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레이반도종단여행

14. 싱가폴   Singapore

아침에 멜라카 올드타운 최대 쇼핑센터인 마코타 퍼레이드 뒷길로 나와 센트랄 가는 버스 기다리다 아무리 기다려도 안 오기에 택시를 타고 센트랄로. 택시 기사 무려 15링깃(4000원)이나 부른다. 나 원 참. 10링깃이면 되는 거리인데. 그래도 너무 짜게 굴지 말아야지 싶어 오케이했다.

버스는 VIP지만 27시트의 평범한 VIP. 언제 쯤에야 18Seater 짜리 최고급 버스를 타 볼까나. 게다가 싱가폴 까지 가는 손님은 우리를 포함 해 6명. 이래서 장사가 될까.

버스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니 풍경 역시 썰렁하다. 잠깐 선 휴게소엔 역시 화장실만 있다. 역시나 말레이시아의 고속도로 휴게소는 화장실 역할만 하는 건가.

싱가폴 국경 지역에 도착하니 일단 짐을 두고 내리랜다. 출국 수속을 위한 것인데 내려서 간단한 출국 수속을 마치고 사람들을 따라 건물을 나오니 버스기사님이 손짓한다. 잠깐 버스를 타고 조호르바루-싱가폴간 다리를 건너니 이번엔 싱가폴 입국 심사. 이번엔 짐을 다 가지고 내리라 한다. 싱가폴 입국장은 말레이인용, 싱가폴인용, 외국인용이 따로 분리되어 있다. 마침 우리 옆 라인에서 입국자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빨간 경고등이 뜨는데 문제가 해결될 때 까지 모든 입구 절차가 스톱한다. 처음 본 엄격한 싱가폴의 정책.

입국장을 나오니 역시나 버스 기사분이 기다리고 있다. 짐을 챙겨서 버스에 타고 30여분을 가서 싱가폴의 인디아 거리에 내렸다.

처음엔 어디인지 몰라서 헷갈렸지만, 이곳은 싱가폴. 동남아에서 우리나라보다 잘 산다는 선진국. 걱정할 것이 없지 않은가. 조금 가다 환전소가 안 나와서 근처의 호텔에 들어가 물어 보니 무척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그리고 나서도 우리가 잘 가나 밖으로 나와서 확인하면서 길을 다시 손짓해 주는데?

06.01.17.Singapore.Causeway.jpg
싱가폴의 관문 커즈웨이

06.01.17.Singapore.ArabStreet2.jpg
아랍 스트리트의 모스크

06.01.17.Singapore.LittleIndia.jpg
리틀인디아 벼룩시장

 

입국하기 전에 싱가폴 내의 주소를 쓰는 항목에 무심코 차이나타운의 드래곤Inn이라고 써 두었는데, 숙소 찾다가 우연히 찾아간 차이나타운 모스크 거리의 드래곤호텔. (이곳은 드래곤Inn이 아니라고 믿었다) 방값이 3.5만원 정도지만 그리 방이 깨끗하지 않은 것 같아서 다른 숙소를 찾으러 차이나타운을 뒤졌다. 하지만 차이나타운엔 숙소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포장마차 거리로 유명한 스미스 거리에 두 곳 정도의 호텔이 있었지만 드래곤보다 더욱 안좋아. 값은 더 비싸고. 다시 드래곤 호텔에 와서 이틀치 방값을 지불했다. 매니저는 아까 보고 나서 그냥간 이유가 안쪽에 있었던 방의 위치 때문일 거라 내심 짐작하고 이번엔 거리쪽 방을 준다. 저녁에 지도를 살피다가 지도상의 드래곤Inn이 지금 우리가 묵고 있는 곳이란 사실을 알고 놀랐다. 우연히 입국신고서에 쓴 호텔에 결국 묵게 되다니.

싱가폴의 느낌

싱가폴의 첫 느낌은 깨끗하긴 한데, 사실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와 비슷했다.

난 싱가폴 여행을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싫어했던 사람이다. 그렇게 경직된 국가에 왜 가느냐고. 길거리에서 껌을 씹어도 벌금내는 나라가 사람 사는 곳이냐고. 담배나 제대로 피울 수 있을 지 걱정된다고.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다. 이곳 역시 규제가 많이 완화되고 있는 듯. 무단횡단 하는 사람도 자주 보이고 조금씩 잔디밭엔 쓰레기도 보인다. 내가 지금까지 너무 엄한 나라로만 보고 있었던 것일까. 사실 싱가폴 와서 길거리에서 담배 피는게 조금 주저되기도 했지만, 하루 지나고 나서는 별 거리낌은 없었다.

