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유럽/모로코여행

6. 에스파냐 2부 (세비야,코르도바,그라나다)

 2008.1.16(수) 리스본 -세비야

아 침 5시에 일어나 스페인의 정보들을 확인해 놓았다. 과일을 잘라서 싸고 샌드위치와 김밥을 만들었다. 오이 절인 것과 치즈, 햄을 넣은 김밥이다. 먹거리의 분량이 오늘 저녁까지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많다. 8시에 아침 먹으러 가서 맛있는 빵과 여러가지를 잘 챙겨 먹었다. 짐이 작아서 싸는 것은 금방이다. 10시 반까지 터미널에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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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SETE RIOS역 옆의 버스터미널

느 긋하게 길을 나서서 전철 타고 버스 터미널에 간다. 터미널은 시골 마을의 작은 곳 처럼 한적하고 햇살이 따스하며 라벤더 꽃이 핀 화단이 있다. 프로방스의 상징인 꽃이 이곳은 따듯해서 겨울에도 피는 데 허브라서 향기가 아주 좋았다. 우리나라 처럼 작게 화분용으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거의 나무 수준으로 튼튼하게 무릎 높이 이상으로 크게 자란다. 11시에 떠나는 차는 사람이 겨우 4명이다. 우리는 또 뒷 자리를 잡고(좌석이 지정되지 않아 좋다) 편히 앉아서 간다. 차는 오리엔테 역에서 다시 한 무리의 사람을 태우고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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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스본을 벗어나면 바로 광활하고 드넓은 벌판에(산도 없이 360도 파노라마가 된다) 끝없이 드문드문 올리브가 많다. 더 아래로 갈 수록 가끔 오렌지 농장들이 보인다. 포르투갈이 이토록 옛 모습만 간직하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옛날로 돌아간 것 같은 풍경과 농가, 가끔 마을이 나타나면 보이는 하얀 집들이 이국적이다. 날이 맑아 멀리까지 모든 것들이 잘 보인다. 낮 여행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평화로운 풍경이다. 물론 이동하느라 하루를 다 쓰는 거지만 리스본에 겨우 이틀 있었던 아쉬움을 이 나라를 구경하는 것으로 대신하며 보는 관광을 하는 거다. 고속도로에는 차가 어쩌다 한대씩 있는데 모든 것이 한적해서 우리 나라와 비교가 된다. 공업이 발달하지 않아 물동량이 거의 없다. 성격이 느긋한 기사 아저씨는 여유있게 천천히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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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에서 본 민들레나물

2 시가 되니 벌판의 휴게소에 섰다. 밥 먹는 시간이라고 45분이나 주는 거다. 화장실도 깨끗하고 음식들도 깔끔하지만 우리는 도시락이 있고 양도 많다. 옆 쪽의 마트에서 냉장고에 들어 있는 시원한 화이트 와인이 겨우 1.8유로라서 샀는데 코르크 마개가 있다! 이걸 따는 따개가 없어 매번 남편은 칼로 파고 있다. 주변을 둘러 보면 온통 작은 민들레가 빽빽하다. 캐서 나물이나 해 먹을까 싶었지만 도구가 없으니 못 캐겠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이 그냥 잎 만 뜯자고 한다. 왜 그렇게 좋은 생각을 못했을까. 뿌리 채 캐면 민들레가 죽는데 잎 만 몇장 씩 뜯으면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이 한가한 곳이라서 둘이 앉아서 잠깐 동안 민들레 잎을 두 웅큼 정도 땄다. 삶아서 하루 정도 담궈 두면 쓴 맛이 빠질테고 그 때 쌈장에 무치면 된다. 남의 나라에서 별일을 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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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도시 파고의 모습

차 는 다시 출발하여 국경도시인 파고를 지난다. 더 남쪽으로 와서 오렌지 나무도 많고 복숭아인지 편도인지 나무에 꽃이 피기도 한다. 그런데 비닐하우스를 만든 모습이 비닐을 치고 가는 나무대로 고정을 시켜 놓아서 무척 허름해 보인다. 철을 구할 곳도 마땅치 않은 모양이다. 제법 제대로 된 도시의 주변부인데도 그런 모습이어서 놀라웠다. 거의 아프리카를 연상할 지경이다.

