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유럽/모로코여행

7. 모로코에서 (페즈, 마라케시, 카사블랑카)

2008.1.19(토) 그라나다 - 페스

아 침에 밥을 두번 하고 하몽, 치즈, 절인 오이, 참치를 넣어 김밥을 싸고 어제 남편이 만든 음식과 빠에야, 같이 먹을 밥을 따로 담아 쌌다. 하루 종일 먹을 것이라 분량이 많다. 우리 방은 도미토리의 안쪽이라 그릇 소리나 소음이 날까봐 한층 신경을 쓰며 만들어야 했다. 아침 식사 시간보다 이르지만 짐을 싸 두고 내려 가니 벌써 아침을 먹는 사람들이 있다. 에제 춤 추고 놀며 밤을 새고 온 팀이란다. 물론 빵과 우유, 차 종류지만 우리나라 학생들과 일본 남자애, 무척 싹싹하고 다정한 프랑스에서 온 오를레앙이라는 남자애와 같이 먹었다. 오를레앙은 플라멩고 반주 기타를 배우러 왔단다. 같이 떠들썩하게 있다 보니 우리끼리 있었던 지금까지의 분위기와는 달랐다.

나갈 시간이 되어 인사를 나누고 걸어서 정류장에 왔다. 동양인 부부가 버스를 타러 와서 우리나라 사람인 줄 알고 남편이 말을 걸었는데 일본 분이었다. 요시츠와 타마미라는데 우리처럼 알헤시라스를 거쳐 페스까지 간다고 한다. 같이 갈 일행을 만나 반가웠다. 터미널에 내려 플랫폼에 가니 벌써 와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많다. 그 중에 나를 보고 웃는 사람들이 있어 얼결에 그냥 인사를 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온 학생 남매와 그의 친구 인도인이다. 왜 인사하는지 몰랐는데 남편이 숙소에 같이 있던 사람들이란다. 이 친구들도 페스에 간다니까 졸지에 일행이 일곱으로 불어 났다. 같이 갈 사람들이 있으니 오늘 어디까지 가든지 든든하게 되었다. 어려움이 있어도 각자 수집한 정보가 세배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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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시에 출발한 버스는 아름다운 남쪽 해변을 달려서 말라가를 지나 12시 45분 정도에 알헤시라스에 도착했다. 티켓 창구를 물어 찾아갔지만 문이 닫겨 있어 투어 에이전트 사무실에서 빠른 배를 1인 40에 끊었다. 나중에 보니 배 타는 곳의 창구에서 표를 팔고 있었고 우리 표에는 바로 타는 표인데도 거기에서 끊었다는 이유로 예약비가 붙어 있었다. 어쨌거나 1시 반 배를 탈 수 있어 다행이다. 그런데 1시 반이 지나도록 출국 심사를 느리게 해서 1시 반 배는 놓치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2시에 출발하는 배였다.

안 에서 입국카드를 쓰고 줄 서서 확인 도장을 먼저 받고 점심을 먹었다. 다른 때 같으면 벌써 오는 버스에서 김밥이며 다 꺼내 먹었겠지만 꽉 찬 버스에 함께 가는 일행도 있고 냄새도 날 거라 못 먹어서 배가 고팠다. 우선 남편이 만든 음식을 밥과 먹었는데 맛이 좋았다. 새우과 베이컨이 많고 야채도 먹을 수 있으니 진수성찬이다. 빠에야는 너무 짜서 밥 반찬으로 먹었다. 배 밖으로 나갈 수는 있으나 물이 튈 뿐더러 위험하다는 경고문도 있어 그냥 실내에 앉아 계속 졸았다. 우리가 앉아 있는 자리는 높은 곳인데도 창에도 물이 튀어 잘 보이지 않는다. 배의 흔들림은 견딜 만한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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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헤시라스에서 출발한 페리 / 탕헤르 역

4 시가 넘어 알헤시라스에 도착했으며 이 곳 시간은 스페인보다 1시간 빠르다. 사람들은 사심없이 친절하게 여러가지 정보를 알려주고 도와 주었다. 환전을 하고 물어서 버스타는 곳에 가서 보니 벌써 차는 30분 전에 떠나고 늦은 시간 밖에 없어 기차를 타기 위해 택시를 흥정했다. 택시 기사가 5라고 해서 5디램인 줄 알고 넷이 탔다. 그러나 내리고 나니 5유로 라고 한다. 일본 아줌마가 나서서 따지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얌전하던 분이 결정적인 순간에 큰 일을 한다. 이 분들 생각보다 대단히 꼼꼼하고 치밀하여 택시 타기 전에도 책자에서 요금을 확인한 후 타기로 결정 하셨었다. 프랑스 뚤루즈에 사시기 때문에 불어가 잘 된다. 주변의 언니에게 물으니 처음부터 정확하게 흥정하고 타야 한다면서 그냥 50디램 정도 주라고 한다. 남편이 쁘띠 택시도 아니고 큰 차라서 값은 책 보다 더 나갈거라고 한다. 두 부부가 반씩 냈다.

5시 15분 기차는 '씨디 카심'이라는 곳에서 갈아타야 한다. 1인 97 디램이다. 만 이천원 정도에 5시간을 타니 물가가 싼 편이다. 기다리면서 서로 얘기를 나누다 보니 여자 분은 나와 동갑이고 2년 전에 결혼 했으며 화가라고 한다. 프랑스에서 둘이 공부도 하고 철학이 전공인 남편은 일본어를 가르치기도 했단다. 호주 팀은 먼저 장을 보고 페스로 갈 지 결정하여 기차역에 오던지 한다더니 다른 곳으로 가려는지 오지 않았다. 이 사람들이 기차를 추천했고 덕분에 기차를 타게 되었다. 자기들은 배표를 예약해 두었는데도 무거운 짐을 들고 기꺼이 우리가 표를 끊을 곳을 같이 찾아 다녀주었다. 기차는 컴파트먼트로 된 2등석으로 자리가 좋다. 우리가 한 칸을 차지하고 있으니 두 명의 모로코인이 더 와서 앉았다. 요시츠의 전공인 철학에 대해 물었다. 현상학을 공부하여 하이데거와 뽕띠에 관심이 있으시고 동양의 철학과 비교 연구 하려고 한단다. 불교, 도교, 인도 철학에도 관심이 많고 모로코에 왔으니 이슬람 수피즘에 대해서도 알고 싶다고 한다.