이곳엔 담배피는 사람이 극히 적었는데 한 갑에 7000원이 넘는 엄청난 담배값 때문인가? 게다가 담배갑마다 담배로 인해 썩은 폐의 사진을 적나라하게 프린트 해 놓아서 이곳 싱가폴에서 담배 피기란 왠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힘들 거란 느낌이 든다. 결국, 난 말레이에서 사온 두갑의 담배를 정말 아껴가며 피웠다.

06.01.17.Singapore.ArabStreet1.jpg
아랍스트리트 거리

06.01.17.Singapore.MRT.jpg
MRT 역

06.01.17.Singapore.No.jpg
MRT노선도...라기보담 금지표지판

 

지하철 역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는 황당한 표지판, No Sit on Escalator. 이곳에선 에스컬레이터에 앉는 사람도 있나? 지금까지 살면서 에스컬레이터에 앉으려는 생각은 해 본적도 없건만 이런 표지판을 보니, 에스컬레이터에 앉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청개구리처럼 드는 것은 왜일까. 또한 지하철 안에 붙어 있는 각종 금지 표지들. 어떤 금지표지엔 벌금 금액이 적혀 있다. 지하철/버스에서 음식 먹으면 벌금이 500$(35만원) 랜다. 담배피면 1000$, 폭발/인화물 가지고 다니면 5000$. 아니, 가스라이터 가지고 다니는 나는? ^^;

영어가 국어인 이상한 아시아국가

아무래도 이곳 사람들은 외국어를 듣는데 익숙할것 같다. 지하철에서 들어 보니 말레이어, 중국어, 영어, 타밀어가 여기저기서 들려 온다. 이 네 언어는 현재 싱가폴의 공용어인데, 학교에서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공용어는 영어다. 조그만 어린이들이 자기네들끼리 영어로 막 이야기 하는데 말로만 듣는 것 보다 직접 그 상황을 느껴 보면 기분이 묘하다. 아시아 국가 중 어린이들이 영어를 상용하는 나라라. 뭔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저녁에 드라마를 보았을 때 그런 생각은 극에 달했는데, 영어로 진행되는 드라마, 싱가폴 식의 어눌한 영어(싱글리시라고 한다)를 구사하는 탤런트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뭐라 말할 수 없는 느낌이다. 저 얼굴에서는 말레이어라든가 타이어 같은 강한 억양의 남방 언어가 나와야 할 것 같은데 부드러운 영어를 싱가폴식 억양으로 강하게 발음 하니 자기네들끼리야 별 이질감이 없겠지만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우리들 시선으론 배우들이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대사를 읊는 것 같은 분위기다. 하지만 뉴스 아나운서들의 영어는 부드러운 유럽 억양인데, 이곳에서도 아나운서 같이 말을 주로 하는 직업을 택할 때는 싱가폴 억양을 자제하는가 보다.

오랜 유럽의 통치하에서 독립하고 나서 자연스럽게 통치자들의 언어였던 영어를 국어로 정하는 싱가폴인들. 역사가 오랜 독립 왕조를 가졌다가 식민 지배를 당했던 우리 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원래 이곳 말레이 반도의 역사 자체가 독립 왕조를 제대로 가지지 못한 데다 말레이 반도의 현대화가 오히려 식민 지배로 인해 가능했기 때문에 그게 자연스러운 것인지. 아니면 줏대가 없는 것인지.

음식 천국 싱가폴

싱가폴 관광청 발행 책자에는 싱가폴을 거대한 푸드 코트로 표현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집에서 식사를 하지 않는 것이 보편적이어서 유달리 음식점이 많은데 이곳 싱가폴도 마찬가지다.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데 값이 많이 들지 않도록 배려한 결과 한끼를 해결하는데 3-4달러(2100-2800)면 가능하며, 도시 곳곳에 호커센터(포장마차 집합소)가 있어서 쉽게 여러 가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게다가 각 호커 센터의 코너마다 자기네가 만드는 음식의 사진과 값이 명기되어 있으니 음식을 고르기에도 정말 쉽게 구성되어 있다.

또 다민족 국가인 싱가폴이란 나라 특성에 맞게 인도요리, 아랍요리, 중국 요리, 말레이 전통 요리, 뇨냐 요리 등 다종 다양한 음식을 한 곳에서 먹을 수 있다는 게 내겐 환상적인 부분이었다. 게다가 값도 싸니 음식을 테마로 하는 배낭여행자인 나로서는 이런 천국이 있을까.  하지만 건물 안에 정식으로 문을 열고 있는 레스토랑은 상당히 값이 비싸서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게 조금은 아쉬운 점이랄까.