'See you again' 이라고 쓴 간판이 보이고 표지판 만 바뀌며 국경을 넘는다. 국경을 넘자마자 바로 딴 세상이다. 같은 시골인데도 멀리 근사한 집들이 많이 보이고 전선이 펑펑 설치 되어 있으며 여기저기 공사 중이다. 이웃나라가 이렇게 다르다니... 한때는 잘 나가던 포르투갈이 현재 유럽에서의 수준이 이 정도라는 것이 놀랍다.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 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한적한 포르투갈도 참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들의 경제 상태를 생각한다면 농목업 국가일 뿐 한때 식민지였으나 현재 막 발전하고 있는 브라질보다 더 침체된 느낌이다. 

발전이라는 것이 환경의 파괴와 빈부격차, 인간미의 상실을 가져오는 것이기 때문에 현명하게 대처해서 농촌 체험이나 홈스테이 같은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환경을 잘 보존하여 환경 관광이 되는 나라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포르투갈의 모든 것이 평화로워서 좋았다. 오렌지 나무도 밀생해 자라고 농사 짓느라 빈 땅이 거의 없는 스페인에 오니 뭔가 답답한 느낌이 든다. 우리도 개발, 개발로 무었을 얻었던가...

밤 8시에 제법 큰 도시 세비야에 도착했다. 터미널에 내리니 인포도 없고 물어 봐도 우리가 갈 숙소의 길 위치를 모른다. 또 이 도시에 메트로는 없고 트램만 있다는데 홈피 주소에 메트로 정류장이 적혀 있으니 황당하다. 어떤 언니에게 물으니 우리가 갈 누에바 광장이 터미널에서 가까우니 먼저 인포에 가라며 위치를 알려줬다. 인포에서 지도를 구해 여러 사람에게 물어 누에바 광장에 왔다. 이 때 부터 또 헤멘다. 아무도 그 곳을 모르는데 겨우 비슷한 지명을 같이 찾아 준 고마운 두 언니 덕분에 그 비슷한 장소의 지명에서 헤메다가 결국 호스탈 한 곳에 갔다. 같은 업체끼리는 혹시 알지 않나 하는 바램에서 였다. 다행히 아저씨는 너무도 친절하셨고 아예 이 지역의 지도책자를 가지고 계셨다. 꼼꼼하게 거리를 찾아 우리 지도에 표시해 주셨다. 얼마나 고맙던지...

결 국 'Oasis traveller's backpackers'를 찾았다! 당황해서 시간이 많이 걸린 듯 느껴졌으나 겨우 30분 만에 차도 안 타고 찾은 거다. 도시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고 숙소도 중심부에 있었는데 거리 이름을 약간 다르게 표기해 놓아 혼동이 되었다. 직원은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카드키를 두개 주었다. 공연을 볼 수 없는지 물으니 밤에 공짜로 플라멩고 공연을 볼 수있는 'La Carbonaria'라는 바도 알려 줬다. 공짜라니... 숙소는 '호스텔 계의 별 다섯개'라는 칭송을 들을 만큼 좋아서 남편은 하루 더 있고 싶을 지경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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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 오아시스 더블룸

공 간도 넓고 화장실(겨우 40유로에다 도미토리와 값 차이도 거의 없어서 화장실도 없을 줄 알았다)에 넓은 책상과 옷장, 안전 금고도 있다. 물론 아침도 무료이고 환영 음료도 공짜. 'Hiro Bar'라는 곳에서 커피, 맥주, 와인 등을 골라 마실 수 있다. 사람들이 왁자지껄한 곳에서 남편은 생맥주를 나는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리스본에서 같이 차를 타고 온 부자도 이곳에 먼저 도착해 있었는데 이럴 줄 알았다면 얘기 좀 나누고 안면을 익히다 같이 올 걸 그랬다. 아빠가 선생님인 듯 한데 두 아들과 무거운 배낭을 지고 여행 중이다. 버스 안에서 열심히 아들에게 두툼한 파일을 펼쳐가며 이야기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시 간이 9시가 다 되어 가니 수퍼도 문을 닫았을 듯하고 거리 구경이나 하자면서 나갔는데 다른 도시에서 9시 까지 영업하던 잉글레스가 더 늦게까지 한다. 필요한 것들을 사와 양파를 넣고 내장탕을 끓여(묵처럼 굳어 있다) 김밥과 먹었다. 고깃 덩어리는 맛이 좋은 편이나 국물이 영 부담스럽지만 어쩌겠나... 샀으니 내일 점심으로도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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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 바에서

