고 이도 못 닦으니 그냥 나간다. 필요한 정보를 직원에게 구했는데 친절하게 전철 타고 갈 수퍼의 위치와 세비야에 갈 버스터미널 위치, 또 우리가 원하는 대로 파두 공연장에 예약을 해 주었다. 공연은 1인당 식사 포함 35정도이고 밤 11시가 넘도록 계속되니 택시를 타고 오라고 한다. 우리에게는 큰 돈이지만 구슬픈 가락의 전통음악을 경혐하기 위해서 한번 보기로 했다. 드디어 박물관은 끝이고 문화공연을 볼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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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시가 넘어 구도시 알파마 지구에 걸어 가보자면서 길을 나섰다. 남편이 방향을 잘못 잡아 뽕빨후작(1700년대에 대지진을 겪은 후 도시의 재건을 위해 애쓴 분이다. 80년대 유행하던 어깨에 뽕 넣은 자켓이 연상되는 이름... 어깨가 좁은 분들도 뽕빨 덕분에 넓어 보였었다.... )의 동상이 있는 광장을 지나 언덕 위를 한참 올랐다. 리스본은 언덕이 많다더니 거의 등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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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을 물어 다시 반대로 방향을 잡아 바다 쪽으로 내려 온다. 이곳은 광장도 많고 공원이나 길도 정말 넓을 걸 보면 배포가 큰 사람들인가 보다. 경찰이 서서 타는 기구(남편이 세그웨이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무동력이란다. 보면 대단히 신기하다. 말탄 경찰도 있다)를 몰고 다녀 신기했다. 아래로 걸어 내려와 바다로 향하는 중심거리인 '아우구스따 거리'에 왔다.

바 르셀로나의 람블라스 거리와 비슷하며 상점들이 양쪽으로 놓여 있다. 어제 비가 많이 내려서 오늘은 햇살이 따가울 정도로 찬란하다. 큰 약국의 화장품들은 사고 싶어도 뭐가 뭔지 알 수 없고 가격표도 없다. 옷 구경도 했으나 살 만한 것이 없고 비싸서 포기다. '빵'이라는 말이 원조인 나라이니 사람이 많은 빵 가게를 기웃거리며 보다가 들어가서 고기 파이, 노란색 크림빵과 에스프레소를 시켰다. 커피는 0.5, 빵은 0.9이니 스페인에 비해 물가가 싸고 맛이 참 좋았다. 역시 빵의 나라이다. 남편은 포르투갈 사람들이 일본에 이 말을 전파시켜 우리나라도 빵이라는 말을 쓰게되지 않았겠나 추측한다. 3일째 이곳에 와서 빵을 먹는다는 우리나라 여학생들을 만났다. 바닷가 광장에서 사진도 찍고 잠시 바다를 보니 맑고 푸른 지중해와는 달리 대서양은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의 중간 정도의 물색이며 약간 콜콜한 바다 냄새가 난다. 영판 우리나라의 바다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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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마 지구'는 오래된 이슬람 양식의 타일을 붙인 건물들과 미로와 같은 길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타일은 집집마다 다른 종류를 붙인다. 작은 약국에 영어가 되는 언니가 있어 로션, 립밤, 칫솔 등 필요한 물건을 사는데 이런 공산품은 웬만하면 10유로가 넘어서 가장 작고 싼 걸로 만 샀다. 칫솔, 치약도 작은 여행용 키트가 8천원 정도이니 역시 농목업이 발달한 나라라서 치즈, 고기류는 싸지만 공산품이 비싸다는 걸 실감했다. 주로 스페인산이 많다. 이곳은 구시가지는 계속 언덕을 올라야 한다. 파두를 공연하는 곳이 몇 곳 있고 우리도 밤에 바로 이 지역에 공연 예약을 했다. 리스본은 도시 전체 인도의 길바닥에 하얀 대리석을 조각내어 깔아 고풍스런 느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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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은 골목을 따라 올라가 대성당에 갔다. 스페인과는 전혀 다른 풍으로 이슬람 양식이 가미되어 있고 단순해서 더 경건해 보이는 곳이다. 양쪽 회랑 벽에 화려한 장식도 별로 없고 몇개의 그림이 놓여 있는데 심지어는 단상 위에도 그림 한장 뿐이고 예수상이 없다. 또한 이슬람의 영향을 받아 타일로 만들어진 예수의 행적을 그려 놓은 곳도 인상적이었다. 입구의 위쪽 벽에는 12사도를 스테인드글라스로 표현했다. 이 사람들의 단순한 스타일이 참 마음에 든다. 게다가 성당은 그림도 마음대로 찍을 수 있어 남편은 사진에 많이 담았다. 언덕 꼭대기의 '상 뻬드로 알깐따라 전망대'에 올랐으나 입장료를 받고 있어서 보는 것은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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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마 지구의 건물들