남 편 옆에 계시던 모로코 분이 영어로 이슬람 철학에 대해 설명을 하셔서 졸지에 영어와 불어가 섞인 철학 이야기 판이 되었다. 아랍어, 일어, 한국어, 불어, 영어가 난무하는 판이라고 할까. 말씀을 잘 하셔서 혹시 교수인가 했더니 상인이란다. 재미있는 기차여행이다. 모로코 사람들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애, 여자, 젊은이, 나이든 분 모두 서로 끊임없이 수다를 떠는 것이 신기하다. 모로코의 자연은 유럽에 비해 들판에 물이 많고 풍요로워 보이며 아름답다. 특히 바다 쪽으로 해가 넘어가며 빨갛게 물들어 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3시간이 지나 씨디 카심에 도착하니 페스가는 열차 쪽 플랫 폼으로 오라며 직원들이 열심히 소리지르고 사람을 몰아대서 쉽게 왔다. 기차가 25분 연착이라 꽤 쌀쌀한 곳에서 기다려야 ㅤㅎㅒㅆ다. 여기 오면 따듯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춥다니... 기차를 타자 정말 졸리웠는데 타마미도 추상화를 그리는 화가이지만 요시츠도 그림을 그린다고 해서 거기에 대해 물으니 자신의 미술 철학을 이야기 한다. 영어를 잘 못하는 분의 이야기를 들으려니 대단한 집중력이 필요하다. 제 2의 사와스라고나 할까. 터키에서도 듣느라 고생했는데 이분도 장난이 아니다. 너무 열심히 말을 하기 때문에 안 들을 수도 없고 현대 미술에 대한 생각도 훌륭하시다. 메소포타미아, 그리스, 이집트 미술을 가장 좋아하는데 라스코 동굴 벽화 이후 예술에 대한 인간의 정신은 변함이 없지만 오히려 지금은 그 정신이 쇠퇴하고 상업적으로 변해 가서 진정한 예술이 아니라는 말씀이다. 오히려 예전의 미술 작품들이 더 완벽하고 아름답단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도 좀 상업적인 그림이라는 의견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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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러다 어느새 11시가 되어 페스에 도착했다. 중간에 물을 사고 요시츠와 의논한 숙소에 찾아 갔다. 로얄 호텔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좀 깨끗치 않은 숙소 였지만 시간도 늦었고 가장 저렴한 숙소여서 그냥 자기로 했다. 요시츠씨네가 우리보다도 훨씬 알뜰한 분들이라 같이 맞추어야 한다. 이분들 워낙 대단해서 처음에는 4인실이 230이라고 어떠냐고 한다. 우리는 옷짐을 잃어버려서 따로 써야 한다니까 그제서야 150짜리 더블룸을 얻었다. 남은 밥과 김밥을 먹고 피곤해서 씻지도 않고 잔다. 남편은 혹시 술 파는 곳이 있나 밖으로 나가 보았지만 역시 이슬람 국가답게 없다고 한다. 제 때에 깁밥을 먹지 않았더니 간이 다 빠져서 밥에 스며 별로 맛이 없고 약간 짜서 아까웠다. 처음에는 맛이 좋았을 텐데...

2008.1.20(일) 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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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 구시가지로 가는 길 / 숙소의 모습

어 제 힘이 들었는지 아침 8시가 다 되어 일어났다. 김밥을 먹고 어제 일기를 쓴다. 여기는 난방이 안되어 밤에는 춥고 화장실도 좀 지저분 하니 별로 씻을 생각이 없으나 간단하게 씻었다. 9시 10분에 요시츠씨네와 같이 걸어서 새로운 숙소가 있는 '페스 엘 발리' 근처로 갔다. 주인이 기도 중이라 마칠 때를 기다리면서 건너편 빵집의 신기한 모양의 풀빵과 옥수수빵도 사 먹고 사과도 샀다. 유럽보다 물가가 많이 싸다. 이곳의 방도 그다지 좋지는 않은 편이나 어제보다는 더 나은 숙소가 100이다. 요시츠씨네는 화장실 없는 방을 70에 들었다. 두 집이 따로 다니기로 해서 먼저 남편의 청바지를 옥상에서 빨았다. 주인에게 청바지를 하나 맡기는데 얼마냐고 물으니 뭐하러 그러느냐고 옥상이 빨래하기 좋으니 쓰라고 한다. 마침 방에 빨래비누를 놓고 간 사람이 있어 넓은 옥상에 빨래판도 있는 곳에서 대충 빨아 널었다. 햇볕이 좋으니 몇 시간이면 마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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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 구시가지 찾아 가는 길

우 리는 11시 정도에 나갔는데 론리 플래닛 지도 만을 보고 남편이 멀리 보이는 언덕 건너편 마을이 구시가인줄 알고 걷다가 물어서 방향이 잘못된 것을 알고 제대로 찾아갔다. 아침 저녁은 쌀쌀하지만 낮에 해가 비치면 마치 쨍한 사막과 같아 따가울 지경이다. 구도시는 시장과 연결되어 있어 시장통을 따라 길을 걸으면 된다. 각종 야채와 과일이 많은 골목을 지나면 여러가지 품목을 파는 곳이 나온다. 당나귀가 짐을 싣고 지나가다가 똥도 많이 싸서 밟지 않도록 주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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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 거리 골목에서 시시케밥과 빵, 치를 시켰다. 멘톨 차는 무엇을 넣었는지 꽤 달지만 독특한 맛이 있어 남편은 참 좋다고 한다. 차를 배달시켜 오는데 한 주전자가 온다(10). 케밥은 양고기 꼬치를 8개 구워 주면 빵 가운데 끼워 먹는 것이다. 토마토와 양파를 곁들여 먹으라고 주는데 가격은 일인당 20이다. 길을 잘못 접어들면 미로에 빠질지도 몰라서 정신을 차리며 곧게 간다. 카펫, 옷, 가죽 제품 등의 가게가 이어 진다. 

080120_12.Fes좁 은 골목 안은 막다른 곳에 집이 있거나 작은 다른 길로 이어져서 섣불리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옆 쪽 골목에서 직접 양의 가죽을 벗겨내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좀 밝고 만만해 보이는 길로는 빠졌다가 다시 메인 도로로 들어 오기도 했다. 가죽 제품들은 옛날 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질이 좋은 편은 아니다.

이곳 사람들의 특이한 전통복도 눈에 띄는데 스타워즈의 스승 요다의 복장처럼 남녀가 모두 발목까지 늘어지는 드레스 옷에 뾰족한 삼각형 뒷모자가 붙어 있다. 더우면 모자를 뒤집어 쓰고 앞을 반쯤 접어 뒤로 제낀다. 중간에 케익도 사 먹고 돌아다니다가 다른 곳에 가보려고 햇볕에 나서보니 너무 뜨겁고(구름 한점 없이 이글이글한 해만 떠 있다) 구시가의 번잡함 속에 있다보니 정신도 멍해서 숙소로 돌아가서 빨래를 더 하고 쉬기로 결정했다.