10시 반에 나와서 남편이 지도를 들고 공연하는 바를 찾아 간다. 좁은 미로와 같은 골목을 한참 감돌아 사람들에게 물어 간판도 없는 바에 겨우 도착했다. 맥주 하나 시키고 기다리니 공연이 11시 20분 경 시작이 되었다. 왁자지껄 떠들며 웃고 이야기 하는  분위기는 완전히 선술집 같았고 서민적이어서 좋다. 공연이 시작되니 일시에 조용해 지며 나이 든 남자 가수가 설명을 하고 기타 반주자가 멋드러지게 치자 노래를 시작한다. 옆의 무희는 손으로 박자를 맞춘다. 조용하고 한이 느껴지는 가락의 노래부터 시작하여 점차 흥이 나는 노래로 몇 곡 부르자 옆에서 손 박를 맞추며 흥을 올리던 무희가 나와서 춤을 춘다. 무척 뚱뚱하지만 당당하고 거만한 표정과 몸짓 때문에 파워가 느껴진다. 탭댄스와 같은 발 구르기와 손뼉치기, 절도있는 몸짓이 마치 여자 투우사 같은 느낌을 주는 춤이다. 흥이 안에 쌓여서 폭발하는 춤이랄까 그런 느낌인데 스페인 사람들의 열정이 느껴진다. 투우를 보지는 못했지만 소와 인간의 대결에서 누가 이기느냐 하는 일종의 죽음의 미학이 투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편은 짚시의 자유로운 춤을 빼앗아 온 것이라 그 정신은 사라지고 좀 정형화 된 느낌이라고 한다. 모든 것이 시간이 흐르면 정형화 되기 마련이다. 그라나다에서 짚시의 춤을 보고 비교해 보아야 겠다. 20분 정도의 공연을 보고 쉬는 짬에 우리는 숙소로 돌아 왔다. 자는 시간이 오늘은 1시이다.

 

2008.1.16(수) 세비야 - 코르도바

아 침에 샌드위치, 내장탕밥, 과일을 잘라 점심 준비를 하고 어제 늦어서 못 쓴 일기를 썼다. 8시에 남편을 깨워 윗층에 아침을 먹으러 올라 갔는데 예전에 몽골 갔을 때의 호스텔처럼 알아서 아침을 먹는 방식이다. 쨈과 마가린, 두 가지 종류의 식빵이 준비되어 있다. 핫케ㅤㅇㅣㅋ도 반죽을 만들어 놓았다. 사실 별로 먹을 것이 없어 그냥 빵과 커피 정도 만 먹고 내려 왔다. 시간이 9시 40분이나 되어서 짐을 챙겨 아래에 맡기고 대성당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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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 대성당

겉 모습이 크고 화려한 데 이슬람의 모스크를 다 부수고 지은 성당이다. 종루인 히랄다 탑이 시원스레 옆에 서 있다. 이슬람식의 덧문을 들추고 들어가면 내부가 넓으며 다른 성당처럼 옆 쪽에 여러 장식 그림과 성상이 있고 앞의 작은 공간 성당에서 10시 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노인들 몇몇 뿐 사람이 별로 없어 남부 유럽의 전반적인 가톨릭 쇠퇴 분위기를 여실히 알 수 있었다. 나와서 알카사르 궁에 들어 가려다가 입장료가 비싸 포기한다. 오렌지가 탐스럽게 열린 가로수를 따라 산타 크루즈 거리를 구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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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 미널에 갔더니 코르도바에 가는 차가 자주 있어서 1시 30분 차를 끊었다. 미로처럼 작게 펼쳐진 길들을 남편은 열심히 잘 잡아 나간다. 그냥 걸어도 힘든 판에 저렇게 힘들게 찾으면서 가니 머리의 용량이 달려서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도시를 유난히 자주 이동하는 여행이라 남편은 그때마다 지도를 구하고 찾아 나가고 있어 이번 여행에서는 쉴 틈이 없어 좀 힘들어 한다. 게다가 밤에는 다음 도시 이동을 위한 방법과 숙소 등을 찾는 정보 검색에 바빠 잠도 많이 못 자서 피로하다.