남편이 어릴 때 책에서 보았다는 '발견의 탑'에 가지고 해서 걸어 내려와 트램을 타고 벨렝지구로 간다. 차비가 1.35나 한다. 너무 비싸다 싶었는데 남편이 벽에 붙은 설명을 읽어 보더니 모든 교통 수단을 다 타는 1일권이 3.5 밖에 안 한단다. 벨렝지구는 상당히 멀어서 리스본의 규모가 꽤 크다는 것을 느꼈다. 거대한 고고학 박물관이 궁전처럼 있고 주변이 공원이다. 바닷가에는 대항해 시대를 기념하는 대형 세계지도가 발 밑에 만들어져서 포르투갈이 어느 나라에 언제 갔었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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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렝 지구의 발견의 탑

그 앞에 커다란 '발견의 탑'이 있다. 대항해 시대의 왕자 엔리께의 탄생 500주년을 기념하여 1960년에 세웠다고 한다. 왕자는 배 모양의 탑의 선두에서 범선을 들고 대서양을 향해 서 있고 그 뒤에 기사, 천문학자, 선원, 지리학자, 선교사 등이 차례로 서있는 형상이다. 제일 먼저 신항로를 찾았던 그 개척정신은 높이 인정해 줄 만하다. 그러나 순수한 상인의 마음으로 신항로를 연 것이 서로 식민지를 차지하려는 전쟁의 시작이 되었고 그 연장 선상에 우리나라도 식민지가 된 것이다. 식민지를 가지려고 원주민을 죽이고 뛰어난 문명을 파괴하면서 약탈을 했던 스페인보다 장삿길을 개척하려 한 것은 더 낫다고 생각된다.

앉아서 쉬는데 멀리 1966년에 만들었다는 2,300M의 대형 현수교인 '4월 25일의 다리'가 보인다. 원래는 군부 독재자로 쿠데타를 일으킨 사람의 이름을 따서 '살리자르의 다리' 였으나 1974년 무혈혁명으로 신정부가 들어설 때의 날짜를 붙였단다. 이곳도 스페인과 비슷한 발전의 과정을 겪었나 보다. 다리 건너 편에는 식민지였던 브라질의 그리스도 상을 모방한 짝퉁 '끄리스또 레이'가 서 있다. 위에 전망대가 있다. 바다는 영판 냄새가 나는 목포의 바다 느낌이다.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트램을 타러 가서 일일권 끊는 곳을 물으니 우체국에서 판다고 한다. 우체국 직원이 표는 24시간을 쓸 수 있다고 하니 마음 편하게 물건을 사러 백화점에 간다.

버 스 부스에서 기다리다 건너편에서 3시가 되니 근위병 두병이 교대식을 하는데 어떤 중요한 건물인지 모르지만 경비도 삼엄하다. 버스는 높은 언덕의 주택가를 지나 산 주변의 거대한 숲 공원을 넘는다. 도시에 이러한 공원이 있다니 놀랍다. 한참을 가니 무지 큰 콜롬보 몰(콘티넨트 수퍼가 있다)이 나타 났는데 태국의 몰과 비슷하다.

