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베리아-바이칼여행 - 앙가라스크

16. 앙가라스크

앙가라스크

이르쿠츠크에서 3일의 시간이 난 우리는 지도를 보고 바로 위에 있는 도시인 앙가르스크로 가 보자는 생각을 했다 버스터미널에서는 앙가르스크로 가는 차가 무척 자주 있었고 차들도 제법 좋았기 때문에 가 보면 좋겠다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더 위에 있는 시비르스코예나 체럼호보는 도시도 작았고 아무래도 왕복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서 포기했다.

버스터미널에서 표를 구입한 뒤 나가 보니 아뿔싸! 우리가 탈 버스가 떠나버리는 게 아닌가. 표를 보니 분명 11시에 끊은 표인데 차는 10:40분 차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표를 구입할 때 그냥 앙가르스크라고만 했고 표를 주길래 그냥 받아들였더니 이렇게 되었다.  다시 표를 무를까 하다가 버스기사에게 보여 주니 제대로 보지도 않고 타라고 한다. 그리고는 검사도 안한다. 거의 시내버스급인데?

차는 무척 좋았다. 낡긴 했지만 맨 뒤에서 첫 번째 자리가 특이하게 뒤를 돌아보게 되어 있어 우리는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고 느긋하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자작나무 숲 사이로 난 대로를 한참을 가던 중 숲이 끝나고 오른쪽으로 유코스 정유사의 거대한 콤비나트가 보인다. 앙가르스크가 공업도시라더니 울산 같은 도시가 아닐까 걱정했지만 콤비나트를 지나니 한적한 시골 도시로 접어든다. 거의 한 시간이 걸린다. 이 정도의 거리면 러시아에서는 시내로 취급될 만한 거리가 아닌가.








재미있는 도시의 첫인상은 전차(트램)이었는데 각 전차마다 그림이 코믹한 그려져 있고 모든 전차에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이다. 어떤 전차의 앞모습 그림은 상어였고, 어떤 전차는 축구공을 그려 넣고, 어떤 전차는 사람들이 앉는 창가마다 사람들이 앉아 있는 코믹한 그림을 그렸는데 안쪽 사람들의 머리가 교묘하게 연결되어 웃음을 자아냈다.

도시는 안정되어 있었고 대로인 칼 마륵사 거리는 도로 중앙선에 가로수길을 만들고 군데 군데 벤치를 놓아 쉴 수 있게 해 놓았다. 조금 걸으니 레닌동상이 있는 광장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레닌 거리(울리짜 레니나)와 교차하는데, 대부분의 도시가 그러하듯이 레닌 거리와 마륵사 거리가 중심 거리이므로 레닌 거리로 걸어가 보기로 했다. 레닌 거리 역시 중앙선이 공원길이었으며 중간중간 벤치와 꽃으로 장식된 가로등이 무척 인상적이다. 게다가 도시의 모든 건물은 다시 채색을 마친 듯, 마치 동화속의 도시에 온 느낌이다.

중앙시장

레닌 거리를 걷다 보니 끝자락에 자연스럽게 중앙시장에 닿는다. 중앙시장에서 케밥류를 하나 샀는데, 잘 못 시킨 모양으로 안에 새콤달콤매콤한 소스가 잔뜩들어 있어 다 먹는데 상당한 끈기가 필요했다. 여행 중 우리끼리 하는 우스개로 호연지기란 말을 썼는데, 먹기 힘든 음식을 버리지 않고 다 먹을 때 호연지기를 발휘했다고 말 하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 음식을 사 놓고 못 먹을 것 같으면 서로서로 호연지기!! 하면서 억지로라도 다 먹게 했다. 정말 호연지기가 필요한 케밥이었다. 시장을 구경하다 사람들이 붐비는 샤쉴릭 가게가 있기에 들러서 두 개를 시켰다. 60루블씩 120루블이었는데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 먹고 있다. 값은 이르쿠츠크와 같지만 양이 훨 많다. 두 개를 세명이 먹으니 슬슬 배가 불러온다. 게다가 난 맥주까지 사서 먹었기 때문에 배가 터진다. 해안이가 나더러 호연지기! 하길래 어쩔 수 없이 다 먹었지만 배가 아플 지경이다.

중앙시장은 거대한 건물안에 수많은 상점들이 있었으며 외부에도 노점이 많이 있었다. 이르쿠츠크보다 오히려 이곳이 훨씬 더 시장이 큰데, 아마 도매시장인 듯 하다. 찾기에 따라 물건들을 제법 싼 값에 살 수 있어서 즐거운 곳이다. 만약 이르쿠츠크에서 귀국한다면 잡다한 쇼핑은 아마 이곳에서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담배는 한 볼 단위로 사면 오히려 약간을 깎아 준다.(1갑에 23루블이면 1볼엔 210루블)