강 가에 있는 황금의 탑은 위쪽이 황토색의 타일이 붙어서 그렇게 보일 뿐 황금이라고 말하기는 뭐해서 좀 시시하다. 역시 공사 중인데 들어갈 수 있어도 들어가고 싶은 생각은 안 난다. 강물 색이 정말 누렇고 볼 것이 없으니 점심을 펼쳐서 먹는다. 처음엔 분명 내장탕 위에 밥을 담았는데 가라 앉아 섞여서 죽이 되 버렸다. 아침에는 어떻게 다 먹나 했는데 그래도 별 거부감없이 잘 먹었다. 내장은 상당히 부드러워 맛있지만 국물은 식으면 묵이 되어 걸쭉한 부담스런 음식이다. 숙소에 가서 도시락을 씻고 짐을 찾아 다시 터미널 부근의 스페인 광장으로 걸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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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냐 광장

넓 고 멋있는 곳으로 이슬람 양식이 합쳐진 모습의 광장이다. 터미널로 걸어 가서 차를 기다리는데 마드리드 터미널의 악몽 때문에 남편이 자리를 비울 때마다 가방 세 개를 꽉 다 잡고 있게 된다. 겨우 네 명을 태우고 출발을 해서 우리는 뒷자리에 앉았다. 약간의 풀 만이 자라는 초원이 그림처럼 끝없이 펼쳐진다. 그러나 어제 늦게 자고 오전에도 힘들게 돌아다닌 우리는 곧 잠이 들었다.

2시간 만에 도착한 코르도바는 산업이 발전했는지 도시의 규모도 크고 차들도 많다. 역과 터미널이 나란히 붙어있고 아베가 도착하는 기차역이 너무 크다. 이 도시는 또 어떻게 돌아야 할지 엄두가 안난다. 역의 인포는 닫혀 있었는데 4시 부터 다시 문을 연다고 붙여 놓았다. 그 유명한 '씨에스타'가 적용되는 모양인데 더운 여름도 아닌 겨울에도 이럴 줄은 몰랐다. 버스 정류장에서 아가씨에게 물어서 메즈끼따에 간다는 3번 버스를 탔다. 일방통행 도로가 많아 거의 노선 한바퀴를 다 돌아가서 다시 역으로 돌아가기 전 5번째 정류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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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나 노인, 유모차를 가지고 타는 아주머니들에게 버스는 대단히 편리하다. 탈 때 버스가 인도의 높이에 맞추어 밑으로 내려가고 유모차를 벨트에 매어 둘 빈 공간이 버스 안에 있다. 이런 이유로 노인들은 계단이 많은 전철보다는 버스를 많이 이용하고 아줌마들도 유모차를 가지고 시내에 많이 돌아다닌다. 우리가 앉은 좌석은 장애인, 노인, 임산부,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는 양보하는 자리여서 노인 분들이 많이 탔을 때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유롭게 앉아서 사람들이 소소하게 사는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가씨가 기사님께 각별히 우리를 부탁하고 내려서 기사 아저씨는 친절하게 내릴 곳을 알려 주었다.

코 르도바는 옴미아드 왕조의 번성한 도시였으나 스페인에 빼앗기면서 '메즈끼따'는 이슬람 모스크 였다가 졸지에 성당으로 변하는 신세가 된다. 맘대로 부수어 변형시키고 빛이 들어 오는 창을 거의 다 막아서 유난히 내부가 어둡다고 한다. 