2시 반에 돌아와서 남편이 컴퓨터를 쓰는 동안 나는 옷들을 더 빨고 오리털 파카도 더러운 부분 만 빨아 널었다. 와서 잠시 누우니 바깥 시장의 번잡한 소음과 밝은 빛에 스르르 잠이 온다. 1시간 자고 일어나니 이번에는 남편이 자고 있어 이불을 덮어 주고 나왔다. 숙소 앞 대로는 차가 많은 번잡한 곳으로 주변은 귀금속 상가와 넛트 집이다. 깐 호두를 샀다. 사람이 북적대는 시장통에 들어갔더니 거의 밀려다니는 수준이다. 전통복인 요다 옷의 가격을 하나 물어보니 470씩이나 부른다. 외국인이 봉이다. 길 가의 작은 빵집에서 가격을 묻고 이것저것 골라 담았는데 4가 안된다. 숙소 앞에 사람이 북적대는 츄러스 비슷한 빵을 파는 곳에 서서 사람들이 얼마를 내나 유심히 보다가 감차칩과 빵을 각각 1씩에 샀다. 남편을 깨워 같이 먹으니 특히 츄러스가 아주 맛이 좋단다. 사온 페스츄리류의 작은 빵들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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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가지의 관문 광장

다 시 길을 나서서 남편과 구시가로 향하다가 구운 작은 소시지 10개를 넣어 주는 빵을 샀다. 옆에 있는 친구가 시장 통에서 남편과 눈인사를 했었는데 또 만나 반갑다고 빰을 대는 인사를 한다. 색이 빨간 것이 보기에 그렇지만 처음에는 맛이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런데 무슨 내장을 다져 넣은 것인지 계속 먹다 보니 다시 사먹을 것 같지는 않았다. 먹으며 걷는데 아까 구시가에서도 한번 보았던 요시츠네를 또 만났다. 내일 카사블랑카에 간다고 저녁 먹은 후 기차표를 사러 간단다.

인 사하고 헤어지고 나니 우리도 기차표가 우선이라는 생각에 대충 길을 잡아 우리가 안 가본 길로 들어섰다. 남편이 방향을 묻자 중고생 정도의 애가 계속 앞장 서 가며 미로를 빠져 나가 문 앞을 가리킨다. 고맙다고 하니 불어와 영어로 돈을 달라고 반복하는거다. 고맙다는 인사 만으로는 물러서지 않아서 남편이 아이의 눈을 보며 우리 말로 그런 일로 돈을 요구해서는 안된다고 몇 마디 말을 하고 뒤를 돌아서서 걷는데 가던 애가 남편에게 돌을 던져서 맞을 뻔 했다. 그러지 말라고 단호히 몸짓을 해도 두어 번 더 던진다. 안 다쳐서 다행이지 힘껏 던지는데 맞으면 다쳤을 것이다. 스페인에서는 기차에 돌을 던져 유리창이 날아가고 짐을 도둑맞고 모로코에서는 돌을 맞을 뻔 하다니... 별 황당한 일을 다 경험한다.

문 을 나서도 길이 오리무중이기는 매한가지. 여러 사람에게 물었지만 양쪽 방향의 길을 다 가르쳐 대서 그나마 다수가 가리킨 곳으로 향하다가 결국 경찰의 도움으로 길을 바로 잡아 한참 동안 매연을 맡으며 걸어 겨우 역을 찾았다. 엉뚱한 방향으로 갔다면 엄청 헤메는 밤이 되었을 거다. 표 사는 줄이 주말이라 길다.

서 있다가 또 요시츠네를 만났는데 우리가 탈 열차 시간까지 다 조사해 놓아 편하게 낮 12시 50분 차를 끊었다. 남편은 밤차를 끊을 생각으로 기차역에 왔는데 그냥 낮에 갈 거라면 차라리 버스로 갈 때 아틀라스 산맥 자락을 볼 수 있어 더 멋지지 않을까 아쉬워했다. 왜냐하면 기차는 카사블랑카를 경유하는 평지로 달리기 때문이다. 기차가 더 돌아가는 셈이지만 시간은 비슷하다. 버스는 산자락을 오르기 때문인 듯하다. 우리는 이미 소시지 빵을 사먹어 배가 불렀지만 요시츠씨네가 꾸스꾸스를 먹으러 레스토랑에 간다고 해서 숙소에 잠시 들렀다가 같이 구시가의 레스토랑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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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츠와 타마미 / 꾸스꾸스

모 로코 스프와 샐러드, 양고기 꾸스꾸스를 시켰으나 맛은 별로였고 1인 분으로도 둘이 겨우 먹었다. 두 가족이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눈다. 친절하게 오늘 갔던 곳 중 우리가 못 가본 곳의 약도까지 다 그려주고 표시해 준다. 이메일을 주고 받고 기회가 된다면 서로 방문하기로 약속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많은 도움을 받았다. 어제 아침에 만난 사람들 같지가 않다. 

요 시츠씨는 도쿄에서 불어를 가르치는 대학교수로 재직할 예정이라고 한다. 전공인 철학교수는 자리가 적어 없단다. 숙소로 걸어 돌아와 인사하고 헤어져 우리도 씻고 잘 준비를 한다. 방이 상당히 춥다. 마라케시 부터는 제대로 된 숙소를 잡을까 생각 중이다. 덜 마른 빨래는 내일 다시 말려야 한다.

 

2008.1.21(월) 페스 - 마라케시

아 침에 일어나 일기 교정을 보며 요시츠씨네가 언제 가나 기다렸다. 빨래를 다시 널고 내려 오니 나가고 계셨다. 자는 줄 알고 우리 방에 쪽지를 밀어 넣고 그냥 가려고 했단다. 인사 나누고 헤어졌다. 8시가 넘어 다시 구시가에 갔다. 어제 약도를 그려 준대로 가다 보니 우리가 갔던 길이다. 아무리 내려가도 모스크가 보이지 않아 돌아 서려다 물어 보니 더 내려가야 한단다. 결국 어렵게 찾아 갔지만 11시에나 문을 연다니 볼 수가 없다.