한가한 도시의 인상



레닌 거리를 따라 걷다가 벤치에 앉았다. 청명하기 그지 없는 한가한 가을하늘에 예쁜 꽃 가로등이 있는 아름다운 곳. 해안이랑 경아씨가 벤치에서 야호 하는 모습을 보이고 내가 그것을 찍자, 앞에서 우리를 보시던 러시아인 부부도 재미있는 모습이었던지 같이 야호 하신다. 그리고 우리 식구도 찍어 주시고.  느긋한 분들이다. 부부가 같이 산책나온 모양인데 다정하게 이야기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시장을 나와 벽보에 표시되었던 박물관에 찾아가려고 길을 나섰는데 다들 그렇듯이 박물관이라고 특히 크게 간판이 있는 게 아니라서 결국 못 찾았다. 러시아의 주소 체계는 잘 되어 있지만 그런 사소한 문제가 있다. 아마 우리는 박물관을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거리에는 건물 외벽을 칠하는 노동자들이 많이 보였는데 칠하기 전과 칠하고 난 뒤가 하늘과 땅 차이다. 만약 우리가 작년 정도 이 도시에 왔다면 정말로 삭막했겠구나..란 생각이 들게 한다. 칠하는 것도 제법 센스가 있는데 전반적으로 투톤 색상을 칠하고 있지만 투톤도 건물의 앞벽인지 옆벽인지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 색으로 칠한다. 미적 감각을 확실히 아는 사람들의 도시다.

박물관 거리를 계속 가다 보니 무슨 기념탑이 나오는데 몇 명의 러시아 소녀들이 깔깔 웃으며 사진을 찍다 우리를 보더니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그래서 사진을 찍어 주니 우리와 같이 찍자고 한다. 포즈를 같이 취하고 인사하고 헤어졌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좀 가다 보니 공원이 나온다. 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일요일을 즐기기 위해 나와 있는데 러시아 어는 잘 몰라도 공원 바닥에 새겨진 부조라든지 공원의 시설물들을 보면 사랑에 관련된 공원인 듯 하다. 휴지통 모양이 특이한데 하트 모양에 화살이 꽂힌 모양이다. 사람들이 한가한 오후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우리도 보면서 발치카 맥주를 하나 사서 들이켰다.

맥주를 들이키다 보니 자전거를 타고 온 두 청년이 싱긋 웃으며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앗꾸다.. 하는 걸로 봐서..) 카레아라고 하고 이름을 말해 주었더니 한참 이야기할 분위기다. 하지만 말이 안통해 난감해 하는데 계속 뭔가를 묻는다. 나도 나름대로 말해 주고 또 묻고 계속 이래 봐도 내 일천한 러시아어 실력으로는 알아낸 게 하나도 없다. 말이 안통하는 데도 우리와 계속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분위기를 보인다. 재미있지만 이렇게 말이 안 통할 수가 없다. 영어는 아주 쉬운 것도 안 통하니 어쩔 도리 있나. 여행자의 입장에서 필요한 말 몇 가지만 배워 왔으니 답답하다.

 

그들과 웃으며 인사한 뒤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온 길을 되짚어 가며 걷는 길인데 이곳은 도시가 숲으로 둘러싸인 느낌이다. 대로는 가로수길을 가운데 두고 있으며 샛길은 양쪽으로 멋진 자작나무 가로수다. 길을 걷는데 2층 건물 난간에서 우릴 보던 할아버지가 인사를 건넨다. 우리도 환하게 답례를 하고 걸었다. 정말 느긋하고 아름다운 도시다.

길을 계속 걸어 전차길로 접어들었는데 마침 전차가 온다. 이번 전차는 바깥쪽에 온통 우주의 행성궤도 그림이다. 기회가 나면 하루종일이라도 이 도시의 모든 전차들의 사진을 찍고 싶을 정도다. 이렇게 여유 만만하고 유쾌하며 잘 정리된 도시를 구경하는 기회가 쉽지 않은데 우연히 이곳에 오기로 결정한 것이 대박나는 기분이다.  해안이도 대박인데, 도시의 아이스크림점이 너무나도 다양한 아이스크림을 무척 싼 값에 팔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저 3루블(120원)짜리 아이스크림도 있는데 맛은 나쁘지 않다. 결국, 해안이는 이 도시에서 아이스크림을 세 개나 먹었다.

버스터미널에서 표를 달라고 하니 바깥쪽을 가리키며 그냥 빨리 타라고 한다. 출발 준비중인 버스에 올랐는데 이 버스가 이르쿠츠크에서 우리가 막 놓친 221번 버스다. 운전기사가 다니면서 돈을 받길래 돈을 주고 표를 끊었다. 그러니까 시내버스라니까...  돌아가는 길은 잠만 잤다. 잘 자다 눈을 뜨니 이르쿠츠크의 앙가라강 주변으로 온다. 게다가 갈 때와는 달리 시내를 지나칠 요량으로 우리 숙소 근처인 끼로바 광장으로 지나치길래 해안이는 먼저 내렸다. 출발하는 도시에서는 그냥 직행으로 가는데 도착하는 도시에서는 이곳저곳에 내려준다. 앙가르스크 도착할 때도 이랬었다. 참으로 편리한 버스 시스템이 아닌가.

난 알혼에서 올 때 봐 두었던 버스터미널 근처의 성당에 가보고 싶었다. 지도에도 없는데 정말 아름다운 성당이어기 때문에 혹시 저곳이 즈나멘스키 수도원 아닌가 했지만 막상 가 보니 성당 내부 공사중이었고 내부에는 새로운 이콘들이 웅장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성당안에서는 성당의 그림작업 중이라는 두 청년을 만났는데 작업은 2008년 경에 끝난다고 전한다. 촛불을 꼽아서 기도하고 50루블의 성금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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