숙소는 바로 옆이어서 어렵지 않게 찾았다. 별 세개 짜리라 대단히 좋은 숙소이다. 바닥은 흰 대리석, 내부 물건은 작은 장식 책상까지 모두 초록 대리석으로 되어 있고 욕실에 칫솔, 치약과 수제 비누까지 있다. 역시 겨울이라 예약하여 싼 가격에 들어온 것이다. 짐을 놓고 메스키타에 갔는데 입장료는 일인당 8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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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도바의 상징 메즈끼따

마 치 무덤에 들어 온 듯 어두워서 밝은 분위기의 모스크와 비교가 된다. 모스크가 빛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이용한 장소라면 성당은 유난히 어둡다. 남편은 예수상 쪽으로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해 그렇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이집트 느낌의 둥근 아치들 밑에 붉고 초록 빛의 대리석 기둥들이 끝없이 펼쳐진다. 한때 25,000명을 한번에 수용하는 공간이었다. 천장도 모두 섬세한 조각으로 이어져 있고 중심의 공간은 돌을 마치 레이스 다루듯 작고 기하학적인 무늬로 채워 넣었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공간이다. 그러나 많은 부분이 훼손되어 있었고 일부를 성당으로 이용하고 있어 안타까웠다. 

모스크였던 탓에 성당으로는 참으로 이질적인 공간이어서 몸에 안 맞는 옷을 억지로 끼워 넣은 격이었다. 이름도 코르도바 성당, 메스키타 둘 다 쓴다. 성당 부분과 예술적인 측면을 비교한다면 성단은 화려하기만 하고 이슬람 양식은 은근한 화려함이 훨씬 압권이다. 잠깐이지만 여러가지 생각이 떠 오르는 곳이다. 터키의 소피아 성당은 모자이크도 이슬람교도 들이 지켜 주었고 지금도 복원해서 돈을 잘 벌고 있다. 그런데 이 메스키타는 이슬람의 것을 많이 훼손시켜 남은 것이 별로 없는 데도 그 나머지 부분으로 이미지를 팔아 돈을 벌고 있으니 말이다. 도시의 상징 그림도 이 메스키타이다.

나와서 유대인 거리를 따라 걸어서 올라가다가 단 과자점에 들러 이곳 방식의 엿과자와 젤리를 사 먹었는데 나름 풍미도 있고 특히 과일 젤리가 맛있었다. 중심지인 텐디야스 광장에 앉아 다 먹고 아저씨에게 물어 '디아'라는 수퍼에 갔다. 별 세개 호텔에서 과연 이것을 냄새 때문에 만들어 먹을 수 있나 고민을 하다가 삼겹살을 샀다. 돌아 와서 먼저 밥을 해 놓고 물에 쌈장과 가쓰오부시 다시다를 풀어 끓였다. 꼬마 양파와 삼겹살 고기(500g에 2유로 정도)를 넣어 익을 때까지 끓였더니 제법 된장국 같은 상태가 되었다. 기름이 별로 없고 제주 돼지처럼 쫄깃한 맛이 난다. 열심히 움직이며 컸나 보다. 양상치에 쌈을 해서 많이 먹었다. 문제는 냄새가 날까 걱정되었는데 큰 창문을 다 열어 환기를 시키느라 많이 추웠다. 게다가 난방을 어떻게 켜는지 모르고 그냥 있어서 더 추웠다. 발렌시아 자몽을 먹었더니 쌉쌀한 것이 맛이 좋다.  카모마일 차도 마시고 민들레를 삶아 찬물에 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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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시에 남편과 로마교에 갔다. 말이 로마교 일 뿐 완전히 현대적인 로마형 다리이다. 건너편의 망루인지 탑인지 이것도 공사 중이다. 그 쪽에서 바라보는 메스키타의 밤 풍경을 찍고 돌아왔다. 숙소가 추워서 한참 살피다가 남편이 겨우 스위치를 찾았는데 냉방을 켜는 것처럼 되어 있어 몰랐다고 한다. 어제 리스본에서 도착했고 오늘 두 도시를 다 돌았더니 발도 아프지만 정신이 다 몽롱해서 오전에 뭘했는지 가물거릴 정도이다. 좀 무리하게 많은 나라와 도시를 도는 일정이어서 힘이 든다. 어제는 공연까지 보았으니 졸려서 빨리 자야겠다. 내일은 새벽에 나가서 그라나다에 갈 거다.                