올라 오면서 보니 작은 가게에서 사람들이 약간 기름기가 맴도는 죽에 빵을 찍어 먹고 있다. 우리도 하나 만 시켜 먹어 보았는데 큐민 같은 향신료와 고추가루를 넣어 먹으면 양 내장 같은 걸 끓인 콩죽 맛이 난다. 그리 나쁘지 않지만 다시 먹어 보고 싶은 맛은 아니다. 가격을 안 물어 보고 먹었더니 할아버지가 내가 낸 10을 달랑 받아버리는 거다. 당연히 거스름 돈을 많이 받을 줄 알았는데 황당하다. 시골 할배 같은 분이어서 믿었는데 절대 그냥 먹지 말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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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근처 찻집 / 시장바로 옆인 숙소에서 바라본 풍경

남 편은 허리가 아프다고 하고 가게는 거의 문을 닫아서 그냥 숙소로 가서 쉬기로 결정했다. 빵집에서 작은 빵들을 사고 숙소 근처 찻집에 앉아 민트 티와 카페오레를 마셨다. 민트를 많이 넣어 컵 전체가 초록색 이파리로 가득하다. 둘 다 맛이 좋다. 편히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마셨다. 전통복 젤라바(요다의 옷)를 입은 사람들도 다양한데 좀 좋아 보이는 옷을 색깔 별로 똑같이 맞춰 입고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 외모도 깔끔한 것이 회사 단체복인지 좀 신분이 높은 사람들인지 알 수 없다. 차 값을 7이나 받아서 외국인 요금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역시 물어 보고 마셨어야 했다. 어제는 여섯 잔 나오는 민트 티 한 주전자가 10이었는데 말이다.

토종 달걀 6개와 숙소 옆의 맛있는 츄러스 빵 왕창, 건너편에서 옥수수 빵과 풀빵을 샀다. 방에 와서 달걀을 삶고 야채를 버터에 볶아 도시락 통에 넣었다. 남편 신발을 옥상에 널어 살균하고 수저와 수세미도 다 널어 두었다. 뭘 말리기에는 기막히게 좋은 햇볕이다. 남편이 라면을 만들어 먹고 짐을 다 챙긴 후 출발. 25분 정도 걸어 물을 사고 역에 왔다. 페스에서는 복잡한 미로와 시장 말고는 별로 본 것이 없다. 그 시장통을 걷다 보면 자꾸 일본 사람인 줄 알고 일본말로 인사하고 구경하러 오라하고 와글대는 것이 미로와 더불어 혼을 빼는 면이 있다. 당나귀가 짐을 싣고 지나가고 바닥에 똥 안 밟으려고 신경 쓰고... 유난히 쨍한 해와 함께 정신이 멍해지는 곳이었다. 특히 무거운 짐을 지고 멍하게 가는 당나귀들을 보면 안쓰럽다. 심지어 청소차도 여기는 차 대신 당나귀이다. 그래도 페스에서는 많이 쉬어서 재충전이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다만 둘이 체온을 이용해 자야 하고 일어나자 마자 오리털 파카부터 입어야 하는 숙소여서 좀 따듯한 숙소에서 자고 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기차는 종점에서 종점까지 이므로 벌써 와 있었고 창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우선 야채와 빵을 꺼내서 챙겨 먹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사람들이 와서 자리를 거의 다 채우고 기차가 출발했다. 넓은 초록 벌판이 대부분인 풍경들이 펼쳐지고 우리는 약간 자거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해가 보이지 않는 안개 많은 지역을 지나면 갑자기 실내도 추워져서 더위와 추위가 극대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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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차는 수도 라바트와 카사블랑카를 지났다. 철학을 가르치신다는 미국인과 역사 전공이라는 폴란드인 아저씨가 타서 말씀 하시기를 좋아하는 미국인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처음에는 피부가 하얀 모로코인인가 했는데 16년째 마라케시에 사신단다. 워낙 박학다식한 분이다. 우리가 달걀 삶은 걸 권하자 오히려 나쵸를 한 봉지 꺼내서 주시고 빵과 바나나도 있으니 필요하면 말하라고 한다. 해가 저물어 바깥도 보이지 않아 남편은 컴퓨터를 쓰고 나는 론리를 읽었다. 남편이 마라케시는 광장을 중심으로 저글링, 곡예꾼들, 뱀 묘기 부리는 사람, 이야기 꾼, 밤에 펼쳐진다는 먹거리 촌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곳이란다. 특히 구전과 관련하여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고 한다.

8시 40분에 마라케시에 도착하여 론리 지도와 사람들에게 물어 구시가 방향으로 50여분 정도 걸었다. 도로도 넓고 모든 것이 크며 사람으로 북적여서 상상했던 마라케시와는 많이 다르다. 좀 헤메기도 했지만 숙소가 많은 골목을 결국 찾았다. 자기네 호텔로 오라는 삐끼들이 몇 있어 정신이 산란하여 내가 좀 예민하게 굴었다. 제발 스스로 구할 수 있도록 놔두면 좋으련만 계속 말을 시키고 앞장 서 유도하니 내 입장에서는 싫지만 그들도 그래야 만 하니 서로 어쩔 수 없는 관계일 것이다. 가격 만 몇 군데 비교하고 외국인이 많은 아시아 호텔이라는 깔끔한 곳이 300이어서 200을 제시하는 호텔에 들었다. 결국 첫 번째 사람이 유도한 곳으로 온 셈이다. 숙소는 깔끔하고 좋은 편이라 처음에 페스의 지저분 하지만 150이나 하던 어이없는 호텔이 생각 난다.

짐을 두고 광장으로 나가 보았다. 몇 군데서 이야기꾼이 말하는 것을 듣는 사람들, 차력사, 연주하고 노래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먹거리촌은 오징어 배처럼 불을 환하게 밝혀 멀리서도 눈에 확 띄어 찾기 쉽다. 해산물부터 고기까지 온갖 음식들이 다 있고 굉장히 크고 사람들로 붐빈다. 

그 중에서 론리에서 좀 기괴하다고 한 양 머리 삶은 수육을 시켰다. 우리나나 사람들이야 소나 돼지의 머리를 잘 먹으니 딱 우리 체질이다. 아니나 다를까 외국인은 우리 밖에 없다(그 다음날 확인해 본 결과 이 날 우리가 먹은 것은 양고기이지 양머리는 아니었음). 자리에 앉으면 옆의 차 파는 집에서 민트 티가 먼저 온다. 아저씨가 오래 삶은 고기를 나무 도마에 놓고 부위 별로 다양하게 쓱쓱 썰어 담아 주면 소금을 찍어서 빵과 함께 먹는다. 찻집의 시다 아저씨가 기름 닦는 종이도 주고 양 삶은 기름 많은 국물(이 분은 스프라고 하심)에 빵을 찍어서 주는 써비스, 다 먹은 사람에게는 종이에 물을 묻혀 갖다 주기도 하신다. 맛있게 먹고 양고기 30, 차 4잔에 4를 주었다. 아주 영양가 있는 보양식을 먹은 느낌인데 냄새도 전혀 없고 거의 씹을 것이 없을 정도로 부드러우면서 맛이 좋다. 남편은 개고기 수육과 완전히 똑같다고 한다. 아주 싼 개고기를 먹은 셈이다. 몽골에서는 양 삶은 것이 살짝 노린내가 났는데 어떤 향신료가 들어가는지 이것은 전혀 냄새가 없다. 만족스런 저녁을 먹고 물을 사서 돌아와서 씻는다. 핫 샤워가 된다고 하여 설마했는데 의외로 뜨거운 물이 잘 나와서 드디어 사람다운 꼴이 되었다. 이 정도의 숙소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해서 내일 하루 더 있기로 했다.

