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베리아-바이칼여행 - 8월4일(목)

8. 8월 4일 알혼섬

밤에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어두워 나갈 수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서야 일기를 쓴다. 아침은 핫 케잌?아줌마가 만든 산딸기 잼, 찐 달걀이다. 핫 케익이 맛있다. 절반을 먹고 나머지는 잼을 발라 점심으로 쌌다.

한숨 자고난 후 11시 10분에 뒷산의 타이가 숲으로 출발. 몽골의 ?수굴처럼 습하고 울창한 숲이 아니다. 모래흙이 많아 척박하고 건조하며 굵은 나무들을 많이 베어 써서 가느다란 나무들이 많다. 불이 났던 흔적도 있고 꽃을 보기도 어려웠다. 바닥에 나뭇가지들로 길표시를 해가며 모퉁이를 돌아 동쪽 편으로 올라갔다. 아무리 올라도 비슷한 모습일 뿐 다른 점이 별로 없다. 하얀 송이버섯처럼 보이는 것과 죽은 나무에서 자라는 갈색버섯을 안나주려고 몇 개 땄다. 척박해서 버섯도 드물고 나와도 금방 말라버린다. 키가 3센티 정도 밖에 안 되는 작은 관목에 붉은 베리가 열려있어 따먹어 보니 새콤하지만 먹을 만하다. 순록의 먹이가 되는 이끼들도 많이 자라는데 이 하얀 이끼는 굉장히 딱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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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때는 덥지만 쉬려고 그늘에 앉아 있으면 바람이 멀리서 불어와 타이가 숲을 감싸고 휘도는 소리가 '솨솨'하고 난다. 마치 부드러운 파도소리가 써라운드로 휘감는 듯하다. 고요한 숲의 바람소리, 다시 정적이 흐르고 제법 도를 닦을 만한 분위기이다. 그런데 기대한 것 보다 볼 것이 적었다. 각자 숲에서 볼일도 보고 앉아서 쉬다가 다시 내려온다. 나무를 베려고 길을 여러 곳에 내면서 짚차가 다닌 흔적이 있어 길이 혼동되었기에 길 표시를 해두면 올라왔던 것이다. 갈림길 한곳의 화살표 표시는 쉽게 찾았는데 나머지 한 곳은 지나칠 뻔 했다. 오고 가는 길의 방향이 다르니 풍경도 다르고 혼동이 된다. 다행히 남편이 놓치지 않고 찾아서 쉽게 내려올 수 있었다. 4시간이 걸려 3시 10분에 집에 왔다. 안나는 그 버섯이 못 먹는 거라 한다. 내 생각에는 버섯이 귀하니 먹는다는 걸 모르는 게 아닌지. 영판 소나무 밑에서 딴 것은 향도 짙은 송이버섯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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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예스끼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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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하기

다시 먹을 것을 꾸리고 마을의 동쪽으로 가서 가장 큰 해변에 간다. 수영복을 속에 입는 것은 바이칼에 갈 때는 기본이다. 가는 길이 30분은 걸린다. 무지 넓고 망망대해의 푸른 물이 넘실대는 듯 보이는 것이 동해바다의 해수욕장 같다. 바람도 차다. 용기를 내어 일단 들어가 보니 어제보다 오히려 더 견딜 만하고 물도 깨끗한 듯하다. 찬물에 적응이 되나보다. 이곳은 넓어 파도까지 치니 더 재미있고 신난다. 물을 먹을 수 있는 바다 같다. 멀리 보이는 북쪽의 짙푸른 지평선, 건너편의 커다란 산맥들, 깨끗한 바이칼, 정말 내가 이런 곳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든다. 바이칼에 와 있다는 실감은 아직도 안 나는데 물에 들어가 있으면 확 느껴진다. 놀다가 나와서 몸을 닦고 옷을 껴입었다. 햇볕에 데워야한다. 해가 따가우니 등지고 앉아 빵과 치즈, 안나 아줌마 과자, 넛트 등을 먹는다. 앉아서 가만히 바다(?)를 바라보는 것도 기분이 좋다. 일단 나오면 다시 들어가기 싫어지므로 가끔 물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영 추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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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분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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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예스끼해변에서

옆쪽으로 한국 사람들이 한 무리 나타났다. 보트도 타고 사진도 찍고 떠들썩하다. 나중에 같이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절반 정도는 선생님이라는데 인터넷에서 만났다고 한다. 이분들 중 한분이 물에 들어가 노는 바람에 우리도 한번 더 들어갔다. 확실히 한국 사람들은 요란하면서도 재밌게 논다. 여자 두 분을 차례로 잡아다 빠뜨렸다. 같이 사진 찍고 헤어졌는데 내일 떠난단다.

걸어서 집으로 돌아와 안나 아줌마의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커다란 오물 생선볼과 스파게티, 양배추 샐러드와 빵이다. 모두 배부르게 먹었다. 오물은 어떻게 요리를 해도 맛있다. 오늘도 램은 고추장을 많이 먹었다. 내일은 북쪽을 같이 보러가기로 했다. 운전은 ?을 가진 주인아저씨가 한다(1인 350R, 해안이 100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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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맑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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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이가 쏘인 독초

배가 불러서 남편과 동네를 산책하러 나서서 서쪽의 선착장까지 갔다. 마을이 이제 다 파악된다. 선착장의 물도 너무 맑고 고요해서 실내 수영장에 배가 떠 있는 듯하다. 오면서 식료품점에서 보드카, 음료수, 복숭아를 사고 하라쇼에서 맥주를 샀다. 해안이는 전직 수학교사였던 안나 아줌마에게 수학문제를 몇 개 받아서 쩔쩔매고 있다. 수학 과외까지 하시다니... 램이 안나 아줌마의 딸과 같이 와서 우리나라에 가면 전화카드 만드는 플라스틱 공장을 알아봐서 연결해 달라고 한다. 그런 카드를 만드는 공장의 사장인데 한국의 회사를 몰라 모스크바에서 비싸게 사온단다. 알아봐 주기로 했다. 11시가 되니 주변이 어두워 글을 쓰기가 어렵다. 이 닦고 자야겠다. 산으로 물로 많이 다닌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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