   

2008.1.18(금) 코르도바 - 그라나다

아 침에 일찍 일어나 둘 다 샤워를 하고 짐을 챙긴 후 떠난다. 버스를 타고 도착하여 표을 산 후 기다리며 우유와 빵을 먹었다. 버스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었는데 특히 알헤시라스 가는 차에 사람이 많았다. 우리는 여전히 뒷자리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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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 가는 길

끝 없이 펼쳐지는 올리브 나무, 올리브 나무... 온통 올리브 재배지로 빈 땅이 없을 지경이다. 작은 묘목부터 큰 나무까지 재배 규모가 끝이 없다. 졸려서 둘 다 자다가 일어나니 제법 높은 지대로 차가 계속 올라 간다. 집들의 벽은  모두 하얗게 빛나고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면서 외부 온도가 점차 떨어졌다.

2시간이 넘자 큰 도시 그라나다의 외곽지역에 도착하여 우선 내일가는 표를 끊었다. 영어를 못하는 인포 직원과 창구 직원이 모두 불친절해서 여태까지의 스페인 사람들 이미지와는 달랐다. 외국인들이 분명히 표를 많이 끊을텐데 '잉글레스!' 하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끝이다. 기껏 줄 서서 기다리다가 결국 다른 창구에서 끊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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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번 버스로 '그랑 비아1'에 내려서 돈을 좀 뽑고 남편이 검색해 둔 대로 쉽게 아랍인 거리(알 바이신 지구)의 숙소를 찾았다. 이상하게도 남편의 예약 기록은 없었으나 다행히도 빈 방이 생겼다며 내주었다. 어떤 이상이 있는지 알아 보고 메일로 연락을 준다고 한다. 방은 세비야 와는 달리 도미토리의 안쪽에 있는 욕실이 없는 더블 룸이다. 욕실을 같이 써야 하는 불편힘이 있어 아침에 샤워를 하고 온 것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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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끄라몬떼 언덕 마을

짐 을 두고 나가서 먼저 인포에 들렀다가 집시 마을이 있다는 '싸끄로몬테 언덕'에 올랐다. 궁전과 시내의 전망을 내려다 볼 수 있고 작은 집들과 거대한 선인장이 많이 자라고 있었다. 한 할아버지가 파스텔로 하얀 집과 골목들을 그리고 있어서 구경하다가 부인인 듯한 아주머니가 오셔서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알래스카에서 왔고 1년간 여행을 할 것이라고 한다. 이곳에 숙소를 정해 머무르며 한가하게 보내고 있는 듯하다. 그라나다는 햇살이 눈부시게 찬란하고 전형적인 고지대의 여름 날씨로 세비야, 코르도바와는 확연하게 다른 분위기였다. 우리가 보려던 집시의 플라멩고 공연장이 이 곳에 있지만 이미 세비야에서 공연을 한번 보았고 내일 일찍 떠나야 하기 때문에 쉬기로 했다. 게다가 먹을 것 준비도 해야 한다. 걸어 내려와 공원 의자에서 돼지고기 밥과 빵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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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식사하기 / 알함브라 궁전 가는 길

이 번에는 힘을 내어 알함브라 궁전으로 가는 언덕에 오른다. 숙소에서 2시에 가면 된다고 해서 시간 보다 좀 이르게 가는데 거의 등산을 하듯 가파른 언덕이다. 우리나라 사람인 줄 알고 입구가 어디냐고 했더니 중국인 아가씨였다. 예약을 해서 보고 왔는지 우리가 들어갈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단다. 내심 걱정도 되지만 일단 숙소 총각의 말을 믿고 갔더니 역시 표를 사자마자 바로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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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장료는 12유로인데 여름에는 예약없이 볼 수 없을 지경이란다. 멀리 눈이 쌓인 시에라네바다 산(이 곳에서는 스키를 탈 수 있다)이 보이는 곳에서 사진도 찍고 깍두기 정원(측백나무를 깍두기 모양으로 반듯하게 자른 정원)도 지나다 보니 알 까사바 요새로 연결되었다. 남편이 요새에 들어 가 보자고 하는데 가장 중요한 성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표를 꺼내어 보니 거기에 2시에서 2시 반까지 궁에 입장하라고 시간이 적혀 있는 거다. 5분 밖에 없어 부리나케 직원에게 물으니 바로 옆을 가리킨다. 평범한 외관이라 쉽게 눈에 안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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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 궁

궁 전은 벽과 기둥 위 모든 곳을 레이스처럼 잘고 아름답게 만든 기하학 적인 무늬들로 가득하고 이런 다양한 무늬들이 끝없이 펼쳐진다. 사람이 어떻게 이런 것을 만들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치밀한 수학과 기하학이 필요한 신비로운 무늬들 하나하나가 모두 완벽하다. 어제의 메스끼따는 맛보기 정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무척이나 아름다운 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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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비치는 것 조차 풍경으로 만드는 기술!

