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베리아-바이칼여행 - 8월18일(목)

22. 8월 18일 익숙한 하바롭스크

아침에 누군가가 나를 깨워서 일어났다. 경찰이다. 겨우 8시 밖에 안 되었는데 말이다. 딱 집어 깨우는 걸 보니 차장이 외국인을 따로 알려주는가 보다. '벨로고르스크'라는 곳이다. 이  놈들이 여권을 다 내놓으라더니 말도 안 되는 걸로 트집을 잡기 시작한다. 물론 중국 공안처럼 무대뽀는 아니지만 황당하다. '왜 이르쿠츠크에서 초청장과는 다른 앙가라 호텔에서 거주지 등록을 했느냐'는 둥 '왜 초청장에 있는 페테르부르크는 안 갔냐'는 둥 영어도 못하면서 우겨댄다. 앙가라 호텔이 더 싸서 거기에 묵었으며 페테르는 시간이 모자라서 못 갔다고 말하는데 자기네는 영어를 모른단다. 계속 '리틀 프러블럼' 이라며 같이 가자고 한다. 남편은 돈을 줄까하는 얘기도 나에게 하는데, 이들이 엉뚱한 것을 가지고 우기니 화가 났다. "우리는 러시아말도 못하고 여권도 문제 없다!"고 말하면서 남편은 우리의 여권을 뺏었고, 나는 '노 프러블럼'을 반복하며 꿋꿋하게 버텼다. 결국 그냥 포기하고 가 버렸다. 러시아 경찰에게 이런 일을 당한 적은 처음이었다. 무척 기분이 나쁘다. 좋은 러시아의 이미지를 이런 인간들이 망치는 거다.

잠이 안 왔지만 그냥 다시 자기로 한다. 나쁜 놈들... 관광객이 봉이냐... 시스템도 복잡한 나라에서 그걸 이용해 돈이나 뜯으려고 들다니... 억지로 잠을 청해 10시에 일어났다. 먹을 것이 거의 떨어져 없는데 남편이 정차 역에 나가서 따듯한 감자를 사왔다. 버터와 소금이 들어 있어 부드럽고 맛이 있었다. 하루 종일 크래커나 과자, 약간의 스프를 식사로 먹었다. 역시 책을 보거나 자는 일의 반복이다.

건너편 윗자리에 할머니가 오셔서 아래와 자리를 바꾸자고 하신다. 대화가 되는 것이 아니라 눈치로 파악하는 거다. 당연히 바꾸어드렸다. 시트를 깔고는 바로 주무신다. 사람들과 대화는 안 되지만 이틀이나 자고 나니 익숙해진다. 건너편의 할머니는 해안이에게 과일이나 사탕을 주시기도 한다. 딸과 함께 블라디까지 가신단다. 싸온 음식도 할머니답게 푸짐하다. 맛있는 음식을 두고도 할머니의 딸은 한 끼를 라면을 먹는다. 젊은이들은 덜 부숴서 먹는 경향이 있나보다. 표정 없던 딸도 해안이가 몸짓으로 머리가 예쁘다고 하니까(빛나고 단정한 머리로 길다) 표정이 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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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방사람들

밀라나는 해안이가 그림도 그려주고 재밌게 놀아주니까 금방 친해져서 어린애답게 깔깔거리며 크게 웃는다. 건너편의 아저씨들도 우리 옆 칸의 총각들과 카드 판을 벌려서 자연스럽게 우리 자리 옆을 차지해 앉았다. 헤어지기 전에 우리에게 사진을 찍으라고 하셔서 찍어드렸다. 귀여운 밀라나도 몇 장 찍었다.

8시에 하바 역에 내렸다. 이미 아는 곳이라 마음이 편하다. 마지막으로 숙소 구하는 것이 남았다. 자랴 호텔은 이미 꽉 차서 다시 뚜리스트에 갔다. 시간이 늦었으니 오래 돌아다닐 처지가 아니다. 오늘은 사람이 없어 한가했다. 제일 싼 숙소는 나가고 1650R 짜리 3인실이 남아서 그냥 들기로 한다. 총 4950R 이다. 이곳은 거주지 등록을 해주니까 대략 그 비용 900정도를 제외하면 이르의 호스텔과 비슷해지는 셈이다. 그래도 제대로 된 호텔이니 만족스럽다. 전번에 묵었던 그 방과 같은 수준의 숙소이다.

트롤리 버스를 타고 아무르 강에 갔다. 한 수퍼에 가니 고려인들의 반찬을 팔고 있다. 하바 만 와도 이런 음식이 이르보다 보편적이다. 중심가의 수퍼인데도 이런 것이 있다. 닭똥집 무침과 돼지껍질 무침, 빵과 음료를 샀다. 강가의 공원에 앉아서 맛있게 먹었다. 차를 타고 와서 숙소 건너편의 백화점에서 밥과 먹을 것을 사서 돌아왔다. 하바는 이르보다 큰 도시여서 인지 교통비가 2배나 비싸다. 잘 씻고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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