06.01.18.JurongEast.HokkerCentre1.jpg
호커센터 안

06.01.18.JurongEast.HokkerCentre4.jpg
주롱이스트 역 옆의 호커센터

06.01.17.Singapore.Chinatown.jpg
차이나타운

 

몇 군데의 호커 센터를 돌아다녀 보니까 적당히 감이 잡힌다. 관광객 대상으로 만든 곳은 시민 대상으로 한 호커센터 보다 1-2달러씩 비싸며 맛도 평균적이지만 군데군데 있는 서민용 호커 센터는 값 싸고 맛이 진했다.

차이나타운의 스미스 거리나 유명한 라파삿 푸드 센터는 깔끔하게 차려 놓았지만 관광객을 주로 대한다고 한다. 주롱이스트 역 앞에는 현지인 대상의 쓸만한 호커센터가 있고 차이나타운 남쪽 맥스웰 거리의 맥스웰 푸드코트는 싱가폴에서 열리는 푸드 페스티벌에서 2003년 수상자와 2004-2005년 수상자가 운영하는 코너가 있다. 이런 코너는 벽에 수상 사실을 알리는 상패를 걸어 놓고 있어 쉽게 알아볼 수 있었는데 이들 코너는 8시 경이 되니까 재료가 다 떨어져 문을 닫고 있어서 맛을 보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던 부분이다.

싱가폴 관광청에서 배부한 자료 중에 Singapore Hawker Legend 라는 전단이 있다. 이 전단에는 유명한 포장마차(호커)들을 소개하고 이들의 요리를 맛보는 음식 기행을 할 수 있도록 여행 루트까지 짜여진 것이 보였는데, 나라에서 이렇게까지 관리해 주는 포장마차를 가진 곳은 행복한 곳이다. 우리나라는 포장마차라면 그냥 길거리에서 쫓아 내기에 바쁜 나라가 아닌가. 우리나라 길거리 음식도 맛있는 집이 허다한데 이런 식으로 선전하면서 음식을 소개하면 얼마나 좋을까.

싱가폴 동물원과 나이트 사파리

전철 Choa Chu Kang역에서 927번 버스를 타거나, Ang Mo Kio역에서 138번 버스를 타면 싱가폴의 열대우림 지역 안에 있는 동물원에 갈 수 있다. 우린 엄청나게 내리는 스콜 덕분에 동물원에 들어가 보지는 못하고 정문에서 발길을 돌렸지만 다른 동물원과 달리 철창이 없고 덤불이나 개울 같은 자연물로서 동물과 관람객의 경계를 두었다고 하니 신기하다. 또한 나이트 사파리는 밤 7시부터 여는데 밤에만 활동하는 동물의 생태를 직접 트램을 타고서 관찰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프로그램이라고 하니 다음 싱가폴 올 때는 필수 코스다.

동물원 정문에서 비를 피하며 감상하는 열대의 스콜이 아름다웠다. 이것 만으로도 이곳까지 버스타고 온 보람이 있다.

06.01.18.Singapore.Zoo.Squall3.jpg
비오는 동물원

06.01.18.Singapore.Zoo.Squall.jpg
비오는 동물원

06.01.18.Singapore.Zoo.Squall5.jpg
비오는 동물원

싱가폴 사이언스 센터 (과학관+아이맥스영화관 입장료 12달러)

전철 주롱 이스트 역에서 내려서 걸으면 10분이 안되는 거리에 있다. 과학관은 세계 10대 과학관에 들 만큼 다종 다양한 전시물과 직접 해 볼 수 이는 전시물이 수두룩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학습 목적의 소풍을 나오기에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맥스 영화관은 대략 63빌딩 아이맥스 영화관을 생각하면 된다. 영화는 45분 정도 진행되었는데 창공을 비행하는 전투기 조종사의 생활을 주제로 한 영화라 계속되는 비행(?)에 어지러움을 느낄 정도. 과학관은 오밀조밀해서 제대로 둘러 보려면 아침에 가서 한나절 정도 시간을 충분히 투자해야 되겠다는 생각이다. 꼭 가봐야 할 곳이다.

06.01.18.ScienceCentre1.jpg
몸체가 없네요

06.01.18.ScienceCentre8.jpg
발 구동식 보트 엔진

06.01.18.ScienceCentre.Coral.jpg
해양관의 살아있는 산호

이전장 상위메뉴로 다음 장