특 히 타지마할처럼 물에 건물이 비춰지게 만든 안뜰은 건물도 멋지지만 무엇보다도 물에 비춰진 양 방향의 건물이 빛의 궁전과 그늘의 궁전처럼 보여져서 대비가 기가 막혔다. 지상 위 보다 거울같은 물에 그대로 건물이 거꾸로 비쳐 보이는 물 속의 모습이 더 아름다워서 계속 물 속만 들여다 보았다. 마치 용궁처럼 보이고 그 깊이가 그대로 느껴져 어지러울 정도이다. 아무리 보아도 빛이 비치는 쪽보다 그늘 쪽의 건물이 훨씬 아름답다. 하루 종일 보고 있으라고 해도 볼 수 있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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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 내부의 화려한 장식과 분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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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에서 바라본 시가지 / 외부의 수수한 모습

연 결되는 안쪽의 뜰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웠다. 원래는 사방으로 연결되며 물이 흘러 분수대에서 솟았고 바닥에도 물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작동이 안되어 안타까웠다. 클래식 기타 음악 중에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자꾸 떠오른다. 그 음악의 구슬픈 가락처럼 이렇게 아름다운 궁전을 만든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갔는가를 생각하면 삶이 참 허무하다는 감상에 젖게된다. 800년 왕조를 끝내야 했던 마지막 왕 보압딜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타지마할 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멋진 궁전이었다. 유럽의 끊임없이 부를 과시하는 궁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소박한 외부의 모습 안에 이렇게 은근히 화려한 모습을 갖춘 궁을 만든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바르셀로나의 가우디에 감탄했지만 이들은 100년 전이 아닌 13세기에서 15세기에 이것을 만든 사람들이니 얼마나 대단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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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네랄리페의 이모저모

내 부의 모습까지 구석구석 다 보면 자연스레 밖으로 연결되어 나오고 왕의 여름 별장인 헤네랄리페로 가는 방향이 나온다. 남편이 무척 힘들어 해서 의자에서 쉬다가 정원으로 갔다. 깍두기 측백 나무들과 물이 뿜어지는 작은 물줄기의 정원들, 지금은 겨울이라 꽃을 다양하게 볼 수 없지만 사방에 장미들이 배치되어 있어 상상으로 아름다운 여름의 풍경을 떠올렸다. 4계절 끊인없이 꽃이 피었는 정원이라고 한다. 산 위의 물이 내려와 작은 분수대들로 흘러 넘치고 다시 아래로 내려간다. 우리 조상이 물을 끌어대어 연뭇을 만든 것과 같은 원리를 사용하고 있었다. 정원의 벤치에 앉아 푹 쉬다가 밖으로 나왔다. 이 곳에서만 3시간 넘게 보냈으나 아주 만족스러운 하루였고 우리 여행의 하일라이트 였다. 언젠가 나중에 남편은 북아프리카를 여행하다가 여름에 다시 오고 싶단다.

걸 어 내려와 아줌마에게 물어 잉글레스 수퍼에 갔다. 남편이 볶음밥을 한다고 해서 김밥과 함께 내일 하루 먹거리를 장만하기로 했다. 숙소에 걸어 들어오니 너무나 다리가 아프다. 나는 일기를 쓰고 남편은 잃어버린 두 가지 비행기표를 시내에 나가서 뽑아왔다. 주방을 쓰려고 하는데 지금은 저녁 파티 준비로 바쁘다고 하니 약간 기다려야 한다. 겨우 5유로에 실컷 먹을 수 있다니 우리가 음식 재료를 안 샀다면 먹었을 거다. 남편이 자장면 비슷한 것을 끓여서 우선 나누어 먹는다. 밤에 남편이 내려가서 베이컨과 새우를 넣은 야채 볶음을 만들어 왔다. 그리고 파티에 남은 음식 빠에야를 먹도록 놔두어서 좀 덜어 왔다고 한다. 맛이 많이 짜다. 왜 이렇게 음식을 짜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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