스포츠 용품점에서 세일을 하고 있어 노스 페이스 배낭을 살까 하다가 또 표적이 되어 비싼 배낭을 잃어 버릴 수도 있어서 의논하여 가격대비 성능이 가장 좋은 싸고 실용적인 배낭을 골랐다. 수퍼도 어찌나 큰지 물건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이다. 수저, 포크, 빗 등과 필요한 먹거리를 샀다. 닭 구운 것과 각종 빵이 싸고 맛있다. 배낭에 담아 남편이 매고 전철로 숙소에 돌아 왔다. 카메라 충전도 하고 나는 샤워를 했다. 이제 바를 것도 있고 이빨도 닦을 수 있어 좋다.

여 기는 의류가 질도 별로인데 비싸서 속옷이나 옷은 안 사기로 하여 빨아 놓았다. 달랑 둘이 합쳐 티셔츠 세 벌에 입고 있는 청바지 두개, 남편의 트레이닝 바지와 런닝 하나 뿐이다. 양말도 신고 있는 걸 빨아 신어야 한다. 도둑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어쩌다가 짐이 단촐해 졌다. 더 적게 가져도 살 수 있다는 교훈을 얻어서 앞으로 배낭을 더 작게 꾸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다행히도 다시 짐을 보전하는데 꼭 필요한 것 만 사고 견뎌 보기로 해서 돈이 많이 들지는 않았다. 그나마 자라(ZARA) 같은 곳에서 쇼핑을 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 싶다. 다 도난 당했을 터이니 말이다.

쉬다가 다시 버스터미널로 갔는데 창구의 문이 닫혀 있다. 안에 직원이 보여 남편이 몇번 두드리니 영업시간이 끝났다고 내일 오란다. 낼 모레 세비야에 가는 차 시간만 알고 싶다고 하니까 오늘 살거냐고 하면서 흔쾌히도 표를 끊어 주는 것이다. 아침 11시 차로 가격은 둘이 80이다. 고마워서 인사를 하니 직원은 우리 말로 '감사합니다'라고 한다. 월드컵의 영향인지 우리나라 관광객이 자주 와서 세비야 표를 끊어서 인지는 모르겠으나 기분은 좋다.

파두 공연을 하는 알파마 지구에 내려 공연장을 찾는데 주변의 식당가가 모두 사람없이 썰렁해서 우리가 다 걱정이 될 정도이다. 여러 사람에게 물어서 좁은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서 겨우 찾았다. 예약을 확인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손님이 우리 말고 달랑 두명 뿐이라 부담스럽다. 우선 물을 주고 주먹만한 빵을 갖다 준다. 메뉴판을 보니 이 빵과 버터 만 5에다가 코스별로 가격이 꽤 비싸서 공연까지 보면 둘이 100이 넘는 것이 기본이 될 것 같다. 고급스러운 곳이라 음식의 양도 참 작다. 의논하여 과감하게 나가기로 결정한다. 남편이 웨이터에게 우리가 예상했던 가격 보다 비싸니 나가도 되겠느냐고 정중하게 물으니 흔쾌히 그러라고 한다. 물값이라도 낼 줄 알았는데 그냥 나오게 되었으니 이런 미안하고도 고마울 데가 있나. 좀 민망하기는 하지만 용궁에 갔다 온 기분이다. 정말 이렇게 비쌀 수가 있나 싶다.

낮 에 본 작은 파두 공연 음식점을 찾아 갔으나 수요일 부터 공연을 한단다. 추천해 줄 곳이 있냐고 하니 우리가 갔던 식당과 그 옆 식당을 추천한다. 파두는 두가지가 있는데 하이클래스 급과 전통적 파두가 있단다. 두 식당은 품격높은 파두 공연을 하는데 최고의 수준이라고 한다. 우리는 전통적이고 소박한 것이 좋다고 하니까 현재 파두 공부 중이라는 기타리스트이자 가수인 한 청년이 '싸웅 미규엘'이라는 곳을 추천해 준다. 가 보았으나 문을 닫아서 포기하고 그냥 우리 수준에 맞게 파두 CD나 사가기로 결정한다. 아우구스따 거리의 밤 풍경을 보자며 걸어 갔으나 스페인과는 달리 거리는 사람이 거의 없고 상점도 문을 닫아 버스를 타고 숙소로 왔다. 역시 정류장을 놓쳐서 좀 걸어 내려왔다. 숙소에서 닭고기와 사과파이, 과일을 먹고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 취향에는 저렴하게 먹고 사는 것이 마음 편하고 가장 적성에 맞는다. 오늘 비싼 배낭을 사려다 만 차익과 파두 공연비를 절약한 것만 해도 150유로 이상은 될 거다. 피곤하여 자기로 한다.