 

2008.1.22(화) 마라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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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게 치워진 광장 / 맛있는 케익집에서

아 침 9시가 다 되도록 잤다. 난방은 안되지만 집에서 처럼 이불이 두꺼워서 포근하게 잘 잤다. 페스보다는 분명 덜 추운 곳이다. 어제 남은 빵을 잼 발라서 먹고 10시에 나갔다. 광장은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구시가는 큰 시장으로 역시 거대한 미로이다. 페스 처럼 장식 등, 스카프, 작은 기념품, 가죽제품, 옷 등으로 그득하다. 물론 페스의 시골스러운 상태보다 훨씬 더 크고 넓다. 마라케시 박물관을 찾으려고 방향을 잡아 이곳에 들어섰으나 역시 돌다 보면 거의 제자리이다시피 한다. 론리의 지도는 매우 부실하다. 빵과 과자를 만드는 가게에서 케ㅤㅇㅣㅋ과 요구르트를 먹었다. 오늘은 남편의 생일인데 다행히도 케ㅤㅇㅣㅋ이 무척 맛있다고 한다. 요구르트도 아이스크림처럼 특이하게 부드럽고 맛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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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케시 수끄 Souq 지역

작 은 공원에서 쉬다가 방향을 잡아 다시 출발하여 박물관 근처로 간다. 어디선가 아이나 청년이 나타나 길을 안내하겠다며 앞장서는데 말려도 소용이 없어서 슬그머니 가게에 들어가 버리는 방법으로 떼어낸다. 해안이의 가죽지갑을 사주고 싶은데 별로 예쁘지도 않고 내부 마무리가 좋지 않다.

080122_07.Marakeshi결 국 묻기도 귀찮아서 박물관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생선 튀기는 집을 지나는데 주인이 고기 한 점을 맛배기로 주며 와서 먹으라고 한다. 식탁 위에 컴퓨터 가방을 얹어 놓은 것이 바닥에 떨어져서 망가진 줄 알고 깜짝 놀랐지만 다행히 큰 문제는 없는 듯 하다. 앙증맞게 작은 타진 한그릇이 15, 고기가 15라고 해서 하얀 장어 한토막, 손바닥 보다 작은 고등어 튀긴 것 1개와 닭고기 타진을 시키니 토마토 소스와 가지 튀김, 빵이 나온다. 맛잇게 먹기는 했는데 계산을 하려니까 타진이 50이라는 거다. 나는 15라고 들었는데 자기는 50이라고 했단다. 게다가 소스 같은 것도 10씩이나 쳐서 100을 내란다. 레스토랑에서도 큰 타진을 40이면 먹는데 무슨 소리냐고 따지니 타진을 20으로 쳐서 70을 내라고 한다. 외국인들에 바가지 씌우는 것에 한 두번 속은 게 아니지만 콩알만한 가게에서 정말 너무한다. 그냥 70을 주고 나왔지만 50정도를 줘야했다는 생각에 아쉬웠다. 속은 것에 기분이 나빠져서 가게에서 나설 때 별 생각없이 골목을 걸어 버렸다. 채양이 쳐진 골목에 와서야 멋지다고 남편에게 찍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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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차양의 골목길 / 광장에 서서히 펼쳐지는 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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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를 보고 방향을 잡아 12시 반쯤 숙소로 돌아와서 둘이 낮잠을 잤다. 다시 3시에 일어나 내일 갈 표를 끊으려고 나가려는데 론리 책이 없는 거다. 생각해 보니 생선 튀김집에 두고 왔다.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미로를 더듬어 다시 찾아 가야 한다. 채양이 쳐진 골목까지는 되집어서 잘 왔는데(사진 찍은 것까지 돌려서 같은 곳인지 확인해 보았다) 그 다음에 나타난 세 갈래 길을 다 뒤져도 없고 닫은 가게들도 있어서 혹시 그런 곳 중 하나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또 어떤 아저씨가 나타나서 박물관 길을 안내하겠다고 해서 박물관에 안 간다고 뿌리치다가 사정을 얘기하니 우리가 찾는 식당을 황당하게 자기가 찾겠다고 나서는데 간신히 거절하고 헤어졌다. 여러 번 골목을 헤메도 소용이 없고 주변에서는 자꾸 일본 말로 인사하며 자기네 가게 구경오라고 해대니 정신이 없다. 결국 박물관 앞 골목을 거슬러서 남편이 그 장소를 찾았다! 주인이 우리 책을 들고 문 앞에 있는 거다. 하도 바가지를 씌운 사람이라 우리 책도 팔아 먹으려고 없다고 할까봐 걱정했는데 그런 정도의 사람은 아니어서 의심했던 것이 좀 미안했다. 게다가 부실한 책이지만 그 마저 없으면 참 곤란하기 때문에 찾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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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케시 박물관

이 왕 온 김에 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40이나 하지만 작고 그다지 볼 것은 없다. 다만 화려한 실내의 모습이 볼 만하고 바깥과는 달리 조용하면서 쉴 수 있는 소파들이 많아 산만해진 정신을 안정시키기에 좋은 곳이다. 하맘의 모습, 칼, 장신구, 복식이 너무나 소량 전시된 곳이어서 다른 박물관의 수준도 짐작이 되는 곳이다. 나와서 오렌지를 샀는데 이곳이 일교차가 큰 곳이라서 인지 물도 많고 달고 진해서 여태 먹어본 것 중 맛이 최고였다. 남편도 감탄을 해서 우리는 두개나 먹었다. 진즉 페스에서도 과일이나 많이 사 먹을걸 그랬다. 무지 큰 것 네개가 800원 정도이다.