2006.1.15(화) 리스본

아 침 5시에 일어나 일기를 쓰고 8시에 남편을 깨워 아침을 먹으러 갔다. 식사는 잘 나오는 편이라 평소에 컨티넨탈 식의 아침을 싫어하는 남편도 많이 먹었는데 특히 빵이 맛있단다. 식빵을 비롯해 파운드 케ㅤㅇㅣㅋ 등 5가지의 다양한 빵이 나오고 씨리얼, 우유와 커피, 요구르트와 사과까지 준다. 어느 때보다 잘 먹은 아침이었다. 먼저 벼룩 시장에 가려고 지하철에 갔는데 표가 안 찍힌다. 남편이 물어보니 어제 우체국 직원이 준 것은 24시간권이 아니라 1일권이란다. 분명히 24시간권이 있으니 가서 말하라고 했단다. 그러나 벨렝지구까지 가려면 왕복 버스비와 시간이 필요하고 그 직원이 오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또 어떤 대책을 세워 줄지도 의문이어서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역을 못 찾아 길에서 물으니 신트라는 줄로지 정거장의 역에서 타야 한다고 한다. 예전의 로씨오역은 이미 없어졌다.

전 철 타고 가서 표를 끊으려는데 설명하시는 아저씨가 얼마나 말빨이 좋던지 신트라, 로까곶과 까스까이스를 전철과 버스로 자유로이 타고 다니는 1일 이용권이 12유로 라고 하시는데 그 말에 혹 해서 거의 살 뻔했다. 그러나 벌써 시간이 11시가 되었고 오후에는 벼룩시장도 가고 다른 곳을 더 돌아야 하기 때문에 그냥 신트라 만 가기로 결정했다. 빨리 이성이 돌아와 그렇지 그 아저씨는 알래스카에서 냉장고를 팔아 먹을 실력의 직원이었다. 홍보 만 하시는 분인지 옆 창구에 가서 사라고 하길래 기다리는 동안 마음이 바뀐 것이다.

전철을 타고 가는데 풍경이 우리나라 교외의 아파트를 처럼 평범하고 별로 볼 것이 없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도 이런 기분을 느낄 것이다. 뭔가 우리 만의 독특한 것을 보여줘야 관광산업이 발달할 텐데 말이다. 검표원이 와서 표를 보여주니(포르투갈은 꼭 검표를 한다) 다음에 내려서 신트라 열차를 타야 한단다. 이 열차는 중간 정도만 가는 선이었다. 역에서 내려 10분을 앉아서 기다리는데 춥고 비가 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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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트라에서

다시 신트라행 열차를 타고 총 40여분 만에 신트라에 내렸다. 인포에서 지도를 구해 왕궁을 찾아 가는데 이번에는 내가 방향을 잘못 잡아 윗쪽의 골목으로 올라가다 헤메기 시작했다. 비 오는 거리에서 남편이 지도를 펼쳐서 한참 보고 있는데 주유 중이던 길 건너편의 아줌마가 우리가 길을 잘못 잡았다면서 오라고 손짓을 한다. 정확한 위치도 알려 주시고 우리에게 같은 방향이니 태워준다고 한다. 직업은 테라피스트 라는데 5km 떨어진 바닷가 쪽에 집이 있단다. 왕의 여름궁전 앞에 내려주시고 친절하게 여러가지 설명도 해 주었다.

인사하고 헤어진 후 주변을 둘러 보니 마치 터키의 사프란 볼루처럼 집들이 산비탈에 있다. 타일 벽을 많이 쓴 자그마한 집들이다. 사진도 찍고 들어가려고 했었지만 입장료가 5유로라 어쩔까 망설이다가 가지 않기로 한다. 겉보기에도 꼭 공장 굴뚝처럼 생긴 특이한 모습의 왕궁이다. 그저 평범한 외관이며 실내를 찍은 사진을 보니 별로 대단하지 않아서 안 가기로 한다. 주변을 산책하며 사진도 찍고 좁은 골목 길을 그냥 걸어 올라가 보기도 했다. 저렇게 작은 집에서 살 수 있을까 싶은 정도로 오밀조밀하고 귀여운 집들이다. 이곳은 타일과 도자기가 토산품인지 접시류와 그림 그린 타일이 많다.

다시 내려와 역에 와서 전철을 탔다. 만들어 온 샌드위치를 어제 산 닭고기와 같이 끼워 소스를 뿌려 먹었다. 남편이 어느 때 보다도 맛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남편은 점점 음식에 힘들어 하고 있다. 사과도 먹고 얘기를 하다가 비가 와서 벼룩시장은 안 할 것 같아 어제 콘티넨트 수퍼에 다시 가기로 했다. 거기에 가기 위해 전철을 갈아 타면 새로 표를 사야 만 한다. 어쩌나 하고 포기하려다가 이 전철이 그곳과 가까운 곳에 선다는 것을 남편이 지도에서 발견해 냈다. 내려서 사람들에게 물어 보고 정류장 지도에서 위치를 파악해 가며 생각했던 것 보다 쉽게 그곳에 갈 수 있었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영어로 물으면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도 일단 들어주고 자기가 아는 단어가 나오면 그걸로 추정해서 열심히 길을 알려 주려고 해서 묻기 편하다. 마침 비가 내리고 있어 들어가 쉬기에 좋았다.

전 자제품 매장을 둘러 보더니 남편이 자기가 쓰는 펜탁스 카메라 값이 우리나라의 2배가 넘는다고 하고 TV는 거의 삼성과 LG가 많았는데 우리 보다 훨씬 비쌌다. 이러니 유럽과 FTA를 해서 기업들이 재미를 보려고 하는 거다. 수퍼에서 속옷과 맛있는 빵을 더 사고 나와서 입을 바지를 고르러 갔지만 체형도 다르고 영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 결국 포기했다. 남편은 인터넷 카페에 가서 세비야, 코르도바, 그라나다까지 숙소를 다 예약해 버렸다. 그동안 나는 옆에서 맛있는 애플파이와 타르트를 먹었다.

3 일치 숙소를 예약해 놓았으니 이제 이동만 하면 된다. 프린트가 없어서 잃어버린 비행기 표는 뽑을 수 없었지만 스페인에서 알아 보기로 한다. 비가 와서 일찍 숙소로 가 쉬기로 하고 전철로 돌아온 후 남편이 라면을 끓였다. 냄새가 나갈까 봐 베란다 문을 열어가며 열심히 2개째 끓여 먹는다. 라면이 중국제라 우리 것만 못하지만 가쓰오부시 조미료와 고추가루를 이용해서 제법 컵라면 정도의 맛은 나서 먹을 만하다. 오늘은 잘 쉬고 내일 느즈막히 떠날거다. 김을 잃어 버린 줄 알았더니 남편 가방 뒷편에서 발견해서 내일은 오이를 절여 햄, 치즈와 함께 김밥을 쌀 것이다.

둘이 2시간 쯤 자고 일어나 밥과 내장넣은 콩 통조림을 데워 먹고 TV도 보고 노닥거렸다. 전화가 여러 번 반복해서 오면서 이 나라 말로 계속 뭐라고 하는 거다. 아무리 아니라고 하고 끊어도 소용이 없다. 그래서 남편이 내가 전화 받는 동안 직원을 불러서 그 사람이 설명하여 해결해 주었다. 근데 이 분이 간 후 실내를 보니 밥 냄새에 코펠 등이 널부러져 있어 우리가 뭘 했는지 확연히 알 수 있는 상황이라 대단히 민망했다. 별 4개 호텔에서 밥을 해먹었으니 말이다.... 남편이 포르트 와인 화이트를 땄는데 어찌나 맛이 좋던지 또 못산 걸 후회한다. 겨우 3유로가 약간 넘는데다 코르크 마개도 없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걸 어제는 마개가 있는 줄 알고 못 땄단다. 아주 좋은 술 이라고 더 못산 걸 후회한다. 저녁에는 일찍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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