광장으로 돌아오다가 스카프 가격을 성실하게 붙여 놓은 가게에서 엄마와 경나 줄 것을 샀다. 설명하는 청년이 성실해 보여 신뢰가 갔다. 책 찾으려다 결국 박물관도 가고 선물까지 산 셈이다. 숙소에다 짐을 다 두고 숙소 직원인 청년에게 물어 역 가는 버스 번호를 확인했다. 버스 8번을 타니 쉽게 역에 도착하여 카사블랑카에 가는 표를 끊었다. 다시 걸어서 책에 있는 수퍼에 갔다. 이곳에서는 처음보는 큰 수퍼여서 흥미롭다. 올리브 절인 것을 쌓아 둔 곳은 맛을 볼 수 있어 둘이 집어 먹어 보고 3가지 종류를 샀다. 밥 반찬으로도 좋겠다. 생소시지와 드디어 발견한 술 등 다양한 것을 사고 걸어서 버스 정류장에 왔다. 8번 버스는 밤이라 사람이 없어 한가하게 타고 숙소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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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포장마차

9 시가 넘었지만 저녁은 어제처럼 광장 야시장에서 먹기로 했다. 달팽이 삶는 곳에서 사람들이 하도 맛있게 호로록 국물을 마시고 알을 꼬지로 빼 먹고 있어 우리도 시켰다. 우선 국물은 좀 쓰고 한약재 들어 간 맛이 나며 대단히 특이하다. 결코 맛있지 않고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맛이다. 게다가 더듬이가 비죽 나온 상태로 삶겨진 달팽이는 괴이하면서도 꺼내면 몹시 흐물거린다. 맛도 멀컹하고 좀 써서 어떻게 다 먹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이토록 맛있게 먹는데는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하며 씩씩하게 먹다 보니 뭔가 묘한 매력이 있는 맛이다. 무엇보다 무슨 향신료를 넣어 끓였는지 몸에 좋은 한약 같아서 결국 국물도 안 남기고 다 먹었다. 막판에 가서야 뭔가 매력이 있는 맛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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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머리요리집에서

본 식은 역시 어제 먹은 양고기이다. 오늘은 다른 집에서 양머리 반을 시켰는데 아저씨가 자르는 것을 본 후에야 어제 시킨 것은 단순히 양 삶은 고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머리 반을 잘라 뼈 등을 발라내면 작은 접시 하나 밖에 안 나온다. 역시 빵과 함께 먹는데 차는 원해야 갖다 준다. 맛은 대단히 훌륭하고 부드러우며 어제 살코기 보다 더 독특하다. 양 냄새는 좀 더 많이 난다. 보양식을 맛있게 먹고 일어나 걷는데 건너편에 요시츠씨네의 뒷모습이 보이는 거다! 어찌나 반갑던지! 둘이 생선 요리를 먹고 있었는데 우리를 보고 깜짝 놀란다. 카사블랑카가 별로여서 모스크만 보고 하루 만에 왔다고 한다. 정말 서로 인연이 많은 가보다. 이 넓은 야시장에서 하필이면 가까운 곳에서 먹고 있다니...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숙소에 와서 소시지 삶고 쌀은 불려 두었다. 시간은 늦었지만 낮잠을 자서 별로 피곤하지 않다. 남편은 수퍼에서 산 술은 아니스 맛이라고 한다. 장을 많이 봐서 내일은 먹을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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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3(수) 마라케시 - 카사블랑카

아 침에 일어나 밥을 하는데 무슨 쌀이 아무리 끓여도 맛이 없고 푸석하다. 남편이 빨리 일어나지 못해서 같이 더 자고 10시가 넘어 나갔다. 누가 뒤에서 확 잡아 돌아 보니 타마미이다. 평상 시에 일찍 움직이는 사람들인데 오늘은 웬일로 늦게 나가는지 또 만났다. 요시츠씨가 카사블랑카의 자기가 맛있게 먹었던 타진집의 위치를 알려 주었다. 자두를 넣은 양고기인데 최고의 타진이니 꼭 먹어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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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사하고 헤어져서 오늘은 동쪽 지역을 돌아 보기로 하고 들어섰다. 살펴보니 거의 초입 부터 어제 우리가 헤메던 바로 그 길이라 맛있는 빵집에 다시 가서 안 먹어 본 케ㅤㅇㅣㅋ과 카스테라를 시켜 먹었다. 역시 남편은 어릴 적 먹었던 그 맛 그대로이고 대단히 맛있다고 잘 먹는다. 아보카도 쥬스를 시켜 보았는데 남편은 싫다지만 나는 부드러운 셰이크 같은 것이 우유, 설탕, 아보카도 하나 만으로 이런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맛이 훌륭했다.

080123_06.Marakeshi_Souq다 시 어제 갔던 길을 따라 미로를 걷다 보니 마라케시의 시장이 한 눈에 파악되어 자신도 생겨서 우리가 안 가본 길로도 접어 들었다. 벨트 점에서 마음에 드는 벨트를 발견하여 흥정을 하는데 우리는 6,70 정도를 제시했고 직원은 250에서 150으로 까지 내려 갔으나 더 이상 타협이 안되어 포기하고 나왔다. 목공 가게에서 복숭아 나무로 만든 빗을 샀는데 향기도 좋고 마음에 든다. 다른 벨트를 더 찾아 보았지만 처음 부터 250을 부르고 질도 떨어져서 그 가게로 다시 돌아가서 서로 흥정을 하여 직원은 120, 우리는 100에서 물러서지 않아 그냥 나가는데 110만 내라고 해서 그냥 샀다. 질도 좋고 퍽 마음에 드는 벨트이다. 바로 걸어서 숙소로 돌아오는데 또 요시츠를 만났다. 12시가 된 시각에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는데 이슬람 음악 CD를 샀단다. 우리도 가게에 가서 골라 보다가 숙소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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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옥상에서

짐을 가지고 나가서 8번 버스로 역에 도착했다. 자리를 잘 잡고 과일을 먹으며 기다리니 출발한다. 마라케시에 올 때는 밤이어서 볼 수 없던 모습들이 눈에 들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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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은 풀이 자라는 넓은 초지에서 양들이 풀을 뜯고 있는 풍경이다. 남편은 양이 톰슨 가젤과 비슷한 이미지라고 참 귀엽단다. 어제 양머리를 먹어서 그런지 머리가 몹시 작은 것이 눈에 확 들어 온다. 저러니 반을 잘라도 작은 접시로 겨우 하나가 나올까 하는 정도이지... 쓰다 보니 너무 엽기적인 표현이다. 어쨌든 들판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고 양치기 부자가 조금씩 앞으로 가서 양이 풀을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동하는 모습은 우리에게는 좀 지루해면서 평화로워 보였지만 그들에게는 생활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시간은 저렇게 느리게 흐른다... 점심으로 흰빵에 소시지, 피클, 치즈를 끼워 먹는데 빵이 어찌나 맛이 없는지 다른 좋은 재료들의 맛이 확 떨어진다.

1시에 탄 기차는 4시 15분에 도착했다. 택시 기사들이 호객하며 따라 붙는데 값을 5유로나 부른다. 버스 정류장을 찾아 30번 버스 타는 곳을 물으니 아저씨가 같은 방향이라며 54번 버스도 간다고 한다. 뒤로 타는 버스에는 차장이 있어 돈을 받는다. 마라케시보다 싼 3디램이다. 아저씨가 내릴 곳을 알려 주고 방향도 가르쳐 주신다.

쉽게 길을 잡아 남편이 원하는 숙소에 잘 도착했다. 가격이 250인데 더블이 아니라 더블침대가 둘이 들어 있는 커다란 숙소여서 좀 당혹스럽지만 시원하게 넓어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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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내에 나가 걸어서 메디나에 갔다.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재래 시장으로 사람들로 북적이는데 어제 먹었던 달팽이 장수가 있다. 지나가면서 향기를 쓰윽 맡으니 한번 먹어 보았다고 꽤 냄새가 좋았다. 역시 많은 사람들이 먹고 있었는데 핀으로 빼 먹은 후 핀을 오렌지에 찔러 두는 것이 특이하다. 우리가 번데기 끓이는 냄새를 맡으면 먹고 싶듯이 달팽이가 이들에게는 번데기 같은 존재인가 보다. 지나가다가 오렌지 즙을 짜서 파는 곳에서 쥬스도 샀다. 

메디나를 나와 요시츠가 소개해 준 레스토랑을 찾아 갔다. 자두가 든 양고기 타진을 시켰다. 도시 전체가 아프리칸컵을 보느라 남자들은 카페에 모여 있고 여기 직원들도 열심히 본다. 우선 잘 구운 빵을 써비스로 주는데 어찌나 맛있는지 막 뜯어 먹080123_23.GoodTajin었 다. 타진은 뼈가 붙은 양고기찜을 말린 자두와 넣고 끓여서 내어 오는데 뚝배기에 나오는 일종의 갈비찜이다. 찐 달걀 반쪽 두개가 곁들여진 단순한 음식이지만 자두의 단맛이 배어 독특한 풍미의 양고기찜이 된다. 남편은 최고의 요리라며 극찬을 했고 맛있게 먹는다. 나도 좀 먹었는데 부드러워진 자두의 맛이 좋다. 내일도 이 집에 와서 먹기로 했다. 명동에 해당하는 시내에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대충 구경하고 숙소 주변을 살펴 보니 이 곳은 그릇이나 조명기기, 과자를 도매로 파는 곳이다. 물 사고 돌아와서 남편은 사진 정리를 하고 나는 먼저 잤다. 12시에 일어나 일기를 쓰고 배가 고파져서 라면 끓여 밥 말아 올리브와 함께 먹는다. 끓여도 죽지 않는 이상한 쌀이 신기하다. 내일 모레 공항에 가는 기차 시간이 애매해서 내일은 어떻게 할지 더 알아 보아야겠다.

 

2008.1.24(목) 카사블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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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늘은 일찍 일어나서 나가야 할 일이 특별히 없기 때문에 늦게 일어나 빵과 라면밥을 올리브 절임과 함께 먹었다. 10시가 넘어 밖에 나가 보니 안개가 자욱하다. 먼저 숙소 앞의 중앙시장에 갔다. 싱싱한 과일, 굴, 새우, 게 등의 해산물, 꽃, 채소를 파는 아침 시장인데 깨끗이 청소가 되어 주변의 지저분한 거리와 많이 비교가 된다. 비싸지만 워낙 먹고 싶은 거라 버찌를 약간 샀다. 다른 과일을 사면 또 숙소에 들러 두어야 하므로 나중에 사기로 한다. 주변의 해산물을 요리하여 파는 식당에 사람들이 많다. 아침을 많이 먹어서 구경만 했다.

중심가에 나가서 우선 비행기표를 확인하러 피씨방에 갔다. 전화로 리컨펌을 해 두고 해안이와 통화를 했다. 종주 과정에서 언니, 동생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었는지 다음 방학 때 또 간다고 한다. 걷는 과정이 분명히 힘들었을 터이니 쉽게 그런 말이 안 나올 것 같은데 참으로 씩씩하고 든든한 딸이다. 특별히 불편한 데는 없이 건강하게 엄마 집에서 잘 쉬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아버지도 별탈 없이 잘 지내고 계셨다.

베 니스 숙소 검색으로 내일 잘 곳을 예약하려고 하니 가격이 너무나 비싸서 잠시 유럽의 물가에 적응이 안된다. 게다가 한글 자판은 되지도 않고(자판이 아주 이상하다!) 베니스의 민박을 검색할 방법이 없어 저녁에 다시 오자며 나왔다. 화장실에 가려고 숙소에 들어 오는데 카운터 옆의 컴퓨터가 글쎄 공짜라는 것이다! 그런 걸 모르고 밖에서 고생하다가 왔으니 업은 애기 3년 찾은 격이다. 한글입력이 안되는 상태라 구글에서 영어로 venice minbak을 치니 다행히도 베니스 자매 민박이 검색되어 전화로 예약하고 리알토 다리에서 전화하면 픽업 해주기로 했다. 얼마나 다행인지...

보통 호텔의 숙소는 제일 싼 것이 70이 넘고 그 다음날은 토요일이라고 거의 두배로 뛴다. 도미토리가 불편하기는 하지만 아침, 저녁을 다 제공해 주며 가격 싸고 인터넷 마음대로 되기까지 하니 다른 대안이 없다. 어쩌다가 또 다시 피렌체 자매 민박과 연결되는 집에 들어가게 되었다. 모든 것이 잘 해결되어 기왕 들어온 김에 점심을 먹고 나가자고 라면밥을 만들어 먹었다. 이상하게 꾸들한 밥(우리는 독립만세 밥이라고 부른다. 아무리 끓여도 알알이 살아있고 기죽지 않는다. 낱알이 떨어질 때도 꼭 한 알씩 떨어진다)을 다 치우기 위한 방편으로 먹어서 맛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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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블랑카 중심지

나 가서 론리에 나와 있는 시내 워킹투어 길을 따라 걸어 보았다. 법원, 여권국, 비둘기가 많은 광장, 시내의 쭉 뻗은 종려나무길, 구 경찰청 등을 구경하다가 인포를 발견했다. 공항가는 방법을 물으니 역시 공항 버스는 없고 기차를 타야 한단다. 기차역 까지는 걷는 것도 가능하다며 우리 숙소 앞의 무함마드 5세 길만 따라 걸으면 된다는 귀한 정보를 주었다. 쁘띠 택시와 흥정할 필요 없으니 다행이다. 모로코는 인포에서 지도를 주지 않기 때문에 이 분이 가진 지도를 사진으로 찍고 걸어서 메디나에 들어 갔다. 어제는 입구 부근에만 갔으나 오늘은 메디나를 통과하여 항구까지 걸어 보기로 한다. 구도시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고 그들에게 필요한 생활용품들을 팔기 때문에 별로 살 것은 없다. 

080124_17.Casa배 는 부르지만 맛있어 보이는 빵집이 보여서 들어가 케ㅤㅇㅣㅋ, 과일을 얹은 크림요구르트와 복숭아 파이를 먹었다. 마라케시보다 더 급이 높은 맛이라고 해야할까? 그만큼 가격도 비쌌다. 맛있게 먹고 좁은 골목을 굽이굽이 돌아 나간다. 사람들이 살고 살림하는 동네라서 관광지의 분위기와는 다르다. 반갑게 인사를 하는 사람도 있다.

항구는 안개에 쌓여 배도 희미하고 바다도 잘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벽에 가려져 있어 가까이 접근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꼭 바다를 보러 갈 필요도 없어서 오고 있는 56번 버스를 타고, 가는데 까지 가보자고 했다. 맨 뒷자리에 앉아 어디로 가나 살펴 보니 우리 숙소 근처를 지나 왕궁 쪽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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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벨 메디나 지역의 모스크

내 려서 왕궁 옆길을 따라 걸으면 상가들이 나온다. 내일 민박집에 여러 사람과 함께 있으려면 숙소에서 입을 바지가 필요해서 헐렁한 여자용 모로코 바지를 하나 샀다. 아래의 끈을 조이면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소시지형 바지가 되는데 물론 나에게는 길이가 짧지만 젤라바 안에 입는 바지인 듯하다. 제법 천과 바느질, 모양과 색깔이 괜찮은 편이고 마음에 든다. 90 부르는 것을 흥정하여 50에 샀다. 더 걸어가서 조용하고 깨끗한 마을의 모스크에 들어가려고 하니까 사진도 못 찍게 하고 기도 시간이 되어 살짝 구경 만 하고 나왔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유난히 모스크 구경이 까다롭다. 내부의 화려한 문 장식 같은 것이 볼 만 했다. 돌아 오며 다른 가게에 내가 샀던 바지와 똑같은 것들이 많이 걸려 있는 것을 보았는데 처음에 100 부터 시작한다. 색이 예뻐서 더 사고 싶지만 하나 샀으니 그냥 포기한다. 반대편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 숙소 근처에 쉽게 왔다. 내일 비행기에서 먹을 것을 줄 지 알 수 없어 빵을 사러 다니는데 빵 값이 비싸다. 일단 저녁 먹으러 나가서 더 사기로 하고 들어 와서 남은 과자와 빵을 먹었다.

바지는 입어 보니 잘 맞고 편하다. 다만 길에 오래 걸려 있던 거라 별로 깨끗하지 않고 매연 냄새가 배었다. 이곳의 매연은 심각해서 찻길 옆을 걷기 싫을 정도여서 인도 아그라의 지독했던 매연의 악몽이 생각난다. 뭐 그 정도는 아니지만 대책이 필요한 정도이다. 7시가 다 되어 내려 가니 모두 기니와 모로코전을 보느라 TV 앞에 모여 있는데 3대 1로 지는 상황이다. 유난히 소리를 질러 대서 방에서도 경기가 있는 줄 알았는데 그 때 한 골을 넣었나 보다.

겨 우 20여 분을 같이 보았는데 모로코가 한 골을 더 넣어 3대 2로 지고 끝났다. 아무래도 아프리칸 컵에서는 북부가 중남부에 많이 밀리는 인상이다. 숙소를 나가니 그제서야 경기를 보았던 사람들이 길로 풀려 나온다. 이겼다면 더 재미있는 광경을 보았겠는데 아쉽다. 길 가의 빵집도 이제 빵이 거의 다 팔렸다. 좀 비싸긴 하지만 4개의 맛있어 보이는 빵을 샀다.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아서 괜히 명동에 해당되는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구경했다.

오늘의 핵심 과제인 맛있는 저녁을 먹기 위해 어제의 레스토랑에 다시 갔다. '오늘의 메뉴'를 하나 시켜 보려고 했더니만 다 떨어졌단다. 샐러드에 닭고기 요리, 아보카도 쥬스가 58이다. 아쉽지만 할 수 없이 어제의 자두 양고기찜 타진과 생선 타진을 시켰다. 사람들은 주로 간단한 햄버거와 감자 튀김 셋트를 많이 먹고 간다. 옆의 아저씨는 혼자 와서 새우와 해산물이 들어있는 특제 샐러드 한 접시와 닭고기를 시켜 먹는데 정말 잘 드신다. 역시 남편은 맛있고 따끈한 빵과 함께 양고기찜을 시켜 너무나 행복해 하며 잘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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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꼬스따 브라바

웨 이터가 굉장히 맛있다면서 내 요리를 가져다 주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나라의 생선 조림 같은 것이었다. 감자, 레몬, 당근 등의 야채에 큰 생선을 한 토막과 함께 뭉근히 끓여서 마치 꽁치 조림과 같은 것이었다. 맛은 괜찮으나 아무래도 밥과 반찬도 안 준 조림을 먹는 느낌이랄까... 어느 나라에서나 사실 생선 맛은 뻔하지 않은가... 그런데 조리 방법까지 이렇다니... 전혀 이국적이지 않은 음식이라 안타까웠다. 우리는 가나와 나미비아의 경기를 보면서 천천히 먹었다. 남편은 양고기 타진에 감탄해서 이 요리가 아니었다면 모로코 카사블랑카의 추억은 밋밋했을 거란다. 물론 양머리와 달팽이국을 마라케시에서 먹은 것도 특이했었다. 카사블랑카에서도 이 음식들을 모두 발견했지만 하필이면 배가 부를 때여서 먹지 못했다.

숙소에 9시가 다 되어 들어와서 일기도 쓰고 마지막 마무리를 한다. 다시 여행의 제 3기인 유럽으로 돌아 간다. 모로코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알 수 없다. 매연과 지저분한 거리를 보았으나 제대로 된 모스크 구경도 못했고 바가지 요금, 끊임없는 호객에 구걸하는 사람도 많아 마치 철학은 없이 인도의 나쁜 면만 가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유럽에 가까이 있고 이국적인 소재는 많으니 그러한 점을 살려 제대로 된 관광대국을 만들었으면 하는데 어쩐지 많이 부족한 곳이다. 지리적인 이점을 잘 살리지 못하고 유럽의 좋은 면을 배우지 못했다고 할까. 모로코에 대한 이국적인 선입견이 많았기 때문에 더 실망이 큰 것인지... 여러 가지 만감이 교차하는 나라이다. 그 나마 음식으로 특이함을 많이 느낀 곳이다. 영화 '카사블랑카'의 이미지는 정말이지 너무나 쌩뚱맞은 것이었다. 물론 그러려니 하고 온 곳이지만 아침의 안개도 분위기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독한 스모그를 만드는 안개가 아니던가. 이것이 바로 '카사블랑카'의 이미지와 현실 사이의 격차라고나 할까. 여행이 끝나면 어떤 느낌이 들지 모르겠지만 모로코에서 내내 인도 영화 '춤추는 무뚜'의 음악이 입 안에 감도는 이유는 바로 별로 안 좋은 모로코 이미지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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